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4화
12권
신체를 가지고 이 주우주에 있는 이상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극적인 줄은 몰랐다.
최소한 권능이 아까보다 1할 이상 감소되어 버렸다.
신령만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무력감에 허탈할 지경이다.
그리고 각자의 눈앞에 전뇌계가 보낸 문자가 보인다.
자동으로 보내진 듯 동일한 내용이며 같은 조항이다.
‘그의 영역에서 주신급 이상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카르마의 수준이 중립이기에 앞으로는 대량살상을 자제하시고 정기를 벌기 위한 용병계약을 권합니다.
만약 악으로 떨어지고 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용병신에게 토벌이 되오니 주의를 바랍니다,
그리고 관리자를 신청하시면 세심한 내용전달과 편의를 보아드립니다.
주우주단위의 공간이동과 통신, 정보제공, 기계신의 판매와 후한 조건의 용병계약도 대신 알아봐드립니다.
지금 바로 신청하시면 특별히 첫 구매에 대해서 5할의 할인이 되오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마치 사기꾼이 물건을 강매를 하는 것은 조항에 기가 막혔다.
자신들은 주신이고 상위의 신이 아니라면 무소불위의 존재다.
그런 자신들에게 약간의 편의를 보아주고 관리자를 붙이고 강제로 일하게 하겠다는 소리다.
계약자가 당하는 것을 보고 비웃었지만 직접 당해보니 기가 막혀 웃음과 분노만 치민다.
“이 무슨 보기만 그럴듯한 사기계약인가?
이런 강제 계약을 짐이 할 것 같은가?”
“뭐야?
이따위는-!
치워라-!
감히 위대한 주신인 나에게 이따위 제약을 걸려하다니-!”
파아앗-!
엔릴이 대기를 조정하여 공간을 찢어발겼지만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커져서 시야를 막고 있다.
자신들보다 상위의 신격을 가진 존재의 권능의 행사였다.
더 커진 글자가 마치 도배하듯이 전 시야를 막아가고 있다.
그리고 주문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말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계약하세요. 계약하세요. 계약하세요.
그럼 편해져요. 그럼 편해져요. 그럼 편해져요.
출세할 수 있어요. 출세할 수 있어요. 출세할 수 있어요.
계약하세요…….’
끔찍한 활자와 언어의 폭력이 주신의 권능을 무시하며 전 시야와 뇌리를 가득 채운다.
피할 수도 없고 감당하기도 어렵다.
주변의 상황을 보니 모두 같은 상황이다.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드는 활자의 틈 사이로 보니 전력신력개방상태조차 풀려 미소년의 모습을 드러낸 계약자가 벌어진 흥미롭다는 듯 공격을 할 기미도 안 보인다.
이 상황이 재미있는 듯 싱글벙글이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듯 오른손을 주먹을 쥐고 왼손바닥에 친다.
“참-! 카르마의 계약서-!
난 하이엘프 제국을 제압하라고만 했지 절반이상 죽이란 소리는 절대 안했다.
배교자지만 대량살육을 알고 나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
저것들이 마음대로 한 거야.
나는 절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계약된 정령신의 대량살육에 의한 보정을 일시 정지한다.
이미 거의 계약관계가 파토난 이 상황이니 당연히 반영되겠지?
그것도 저들에게 개인적으로 반영을 해주지 그래?
무엇보다 실리가 중요하잖아?
비록 하이엘프들이 그들의 신으로 정식 임명된 나에게 배교를 해서 카르마 반영에 제외가 되었지만 카르마가 ‘선’인 하이엘프 5억이면 그게 얼마냐?
강제로 보충 시킬 좋은 기회야.
무엇보다 지금 난 저들보다 약해서 보충을 시키려 해도 감당이 안 돼.
카르마가 ‘극선이상’이지만 강하지만 ‘중립’인 저들 한정으로 약자인 나를 위해 조정을 부탁해.”
“검토……, 사실여부 확인.”
갑자기 나타난 화면에 배교자가 된 하이엘프 제국에 관련하여 계약자의 지시를 받은 장면이 나온다.
분명 배교한 하이엘프 제국을 막으라고만 했지 싹 죽이라는 소리는 안했지만 그게 그것인데 저렇게 말을 바꾼다.
‘어떻게 7써클이 1,000만단위로 우글거리는 하이엘프 제국을 상대로 사정을 봐줄 수 있는가?’
그나마 자신들이 정령신이라 토벌이 가능했지 주신이 직접 나서도 까다로운 상대다.
화면이 되돌아가다 배교자의 토벌이란 말에 흥분한 엔릴이 앞장서서 날뛰는 장면까지 나온다.
5억의 하이엘프가 반나절 만에 몰살을 당하는 모습이 빠르게 지나가고 함께 판결이 나왔다.
그 판정을 들은 계약자의 환한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인정-!
논란점에 대해 약자 수호의 원칙과 카르마가 상위인 존재에 대한 실리 보장 우선 적용.
계약자의 주장과 같이 명령과는 별도로 정령신들의 과다한 추가 살해행위라고 판정함.
계약자의 요청에 의해 하이엘프 제국의 엘프의 신의 배교행위에 대한 제외를 정지하고 대량살육에 대한 카르마의 부정 적용 개시.
각 개인에 대한 일억의 카르마가 선인 존재에 대한 대량살해에 의해 ‘중립’에서 ‘악’으로 재판정!
제재 시작.”
파우우우웅-!
황금빛 계약서가 빛을 발하자 갑자기 온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거기에 신체가 그대로 불타오르며 붕괴하려는 것처럼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아니, 실제로 주신의 신체조차 검게 그을리며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급하게 제공받았던 무한의 정기를 바탕으로 거의 대부분의 신력을 회복에 돌리자 겨우 멈춘다.
덕분에 가용 전력이 절반이상으로 줄었다.
계약자에게 일부 넘겨받은 차원의 권능도 모두 이 끔직한 부작용을 막는데 사용을 하니 이래서야 돌파를 해도 이계로 이동조차 할 수도 없다.
몸에 잠시 가해졌던 끔찍한 고통을 뿌리치면서 활자들을 치우려 했지만 이제 대부분의 시야가 막혔다.
무슨 권능인지 막힌 시야만큼 다른 권능의 관찰도 마비상태다.
완전히 눈과 귀를 막아버리고 모든 힘을 생존에 쓰도록 몰아넣고 있다.
정면에 조금 열린 활자의 틈사이로 더 강하게 입구를 막으며 싱글벙글거리며 웃는 계약자가 보인다.
혈압이 올라 소리를 쳤다.
“이 치……, 치사한 계약자가-!
과거를 가지고 이렇게 하다니-!
이게 투신이 할 짓인가?
정정당당하게 싸우란 말이다.”
“안 들려-!
자고로 싸우지 않고 이기면 그게 최고라고-!
어차피 갈 데까지 간 사이니 차곡차곡 정리하자고.
또 없나?
아-! 그렇지.
나 약자지.
이것도 적용이 가능하겠군.
카르마가 ‘극선’이상인 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약하고 착해서 너무나 감사해요.
푸하하하하하-!”
이제 파안대소를 멈추지 않은 계약자가 추가로 말을 하는 것을 듣고서 입을 딱 벌렸다.
“나 약해서 강자인 저들에게 바로 권능과 정기를 지불할 능력이 안 되서 힘드니 나중에 한꺼번에 갚게 조건 좀 바꿔 줘.
당연히 무이자에 무기한으로 말이야.
나는 카르마가 위대한 ‘극선이상’이고 재들은 용서 못할 ‘악’이니 판정을 잘 부탁해.”
“분석 중…….”
모두의 표정이 확 변했다.
지금 계약자에게 받고 있는 정기를 가지고 카르마의 부정을 막고 있는데 만약 저것이 반영되면 끝장이다.
다급하게 입을 막으려고 달려 들려하다가 다음 말에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승인.
논란점에 약자 수호의 원칙과 카르마가 상위인 존재에 대한 실리 보장 우선 적용.
정기의 보급 및 권능 지원 무기한 연기.”
파아아아악-!
당황해 하는 자신들에게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압력이 전해진다.
카르마의 권능의 부정을 거의 막아주고 있던 차원의 권능이 남김없이 사라지자 어마어마한 압력이 몸 전체로 전해져 그대로 땅에 박혀들고 꼼짝도 못하는 것이다.
거기에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과 함께 신체가 재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한다.
처음 느끼는 미칠 것 같은 고통이 신체와 마음을 뒤흔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모든 신력을 동원해도 정기의 보급이 없이는 겨우 진행을 멈추는 것이 고작이다.
끝없이 카르마의 부정으로 소멸되는 신체와 복구하려는 신력의 힘의 충돌이 더욱 고통을 배가시켰다.
거기다 시야를 가리는 활자와 머릿속을 파고드는 말까지 변했다.
“카르마가 ‘악’인 존재에게 용서는 없다.
부작용의 진행을 멈출 수 있지만 삶을 유지할 만한 용병신의 불공정한 계약만이 주어질 뿐이다.
거부하면 그대로 소멸하라.”
보기에도 서늘한 독설이 가득 담긴 문구다.
‘중립’인 때와는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한시라도 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어떤 계약이라도 서명을 하고 싶을 정도다.
바들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문자의 서명란에 손을 가져간다.
하지만 그 서명란과 손 사이에 발이 막아섰다.
그리고 계약자의 단호한 음성이 울렸다.
“그만-! 물러나라.
전뇌계.
너희들과 계약을 해도 어차피 이 부작용을 완전히 막아줄 수도 없으면서 사기는 그만 쳐라.
사기는 계약자인 내가 당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들은 나의 정령신이다.
처분도 사기도 내가 직접 한다.”
잠시의 공백 후 전뇌신의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오고 활자와 음성이 사라졌다.
“알겠습니다.
카르마가 ‘극선이상’인 차원의 예비 창조님의 의사에 따라 ‘악’인 존재에 대한 강제계약을 잠시 멈추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협조약속은 지켜 주십시오.”
“아아. 이번 조언을 해준 대가로 이제 최소한 적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고 가급적 따라준다.
그리고 현장요원도 정상적으로 살……, 살려는 주고 조언도 듣지.
으득-! 계약은 반드시 지킨다.”
차원의 예비 창조신은 속으로 탄식을 했다.
복수는커녕 잔소리꾼을 추가 했다.
이제 가끔 화면너머도 아니고 곁에 딱 붙어서 지지배배 울어댈 것이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밀려오는데 그 상황에서 답이 없으니 특급 전뇌신의 조언을 얻은 대가였다.
조언 몇 마디에 그 동안의 원한이 넘치는 과거를 눈감아주는 더럽게 비싼 대가를 치룬 셈이다.
‘능력과 경험이 부족하니 뭐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고 해도 조금의 도움에도 항상 과한 대가를 지불하고 언제나 참아야 해.
과거 담당자를 봐주어야 하다니 정말 미치겠네.
그래도 마지막에 제정신을 차려 취한 이득이 이들인가?
그래도 정말 이 양아치들을 거두어야 하나?
허허. 내가 지금 찬밥 더운 밥 가릴 상황인가?
나는 주력이 마도라서 창조신이상의 창조에는 반드시 외부의 속성력이 필요하다.
환수주신들의 속성력이 이계의 정령신보다 더 강대하지만 역시 창조신의 창조를 감당할 만한 주력이 되기는 힘들어.
이들의 잠재력이 환수주신보다 더 강하고 둘이 합쳐야 겨우 가능하단 분석이지.
결국 이들은 내가 창조신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지.
하지만 더 사고를 치면 내가 창조신이 되면 반드시 정리해고를 해버린다.’
나름대로 자신의 감정을 납득시키며 상황을 본다.
카르마가 ‘악’인 존재에게 부과되는 신체소멸과 고통에 신음하는 이계의 정령신들이 땅에 쓰러져 신음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투는커녕 모든 신력을 동원해 버티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이들과 싸울 필요가 없어지자 마도 증폭으로 차원의 예비 창조신으로 신격을 다시 회복했다.
어이가 없지만 자신이 카르마가 ‘극선이상’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최고위 신계로 승급된 관리영역만 정상화되고 예비 창조신이 된다면 ‘절대선’이 될 귀하고 귀한 존재다.
창조신이 된다면 조 단위의 지성체를 부양할 수 있는 주신성을 찍어 내듯 만들어 주우주를 번영시킬 수 있는 그의 카르마가 절대 지지하는 존재인 것이다.
당연히 그의 영역 내에서 모든 법칙은 자신을 지지한다.
자신보다 상위의 카르마를 가진 존재와 관련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전에는 창조신이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고 이것을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며 피눈물을 흘렸는가?
당연히 이계에서 깽판을 치다 신체를 잃고 귀향까지 오고 거기에 다시 돌아가 난리를 치려는 저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가 정한 카르마의 계약의 안에서라면 방금처럼 얼마든지 우회가 가능하고 이렇게 짓누르는 것이 가능하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해결되었을 확률이 큰데 이미 결정된 사항을 바꾸어 보겠다고 무식하게 설치고 들이밀다가 꼬인 상황이었다.
이게 억울하면 우주의 발전과 번영에 봉사하여 나보다 카르마를 개선시키면 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발전은 희생을 부르고 많이 올린만큼 아차하면 왕창 깎여 나간다.
자신은 그 희생을 불공정 계약을 통해 스스로 지불했지만 너무나 힘든 삶이었다.
그래서 신체가 소실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그들을 보며 저절로 한마디를 했다.
“난 70년이다.
나는 그 긴 기간을 그 고통 속에서 버티면서 용병신으로 불공정 계약을 반복하며 악착같이 개선하면서 살아남았다.
괜히 죄 없는 나를 너희 꼴로 만든 신계를 말살하겠다고 덤빈 것이 아니야.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당장 뒤집어엎고 싶다.
어쩌다 신계 주신이 되어서 이렇게 하고 있지만 말이다.
휴우-! 생각을 말자.
받아라.”
투욱-!
다시 아까 꺼냈던 카르마의 계약서를 던졌다.
최초에 맺은 정령신 계약서인 것이다.
“서명해라.
조건은 전과 동일하다.
과거의 불공정 계약을 해제하고 나의 차원의 권능을 회수하는데 동의하면 이대로 보내준다.
그의 영역을 벗어나면 너희들이 받고 있는 제약도 풀릴 것이다.
그리고…….”
투우우우우욱-!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분량의 계약서가 쌓인다.
아니, 탑이다.
서류의 탑이 순간에 5개가 쌓였다.
본래 이 정도는 아니지만 도저히 이 양아치들을 믿을 수가 없다.
착하게 알아서 못 살면 강제로 하게 만든다.
“규격화된 새로운 정령신 추가계약서다.
별 것 없다.
단지 정기를 받은 만큼 복종을 한다는 본래의 계약서지.
거기에 세부사항을 조금 자세히 집어넣었다.
천천히 읽고서 서명을 하도록 해.”
자신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다.
하긴 자신은 70년을 버티고 살아남았으니 별 감흥도 없겠지만 막 당해보니 이건 끔찍할 정도다.
주신의 신체를 마치 화형을 시키듯 야금야금 소멸시켜 온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서류뭉치를 잡았다.
이대로 던져버리면 끝이다.
이 따위 고통에 굴복해서 절대 복종의 계약을 하려고 악착같이 살아온 것이 아니다.
굴복하느니 차라리 소멸이 낫다.
계약을 해제하고 벗어나서 이계로 돌아가면 이 끔직한 억압도 풀릴 것이다.
그런 결심을 다들 했는지 계약서류를 움켜잡았다.
하지만 다음 말에 마구 흔들렸다.
“카르마의 부작용은 이 주우주에서도 다시 나와 정상적인 계약관계가 되면 풀린다.
아니, 오히려 나의 ‘극선이상’의 카르마가 지금처럼 긍정적으로 적용되겠지.
너희들도 잘났지만 그것만으로 그렇게 급속도로 강해진 것이 아니다.
나의 정기뿐만 아니라 높아진 카르마가 영향을 준 것이고 그것은 저 환수주신들이 증명한다.
저들은 그 대가로 지불한 것은 정상적인 계약관계인 절대복종이지만 다른 주우주에 살던 것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강함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나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너희들이 이계로 돌아가면 겨우 잠재력이 뛰어난 주신에 불과한 존재가 될 것이다.
거기에 이계에서 복수를 한다고 파괴활동을 하면 이계의 제재도 받게 되겠지.
그럼 지금처럼 급속한 성장은 영원히 끝나고 다른 이계의 주신보다 열악한 조건에 처하게 된다.
모든 것은 공평하고 공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 문서는 본질적으로 저들과 동일한 계약조건이니 믿어도 된다.
이제 선택은 너희들이 하라.
완전한 복수를 위해 절대 복종을 하며 잠시 견딜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평범한 존재로 돌아갈지 말이다.”
저절로 손에 힘이 빠져나간다.
단 하나도 틀린 점이 없는 사실이다.
비록 자신들이 강하고 잠재력이 강하다고 하나 이 성장은 비정상적이다.
이 주우주에서 최상위의 카르마를 가진 계약자와 무한의 정기가 아니라면 이런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신체도 가지고 가려고 한 것이다.
계약자의 진정한 차원의 권능이라면 이계에 있어도 카르마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이대로 이계로 돌아가도 아무런 지원 없이는 복수는 고사하고 정기부족으로 힘이 퇴보가 안하면 다행이다.
허름한 계약자가 다시 제안한 후한 계약이란 것을 안 것이다.
그래서 참을 수 없는 소멸의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구겨진 서류를 펴고 읽기 시작한다.
거기에 다시 계약자가 던져준 환수주신들의 계약서가 추가됐지만 두 개를 동시에 펴고서 점검을 시작한다.
자존심상 어떤 사기계약이라도 준수를 해야 하기에 사전에 점검을 해야 한다.
다른 이계의 정령신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타들어가는 몸을 참아가며 서류를 펴고 있다.
그런 자신들의 모습을 어느새 압축된 행성들을 파괴하고 도착한 환수주신들과 정령주신들, 정령신황들이 포위를 했지만 상관은 없었다.
계약자는 자신들이 필요하고 계약을 준수를 하는 한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줄 것이다.
어차피 더 이상 탈출을 해도 이대로는 이계로 돌아갈 힘이 없다는 것은 자신들이 잘 알았다.
억지로 이동을 하려고 했다가는 카르마의 부정이 절대 고이 보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 것이다.
‘카르마가 '악'이 되자 모든 법칙이 자신들을 배척하고 직접 소멸하려 든다.’
소멸을 하는 고통보다 모든 것으로부터 배척을 받는 이 느낌은 처음 맛보는 공포였다.
계약자가 왜 카르마라면 이를 갈면서도 벌벌 떨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혀를 깨물어 피를 흘리면서도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이계의 정령신들의 모습은 처절했다.
황당하게 지독한 임신의 비를 해제하고 독기를 잔뜩 품고 쫓아온 정령주신들과 갑작스런 마도의 해제로 겨우 누릴 수 있던 전성기 시절이상의 힘을 다시 잃고 주신급으로 떨어진 정령신황의 분노조차 그 모습에 질려버릴 정도다.
신체가 검게 소멸하고 재생하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입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기계적으로 서류를 넘겨간다.
이미 탑에 가까이 쌓인 자신들의 정령신 계약서류를 책자정도의 환수주신의 서류와 비교하며 넘기는 모습에서는 처절한 한이 넘쳐흘렀다.
그 모습에 포위만을 하고서 경계만을 하는 것이 전부다.
자신이 만든 대신계용 거대 괴수형 육전용 이동요새 ‘펜릴’을 보고 접근하다가 엔릴에게 목이 날아갈 위기를 겪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던 이면주신(裏面主神) 로키나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정령계 외곽문을 누구도 통과하지 못하게 봉쇄하고 있는 차원의 예비창조신에게 묻는다.
“저들은 도대체 누구죠?
보통의 주신들이 아닌데?”
“그냥 구제 못할 양아치다.
이계의 주신이니 이력서도 수정할 필요도 없고 나와 계약한 정령신이니 완전종속된 것과 같다.
나와 계약이 끝나면 이계로 돌아가서 원하는 대로 깽판을 치다가 사라지겠지.
권능과 능력만 필요할 뿐 여기의 신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라.”
차원의 예비 창조신은 짧게 그렇게 말을 하고 끊었다.
말을 해보았자 경계심만 잔뜩 올릴 과거야 모두 알고 있지만 해보았자 문제만 생긴다.
자신의 과거를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도 안다.
공감이 가는 곳도 있고 같이 분노를 할 수도 있다.
하나 이들이 가는 곳은 복수의 길이고 자신이 가는 길은 생존의 길이다.
같은 고통을 가졌으나 길이 달라 결국 끝까지 같이 갈 수 없으니 이것이 옳다.
‘나 역시 그를 만나서 8써클의 마도와 칭호를 받지 않았으면 저들처럼 살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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