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0화
12권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한 토리나가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을 묵인하고 더 이상 마도를 구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대 괴수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여주신들이었다.
그 장면은 주신전에서 보던 가이아나는 황당함에 입을 딱 벌렸다.
신계자아는 신격이 낮다고 말을 안 듣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적은 강대하고 순수한 전력만으로 치면 2배 이상이다.
그래도 여주신들이 있고 태초의 투신들이 있는 이상 신계의 지원을 받으면 얼마든지 지켜낼 수 있다.
그런데 신계의 자아가 이길 수 없다고 자폭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뭐하는 짓이야-!
무슨 자폭의 카운터-?
그리고 최고위 신계인 네가 폭발하면 항성계까지 날아가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짓이야?”
가이아나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것을 참으며 잘 달래려고 애써서 말한 질문에 역시 기계적이고 싹 수 없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신격은 부족하나 일단 신계주신 대리이시니 말씀드립니다.
적의 전력을 정밀 파악한 결과 2.5배 이상의 전력으로 확인되었으며 99프로의 확률로서 함락된다는 예측입니다.
신계의 기본은 함락이 될 우려가 있을 경우 자폭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명령의 취소는 최고위 주신이상의 존재만이 가능합니다. “
“설마 대신족에게 패배할 경우 행성과 신계를 동결하는 이유가?”
“예. 그렇습니다.
창조신장님의 절대명령에 의거 신계가 어느 세력과의 전투에도 패배할 경우 무조건 주변 항상계와 마신족, 대신족의 전부와 함께 자폭하게 되어 있습니다.
신족의 발전의 근본인 주신성을 결코 전리품으로 넘겨줄 수 없다는 신계의 의지입니다.
인증전이 아닌 이유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신계와 행성을 모두 동결시키고 적을 타도할 전력이 모이면 해제되어 탈환하게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가급적 10분 안에 저들을 막을 만한 전력을 보여주시지 않으면 바로 자폭을 할 예정이오니 모든 신들의 퇴거 명령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에는 바로 자폭합니다.”
이제 정상적인 신계자아로 돌아오라고 따질 힘도 없다.
신계 자아가 자신의 말만 하고 바로 신계의 핵을 최고출력으로 올려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말이 아닌 바로 실행이다.
거기에 신계 자아는 이미 자신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주신계로 보낼 준비까지 하고 있다.
신계 자아는 정보생명체이기에 신계를 폭발시키고 바로 빠져나갈 속셈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신계야.
정기의 생성과 지원효율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높지만 이건 항성계 파괴용 초대형 폭탄이잖아.
주신계가 파괴신들의 집합소처럼 점점 험악해진다더니 신계까지 이렇게 만들어 놨네.’
10분 안에 저들을 능가할 전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폭하겠다는 신계의 말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가이아나였다.
그런데 주신전의 공간이 갈라지며 상상도 못할 강대한 신력을 빛내는 차원의 최고위 주신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달려가서 껴안고 마는 가이아나였다.
본래 투신이 아닌 그녀에게는 이런 긴박한 상황은 너무 힘들었는데 의지가 되는 존재인 차원의 예비 창조신이 나타나자 바로 무너지듯 껴안은 것이다.
갑자기 보자마자 달려든 가이아나의 행동에 살짝 놀란 표정의 차원의 예비 창조신이 자신을 껴안은 가이아나를 달래듯이 토닥인다.
전력신력개방상태를 풀고서 너무나 귀여운 신족아이의 모습을 드러낸 신계 주신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신계 자아에게 말을 건넨다.
“뭐라고 했느냐?
신계 자아의 자폭?
아니, 자멸이라고 했던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준다.
마침 완성되어 정령계에서 가동시험까지 끝냈다.
너보다 더 뛰어난 연산력을 가진 ‘마도두뇌’의 기초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어느새 오른 손에 들려진 금속모양의 구가 회전하며 존재감을 토해내자 신계 자아의 반응이 일순 멈추었다.
아무리 인공적이며 신계의 운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계 자아라도 생존의 의지는 있다.
자폭을 해도 자신의 모든 정보는 주신계에 보내지고 다시 새로운 신계의 자아로 시작할 수 있는데, 모든 지식과 정보를 저 마도두뇌에 먹히면 말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소멸이 무섭다고 주신계도 아닌 창조신장님의 절대명령을 무시할 수 없어 대답을 못하고 있다.
그 반응에 차원의 예비 창조신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한다.
“주신성이 적에게 넘어가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말이다.
나는 예비 창조신이다.
지금의 나의 전력이 더해지면 저 정도의 주신들의 전력에 신계에 이상이 있을 수 있는가?
너는 도대체 나를 적으로 보는 것이냐?
왜 나를 전력에 포함시키지 않고 판단을 하는가?”
당연히 제외시키고 판단을 했고 포함하면 이상은 없다.
신력 천억을 넘겨 예비 창조신에 도달한 존재에게 주신들 정도는 아무 문제가 아니다.
창조신과 주신은 격이 다른 것이다.
주신계에서 재분석하고 넘겨 준 차원의 예비 창조신의 자료만으로도 저들 모두를 전멸시키는데 두 시간 정도도 안 걸리고 신계의 자아로서 알고 있는 능력으로는 삼십분 정도면 결판을 볼 정도로 강한 존재가 차원의 예비 창조신이다.
다만 그동안 하도 소멸시킨다고 협박을 받으며 한계이상으로 일을 했더니 잠시 자신이 운영하는 신계의 주신이라는 사실보다 공포의 의식이 커졌다.
설정을 수정하자 바로 결정이 나왔다.
흡수되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지침을 어기지 않은 이상 최선을 다해 모실 뿐이다.
더구나 자신은 상급 신계에서 진화한 최고위 신계이기에 한 단계 높은 예비 창조신을 모시는 것은 자아의 승급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아닙니다.
위대한 차원의 예비 창조신님의 신계 복귀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어떤 사고나 무리 없이 신계 발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비 창조신이 되신 것을 경축을 드립니다.
지시만 하시면 바로 신계 전체에 축제를 벌려 이 기쁨을 모든 신계의 신들에게 전하겠습니다.”
어느새 인지 영광의 자리를 화려한 의자형태인 원상태로 돌려놓고 아부를 일삼는 신계 자아의 모습에 어이가 없는 가이아나였다.
하지만 그런 태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질문과 보고를 받는 차원의 예비 창조신이었다.
바로 오른쪽 옆에 만들어진 신계주신 대리의 자리에 앉은 가이아나가 이제 긴장을 푼 얼굴로 말을 듣고 있었다.
차원의 예비 창조신의 전해지는 신력의 강함만으로 보아도 침입자에 대한 걱정은 없고 바로 자신에게 저들에 관해 넘겨준 자료에 의하면 같은 편이 맞다.
다만 과거의 원한에 의해 설욕전을 요청했고 허락을 받아서 하고 있는 일이다.
사실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였고 이미 관련된 정보의 전달을 보낸 상황이다.
물론 워낙 서로 원한이 깊어 전쟁이 중지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주신계의 지원을 받은 네가 판단한 나를 제외한 신계와 저들의 전력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4배 이상입니다.
저의 지원이 있어도 막는 것은 불가능입니다.”
신계 자아의 그 말에 신력이 살짝 요동치며 허탈한 듯 말을 뱉었다.
차원의 예비 창조신의 판단과 1.5배 정도의 오차가 생기고 있다.
물론 자신보다야 창조신계의 지원까지 받는 주신계의 신계가 더 정확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오차라면 자신이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역시 그런가?
정령신들이 아직도 숨겨놓은 전력이 있다는 소리이군.
하지만 상관은 없다.
신계관리주신들이 바닥까지 끌어내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신계의 자폭과 너의 주신계로의 자료 이동도 허락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와 같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최후까지 싸운다.
너 역시 신계와 운명을 같이 하라.
이건 예비 창조신인 신계주신이 최고위 신계 자아에 대한 정당한 절대명령이다.
어떤 존재도 이것은 변경시킬 수 없다.”
“승……, 승인 되었습니다.”
우우우우웅-!
신계 자아보다 더 상위의 신계주신이 아로새기는 절대명령이 떨어지자 신계자아가 떨리는 음성을 내뱉으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본래의 신계 자아는 신계 주신에게 절대 복종을 할 수 밖에 없으며 무능한 신계주신이면 강제명령권도 가능하나 신계 주신이 상위의 신격을 가질 경우 어떤 경우에도 거부할 수 없다.
그 정도의 안전장치가 없으면 누구도 주신계의 신계를 사용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가해진 제어다.
물론 창조신이상이라면 가능하지만 창조신들이 미쳤다고 한낱 무수한 주신계의 자아 따위를 직접 조정할 리가 없다.
아니, 그것을 괘심하게 여긴 창조신 이상의 신계자아들에게 걸리면 자신도 아예 소멸될 수 있다.
이제 후퇴가 아예 불가능한 전장에 강제로 내팽겨져 친 느낌이다.
그런 신계의 불만스런 반응에 어처구니가 없는 듯 말을 이었다.
“나의 신격을 뛰어넘을 정도로 신계를 발전시키면 되는 일이다.
그럼 옥쇄명령도 자연스럽게 해제가 될 것인데 무슨 추한 꼴이냐?
신계의 자아는 신계 주신의 자아를 기본으로 형성된다고 하더니 내가 이런가?
아니, 전임자의 흔적이겠지.”
차마 모든 성향이 당신에게 맞추어 재조정되어있고 전임자의 설정 따위는 봉인해서 구석에 박아놓았다고 말을 할 수 없다.
아마 당장 저 두려운 마도두뇌로 바꾸겠다고 달려들고도 남을 성향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신계자아가 신체나 신령이 없이 단지 정보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지만 누군가의 토양이 되어 사라지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은 것이다.
잠시 고민을 하며 혼잣말을 하던 차원의 예비 창조신이 마도 두뇌에 입력된 권능을 신계 자아에게 연결시켰다.
“일단 이것부터 신계 방어기능에 추가시켜라.”
“이것은 저의 능력 밖입니다.
창조신급의 방어기능은 최고위 신계에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나의 차원의 권능으로 방어전에 특화되고 너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연산력도 너의 것이 아닌 이 마도두뇌가 담당하니 너는 연결만 하도록.”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는 듯이 바로 신계 자아에게 연결하고 발동을 시키자 가이아나의 입이 딱 벌어졌다.
후우우웅-!
어디서 많이 보았던 권능이었던 것이다.
아니, 더 지독한 정기흡수의 권능이다.
“정령계의 유격화산(遊擊火山)?”
“그것은 방어영역내의 신체의 정기만 흡수하지만 이것은 공격과 방어에서 발생하는 모든 충격과 권능에서 정기와 신력을 추출합니다.
즉, 신계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완벽하게 사용된 정기이상을 흡수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흡수영역 내에서 전투는 자살행위이니 안하게 주의를 주시는 것이 좋을 것 입니다.
상처가 단 하나라도 생기는 날이면 신체는 정기의 최후의 1방울까지 흡수당하고 신령은…….”
딱-!
가볍게 허공에 손을 튕기자 나온 것은 진멸(殄滅)의 칭호를 가진 창조신이 용병신의 대라고 넘겨준 창조신의 보석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개조가 가해져 벌집과 같은 무수한 방들이 그 안에서 비추어졌다.
그것은 딸꾹질이 생길 정도로 놀란 모습이다.
저 익숙한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과거 정령계 대기소에 있을 때 저 끔찍한 벌집 모양의 감옥이 하늘을 꽉 메울 정도였던 것이다.
“정……, 정령계의 감옥인가요?”
“아니요.
그렇게 거창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원 정령계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저기 안의 각자의 공간도 관 정도의 크기는 아니고 그래도 작은 신전 하나 크기는 됩니다.
여기에 갇히면 창조신미만은 모두 모든 신격과 신력을 봉인당하고 강제 활용되게 됩니다.
제가 풀어주지 않는 이상 탈출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창조신이상의 신격을 갖추어서 안에서 직접 부수고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군요.”
따아아아아악-!
꺼낸 근원의 정령계를 바로 이마에 박아 넣는다.
이마에 박아놓았던 근원의 길잡이에 창조신의 보석 아니, 근원 정령계를 연결하고 영광의 자리에서 가볍게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제 구상대로다.
정령계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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