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266화 (177/2,000)

제 266화

13권

터지는 울음을 억지로 다시 마음속으로 구겨 넣으며 흐르는 눈물이 꽉 누른 양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온다.

스승이 리치 대신 죽음을 선택하고 카르마의 ‘극악’의 부정을 뒤집어쓴 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용병신의 사투만 반복하다 어느 새인가 그가 준 마도와 칭호의 효과로 끝까지 살아남으며 누구보다 독해지고 냉정해진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거기에 종합 카르마가 ‘극악’이다 보니 완전히 고립되고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엉망인 전장만 전전하며 상처투성이의 육체와 너덜너덜해진 마음만 남았다.

그것을 억지로 가다듬은 것은 신계에 대한 복수와 ‘차원’의 마도가 언제가 줄 독립된 세계를 향한 위안감이었다.

반드시 강해져서 너무나 어리석은 과거의 자신을 속인 신계에 대해 복수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평안을 찾는다.

‘은거가 용병신이었던 자신의 꿈이었다.’

복수가 불가능하면 너무나 가혹한 이 주우주에서만이라도 벗어난다는 그 소박한 꿈이 갑자기 불어온 시련과 행운의 연속에 완전히 바뀌어 폭주한 곳이 지금 이곳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도망을 칠 수도 없다.’

동급의 대신족과 대등한 강함을 지닌 강자의 마도는 너무나 소중하기에 주목의 대상이었는데, 진정한 근원의 칭호까지 완전히 발동된 이상 예비 창조신이며 최고위 신계의 신계 주신이라는 직위가 없이 혼자 산다면 어디까지라도 쫓아올 강자들이 넘쳐날 것이다.

과거 용병신일 때 11써클의 마도사를 9써클로 타파했을 때도 마신왕이 직접 그 긴 시간을 추적하다 결국 상급의 대신족의 주신과 싸울 때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번에는 아마 이계로 가도 절대 포기를 안 할 것이고 지금 이 직위와 계급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임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힘들어 몰래 울다가도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다시 살기와 투기가 범벅이 된 음성으로 다짐을 한다.

어차피 이 꼴이 될 것을 알고 시작한 일이다.

신계가 돌아갈 꼬락서니를 생각하니 하도 힘들어 잠시 감정에 빠졌지만 쉽게는 당해주지 않는다.

“으드드득-! 그래 갈 때까지 가보자.

내가 창조신이 되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은 모두 가만히 안 둔다.

모두 쳐 죽여 주리라.

그리고 나 혼자 이렇게 발버둥만 치다 곱게 죽어 줄 것 같으냐?

모두 같이 끌고 가 줄 것이다.

죽어서 그의 영원한 심판을 받기 전에 최소한 지역우주정도는 모두 날려 주리라.

아니, 하는 김에 다른 주우주로 도망을 치더라도 끝까지 발악을 해주마.

이제 나는 ‘차원’이며 ‘근원’의 마도신이다.

전뇌계 따위가 없어도 지역우주이상의 공간이동과 회피, 파괴는 쉽다.

거기에 잠재력과 생명력을 극한까지 높여주는 근원의 칭호까지 있는 이상 최후까지 싸워주마.

어디 막을 수 있으면 해봐라.

나의 최후와 관련한 자들 모두 피를 토하게 해주어 내 억울한 심정의 끝자락을 맛보게 해준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잘나신 신족의 발목을 잡을 높은 잡것들에 대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차원의 예비창조신이었다.

그러나 그런 다짐을 흐릿하고 부분적이나마 듣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몰랐다.

“으드드득-! 그래 갈……, 가보자.

내가 창조신이 되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은……, 가만히 안 둔다.

모두 쳐 죽여 주리라.

그리고 나 혼자……, 곱게 죽어 줄 것 같으냐?

모두……, 것이다.

죽어서 그의……, 최소한 지역우주정도는 모두 날려 주리라.

아니, ……끝까지 발악을 해주마.

이제 나는 ‘차원’이며 ‘근원’의 마도신이다.

전뇌계……, 지역우주이상의 공간이동과 회피, 파괴는 쉽다.

거기에 잠재력과 생명력을 극한까지 높여주는 근원의 칭호까지 있는 이상……, 싸워주마.

어디……, 해봐라.

모두 피를……, 내 억울한 심정의……, 맛보게 해준다.”

이런 살기어린 음성을 들으며 이제 슬슬 아파오는 이마를 손으로 대고 있는 특급 전뇌신 르 사루비아였다.

이번 대상자는 마도가 차원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통합 상위 권능이라 과거의 조절도 안 되고 더구나 이렇게 결계를 철저히 치면 감시도 힘들다.

지금 이렇게 가늘게나마 부분적으로 자신이 들을 수 있는 것도 자신의 일부 관리계열 능력이 창조신장 이상이라 가능하지, 일반적인 전뇌신이라면 꿈도 못 꿀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결계이고 전투력도 동급 수준에서는 기이할 정도로 높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말 마음먹고 도망치거나 숨으면 발견이 불가능하고 이동능력역시 혼자서 지역우주를 횡단할 정도니 파괴신이 된다면 이런 난적도 없다.

그런 요주의 대상이 지금 대놓고 수가 틀리면 다 뒤집어버리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자신이 특급의 전뇌신이지만 관리대상이 정말 지역우주를 파괴하고 다른 주우주로 도망치며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면 대책이 없다.

그런데 전뇌계라면 일단 불신부터 하고 아무 조언도 안 받으니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씩 위기감이라는 생소한 감정이 밀려온다.

‘정말 예비 창조신 맞아?

그것도 499주우주면 절대계에서도 겨우 1써클 밑의 아주 높은 수준으로 취급을 하는데 왜 힘에 비해 인지수준이 이렇게 수준이하지?

이게 모두 골치 아픈 관리대상이라고 처리하려 든 전임자의 잘못이로군.

현장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대신족으로 전환을 시켜버릴 것을 잘못을 했나?

아니, 일단 현장에서 신뢰를 쌓게 하고 일단 가장 빠른 창조신이 되는 길로 이끌어야 하는데 창조신 승급비가 8조면 어처구니가 없군.

무조건 전쟁을 위해 통제가 용이한 직속주신이 되라는 결정이야.

이걸 어쩐다.’

정기 8조면 절대계라도 단독으로는 벌기는 힘든 액수다.

아니,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액수이니 다들 무슨 뜻 인줄은 알 것이다.

결국 상위 존재의 전쟁터를 전전하며 위험천만한 고비를 수없이 넘겨야한다.

그러고도 확신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맞아.

상황이나 주변여건을 보면 돌발 상황이 너무 많다.

그러나 8조에 달하는 승급비를 마련하려면 적어도 8개의 주신성을 1억년을 운용해야 한다.

중간계 출신의 예비 창조신이 그 안에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니 용병신의 대가밖에는 없다.

그러나 겨우 예비 창조신의 수준으로 참가할 수 있는 전투의 보상은 겨우 100억 단위이다.

동급이하의 존재와의 전투는 신력의 1/4을 받고 동급이상의 존재는 1/2를 받는다.

그러나 대신족과의 전투는 4배 이상을 받는다.

소멸을 각오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할 결의로 시작해야 하는 전투이기 때문이다.

신력 1,000억이니 동급이상의 존재를 상대로 500억을 대가로 받고 참전하여 160회의 사투를 치러야 하는데 거기서 무사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망상이지.

더구나 이 관리대상자는 1번도 죽어서는 안 된다.

그에게 3가지 대가를 주기로 약속하고 받은 칭호라서 죽는다면 계약위반으로 어떤 용서도 없이 처분될 것이다.

적어도 죽을 위기가 적은 대규모의 전장이 필요하다.

그럼 결국 답은 정해졌다.

현재 예비창조신이하의 존재가 무수히 모여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은 단 1곳이다.

우우우우웅-!

화면이 바뀌고 정령계의 방위신계의 정문이 모습이 나타난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양팔과 날개를 잃고 엉망진창이 되어 뒤로 튕겨져 나간 창조신장과 거의 같은 수준의 처참한 몰골이 되어도 득의의 미소를 잃지 않은 전능의 휘와 전지의 성이 보인다.

본인들도 모든 신력을 거의 잃었지만 완전히 전투능력을 잃은 상대에 비해서는 양호하다.

거기에 승기를 읽은 독립신계의 주신들이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을 몰아붙이고 있고 다른 주신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성을 잃고 피를 토하며 외치는 창조신장의 고함소리가 화면너머에서 느껴진다.

“커어어어억-! 합동 절명기(合同 絶命技) 아유타?

창조신장의 고유기 아유타를 악마족과 합동기로 바꾸었다고-!

악마족에게 거기까지 허가했단 말인가?

이 미친 승가람마-!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무슨 짓을-!

하위의 주신들에게까지 전수를 하다니?

모든 질서를 뒤집을 생각이냐?

쿨록-! 콜록-!”

뚜우욱-! 뚜우욱-!

몸을 타고 흐르는 창조신장의 빛나는 신혈이 마신족의 신살의 영향을 받았는지 새까맣게 오염이 되어 죽어간다.

자신보다 하위의 악마족에게 영향을 받을 리가 없는데 저 전지의 성이란 성마신의 신살은 지독했다.

거기에 아유타로 죽음직전까지 치명상을 받자 거의 죽음직전에 내몰린 것이다.

마력에 접촉되면 마치 극독을 마신 것처럼 끝없이 지속타격을 받는다는 것이 최고위의 악마족과 싸울 때의 무서움이라는 것을 잠시 망각한 대가를 뼈저리게 치렀다.

정신이 흐릿해지고 쓰러질 지경이다.

한편 아슬아슬한 전장의 상황이라 승리의 미소를 하고는 있지만 2명의 예비 창조신급의 상태도 만만치 않았다.

창조신장이 합동 절명기 아유타를 죽지 않고 버틴 반동을 그대로 뒤집어써버린 것이다.

증폭한 신력의 9할은 상대에게 쑤셔 박았지만 돌아온 1할의 충격에 겉만 멀쩡하지 속은 박살이 났다.

이런 경험이 적었다면 당장 쓰러져 있을 정도의 중상이다.

‘신력은 거의 고갈되고 몸은 반동으로 박살나기 직전이다.

바로 전투는 무리야.’

‘아아! 이거 너무하네.

합동 절명기라고 하더니 같이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적과 같이 죽으라는 기술인가?

무슨 기술 반동이 이렇게 강해?

아니, 2써클 이상의 존재를 소멸시키는데 이 정도면 적당한 대가인가?’

‘적이 소멸되었으면 신력고갈 외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만약 견디면 이 꼴로 끝장인가?

그의 오의를 익혀 불멸의 신체를 가진 우리가 이 정도면 일반 창조신은 소멸이다.’

‘일단 이긴 것처럼 웃어.

우리도 꼼짝 못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것을 알면 저 칭호를 가진 창조신들이 어찌 나올지 몰라. ‘

‘그래야겠지.

마지막 1방만 공격하면 끝장을 낼 수 있다.

빨리 회복을 해봐-!

넌 마신족이잖아?’

‘마신족의 회복력으로도 2써클 상위의 공격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무리야.

어찌되었든 1번만 더 공격하면 되는데 영 안 좋네.

움직이면 바로 들통 날 거야.’

다 이긴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보였지만 몸의 뼈가 수없이 부러지고 내부가 박살이 난 몸이다.

그 상황에서 참으로 자연스럽게 미소를 띠며 최후의 공격을 먹일 신력을 모으고 신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힘든 상황이었다.

저 상황을 단번에 파악한 르 사루비아의 눈이 빛났다.

곤란한 상황을 단숨에 해결할 좋은 기회였다.

‘거래가 될 것 같다.’

자신의 예비 창조신과 직속 주신들이 모두 명분을 얻기 위한 전투에 투입당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일반 창조신이 보였다.

저 입장도 이해가 간다.

평상시 가혹하게 예의범절을 따지며 몰아붙여왔지만 영겁의 세월을 가꾸고 키워온 존재들이다.

애정이 없다면 거짓이다.

부활에 필요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예정이지만 본래의 힘을 되찾는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고 그럼 약화는 피할 수 없다.

거기에 신생의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명령을 받고 충실히 싸워온 전능의 휘가 죽기 직전이니 미칠 지경이다.

또 전능의 휘는 그의 오의를 재능과 행운으로 얻은 신체라서 죽으면 정말 다시는 저 강함을 못 얻을 수 있다.

그럼 지역우주에서 중추적인 세력으로 안정을 구가하던 전능신족의 몰락도 순식간이다.

그럼 안정된 모든 신의 일족의 서열이 다시 조정되는 난장판이 될 것이다.

아니, 그런 사정을 떠나서 자기 부하들이 처참하게 죽어 가는데 창조신이란 직위 때문에 꼼짝도 못하자 점차 이성을 잃고 날뛸 감정의 폭주를 멈출 수 없다.

그래서 허튼 짓을 못하게 상위의 창조신에게 감시를 받고 있지만 대화는 가능할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전뇌계의 전뇌신이 도울 방법이 있습니다.’

전뇌신의 은밀한 의지가 전해지자 폭발할 것 같은 감정에서 약간 벗어나는 창조신이었다.

창조신이 되어 처음으로 고립무원의 무력함을 맛본 지금 과거 자신을 돕던 전뇌계의 접촉은 너무나 반가웠지만 창조신장님까지 나선 전쟁에 참견을 하게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위대한 창조신장이신 승가람마님에 대한 충성은 변함이 없다.

‘관등성명은?

최고위 이하가 나설 장소가 아니다.

주우주단위의 권한이 없다면 관여하지 마라.

그리고 보상으로 줄 것도 통제받아서 없다.

그러니 조언만을 듣겠다.’

급하기는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단숨에 거래의 결과를 선을 긋는다.

과연 이정도의 이성과 판단력을 가져야 창조신이라 부를 수 있다고 미소 짓는 전뇌신들이었다.

‘이래야 대화가 편하다.’

이성과 이해관계의 조절이야말로 자신들의 모든 권능의 기본인 것이다.

‘특급 전뇌신 르 사루비아입니다.

현재 499주우주와 500주우주의 전쟁 상황에 대한 모든 권한을 넘겨받았습니다.

원하신다면 증명도 가능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방위신계가 돌파가 안 되고 전쟁이 끝나서 나의 휘하 주신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대책은?’

역시 창조신답게 간단명료하다.

어차피 조언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기에 사실여부의 확인도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아니, 외부로 이 사실이 흘러도 담당 창조신으로서 당연한 바람이기에 문제가 없다.

아무 짓도 안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큰 문제다.

이제 협상의 주도권은 자신에게 왔다.

아쉬운 것은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가볍게 대답을 했다.

‘카르마의 상승과 승급을 위한 정기의 확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각오를 하고 있는 강력한 예비 창조신이 1명 있습니다.’

‘…….’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의지가 전해져 오지 않는다.

하긴 저 상황에서 예비 창조신이 하나 추가해보았자 전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의 오의를 익힌 전능의 휘는 명실공히 예비창조신의 규격을 벗어난 강자다.

그런데 같은 수준의 마신과 합공을 하고도 저 꼴로 죽기 직전이다.

그 이하의 예비 창조신이 1명 추가된다고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아니, 이미 전 주우주의 모든 신들에게 여기의 상황이 전해져 있어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

죽을 것이 확실한 전장에 참전하려는 정신 나간 예비 창조신이 있다는 소리도 믿기지 않지만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모든 주신들이 죽어나가면 다시는 저들을 볼 면목이 없다.

정기로 보상을 하고 복구하기까지 보호를 한다 해도 이건 상급자로서 자존심문제다.

잠시 생각을 하다 결국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계약정기는 2,000천억을 내어 준다.

그 이상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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