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2화
12권
안개 속에서 토리나가 이를 갈며 외치는 소리와 함께 섬뜩한 괴음과 폭발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주신이라면 결코 버틸 수 없는 무한대의 소멸공간인 ‘깅능가가프’가 남김없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세등등한 목소리가 퍼져나간다.
“어차피 강해보았자 같은 주신의 권능이다.”
“우리는 최고위 신의 신체일 때부터 상급 주신과 최고위 신이었던 태초의 투신들과의 전투를 준비했다.”
“이 정도의 마도나 파괴의 영역 따위로 우리 모두를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은가?”
“더구나 현재의 우리는 중급주신을 거의 초월하여 상급주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이다.
주신이라면 견딜 수 없는 마도라고?
농담이겠지?
아니면 먼 과거의 기준이던가?”
“이 정도에 죽을 정도면 과거에 남주신들과 대 전쟁을 벌일 때 끝장이 났다.”
확정적이고 가소롭다는 신언이 울리며 파괴의 안개 속에서 거대한 빛의 여신의 환영이 일어선다.
모든 것이 빛으로 뭉쳐진 더없이 육감적인 여신의 몸체가 마치 기지개를 펴듯이 팔을 쭉 뻗으며 일어선다.
단순한 모습과 기세만으로도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권능이나 신격보다 우위다.
스쳐보아도 창조신급의 권능이 느껴진다.
그 빛의 거대 여신의 머리부위에 8명의 전투 여주신과 4명의 관리 여주신들이 손을 맞잡고서 눈을 감으며 각자 영창을 하듯 신언을 울리며 권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로키나의 입술을 꽉 깨물며 신음하듯 내뱉었다.
저 술식과 권능은 여주신이라면 필수로 익히나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의와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으음-! 설마…….”
‘헌신서약의 응용인 것인가?
모두의 신격과 권능을 최대한으로 모아 일시적으로 창조신의 신격과 권능을 구현해서 싸운다고?
하지만 창조신급의 권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의 무한의 신력이 들어갈 것인데?
어디서 그런 신력을 확보하지?’
마도 주신 특유의 분석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추가 정밀 분석을 들어간다.
아무리 창조신급의 권능이라 하지만 시행하고 있는 것은 주신들이기에 민첩하게 움직일 수도 없고 동일 수준인 ‘깅능가가프’를 제거하는 것이 그렇게 수월하지가 않다.
무수한 권능의 작용과 혼합을 분석하고 술식을 파악한 결과 답이 나왔다.
아니, 저 창조신급의 권능을 유지하고 있는 힘의 원동력을 파악한 셈이다.
아니, 보충이 아니라 끝없이 환원을 하고 있다.
“신력의 무한복원(無限復元)이라고?
겨우 주신급의 권능이 사용한 신력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복원을 해?
그것도 주신의 신격조차 상관없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권능이 다 있어?
말 그대로 최대출력을 무한대로 난사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게 왜 주신급이야?
그보다 이러면 이길 수가 없다.”
무한대로 복원하는 신력과 헌신서약을 기초로 저런 통합권능을 짜놓을 줄은 몰랐다.
아니, 그보다 저 정도로 응용을 할 정도면 이미 누군가에게 헌신서약을 써보았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그 황당할 정도로 음란하고 기가 막힌 의식을 시행하는 여주신들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보다 왜 차원의 예비창조신이 저런 반역하기 딱 좋은 성향을 가진 여주신들을 데리고 있는지 의문이 풀렸다.
어떤 남주신도 그 조건이라면 저들을 버릴 수 없다.
영겁의 시간동안 죽을 각오로 수련하고 투자해야 겨우 가능한 억 단위의 본신신력을 단번에 올릴 수 있는 의식을 주재해주는 여주신들을 누가 박대하겠는가?
반란을 벌이고 신계주신의 권능에 면역을 얻고 자기 세력을 만들어도 봐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저 정도로 강대한 여주신들이라면 적어도 5억 단위로 올려줄 수 있을 것이고 12명이면 60억이다.
헌신서약의 대상이 하급신이라고 해도 쓸 만한 권능만 가지고 있으면 단숨에 중급 주신이상의 존재가 된다.
10억만 넘어도 주신급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지름길인 것이다.
물론 시행한 여주신들이 음란한 방식과 소모한 대량의 정기의 보충의 곤란, 일시적인 신격의 저하 때문에 절대 하지 않는데, 해결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여주신이 저런 방식으로 신뢰를 얻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인정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제대로 말하며 따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본인이 그런 수치와 손해를 감수하고 하겠다는 데에 말릴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다만 마음속에서 울컥하고 분노가 치솟을 뿐이다.
“이 더러운 것들이-!
잘난 척하더니 여주신들의 체면을 아예 시궁창에 가져다 박았구나!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이제 정말 용납을 할 수가 없다.
헌신서약까지 하며 살아남으려 하는 독함에다 저렇게 개인이 강대하면서도 창조신 급의 신력통합까지 발휘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능까지 확보한 상대들이다.
강자우선의 우주 초반부에 무능한 반려를 죽이고 신계를 이끌며 수없는 남주신과 다른 신계들을 학살하고 파괴를 한 저들의 악명이 오히려 약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적이든 아군이든 살려두면 분명 과거처럼 당할 것이 뻔하다.
신체를 막 회복한 정령신황이나 정령주신들은 이미 한차례의 전투를 마치더니 신체가 그 부담을 못 견디고 있다.
전력은 분명 자신들이 우위인데 장기간 전투를 벌인 지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멀쩡한 전력이 더 필요하다.
자신의 뒤에서 이제까지의 전쟁에서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다가 모습을 드러낸 창조신 급의 권능들에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이계의 정령신들과 환수주신들을 쳐다보았다.
“그만 쳐다보고 너희들도 참전을 해-!”
“…….”
그 말에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가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혈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계 출신들이라 저들과 아무런 원한이 없다.
그러나 운 좋게 신계 주신님과 오랜 계약으로 얻은 정기와 권능으로 강화된 신체도 가지고 있으니 이들만이 멀쩡한 전력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들은 정령계에서 이미 확인한 바로는 거의 저들과 동급이상으로 강하다.
10명이면 저 통합권능만 자신이 감당하면 다시 밀어붙여 이길 수 있는데 회피를 한다.
하긴 저 창조신 급의 통합 권능을 보고도 겁도 없이 전투에 선뜻 참가하는 애송이라면 그것도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저 통합권능을 해제할 시간을 벌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자신에게 시선을 돌린 상태에서 천연덕스런 대답이 들려왔다.
“오호호호홋-! 부탁치고는 머리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
더구나 짐은 아무 이득이 없는 전투에 참가할 생각이 없도다.”
“무리. 무리.
그리고 지는 싸움은 하기 싫어.”
“이제 그만 하시는 것이 좋지 않아요?
이 정도면 우리를 무시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싫다-! 너나 해라.”
“묘하네요.
주신이 가능한 권능이 아닌데 저렇게 구현이 가능하다니?
흥미는 있지만 전력이 불명확한 상대와의 전투는 사양하지요.”
저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대답들이다.
누가 양아치가 아니랄까보아서 대답은 달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거기에 대한 대답은 하나다.
자신이 아는 한 이들은 현재 완전히 빈털터리지만 허영심은 엄청나다.
거기에 전투능력은 기이할 정도로 높은데 여신다운 창조 능력은 거의 없다.
아니,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다.
‘오죽하면 정령계 탈주 중에서도 창조능력이 있고 엄청난 부자인 계약자를 챙겨갈려고 했겠는가?’
다 편의와 사치를 누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러니 내 선고는 하나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다.
지금 참가하면 주신에 어울리는 신전을 하나씩 준다.
여기서 병풍노릇만 하고 있으면 다락방이나 지하실을 하나 주지.
그렇게 건들거리고 잘난 척만 하면 신계에서 노숙할 각오를 해야 할 거야.”
그 말에 싸한 분위기가 이계의 정령신들에게 흘렀다.
정곡이었던 것 같다.
아니,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정령신 모두의 문제다.
정령계에서 영겁의 세월동안 붙잡히고 정기와 신격을 갈취당한 신세들이라 신계에서 신전을 내주지 않으면 모두 노숙을 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이 전투도 그런 사정의 개입이 무척 컸다.
신계 주신이 넘겨준 신계의 자료는 이 단계의 승급으로 대부분이 개발 안 된 공지다.
저들을 밀어내지 않으면 정말 절반이상이 신계의 길거리 노숙자 신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이 나왔다.
원한도 풀고 쉴 신전도 마련하기 위해 겸사겸사 벌인 전쟁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아무리 주신이라 해도 공적도 없는데 부족한 신전을 줄 수 없다.
“말……, 말도 안 되노라-!
감히 짐을 협박하는가?
이런 무례한-!”
“너무 심해-!
너 미워-!”
“그건 곤란해요.
그래도 몸을 다듬고 화장을 할 개인공간은 있어야지요.”
“죽인다.
나를 거지로 만들 생각인가?”
“마도를 시험할 재료도 안 나누어 줄 작정인가요?
너무 불공평하군요.”
예상했던 반응이고 정령신들의 거치나 대우를 모두 일임 받은 이상 정당한 명분만 있으면 모두 노숙인으로 만들어 줄 생각을 굳힌 상태다.
수가 워낙 많아 어떤 신계도 이들을 한 번에 수용하는 것은 무리라서, 반절이상은 정말 노숙을 시키거나 천막을 쳐야할 상황에서 이들은 솔선수범용으로 좋은 상대들이다.
막말로 아마 저들을 노숙시킨다면 절반이상은 기쁘게 감수를 할 것이다.
“진심이야.
협조가 없으면 배려도 없어.
신계관리주신도 아닌 원탁의 신으로 정기를 모아 신전을 얻으려면 1,000년 이상은 노숙을 해야 할 걸?
전공을 세우지도 능력을 증명하지도 못한 노숙 정령신들의 관리가 처음 일이 될 것이야-!
그것도 잘못하면 정기를 반절로 줄여버린다.”
그 말에 이계의 정령신들이 입을 딱 벌리고 황당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수주신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표정이다.
척 보아도 호화로운 복장이나 기품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서 전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계의 대신족이라고도 하는 환수신족의 주요 황녀들이고 하더니 전혀 걱정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입고 있는 복장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신전을 세울 가치가 될 정도다.’
그런데 보기에는 기품이 있어 보이나 전투에는 더없이 불편한 복장을 입은 덕분에 이계의 정령신을 놓치고도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5명의 가운데의 황금색의 치렁치렁한 치마와 겹겹이 천이 겹쳐진 상의를 덮은 고풍스런 고대 복장을 한 환수주신이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예의바르게 말을 한다.
“저희들의 신전은 알아서 할 것이니 신경을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서방님의 신전에서 내조와 수발에 전념 할 생각이오니 신계의 권력투쟁에도 나설 생각이 없습니다.
신계 운영의 협조는 해드릴 것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런 전투는 이계의 환수주신인 저희들의 입장으로는 곤란합니다.”
정중하지만 거절이다.
역시 남의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여유가 있는 것이다.
신계관리주신의 혜택이라고 해도 직접 계약을 하여 얻는 고순도의 정기와 권능의 지원이라면 아쉬울 것도 없고 재력도 엄청나니 기존의 세력과 자리다툼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 아직 어리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안 싸운다고 해보았자 상대가 싸움을 걸면 그것으로 평화는 끝이다.
원래 조직이란 것이 그렇게 착하고 이성적인 존재들만 모인 곳이 아닌 것이다.
신계라고 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를 바가 없다.
때가 되어 자신의 자리를 싸워 쟁취하지 않으면 주위에게 얕보여서 정말 아무 이유나 원인도 없이 신계에서 아무렇게나 험하게 구르다 사라지는 수가 있다.
피식 웃으며 거대한 빛의 여신으로 파괴권능을 흡수하고 있는 여주신들은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은 모두 이 신계의 후궁이라는데?
본처를 자부하면서 서열정리를 안할 생각인가?
저렇게 강한 후궁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신계에 들어가면 두고두고 후한이 된다.
그리고 지금 참전 안하면 나중에는 너희들만으로 감당을 해야 할 것이다.
그때는 10 대 5인데 이길 수 있을까?
능력으로 보아도 비등한데 능력위주의 신계 주신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걸 이계에서는 소박을 맞는 것이라고 하던가?
첩에게 구박받다 본가로 쫓겨나는 본처가 되고 싶은 모양이지?”
반짝-! 화륵-! 쩌쩡-! 우우웅-! 위이잉-!
‘소박맞는다.’와 ‘본가로 쫓겨난다.’라는 말에 여유롭던 분위기가 단숨에 싹 변했다.
주신이 다룰 수 있는 속성력에 있어서는 거의 극한에 다다른 수련을 쌓은 환수주신들의 눈빛이 살기가 넘실거리며 살벌하게 변한 것이다.
이계가 어떤 분위기인지 대충은 안다.
남신위주의 세상이고 여신들은 거의 권력이 없고 인정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남신이 성공하면 반려인 여신들도 성공한 것으로 인정되기에 필사적으로 내조를 하고 받들어 모신다.
그런 남신 위주의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일은 바로 남신에게 버림을 받는 일이다.
이혼을 당하면 신계에서 거의 매장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버림을 받는 것 중에서 가장 최악이 바로 나중에 들인 첩에게 밀려난 본처이다.
본가에서도 수치라고 대부분 받아주지도 않아서 비참한 떠돌이 신세가 된다.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옵니다.”
환수주신들이 창조신 급의 통합권능에 아무 망설임 없이 투기를 발산하며 다가서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여신들에게 질투만큼 힘이 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환수주신들의 몸에서 투기가 일렁이며 자신의 종족의 환영이 허공에서 일렁이며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신력에 따라 커지는 그 환수의 환영은 거의 거대 빛의 여신의 절반에 도달할 정도다.
그런 것이 5개가 서로 권능을 공유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파괴영역을 돌파하여 접근을 하는 것을 보니 놀라울 정도다.
전투경험이 부족한 것을 빼면 정령주신 중 분명 가장 강한 존재들일 것이다.
환수주신들이 전력을 개방하고 접근을 하자 이계의 정령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신력을 발산하며 이동한다.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겨우 정령계에서 벗어났는데 자그마한 방도 아닌 노숙이라니 절대 용납할 사항은 아닐 것이다.
이들이라면 저 여주신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럼 저들의 통합권능을 분석하고 약점을 찾으면 된다.
저 정도의 통합권능에 문제가 없을 리가 없는 것이기에 이길 승산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이 발생했다.
검은 색으로 빛나는 검은 벽이 여주신들과 정령신들의 사이에서 튀어나와 하늘로 치솟는다.
검은 벽은 물질의 감각이 아닌 순수한 마력이다.
“저 권능과 마력의 농도는 설마?
갑자기 왜?”
자신이 처음 볼 정도로 강대한 마력의 흐름이었다.
그것이 창조신급의 통합권능을 발휘하며 만들어낸 거대 여신과 환수주신들을 완벽히 격리시켰다.
그리고 강력한 신력의 흐름이 신계 전체를 감돌며 신언을 전달한다.
“원하지 않는 자를 전투에 참가시키지 마라.
그것은 나의 전쟁의 신의 신성과 어긋난다.
빛의 신의 전장에 설 수 있는 것은 투쟁이 진실로 필요하고 사투를 원하는 자뿐이다.
거기에 예외는 없다.”
로키나의 입술이 꽉 깨물어졌다.
이 신계주신의 성향은 한마디로 극단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후하지만 속은 절대 그렇지가 않다.
차곡차곡 쌓이는 감정이 모여 폭발하는 폭탄이다.
그때가 되면 저 힘의 크기로 보아서는 절대 주변도 무사하지 못한다.
그럼 가급적 자극을 하지 않아야 좋지만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
겨우 이렇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일을 벌이지 않았다.
이대로 신계에 들어가면 최악이다.
척 봐도 빈 공터가 대부분인 개발 중인 신계이며 지어진 신전의 수도 부족해 보인다.
이런 상황이면 대부분의 정령신들은 노숙을 해야 한다.
신들 체면에 노숙을 하게한 대표를 누구도 따르지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든 저들을 밀어내서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신계 주신이시여-!
정령계에서 모집한 모든 정령신의 관리는 제게 일임하셨나이다.
이것은 말씀과 다르옵니다.”
“그러하다.
전능신족의 상급 주신인 가이아나가 신계 전체를 관리하는 것과 같다.
정령주신 중 가장 강한 이면주신 로키나에게 모든 정령신의 관리를 위임한다.
아직 신체를 완전히 회복을 못한 정령신 중 최강의 정령주신이 신계주신을 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짜증이 나려고 했지만 상대는 자신보다 몇 단계는 위인 마도신이다.
이면주신의 권능으로 증폭시킨 마도의 위력은 자신조차 전율할 정도다.
비록 이들이 가진 차원의 신력에 대한 면역을 놓치고 저들의 동급을 초월한 강함 탓에 허무하게 펜릴과 요르문간드가 박살이 났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에 시간을 조정하여 저기까지 제조를 할 수 있다니 놀람뿐이다.
자신의 과거 신계에서는 펜릴을 제조하는데 거의 천년을 투자해야 했는데 차원의 마도를 가지고 있으니 정기와 신력, 연산력만 충분하다면 시간과 공간을 조작하여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게 차원이라는 마도 중에서도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창조신에 도달할 정도의 존재가 이렇게 허술하게 개입을 할 리가 없다.
약간의 공백과 함께 역시 대답이 들려온다.
“해서 이계의 정령신과 환수주신을 전쟁에 참가시키지 못하게 하여 부족한 전력은 내가 보충해준다.”
“예?”
우우우우우웅-!
허공이 커다랗게 열린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 사이로 나타난 것은 타는 듯이 붉은 거성의 모습이었다.
적색의 금속판으로 이루어진 행성의 외벽에서 과다 출력된 태양의 신력이 넘실거리며 아주 먼 거리에서도 화끈한 열기를 내품는다.
느껴지는 신격은 거의 최상급 주신에 도달할 지경이다.
그런 것을 보여주며 말하는 소리에 입이 딱 벌어졌다.
“최초의 창조신급 기계신 안타레스다.
통제권을 임시 위임을 할 테니 마음대로 쓰라.
부서져도 자체 수복이 되니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마음껏 싸워서 후회가 없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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