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4화
11권
빛의 화살들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가는 모습과 함께 간사한 늑대신이 뒤로 황급히 뛰어서 도망치는 것이 보인다.
불길한 예감이 확 든다.
저 늑대가 불리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칠 간사한 짐승은 맞는데 머리 위에 신랑월신(神浪月神) 아르테미스는 절대 그렇지가 않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그녀가 조금 불리하다고 도망을 칠 리가 없다.
혼자 적진에 돌격하고 고립되어도 마지막에 자신의 신체를 폭주시켜 자폭하면서 행성의 달과 적의 군세를 모두 날려버린 죄목으로 여기로 보내진 정령신이다.
그런 성향의 그녀가 타고 있는 한 저렇게 무조건 후퇴할 수 없다.
그런데 거신족의 무기에 박살난 빛의 화살들이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보인다.
아니, 파손되면 사라져야 할 권능의 화살이 마치 발동조건을 갖추는 것처럼 거신족의 주신들의 주변에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려있다.
거기에 뒤로 방방 뛰는 늑대의 머리 위에서 달의 신력을 극한대로 끌어 올린 그녀가 재조준을 하며 노리는 곳은 거신족의 주신들이 아닌 땅에 떨어진 활의 파편들과 대지였다.
거기에 늑대신의 신체에서도 신력의 빛이 빛나며 대지를 진동시킨다.
“설마 합동권능?
차원천라(次元天羅)-!
조건은 권능 공간이동-!”
파슈슈슈슈슛-!
내 주위에도 자욱이 뿌려졌던 빛의 활의 파편들을 남김없이 먼 허공으로 날린다.
거기에 다시 빛의 화살이 쏘아지자 빛의 화살의 파편을 쫓아서 공간이동으로 먼 허공으로 같이 날아가 버린다.
아니, 공간이동이 아닌 차원이동이다.
공간이동과 동시에 시간까지 조정되어 피할 수 없는 파괴영역을 만들었다.
나의 보다 높은 수준의 차원의 권능이 아니라면 권능의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구속력을 가졌다.
도대체 얼마나 익혀낸 것인가?
내가 검색이 안 되고 그 복잡한 차원의 권능을 이렇게 조합까지 하다니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굉음이 허공에서 들려왔다.
꽈르르르르르르릉-!
눈이 멀 것 같은 강한 빛과 굉음이 먼 허공에서 터지고 그 여파가 땅으로 압력으로 내려 꽂혔다.
그 충격에 잠시 거신족의 주신들조차 몸이 뒤흔들릴 정도다.
“늑대신의 신력과 본인의 신력에 살신의 권능, 차원의 권능까지 조합한 광역 합동기인가?
최고위 주신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위력이군.
그런데 지금 계약자인 나도 노린 것이 확실하지?
빛의 화살의 파편이 나까지 날려져 폭발영역에 포함되어 있었어.”
나의 시선이 거대한 은빛 활에 활을 시위에 다시 거는 모습이 보인다.
늑대신의 머리 위에서 머리끝까지 자란 찬란한 은발을 가진 여신이 아쉬운 듯 혀를 차는 것이 보인다.
“쳇-!”
“역시냐-!”
저 소리에 저절로 이마에 핏대가 솟구친다.
역시 복수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주할 생각들이 맞았다.
원래부터 정기를 제공하는 계약자에 대한 예의나 도의 따위는 쓰레기통에 처박았으니 배려는 고사하고 도주를 막았다고 죽이려 든다.
역시 본래의 세계의 창조신이 못 견디고 추방한 이계의 정령신 들답다고 해야 할 정도다.
더구나 카르마 성향이 원래 악에다가 정령신의 계약 상태라고 직접 가산이 안 되니 마구 날뛰고 있다.
하긴 그의 영역에 든 이 주우주만 벗어나면 카르마의 제약은 아예 없으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여기서 살아야 하는데 이게 무슨 횡포인가?
겨우 신계에 받아들여지고 예비 창조신이 되었는데 이계로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니, 흑마도사가 빛의 신이 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비웃음을 당할 확률이 크다.
나도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웃음만 나온다.
그러니 역시 잡아서 강제 계약해지를 하고 신계로 끌고 가야한다.
내게 배운 차원의 권능과 마도로 분탕질을 하면 카르마가 얼마나 부정의 가산을 할지 모른다.
이제 내 정령신이 아니라고 변명을 해보았자 저렇게 뚜렷하게 나의 차원의 권능이 보인다면 용납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2명은 여기 있는데 다른 3명은 어디 있느냐는 점이다.
광역 은신의 권능을 쓰는 엔릴의 주변에 있을 것인데 확인이 안 된다.
이러다 또 기습이라도 당하면 정말 곤란하니 빨리 찾아야 한다.
그리고 왜 내가 이들을 찾아내지 못하는지 이유도 알았다.
이들의 제압은 거신족에게 맡기고 찾아야 한다.
“조심하십시오.
주신살의 권능까지 가지고 있어 방심하면 위험합니다.”
대답은 바로 왔다.
내가 화살의 파편을 먼저 날리지 않았다면 분명 모두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10명이나 되는 거신족의 주신들이 아무리 강해도 행성 위에서 주신을 하나 잡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자존심 문제다.
과연 저 멀리 공중폭발을 보면서 늑대신의 울부짖음으로 굳은 몸을 완전히 활성화하고 거산정도의 무기들을 높이 들고 휘두르기 시작한다,
휘이이이이잉-! 휘이이잉-!
워낙 거대한 무기들이 휘둘러지자 생기는 풍압자체가 곧 공격이 되어 늑대신의 발을 묶어간다.
하지만 머리 위의 달의 신력이 번쩍이자 바로 풀리고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기다 또 다시 달의 신력화살들이 엄청난 숫자로 쇄도하기 시작한다.
늑대신의 기동력과 방어력에 달의 여신의 공격력을 합한 상태다.
역시 늑대신과 달의 여신이 합세하여 서로를 보완하다 보니 제압하기가 엄청 까다롭다.
하지만 그 뿐이다.
주신성에서 발생한 거신족 주신들의 신력저항을 넘어서서 치명상을 주는 것은 무리다.
“허어-! 이거 대단하군.
우리 10명에게 대항하다니?
둘 다 있으면 최소 최상급 주신으로 봐야하겠군.
얕보면 안 되겠어.”
“미안하네.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도움을 받았군.”
“사죄의 뜻으로 저 늑대신의 껍질을 벗겨서 주지.”
“덤으로 이빨과 발톱도 뽑아버린다.
오늘 늑대고기로 포식 좀 하자.”
꽈앙-! 꽝-! 꽝-!
연속된 공격에 경미한 부상을 입어 노기충천한 그들이 달리는 발자국 소리가 마치 천둥과 같았다.
거신족의 주신들이 거대한 무기를 들고서 늑대를 향해 단체로 달려가는 모습과 약간 겁에 질린 늑대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피해 다니기 시작한다.
물론 화살도 머리 위에서 쏘지만 이미 몇 번 보여준 권능이라서 별 효과가 없고 이제 피하기까지 한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지만 제압에는 이상이 없다는 예상결과를 확인하고 다른 이계 정령신들을 찾는다.
그리고 다시 이를 부득 갈았다.
“으득-! 정말 그동안 많이도 빼갔구나.
내 차원의 신력고유 파장까지 완전히 복사하다니 말이다.”
이곳에 있을 것은 분명히 맞는데 도대체 확인이 안 된다.
아니, 주변에 가득 찬 이계의 정령신들의 것이 분명한 여러 가지 차원의 신력이 모두 나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본인조차 구별을 못할 지경이니 파장이 똑같다는 소리다.
“배신선택(背信選擇) 메데이아의 현혹의 마도인가?
환영과 변화가 그녀가 장기였지?
그런데 나조차 속일 수 있다고?”
이 모습은 모두 환영이다.
엔릴의 물과 바람을 이용한 은신의 권능과 메데이아의 환상의 마도가 결합되어 그녀들을 감추어 주고 있다.
거기에 나의 차원의 마도까지 정밀 탐색을 피하고 있다.
전능신족의 정령신황들도 지금 같은 은신의 권능을 발휘하여 엔릴과 싸우고 있는 이상 당장 확인을 불가능하다.
하나 타파할 방법은 있다.
정말 무식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강해져도 일반적인 주신은 권능의 제한인 100km를 넘길 수 없다.
이미 영역전체를 포함한 일천 km를 나의 차원의 권능으로 분리했다.
당장 튀어 나오지 않으면 여기 전부를 차원 신력포로 날려버린다.”
휘이이이이잉-!
빠직-!
대답은 역시 없고 나의 말에 잠시 전투를 멈춘 사이로 바람소리만 들린다.
이것들이 좋은 말로 하면 듣지를 않는다.
아니, 나도 일단은 주신이니 주신의 권능 영역의 열배를 차원의 권능으로 가두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아무것도 없는 하늘위에 나의 태양의 권능을 덮어간다.
황금빛으로 일렁거리는 거대한 구의 벽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어설픈 차원의 권능으로는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11써클을 유지 중이라 약간 무리가 가지만 나까지 공격을 또 하다니 가만 두지 않겠다.
9개의 마력의 원을 유지하며 영창을 한다.
“폴리모프 오브 기간테스 로드(Polymorph of Gigantes lord)-!”
후우우우우웅-!
허공에 거대한 심장의 박동이 울린다.
나의 마력이 혈육과 골격을 만들고 근육으로 덮어간다.
공중으로 떠오른 나의 모습을 기반으로 순식간에 거신족의 주신의 모습이 드러냈다.
연산력은 10써클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기에 다른 이들이 인식과 동시에 변형을 완료한다.
최대출력 일 천억에 도달한 지금 크기를 본래의 일천 km보다 더욱 키울 수는 있지만 일단 100km로 제한했다.
행성크기의 대신족이 상대도 아닌데 너무 커지면 제압하기가 곤란하다.
그래도 압축시킨 상태라서 방어력과 속력은 일반 거신족의 주신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올랐다.
빛의 날개를 휘두르며 대지에 발을 내딛자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린다.
바로 신력파동을 발산해서 모든 공간을 후려갈겨 엔릴의 은신을 강제 해제시키고 후려갈겨 정신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바로 차원의 권능으로 통상공간에서 분리 제압했다.
아무리 차원의 권능을 배웠어도 어차피 그가 준 나만의 마도이기에 결코 나보다 강대한 위력은 없다.
그리고 바로 손을 휘둘러 놀라서 촐싹거리며 뛰어다니는 늑대를 손바닥으로 때려잡는다.
꽈아아앙-!
“깽-!”
손바닥에 눌려 대지에 납작하게 박혀진 과거에는 하늘에 닿았다고 전해지던 거대 늑대신이지만 거신족의 주신으로 바뀐 지금의 나에게는 강아지보다 못하다.
그 늑대신을 손바닥으로 잡아서 하늘로 들어올렸다.
당연히 빛의 화살을 난사하던 여신도 갑자기 가해진 엄청난 물리력을 못 이기고 기절을 해서 이마에 묻혀 축 늘어진 상태다.
엔릴처럼 똑같이 겹겹이 제압해서 차원의 분리공간에 넣어버린다.
하지만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처럼 축 늘어진 늑대신은 특유의 방어력으로 잘도 정신이 멀쩡하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적진에 난입하고도 살아나오지만 무척이나 괘심하다.
“아오-! 계약된 정령신의 종속신 주제에 감히 계약자인 예비 창조신에게 덤벼?
이걸 지금 바로 구워먹어?
한 입도 안 되는 주제에 감히 어딜 날뛰느냐?
일단 목부터 따자.”
그대로 다른 손으로 머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몸통을 잡고서 힘을 주기 시작한다.
허리가 펴지고 몸이 길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대로 조금만 당기면 이런 쪼그만 새끼늑대 정도는 목이 날아가고 끝장이 난다.
“깨깽-! 깨갱깽-! 깨깽-!”
‘잘못 했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전 시킨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정신없이 비명을 지르며 의지를 보내며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에 일순 좋은 생각이 스쳤다.
가볍게 손을 놓자 겨우 부활한 신체가 죽음의 위기에 몰려서 흘린 눈물과 침에 범벅이 된 늑대머리가 드러난다.
“너 이들이 도망가고 모의하는 것 다 보았지?
내 질문에 잘 대답하면 살려주고 더 정기를 주마.”
“깽-! 깽-!”
‘말씀만 하십시오!
주인님-!’
당장이라도 좋다고 꼬리를 흔들고 복종의 표시로 배를 보일 기세다.
역시 이 늑대는 생존의 화신답게 금세 타야할 배를 잘 갈아탄다.
그런데 어째 이 간사한 늑대와 내가 겹쳐 보이는 것이 착각이겠지?
난 그래도 지킬 것은 다 지킨다.
“어떻게 내 차원의 탐색을 회피한 것이냐?
다른 3명은 어디 있느냐?”
이것이 문제였다.
거신족의 주신으로 변하자마자 공간전체를 아군을 피해서 신력의 파동으로 일단 후려갈겼는데 그녀들이 없다.
엔릴의 권능을 복사한 전능신족의 정령신황들도 더 이상 적의 기색을 못 읽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늑대신이 공손하게 의지를 보낸다.
‘이미 밖으로 도망갔습니다.
주인님이 정령계로 들어오시며 열린 입구로 들어오시는 동시에 나갔지요.
용량제한이 걸려서 저희들은 잠시 남았습니다.’
“뭐야-!”
‘저희들은 여기서 관리자들과 주인님을 교란을 하고 있으면 외부에서 출구를 열어주기로 했습니다.’
띵-!
이제 머리가 달그락 거릴 지경이다.
자기가 정령계로 들어오는 순간과 동시에 빠져나갔다면 당연히 모른다.
자신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직접 내가 정령계로 뛰어 들어올 것을 알고 준비를 한 모양이다.
오래 같이 있었더니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
역시 사기는 친한 사이끼리 치는 것이 맞았다.
내 성향을 어느 정도 잘 아니 이런 탈주도 가능하다.
그리고 신들의 출입증은 신력의 파장이다.
그것을 그대로 복사한 상태에서 동시에 교차해서 통과했다면 이제 예비 창조신이란 고위층이며 나 역시 통과 중이기에 아무런 재확인도 하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갔을 것이다,
아니,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사이가 좋았나?
열리는 순간 동시에 빠져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내가 이 안에 있는 이상 나의 신력파장으로는 다시 열어줄 리가 없다.
동시에 외부와 내부에 같은 신이 있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열려면 엄청난 인증절차를 속여야 한다.
아무리 메데이아의 전공이 현혹의 마도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의문이 또 있다.
이들은 절대 이렇게 사이가 좋지가 않다.
“서로를 어떻게 믿고서-!
너희들은 출신만 같은 이계지 원수보다 더한 사이였잖아?”
‘그것이 상황이 조금 바뀌어서 동맹을 맺었습니다.
499 주우주영역내에서 서로 배신하지 않는다고 카르마의 계약까지 맺어서 믿은 것입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도대체 무슨 소리냐?
정령계에 갇힌 정령신이 바뀔 상황이 어디 있다고?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나?”
‘여기 정령신들과 모두 원수가 되어서 싸우다 보니 서로 동료가 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도 황당해서 내 차원의 공간에 축 늘어져서 기절해 있는 이계 정령신들을 쳐다보았다.
‘깨워서 물어보자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겁나니 관두자.’
이들이 나의 능력의 급상승을 몰라서 이렇게 쉽게 당했지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바로 도망쳐서 못 잡았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의 정령신황들이 무엇인가 납득이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찾으시는 것이 그들입니까?
그럼 모든 정령신과 원수가 된 것이 맞습니다.
‘종언(終焉)의 여깡패들’들은 유명하지요.
하도 분탕을 치고 다녀서 원한이 없는 정령신이 없습니다.
위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정말 가관이더군요.
툭하면 시비에 싸움, 대규모 전투까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저 당혹스런 별칭은 또 뭐냐?
무슨 짓을 했기에 ‘종언(終焉)’이란 소리를 들어?’
여기서 종언은 절대 ‘죽거나 없어져서 존재(存在)가 끝남.’이지 ‘은거하여 여생을 보냄.’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싸우면서 죽지 은거를 할 성향들이 안 되고 또 평소 원한을 산 주변이 그렇게 안 둔다.
‘여깡패들’이란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무슨 사고를 쳤기에 모두와 원수를 졌다는 것인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종언의 여깡패들이란 악명은 왜 또 달았냐?
무슨 불량아 집단도 아니고……, 맞구나.
정확하네.’
머릿속에서 화려한 부채로 입을 가린 채 교소를 흘리며 태양의 권능과 검을 휘두르는 모습과 거기에 이계의 여정령신들이 날뛰는 모습들을 합쳐서 생각해 보니 깡패들이 맞았다.
그것도 자기만 생각하고 어떤 말도 안 통하는 양아치다.
거기다 마신조차 토벌하는 하이엘프 제국의 절반인 5억을 반나절도 안 되어서 말살한 존재들이다.
“휴우우우우우우-!”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피로가 밀려오고 긴 한숨이 나온다.
추가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다.
생각해 보면 최고위 주신이 된 나의 고순도의 정기를 바탕으로 정령신황조차 능가할 힘을 되찾은 이계의 정령신들이 정령계라고 얌전히 지낼 리가 없다.
아마 내키는 대로 행동하며 깽판을 쳤을 것이다.
아니, 천조대신(天照大神) 아마테라스의 기고만장한 성격상 여기서 신국을 세운다고 난리도 쳤을지도 모른다.
그녀들은 신족이나 출신이 이곳이 아니기에 당연히 받아들여질 리가 없고 가혹한 처분과 저항이 들어왔을 것이다.
거기에 반항과 징계를 반복하며 원수를 엄청 늘렸을 것이 뻔하다.
대군들의 전투와 특화된 그녀들의 권능상 집단으로 억압한다고 해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고 바로 정령신 모두와 전투를 벌인 모양이다.
수가 적으니 당연히 은밀 권능으로 치고 빠지는 유격전을 벌였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조차 파악이 안 되는 은밀 권능은 그 부산물인 셈이다.
다시 확인해 보니 주신에서 최상급의 권능이라 자신의 차원이라면 별 어려움이 없이 인식이 되어야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안착이 되어 인식을 어렵게 한다.
그런데 얼마나 난리를 치고 도망 다니며 전투를 벌였기에 이런 숙련도인지 모를 지경이다.
거기다 둘은 잡았지만 셋은 놓쳐버렸다.
내 신력파장을 완벽히 가지고 있으니 메데이아라면 수월하게 탈출할 것이다.
이 3명이 이계로 돌아가서 무슨 짓을 할지는 명확하다.
‘종언의 파괴신들이 되겠지?
얼마나 부수고 죽이고 다니려나?
내 카르마를 어느 정도나 갉아먹을까?
절대 카르마 증강에 도움이 될 성향이 아니니 늦으면 늦을수록 피해가 커져.
신 모집도 정리가 안 끝났는데 이제는 거기까지 가야해?’
그러니 속에서 영혼이 토해지는 것과 같은 한숨이 계속 밀려왔다.
“에휴우우우우우-!
내 팔자야.
이제는 이계까지 가서 잡으러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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