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259화 (170/2,000)

제 259화

12권

사르르르르르륵-!

거대한 뱀의 비닐이 스치는 소리가 신계 전체에 울린다.

그리고 신계 전체를 어지러이 감싸는 검은 뱀의 환영이 서서히 실체화된다.

저기 후방에 뻗어있는 비사창천(飛巳蒼天) 쿠르카나의 창조신급의 창조력을 한계까지 끌어내고 우주주의 수액을 농축시켜 만든 술을 강제로 먹여가며 만들어낸 것이다.

역시 무한의 정기는 너무나 위대해서 일단은 완성시킬 수 있었다.

몸이 이미 구름을 통과하는 펜릴조차 작아 보일 정도의 거대한 뱀의 머리가 일어나며 신계를 살기 띤 눈으로 내려다본다.

입을 벌리면 신계조차 한 입에 삼키고도 남을 거대한 뱀신의 모습에 정령신과 신계의 신 모두가 경악을 하며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단지 크기만 거대한 것이 아니라 크기에 걸맞은 신격조차 느껴지고 있었다.

그 존재감은 이미 최고위 신계이상이다.

‘당연하다.

신계 전멸요새인 요르문간드는 이동형 전투신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소속된 모든 정령신의 신력과 권능을 총합하여 저 거체를 실체화한 것이다.

“똑똑히 보아두어라-!

신계 주신님의 모든 권능과 지원을 얻은 내가 어느 정도의 전신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토리나…….”

펜릴이 길게 울부짖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 요르문간드가 크게 숨을 들어 마신다.

마력에 의해 끝없이 거대해진 마도의 검이 타오르며 원형의 진을 형성한 여주신들에게 향해진다.

아니, 검 끝이 향하는 것은 계획만 되었지 망상에 가까운 예산소모와 끝없는 정기의 필요에 의해 페기 되었던 신계 전멸요새 요르문간드가 나타나자 기겁을 한 토리나였다.

“저……, 저게 어떻게 나와?

펜릴의 건조만으로도 파산할 뻔 했는데 100배 이상의 정기가 필요한 요르문간디를 누가 어떻게?

저 머리만 썩을 년이 어떤 물주를 잡았기에 완성시킨 것이야?”

천박한 말투에 주변의 여주신들이 인상을 쓰며 뭐라고 주의를 주려고 하는데 이동형 신계라는 기적과 같은 거대요새를 실체화한 마도의 주신의 험악한 말투가 신계 전체를 울려왔다.

“과거의 빛을 지금 모두 갚아준다.

이번에는 내 손으로 정령계로 보내준다.

네가 피땀 흘려 만든 소중한 신계까지 전부-!”

로키나의 그런 살기서린 외침에 여주신들의 표정은 더욱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갑자기 나타난 적도 그렇고 거대 요새도 저렇고 이끄는 주신까지 아주 이상하다.

물론 저런 개인적인 원한 정도야 이미 고려사항은 아니다.

자신들도 만만치 않은 것을 잘 아니 말이다.

“토리나가 신계를 위해 피땀을 흘린 적이 있었나?

왜 저런 표현이 나오지?

네가 거짓 선전하고 다녔냐?”

“피땀이 아니고 식은땀이겠지.

실수한 것이 들키면 맞을까봐서 말이야.

이렇게 전투 외에 재능이 없는 주신도 드물어.”

“무식하지. 시끄럽지. 사고치지의 최악의 삼박자는 완벽해.

정말 초창기의 전투만 아니었으면 친구를 할 리가 없는데 이러다 우리까지 같이 품격이 떨어지겠다.”

“가이아나가 아무리 예절교육을 하면 뭐하나?

시야에만 벗어나면 바로 원위치인데 말이야?”

반박을 하기에는 지은 과거의 잘못이 있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토리나의 귀에 결정타가 연이어 터졌다.

다들 상당히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소중한 신계라고?

신계에 세울 기본 신전형태를 가져오라니 달랑 방 1칸짜리 통나무집을 만들어 온 주제에?”

“솔직히 남신들과 싸울 필요가 없었는데 저것이 선을 넘었어.

‘이기면 마음대로 하라고?’고 외쳤는데 그게 하필 협상장이고 상대가 태초의 투신들이야-!

대화가 될 리가 없지.”

“저건 자기가 항상 전장에 있는 줄 알아-!

우리가 그 뒤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고위 종속신들의 남편들이 태초의 투신들이니 끝가지 가지도 못하고 어설프게 대립만 하다 신계를 말아먹을 위기를 겪다니 이런 수치도 없어.”

“겨우 안정화되었더니 과거 원한을 가진 저런 투신까지 몰려오게 하디니 이게 무슨 짓인지 몰라?”

그 말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헛기침과 함께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흠! 그건 그럴 수도 있으니 통과하자.”

“그렇기는 하네.

넘어가자.”

변방에 작은 휴양소 같은 신계였기에 자신들이 여기 있다는 소문도 안 났는데 차원의 주신이 두 단계를 동시에 승급을 시키면서 주신계에 모든 것이 밝혀졌다.

그 뒤로 압력과 음모가 들어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끔찍할 지경이다.

자신들도 언제 과거의 원한을 가진 자들이 찾아올지 모르니 이번처럼 쳐들어오는 것은 암묵적으로 묵과하기로 하는 여주신들이었다.

그리고 저쪽 진영에 묘하게 낯익은 존재들이 보이는 것도 큰 이유였다.

‘분명 죽였는데 용케 살아서 되돌아왔네.

그리고 한 둘이 아니야.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대충 감을 잡은 것이다.

과거 초창기 때 자신들과 싸워 패배한 적들이 뭉쳐서 도전을 해온 사태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과거의 원수를 불러들인 토리나를 더 이상 비난하면 자기 무덤을 파는 상황이라 중지하고 조용히 늑대신의 머리 위에서 화염의 검을 빼든 로키나의 빈틈을 노릴 뿐이다.

어차피 발현자가 죽으면 어떤 마도도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거대 뱀신도 늑대신도 어차피 도구이며 로키나의 마도이기에 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저 마도의 여주신이 정말 만만치가 않다.

거대 늑대신과 뱀신이 보이는 존재감은 그렇다 치고 머리 위에서 처음 보는 강력한 화력을 가진 불의 검을 들고 있는 흑발의 마도의 여주신의 몸에서 위엄과 흉험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이제까지의 저들의 모습이 허세라면 저것은 그야말로 진짜라는 느낌이다,

자신들이라도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밀려왔다.

다행히 저 마도 여주신이 직접적인 원한을 가진 로키나가 여기 있으니 일단 알고서 쳐야한다.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잘못하면 죽어서 신격이 떨어질 수 있다.

“누구야?

저 마도의 주신?

겨우 상급신의 신격만으로도 저 정도의 존재감이라니?

저 불의 검은 또 무엇이고?

소환된 괴수신이 문제가 아니야.

본인과 저 검 자체가 더 위험해.”

그 말에 토리나도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불의 검을 쳐다보며 말한다.

“이면주신 로키나라고 주신의 마도와 신력을 동시에 가진 전투와 관리를 통합하는 마도신이야.

그런데 저 불의 검은 처음 보지만 주신이상의 불멸자를 전문으로 소멸시키는 신기인 ‘레바테인’ 같은데?

마력에 따라서 무한대로 화력이 강해지고 신체를 소멸시켜.

저것도 예산이 없어서 취소했는데 만들어서 들고 나오다니 정말 골치가 아프네.”

태평한 그 말에 여주신들의 인상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차원의 주신과 같은 마력과 신력을 같이 쓰는 마도신은 상당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저 신기는 자신들이 가진 주신살(主神殺)의 권능과 비슷하여 주신의 신체조차 재로 만드는 위험한 것이라는 뜻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의 권능은 개인 대상인데 저것은 아무리 보아도 희귀하기 짝이 없는 광역의 피해를 입히는 신기이다.

저 멀리에서도 열기가 전해지며 신력에 간섭이 들어오는데 이건 얕볼 상대가 아니다.

잠시 확인한 검을 든 자세에서도 엄청난 단련과 접근전의 수준이 느껴진다.

원거리와 지원의 마도뿐 아니라 근접계열도 만만치가 않다는 뜻이다.

거기에 관리계열 여주신이기도 하다니 연산력으로 전장을 주도하며 마도를 구현하면서 달려들면 굉장히 까다로울 것이다.

아니, 전투계열과 관리계열을 동시에 저 정도 수준으로 이루고 주신에 도달할 정도로 마도까지 다룬다면 그야말로 굉장한 존재다.

어떤 주신도 한 분야정도만 특별히 강하다.

둘 이상은 힘든데 셋 이상을 주신에 도달할 정도로 수련하고 단련했다는 어이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너와 저런 여주신이 있는 신계가 어떻게 망하기 직전이 될 수가 있지?

아니, 저런 마도의 주신을 누가 어떻게 타도했어?”

“상급신의 신격만으로도 이 정도면 주신의 신격으로는 너 혼자서는 도저히 안 돼.

우리들 중 둘이라면 물론 이길 수는 있지만 제압은 불가능해.”

“저 괴수신들이나 신기 외의 주요권능은 뭐야?”

“그……, 그게.”

연속된 곤란한 질문에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과거 자신의 신계에서 다른 신족과 마족과의 투쟁에서 모두 이겨 승리의 연회에서 자신을 제외한 오딘과 다른 고위 신들이 효용가치가 끝나고 위험한 권능을 지닌 그녀를 완전히 취하게 하고 처리를 하려고 했다.

모처럼 긴장을 풀고 주신조차 신체를 마비시키는 독이 든 술을 다량으로 마신 로키나가 오딘의 기습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필사적으로 공격을 피해 도망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얼마 후 완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의 배신에 대한 분노로 눈이 뒤집힌 로키나가 잔존한 반란세력을 모두 이끌고 실체화시킨 육전형 이동요새 펜릴과 함께 쳐들어왔다.

그 때 신계 주신이었던 오딘과 대부분의 고위 신들이 그녀 손에 모두 죽고 신계는 거의 망해버렸다.

자신은 날뛰는 펜릴을 박살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성을 찾고 보니 폐허밖에 남지 않는 신계였다.

로키나는 전쟁 중에 행방불명되었으며 자신이 거의 망신창이가 된 신계를 이끌고 여기 여주신들과 연합을 하게 된 것이 과거의 사정이었다.

그런 치부를 절대 자세하게 말할 수 없었다.

다만 고유권능만은 말해 줄 수 있다.

“권능의 이름은 이면주신(裏面主神).

신계주신의 권능과 신격을 받아서 신계의 발전과 전투에 한해서 그 이상의 위력을 구현한다.

그런데 절대 저 정도가 아니었는데 본래 위력이 저런가?

젠장-! 오딘 놈이 저렇게 해주었으면 금방 전쟁도 끝냈겠다.

도대체 어떤 신계 주신이 자신의 권능을 저 정도까지 허락을 해주었지?

반란이 두렵지도 않나?

거기에 저 정도의 마도를 구현할 정도의 예산과 정기까지 주다니 정말 부자인가 보네.

이렇게 후한 주신이 어디의 누구야?

얼굴이나 보았으면 참 좋겠다.

권능을 보니 적어도 최고위 주신이상에 마도신 계열인 것 같은데?

어라 잠깐?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인데?”

주변의 여주신들이 그 말에 딱딱하게 표정이 굳어간다.

정말 어리숙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기에 신계 주신도 이제까지 해온 토리나다.

아무리 주신이 많고 주우주가 넓어도 마도의 최고위 주신은 거의 없다.

거기에 상상도 못할 부자에 하위 주신들에게 상상도 못할 만큼의 후한 대우를 해주는 주신은 자신들이 아는 한 하나다.

자신들의 현재 신계 주신인 차원의 최고위 주신인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그런 자신들의 놀람과는 별도로 로키나의 11겹의 마력의 원이 공간과 권능을 잠식해 온다.

그리고 등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던 6쌍의 빛의 날개가 그대로 분해되며 영역을 구축해간다.

‘어찌 이 현상을 잊을까?’

이것이야 말로 모든 권능 중에서도 최상위의 위력과 습득 난이도를 가져서 주신이상의신이 없었는데 자신들의 신계주신이 근원의 칭호의 도움으로 최고위 주신까지 개발한 기적과 같은 권능이다.

중급 주신을 돌파하여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차원의 권능은 마도와 신력을 공존시키는 파괴와 창조를 동시에 구현하는 법칙의 창조였던 것이다.

그 위력으로 자신들의 신계 주신은 대신족의 주신과 비견될 만한 강함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그 차원의 권능을 ‘이면주신’이란 권능으로 강화해서 달려들어 오면 이건 심각한 사태다.

아니, 도대체 왜 같은 신계주신을 모시는 자신들을 공격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우려와 고민의 핵심을 찍어내는 영창이 뒤를 이어 울린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진정한 차원의 권능으로 세계의 법칙을 바꾼다.

차원천라(次元天羅)-!

조건은 외부 권능 발현 금지하고 오로지 신체의 권능만 허락한다!”

수많은 빛의 깃털로 변한 날개가 결국 차원의 권능을 구현하고 외부로 발산되는 모든 권능을 막아버린다.

자신들의 신계 주신의 고유권능에 당하는 황당한 사태에 당혹해 할 시간도 없이 살기 넘치는 음성이 울려 퍼진다.

“자아-! 진심으로 싸워보자.

수많은 신계를 멸망시킨 파괴신이며 반려를 죽여 스스로 신계 주신이 된 너희들 따위를 결코 내 위의 상급자로 인정을 할 수 없다.

거기에 어딜 감히 반역자며 악녀들 주제에 신계의 신계관리주신에 후궁이 되느냐-!

더구나 몸만 썩을 무식한 토리나의 동료 따위를 용서할 수 없다.

너희들은 전장이나 정령계나 하위신계에서 구르는 것이 어울려-!”

“저 머리만 썩을 로키나 주제에 내 몸이 어때서-!

그리고 난 신계 주신을 안 죽였고 네가 거의 죽였잖아-!

나는 그냥 모든 힘을 잃고 다 죽어가면서도 신계 지위를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치기에 편히 가라고 숨통만 끊어주었다고.”

끝까지 말로 지지는 않으려고 발악적으로 외치는 토리나에 비해 여주신들의 표정이 무척 심각해졌다.

어차피 사정이야 어떻듯 사실이 그렇고 워낙 비난을 많이 받다보니 적이 욕하는 소리 따위에 화가 나지는 않지만 외부로 발현되는 권능이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정말 차원천라(次元天羅)다.

위력이 조금 다르지만 거의 흡사해.

외부로 발현되는 모든 권능을 봉인했던 차원의 권능과 마도다.’

이래서는 전력의 반도 안 나온다.

그나마 믿고 있던 주신에게 3배의 타격을 강요하는 주신살(主神殺)도 과연 상급신의 신격을 가진 저 마도의 주신에게 먹힐지가 의문이다.

거기에 저 쪽의 전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마력의 유동이 심상치가 않을 정도로 급상승되고 있는 것이다.

쿠우우우우웅우웅-! 쉬이이이익-!

지축이 뒤흔들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거대 괴수신들이 움직인다.

늑대신이 걸음이 내딛을 때마다 허공에 뜬 뱀 신이 땅을 스칠 때마다 신계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와 무게다.

그런데 이제 신체를 활용한 물리력만으로 저것들을 타도해야 한다.

도대체 얼마를 직접 타격으로 부수어야지 끝장이 날지 감이 안 잡힌다.

분명 저 정도 괴수형 거대 요새라면 재생능력까지 있을 것이고 그럼 정말 끝이 안 날 수도 있다.

더구나 적들의 사기가 올랐는지 주신급 이상의 신들이 신계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저들의 객관적인 숫자와 신격으로만 따지면 자신들의 2배를 이미 초월한 상태다.

“일 났다.

불리해.

더 시간을 주면 위험해.

사정은 나중에 확인하고 지금 당장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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