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6화
12권
소름이 오싹 끼친다.
방금 저 ‘펜릴’이라는 거대 늑대신 덕분에 수십의 주신들이 농락을 당했는데 그것도 제성능이 아니란다.
그런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무슨 최종병기 느낌이 난다.
아니, 그 정도는 될 것이다.
괜히 내가 나와 같은 중요성을 가진 주신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뭘 전멸시켜? 신계?
내가 신계 주신인데?
이 여주신이 정말-!’
나의 눈빛이 살벌해졌지만 이제 꺼림 없이 나에게 요염한 눈웃음을 건넨다.
“훗훗-! 하지만 당신이 투자자이니 완성되면 소유권은 넘겨 드리죠.
후궁의 제안도 생각해 보지요.
반려는 임명할 생각은 없으신 것 같으니 정식 후궁의 대표도 손해는 아닌 것 같군요.
이렇게 마음대로 하시는 것을 보니 반려는 아직 없는 모양이죠?”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를 투신에게 반려는 사치다.”
“예예. 과거부터 당신들은 그렇게 원하는 대로 살다가 전장에서 죽거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지요.
그때는 어리석다고 생각했는데 부하가 되고 보니 나름대로 흥미롭군요.”
“쓸데없는 소리이다.
모든 정령신들을 집합시켜라.
신계로 바로 이동한다.”
바로 지금 이동하겠다는 말에 로키나가 당황해서 말한다.
“잠깐만요.
저들은 바뀐 이력서에 따른 연기를 할 줄 몰라요.
가르칠 시간이 필요해요.”
“무슨 소리냐?
신계에서 연기를 할 필요 따위는 없다.
내가 평판과 행동에 주의하라는 것은 신계 외부와 주신계다.
완전히 바뀐 이력에 적응을 할 때까지 그들과 접촉을 금지시키고 적응시켜라.”
나의 말에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한 로키나에게 한마디를 더해주었다.
“네가 아는 ‘토르나’가 신계관리주신이면 짐작이 가지 않는가?
나의 신계의 주신들은 모두 정령계 출신이며 고위신들의 대다수가 정령신 출신이다.
이력서의 조작정도로 속일 수 없다.
그들과의 알력의 조정이 너의 일이다.”
그 말에 잠시 멍해진 로키나가 다급하게 자신의 계약서를 뒤진다.
얼굴이 새파래지는 것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계약해지를 하려고 한다.
지금도 저들을 보면 다 때려치우고 싶어질 것 같은데 더 있다고 하니 황당하겠지.
찾고 있는 것은 물론 계약해지시의 보상 부분이겠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호조건 속에 단 하나 집어넣은 치명적인 독소조항이다.
간단하게 신계가 납득할 만한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 둘 경우 100배의 보상을 하게 적어두었다.
이 사항은 신계의 신들이 스스로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거의 사문화되었지만 내 신계는 경우가 다르다.
아마 정체를 알게 되면 이 중 반수는 진저리를 칠 것이다.
‘모두 얽히고 얽힌 원수사이다.
하지만 신의 수가 워낙 부족하니 놓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결코 지불할 수 없는 100배의 계약포기 보상이다.
다른 조건이 너무나 후하기에 계약서도 승인을 했다.
일명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신계에 뼈를 묻으렴.’이다.
결국 그 내용을 찾아내 확인한 로키나가 나를 보고 허탈한 음성으로 말한다.
“자의적인 계약파기에 따른 피해보상을 일반적인 보상에서 100배 이상을 한 이유가 있었군요.
너무 후한 조건이라 쫓겨나지 않는 한 스스로 그만둘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넘어갔지만 설마 그런 신계일 줄은-!
이건 사기예요.”
“자신이 없는가?
토르나를 이길 자신이?
아니, 신계를 제압할 자신이?
어차피 상대가 누구고 신계가 어떻든 이기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면주신의 이름을 가진 주신답게 저들을 이끌고 이겨내라.”
“그……, 그런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이런 신계가 안 망할 수 있는지……. 관두죠.
그래서 저를 이렇게 대우를 해주는 군요.
어찌 보면 신계주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저의 신성조차 인정하면서 말이죠.
과거 신계 주신을 잠시라도 해보았다는 사실 때문에 이해를 할 것이라고 믿는가요?”
“정답이다.
최선을 다해라.
지원은 얼마든지 해준다.
신계의 주신을 했던 너라면 나의 의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빛의 길을 이끌 신계주신 대리는 이미 있다.
너는 너의 본래의 신성대로 다른 모든 것을 이끌고 그들의 독선을 견제하고 경쟁하여 발전을 이끌라.
그 전에 막 유입된 정령신들을 이끌고 신계를 무사히 안착시켜라.
‘신계의 승리와 번영을 위해서라면 신계 주신조차 능가한다.'라는 이면주신의 신성에 기대하고 있다.”
“……내 신성이 이번처럼 원망스런 적이 없군요.
하지만 받아들이지요.
저의 새로운 신계 주신이시여.
당신의 기대에 응하겠습니다.
그 기대에 당신까지 수단이 될지 모르나 반드시 신계에 번영과 승리를 가져오겠습니다.”
“훗-! 원하는 바이고 감수하겠다.
신계의 승리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정직한 선언에 피식 웃으며 대답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차원의 문을 열고서 신계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다행히도 잘 끝났다.
이제 정리만 잘 하면 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던 과거보다는 낫지 않느냐면서 자문할 뿐이다.
광활한 신계의 대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단숨에 2단계를 뛰어넘어 최고위 신계가 되어 8배로 넓어진 신계였다.
과거의 포화상태에서 오히려 8배가 넓어져서 일종의 공백상태까지 발생할 지경이었다.
어떤 시설물을 새로 만들 여력이 없어 기존의 시설을 확장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어서 기존의 신계를 제외한 모든 구역은 공지상태였다.
그런 신계의 외곽에 무수한 신들이 갑자기 나타나자 비상사태가 발령된 것이다.
비록 신계간의 전투는 금지되었지만 비정규전은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지금 신계 주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대규모의 전투는 비상일 수밖에 없다.
급박하게 소환된 신계주신 대리와 신계관리 주신들의 주신전 가동에 신계 전체가 경계 태세에 들어갔지만 이미 외부를 통과한 저들을 막을 수 없었다.
“주신 공간이동 확인 30명-!
주신급 다수, 고위급 신들의 수 계속 증가 중.”
신계가 기계적으로 현황을 계속보고하자 당황한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주신이 30명이라고?”
“말도 안 돼-!
그런 대군이 어떻게 아무 탐색도 안 받고 이동해 오지?
주신계나 전뇌계에서는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
“주신계와 전뇌계의 권능은 제외.
지역 우주 이상의 초 장거리 공간이동으로 판명.
지금도 시행 중!”
“그게 가능한 일이냐?
주신도 아니고 저 인원이 모두 지역우주이상의 공간이동이 가능하다고?”
“주신으로도 불가능-!
창조신이상은 가능-!”
뭔가 상당히 기분 나쁜 신계의 단답식 대꾸에 신계관리주신들의 눈이 꿈틀거렸다.
뭔가 건방지고 도전적인 말투의 신계 자아가 신계 주신의 공백 기간에도 계속 거슬렸는데 지금은 도를 넘는다.
결국 그랑라아가 주신전의 영광의 자리에 낭패의 표정을 하고 있는 가이아나에게 물었다.
“가이아나. 신계가 왜 이러지요?
뭔가 기능고장이라도?”
“제가 상급 주신이라 그래요.”
“예?”
“신계는 자신의 동급이하의 주신의 명령을 잘 따르지 않아요.
신계수호를 위해 자아가 강해지고 자율성이 강해지죠.
최고위 신계가 지금 이정도 명령을 들어주고 있는 것도 차원의 주신께서 대리명령을 하고 가신 덕분입니다.”
“아하? 한마디로 신계 자아 따위가 지금 우리를 얕보고 있다는 소리야?”
흑발의 토르나가 신계관리주신의 자리에서 소리를 치자 더욱 곤란한 표정이 된다.
저 거친 입버릇은 아무리 교육을 해도 잠시 뿐이다.
나중에 더 철저하게 반복교육을 해야 한다고 다짐하며 대답을 한다.
“신계단위의 전투가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상황이라 더욱 그런 것 같아요.”
그 말에 관리계 주신들이 복잡한 연산을 마치고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맞습니다. 가이아나.
최상급 주신으로 거의 회복한 당신의 신격이지만 최고위의 신계인 자신을 통제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자아가 절대 명령권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동방어체계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건 주신계의 기본 사양이라 변경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곤란하네.”
주신전의 영광의 자리가 마음대로 변형을 시작한다.
의자가 완전히 펴져서 바닥에 내려앉아 침대처럼 변하고 강제로 가이아나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신계의 자아의 의지가 통보처럼 전 신계에 전달된다.
“상대 전력 최종 판정결과 최상급 주신이하의 주신을 핵으로 하는 수성전은 신계에 위험하다고 예측되어 자동방어로 전환합니다.
모든 신계의 신들은 통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신계방어막 전개.”
위이이이이이이잉-!
신계의 외곽에 신력의 방어막이 형성된다.
물질계와 비물질계를 가리지 않고 최고위 신계 등급인 일 천억 이하의 공격을 막아내는 막강한 방어막이다.
문제는 완벽한 방어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부러 만든 약점이다.
“그리고 신계 주신대리님과 신계관리주신들께서는 정문에서 요격전을 실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강제사항입니다.”
“뭐?”
“요격전?”
“그게 뭐냐?”
“강제 시행합니다.”
“야-! 설명 좀 하란 말이야.”
“최고위 신계의 자동방어체계로 전환된 이상 저보다 하위의 주신에게 상세히 설명할 의무는 없으며 명령권을 발동합니다.
전능신족으로서 권능을 보조하고 신계의 방어를 총괄할 신계 주신대리를 제외한 모든 신계관리주신은 정문의 사수를 하기 바랍니다.”
“뭐야-! 하위의 주신?”
단 한 번도 신계가 자동 방위태세로 전환되어 본 적이 없기에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없이 신계의 자아에 휘둘러지는 상황이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비상상황이 되자마자 본색을 들어 낸 것처럼 폭주하는 신계의 자아였다.
거기다 강제로 자신들이 정문으로 공간이동하자 이 이상 어이가 없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방어막 안쪽도 아닌 아무 보호가 없는 외곽이다.
좌우로 보니 신계 방어막이 엄정하지만 여기만 약하다.
거기에 정면에 마치 이곳으로 공격해주십시오 라는 표식을 하듯 빛의 길이 열리고 그 외의 지역은 정기흡수와 방어의 결계가 중첩되기 시작한다.
물론 자신들에게도 신계의 가호가 몇 배로 늘어났지만 정말 기가 막힌 사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신계 자아가 주신에게 결전을 강요해?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신계 방어의 기본 설계가 이런 것이었나?
주신계에서 핵심은 손을 못 대게 하더니 정말 지독하네.”
전투 8여주신과 관리 4여주신이 모두 정문 밖에 쫓겨나서 사수하라는 형국이다.
성질 같아서는 뒤돌아가서 박살을 내놓고 싶지만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신계의 가호가 신체를 강화시키고 권능과 신력을 올린다.
거의 상급 주신에 도달할 정도의 능력상승폭이다.
아무리 가호가 있어도 단계를 올릴 정도는 아닌데 전능신족의 가이아나가 보조를 하니 이정도인 모양이다.
불만은 있지만 기분은 더없이 고양되고 있다.
항성계 안쪽이라면 차원의 주신에 의해 능력제한도 풀렸고 오래간만에 서는 전장의 긴장에 온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완전 종속신들을 교육 할 때와는 격이 다른 흥분이다.
파사사사삭-!
공간에서 호출한 신기와 전신갑옷들이 삼엄한 빛을 발한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단 무단 침입한 이상 아군은 아니다.’
더구나 어떤 의사표현도 없는 이상 무조건 적이라고 보아야 했다.
신계의 성벽에도 어느새 긴급 소환 된 투신들이 정렬하고 정문에는 태초의 투신들 전원이 집결을 해 있었다.
사생결단의 기세로 대립하고 있던 자신들이 맨 앞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저들이 뒤를 받치고 있으니 기묘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저들만큼 믿음직한 전력도 드물다.
“치이이이-! 어디 한번 죽도록 싸워보라 이거지?
해보자고.”
“아-! 나는 관리신이지 전투신인데 왜 최전선이야?”
관리계열 여주신들의 불평에 전투계열 여주신들이 쓴 웃음을 지었다.
정말 관리계열 여주신들이 전투에 약했다면 자신들이 친구로 받아들일 리가 없다.
자신들은 죽어도 아니라고 하지만 연산력으로 차원의 주신에게 완전히 털린 다음에 신계의 지원을 바탕으로 이미 공격 권능까지 어느 정도 익힌 것을 알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자신들보다 더한 전투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수한 권능의 빛들이 반짝이며 주변에 깔려가고 있었다.
토리나가 언제나처럼 믿음직한 ‘묠니르’를 최대한 키워 오른손으로 가볍게 휘두르며 앞에 나섰다.
어떤 적이든 주신이라면 쓴 맛을 보여줄 수 있다.
“구상한 것을 시험해 볼 수 있어서 좋으면서 빼기는-! 저기 온다―! 엥?”
아오오오오오옹-! 쿠쿠쿠쿠궁-!
어디선가 들었던 익숙한 늑대의 울부짖음이다.
그리고 전신이 빛나는 은색의 갑옷으로 완전히 무장한 거대한 은빛의 늑대가 자신들을 향해 허공과 대지를 교차하며 밞으며 달려오는 모습도 너무나 익숙하다.
“어어어? 펜릴?”
자신이 마치 먼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아니, 대부분 자신들의 진영에서 튀어나갔지만 마지막에 자신을 향해 달려들 때는 정말 악몽이었다.
그때 자신의 신계 주신도 저것에 끝장이 났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뒤 분명 자신이 산산조각을 내서 혹시라도 복구될까봐 파편까지 이계로 버렸는데 여기 있을 리가 없다.
로키나가 없는 이상 절대 수리도 제작도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저것의 제작비용에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의 신계가 휘청거린 것을 감안하면 누가 새로 제작을 한 것도 의문이다.
더구나 크기나 전해지는 위압감은 과거와 비할 바가 아니다.
“어라라라라라?”
하도 당황하니 입에서 헛소리가 나온다.
망치를 쥐지 않은 왼손으로 자신이 잘못 보았는지 눈가를 문지를 지경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공간과 대지를 울리는 발굴임이 몸으로 전해져서 이것이 현실인 것을 진다.
그리고 거대한 빛이 늑대의 전신에서 빛나면서 몸의 크기가 축소된다.
속도가 증가하며 공간까지 일그러질 기세다.
“진짜냐?”
저것은 너무나 잘 안다.
‘라그나로크의 유성’이라는 적대하던 신족의 진형의 한가운데를 가를 때 사용하던 돌진기중 하나다.
탑승자의 신격을 증폭하고 거대 늑대신의 어마어마한 질량과 속도로 신격의 고하와 수를 막론하고 죽이고 지나간다.
오딘도 저것에 직격당해 죽었다.
완전히 발동되면 결코 막을 수 없다.
어떻게든 완전한 ‘라크나로크의 유성’으로 변하기전에 막아야 한다.
아군에게 설명을 할 여유가 없다.
반사적으로 모든 신력을 끌어올리고 ‘묠니르’를 최대한 키우고 양손으로 머리 위로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정말 ‘펜릴’이냐-! 너냐-! 로키나-!”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천둥과 힘의 주신의 신력이 모두 담긴 ‘뮬니르’와 거대 늑대신의 머리를 보호하는 갑옷이 그대로 충돌하고 굉음과 폭발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역시 대신계용 거대요새다운 지독한 방어력이라 아무 타격이 없는 듯 거대한 머리를 들이민다.
까르르르르륵-!
중량에 밀려 힘에 상관없이 몸이 정신없이 뒤로 밀리고 있다.
대지에 박아 넣어 고정한 양 다리를 따라 고랑이 그대로 뒤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발동직전에 막아냈다.
뒤에서 다른 여주신들이 달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상대 주신들도 움직인다.
강자들의 증명인 삼엄한 투기와 기세가 중간에 맞부딪쳐 일렁거리고 있다.
이것은 과거가 생각나는 좋은 전장이었다.
다만 이렇게 밀려나는 추한 모습은 전혀 마음에 안 든다.
투신의 흉성이 얼굴에 떠오른다.
과거에 처절한 전투를 겪었던 상대와의 만남으로 완전히 살아난 투기와 함께 과거의 힘도 되돌아온다.
아니, 신계의 가호로 중급주신을 넘어서 상급주신을 향하고 있는 지금은 그때와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증가된 힘만큼 험악한 언사가 튀어나왔다.
“이 개새끼가 감히-!
또 한 번 박살을 내주랴?
배가역대(倍加力帯) ‘메긴 교르드(Megin gjord)’ 발현.”
꽈우우우웅-! 퍼어어억-!
신체의 근육이 한계를 넘어서 강화된다.
대지에 박아서 멈춘 양 다리가 허벅지까지 파고들었다.
이미 신기의 강도를 넘어서까지 단련한 신체였다.
거기에 힘과 육체를 2배 이상 강화하는 고유권능까지 동원한 이상 힘으로 밀린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거대 늑대신의 코 갑옷 부분을 양손으로 잡아서 힘으로 누른다.
꽈드드드득-!
갑옷이 우그러드는 소리가 전장을 울린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서로를 향해서 달려들던 주신들이 잠시 멈추었다.
거대 늑대신의 몸 전체를 코 부분만을 양 손으로 잡은 채 강제로 들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주신의 신체능력이 강대하지만 있을 수 없을 정도의 힘이다.
수 km가 넘는 거대늑대신의 몸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외치는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으드득-! 어떻게 재생되었는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아예 가루로 만들어 주마-!
그 전에 나와라-!
로키나-!
너인 것은 알고 있다.
너 외에는 이 빌어먹을 개새끼를 이렇게 고칠만한 마도의 주신은 없다-!
당장 나오란 말이다.
이 뇌가 썩은 년아-!”
꽈아아아아아아-!
욕설을 퍼부으며 양팔을 휘두르자 거대 늑대신의 몸체가 공깃돌처럼 적의 진영으로 날려진다.
상식을 초월한 완력에 아군조차 말을 하지 못하고 거대 늑대신의 몸체가 적 진영에 내리꽂히는 것을 쳐다보았다.
파아아아아아앙-!
적의 진영이 한순간 혼란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 1명의 주신이 날아오는 거대 늑대신을 향해 날아오른다.
탁-!
소음도 없었다.
마치 날아오는 공을 잡아채듯 허공에서 늑대신의 등 부분을 받아서 대지에 내려섰다.
쿠쿠쿠쿵-!
다리가 대지에 닿자 엄청난 중량을 증명을 하듯 굉음과 충격이 대지를 뒤흔든다.
어떤 속임수도 없이 완력만으로 받아낸 증거이다.
토리나의 눈이 한껏 치솟아 올랐다.
거대 늑대신을 허공에서 받아낸 주신이 지금 저 거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겨우 왼손 하나였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팅-! 팅-!
그리고 마치 가벼운 공처럼 한손으로 허공으로 튕기고 있다.
상식을 초월한 완력에 대한 가벼운 위력시위인 것처럼 오른 손에 쥔 망치를 거대화하여 가볍게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좌우로 가볍게 흔들어 보인다.
힘의 주신으로서 자존심을 뭉개는 완전한 도발에 투기가 폭풍처럼 다시 일어나는 토르나의 귀로 그립고도 증오스런 목소리가 들여온다.
“하아아아아아! 너는 정말 어디까지 망가진 것이니?
그러고도 대신계용 육전요새라고 할 수 있니?
아무리 임시처치만 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무력하다니?”
“끼이이이잉-!
끼이이잉-!
끼이이이이이잉-!”
‘제가 약한 것이 아니거든요.
저게 괴물이에요.
저번처럼 혼내 주세요.’
“변명은 닥치렴.
벌로 잠시 그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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