제 277화
13권
꽈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499주우주의 창조신장의 책상이 산산조각이 나며 서류들이 비산한다.
잠시의 패배와 다시 시작될 번영의 확정된 결과만을 기다리던 승가람마가 보인 분노의 결과였다.
눈앞에 떠 있는 문서에는 황급히 보고된 모든 예비창조신급의 서열을 정리한 문서가 떠 있었다.
칭호를 완전가동하고 급격하게 힘을 늘려도 어차피 그것까지 계산에 들어가 있다.
자신도 칭호를 쟁취한 자이기에 능력평가는 정확하다.
그리고 자신의 분석력 외에 모든 신들의 권능이 모인 주신계와 창조신계의 평가역시 더욱 정확해야 한다.
신력지원을 한다는 것은 그 신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신계 자아가 내린 객관적인 자료라면 더욱 신빙성이 있어야 되었고 당연히 믿었다.
주신계와 창조신계는 그렇게 모인 신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서열을 매기고 관리를 하며 이것이 499주우주의 모든 발전의 기본이다.
서열에 따라 기회와 지원이 차등 배분된다.
더구나 발언권이나 의사결정역시 서열이 좌우한다.
그러니 정확한 서열이야말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노력하게 하는 가치인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한자리 수에는 들어가야 할 차원의 마도신의 서열이 중위권이다.
아니, 모든 창조신들의 직계를 제외하고 다음 서열이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분노를 보이며 주신계와 창조신계를 추궁하고 있는 것이다.
“왜 저 예비 창조신의 공식서열이 1,004위인가?
예비 창조신의 상위서열 중에 차원의 마도신을 이길 자가 얼마나 있는가?
대답하라.”
그러나 창조신장의 분노에 감히 대답이 없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 처분만을 바라는 주신계의 관리신들을 보며 이를 갈 듯 말한다.
보나마나 관리신들이 최종평가에 개입하여 서열을 급락시켰다.
단지 인간출신의 신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말이다.
그런 행위가 얼마나 투신들의 수준을 낮추는지 과거 무수한 경험을 하며 알고 있을 것인데도 이런다.
499주우주의 더없이 강력한 용병신출신의 신들의 대부분이 그런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온 존재들이다.
그들의 강대함은 최고위 창조신조차 방심하지 못할 정도의 투신들이고 500주우주가 예비 창조신을 상대로 저렇게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다.
가장 강대한 투신이 될 존재들을 성장기 때 차별과 견제로 추방을 하거나 처분하고, 아니면 스스로 나가게 만들어 특별한 강자가 완전히 사라지게 한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런 다른 주우주의 어리석음을 바탕으로 10억년을 대신족을 상대하며 버티어왔다.
그런데도 인간출신이며 마도로 가진 신이라는 문제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말 오래간만에 이성이 날아갈 것 같은 감정의 기복을 맛보고 있었다.
더구나 해명이라고 올라오는 지료를 보니 그 분노는 더해만 간다.
“다른 신족과의 화합능력이 반영된 수치라고?
무슨 화합?
대신족의 전투에서 약자들의 신력병렬연결이 무슨 효력이 있다고?
오직 초월이상의 권능을 가진 투신들만이 치명타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모든 평가의 기준을 개인능력으로 돌리라고 했지?
출신도 과거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런 것들은 대신족과 결전을 앞둔 지금은 의미가 없다.
패배하면 영역을 잃고 대신족에게 모두 사라지는 이 중요한 시기에는 오로지 강력한 힘과 권능을 가진 투신이 필요하기에 내린 조치였다.
그런데 이 쓸데없는 주관이 들어간 평가는 무엇인가?
누가 감히 창조신장인 나의 의사를 중간에서 변경했는가?
너희들 오리진들인가?
아니면 최고위 창조신들이 내게 반역했는가?”
현장에 파견명령을 내리고 500주우주의 숨겨진 전력을 쓸어버리기 위해 집결한 최고위 창조신들을 향해서 살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신력 10조가 지닌 압력은 어지간한 창조신은 신력의 파동만으로 소멸시킬 정도로 격이 다르다.
더구나 이 10조가 신앙도 아닌 본신신력만이기에 더욱 다르다.
그가 다스리는 절대계에서조차 충분히 상위에 들 만한 능력이며 시간만 준다면 모든 창조신을 소멸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주우주는 1억년도 버티지 못한 대신족의 침공을 10억년이 넘게 대등하게 싸우게 하고 있는 창조신장의 권위는 그보다 더 무거웠다.
그러니 반항은 고사하고 변명조차 하지 못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최고위 창조신들이었다.
그런 모습에 분노를 보이다가 다시 이성을 수습하고 명령을 내린다.
어차피 이들은 자신의 부하였고 이들의 실수는 자신의 실수였다.
이들은 충실히 자신을 따랐고 이 결과는 하위조직에 내려가면서 변질된 상황이다.
그러니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자신의 책임이 가장 컸고 원인도 거기에 있다.
아니, 그동안의 성과에 자만한 결과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무엇보다 숨겨진 적의 전력도 제대로 모르는데 아군의 전력도 정확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주우주와 전쟁이라니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당장 아군의 전력부터 다시 확인을 해야 하겠다.
“다시 서열평가를 시작한다.
모든 신계의 자아는 모든 주관적인 평가를 배제하고 연산을 재시작하라.
여기에 관여하려는 자는 반역으로 규정하고 본인뿐 아니라 일족에게까지 책임을 묻는다.
처분은 오직하나 정기를 회수하고 전원 정령신으로 만든다.
신계 자아역시 즉시 소거처리를 한다.
신계를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에게 자비 따위는 없다.”
감정이 사라진 창조신장의 목소리가 울린다.
창조신장이 분노를 하다가 이렇게 가라앉은 이때가 가장 무서운 시기라는 것을 아는 최고위 창조신들이 숨을 죽였다.
이럴 때 주우주가 뒤흔들리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10억 년 전에도 대부분의 창조신과 지배일족이 처분당하는 일도 있었다.
잠시간의 침묵과 함께 곧 신계 자아가 다시 올리는 보고서가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열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런 광경에 장탄식을 하면서 어이가 없어하는 창조신들이었다.
예비 창조신중 누구도 범접을 못할 그의 오의를 익힌 전능의 휘와 같은 존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위와 아래가 바뀌었다.
직계들은 하위로 떨어지고 용병신들이 위로 올라선다.
전능의 휘와 같은 최상위 서열은 변동은 없지만 엄청난 변동 폭이다.
하긴 편히 부모신의 지원을 받으며 신력을 올리며 신계를 운영하는 직계들이 험악한 용병전투를 반복하며 대가를 받아 신계를 어렵게 꾸려가는 용병신들보다 강하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심해도 너무 심했다.
강한 예비 창조신들이 새롭게 보이지만 모두의 관심사는 단 하나였다.
저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예비 창조신의 평가였다.
서열은 17위였다.
“차원의 예비 창조신이며 ‘근원’의 절대자
-카르마 속성 : 종합판정 극선이상(개인판정 극선/ 집단 판정 최고위 신계 주신 극선이상)
-11써클 주신 : 본신신력 75억 / 최대 마도 증폭시 최대출력 1,150억
-세부신력 : 차원의 주신 권능 20억, 태양의 권능 20억, 마력 35억
-주요기술 : 9써클 200개 동시 사용. 10써클 20개 동시 사용. 11서클 2개 사용
-장 비 : 주신살의 창, 마왕의 마도구, 근원의 길잡이
-특수권능 : 근원의 일월로 즉시 회복 가능
-특이사항 : 칭호 ‘근원’의 가동으로 주신의 신체제약 및 성장한계 완전 해제되어 연산력, 권능의 강함과 영역의 비약적 향상으로 잠재력은 창조신을 넘어섬.
그가 준 11써클의 도입으로 이제 마력과 신력의 동시사용 가능하며 장비의 신력도 모두 증폭함.
-판정결과 : 일반 창조신급.”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 이상한 것이다.
강력해 보여도 이 정도 권능을 가진 신들은 넘쳐난다.
단지 마지막 판정결과에 창조신급이라는 판정만이 보일 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겨우 일반 창조신급으로는 저런 결과를 만들 수 없다.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을 저렇게 몰살시키려면 적어도 상급이상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약해도 신족의 오리진인 것이다.
승가람마 역시 그런 의문과 동시에 가만히 보고만 있던 ‘진멸’이 입을 열었다.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를 집행하고 살아남은 것은 이중에서 자신이 유일하니 평가역시 경험한 자신이 가장 정확하다.
신계 자아의 문제점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나 신격이 넘어서는 존재에 대해서 부정하고 제외하는 것이다.
일례로 휴가지의 신계 자아는 아직도 자신을 불량 일반 창조신으로 안다.
하긴 ‘진멸’로 활동할 때는 아예 신력파동자체가 다르니 이해도 가지만 가끔 이런 사태가 온다.
그러나 저러나 정말 인연이다.
아니, 카르마의 가호가 대단하다고 해야 한다.
‘휴가지에서 마주쳐 약간 도움을 준 어린 후배가 저기서 저러고 있고 경험부족으로 잘못된 평가를 자신이 직접 수정을 해주고 있으니 말이야.’
“절대 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의 내용을 감안하여 0.5써클을 올려라.
계약에 전부를 걸었다면 그만큼 능력상승도 된다.
그리고 일부분만 허용되는 칭호의 완전개방은 1써클의 추가와 동등하다.
즉 현재 거의 11.5써클이니 대충 12.5써클 정도 될 것이다.
그럼 이렇게 수정되어야 맞아.”
스스슥-!
올려 진 보고서를 자신의 권능과 경험으로 수정해 간다.
보고서가 사정없이 난도질을 당하고 들어난 자료는 경악이었다.
아니, 수정한 ‘진멸’ 본인 역시 휘파람을 불 정도였다.
“휘이이이잇-! 이거 대단하네.
완전히 광역권능과 전장의 신계주신으로 특화된 마도신이로군-!
이거 본신신력만 제대로 올리면 정말 만만치 않겠는데?
창조신도 상대하기 정말 까다롭겠는 걸?”
“차원의 마도신이며 ‘근원’.”
-카르마 속성 : 종합판정 극선이상
(개인판정 극선/ 집단 판정 최고위 신계 주신, 제한된 12써클 2개 사용.)
-장 비 : 주신살의 창, 마왕의 마도구, 근원의 길잡이
-특수권능 : 근원의 일월로 즉시 회복 가능
-특이사항 : 칭호 ‘근원’의 완전가동으로 권능의 강함과 영역은 창조신을 넘어섬.
휘하에 둔 존재에게 투지가 살아있는 한 무한의 생명력과 잠재력을 보조함.
-판정결과 : 중급 창조신급
※ 본래는 상급 창조신이상이나 결정기의 부재로 중급 창조신이상과의 정면승부는 패배하는 것으로 등급이 하락되나 그 이하 수준의 대군의 상대로는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판단됨.
바뀐 것은 ‘근원’의 칭호의 완전가동으로 신력과 마력이 융합되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그 영향으로 써클에서 사용하는 권능과 마도가 일시적으로 12써클이 되어 발동되는 수가 열배로 늘어나고 휘하 군세의 성장과 생존을 보조하고 있다.
단지 그 결과가 지역우주 이상의 파괴와 창세에 가까운 창조력, 주우주의 신족의 본진과 결전을 벌일 정도라니 기막힌 일이다.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과 마력을 가진 마도신들에 대한 한참 저하되었던 재평가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공유될 정도다.
그런 상황과 별개로 ‘진멸’이 느긋하게 자신이 수정한 자료를 다시 신계에게 던져주었다.
“그럼 예비 창조신으로서 서열이…….”
위이이이잉-!
신계 자아가 일시적으로 과다연산을 하듯 굉음을 토해낸다.
그리고 나타난 서열은 전능의 휘의 바로 밑이 아니었다.
그 위에도 2명이나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도 4위인가?
예비 창조신의 신격으로 중급 창조신이상의 힘을 가진 예비 창조신들이 3명이나 있었다고?
허참-! 어처구니가 없네.
그의 오의를 익히고 전능신족을 부흥시켜 워낙 유명한 전능의 휘를 제외하고 이 2명은 또 누구야?
완전 새로운 얼굴들이네?
너 알고 있었냐?”
슬쩍 돌아본 승가람마의 얼굴은 이제 냉기가 흐를 정도로 굳어져 있었다.
아니, 26쌍의 빛의 날개뿐만 아니라 암흑의 날개 1쌍까지 펴져있는 것을 보니 아예 모른 모양이다.
동급에서 1써클을 초과하는 강함을 보유한 존재들은 당연히 특급의 관리와 지원대상이다.
하다못해 전지의 성이 전능신족의 권능강화를 위해 마신족이 되는 것조차 공식적으로 용납할 정도다.
그런데 창조신장이 모른다니 정말 딱한 노릇이다.
더구나 창조신들의 서열도 마구 바뀌고 있는 것을 보니 지금 심정을 알만하다.
그리고 일족의 오리진들과 최고위 창조신들도 당혹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도 모르는 강자들이 무수하게 현황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직접 관리하고 있는 창조신계에서 그러고 있다.
“휴우-! 표정들을 보니 대충은 알겠다.
쯧쯧-! 집안단속이나 하고 밖으로 싸우러 나가라.
이러다 자멸이 먼저겠다.”
진멸이 장난치듯 말하며 승가람마를 뒤로 다시 섰다.
자신의 위치는 여기라는 듯 이제 말을 하지 않고 전장을 쳐다본다.
그제야 승가람마의 진정한 분노가 터져 나왔다.
가장 중요한 서열기준이 엉망이 되다 못해 파악조차 못한 신들이 넘쳐나는 개판인 순위에 더 없이 분노한 승가람마의 서슬에 놀란 최고위 창조신들이 황급히 자신들의 신계로 공간이동으로 돌아가는 난장판은 자신과 별개다.
오로지 신계의 발전에 저해되는 모든 존재를 배제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다.
집행 결정은 창조신장인 승가람마에게 넘기고 오로지 신족을 위한 검으로서 존재한다.
본인의 행복과 이상만을 위해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자신에게는 딱 맞는 역할이다.
본래 신계라면 이 정도 힘을 가지고 있으면 위험분자로서 특급처분대상이었을 것이다.
하나 승가람마는 그런 자신을 신족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인다.
‘역할을 나누어 신계를 위해 싸운다.
그것이 먼 과거의 약속이었지.
신계운영은 나의 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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