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243화 (154/2,000)

제 243화

11권

“하……, 하겠습니다.”

여기까지의 분석이 끝나자 칭호가 이제야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근원의 칭호를 받은 절대자’에서 ‘그에게 3가지 대가를 지불하기로 약속하고 진정한 근원의 칭호를 받은 절대자로서 현재 극히 일부만 활성화된 어리석지만 용감한 자.’가 확인되었다.

그 화면을 뚫어져라 보던 최상급의 전뇌신이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다시 차렸다.

진정한 근원의 칭호란 의미는 단 하나였다.

“칭호의 본류(本流)다.

칭호를 받은 세류(細流)나 쟁취한 지류(支流)가 아닌 진정한 칭호이다.

모든 세계에서 단 108명만이 가질 수 있는 칭호의 기원을 가졌다.

관리등급을 초특급으로 올려라.

난 이 사실을 절대계에 직접 보고하겠다.

아니? 잠깐 뭐야?

이 발동조건들은?”

최상급 전뇌신 조차 일단 나타난 칭호에 정신을 빼앗겼다가 대가로 지불하기로 한 세 가지를 보니 저절로 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말 미쳤구나.

하필이면 이런 발동조건을-!

이러니 저 꼴이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것이냐?”

진정한 칭호의 대가로 지불하기로 한 것은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더 오래 산다.’, ‘자랑스러운 존재가 된다.’, ‘도움이 된다.’라면 대부분 상위의 존재에게 도움의 대가로 바치는 ‘영원한 충성’보다 너무나 가볍다.

하나 그 기준이 문제였다.

하루살이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니나 하루살이가 인간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창조주조차 초월한 그에게 수명 따위는 당연히 없고 그를 이길 존재역시 없기에 영원하기에 도저히 치를 수 없는 대가다.

자랑스러운 존재역시 같다.

전투력 측정이 불가능한 그를 제외한 현재 절대계 서열 1위이며 그의 후계인 유일용신제(唯一龍神帝)조차 너무 약하다고 구박과 수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하고 있다.

그 유일용신제의 전투력은 혼자서도 창조주들 전부를 감당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무슨 수로 강함만이 전부라고 믿는 그의 자랑이 된다고 조건을 달은 것인지 의문이다.

마지막이 더 가관이다.

그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한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주우주의 제압을 순식간에 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강대한 존재다.

그의 목적이 ‘영원한 행복’이 아닌 ‘영원한 지배’였다면 이미 상황은 끝나있을 것이다.

결론이 나왔다.

진정한 칭호를 가졌지만 위의 세 가지 조건이 이루어질 가망성이 없는 이상 결코 완전가동은 불가능이다.

단지 지금처럼 겨우 칭호를 받은 세류 정도의 권능의 지원만이 가능할 뿐이다.

허탈한 심정이 몰려왔다.

“어이가 없군.

쓰지도 감당도 못할 보물산을 지고 있는 개미 꼴이면서 저렇게 살아남아 있다니.

어떻게 그 부담을 감수하고 살아남았는지 모르지만 딱하군.

관리등급은 초특급은 취소하고 최상급으로 올리고 현장관리요원도 보내서 지원을 하도록 하라.

혹시라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조금만 더 개발해도 더없이 강력해질 가능성이 있다.”

“예-!”

전뇌신의 응답을 들으며 모처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칭호의 뒤에 붙은 말이 웃기는 것이다.

“풋-! 진정한 칭호를 가졌지만 어리석지만 용감한 자라는 평가라니?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도전했다던 그분들의 이야기가 생각나는군.”

그가 절대계의 제압을 끝내고 한참 뒤에 태어난 평범한 전뇌신인 자신과는 관계없는 정말 먼 신화 속에서 이야기였다.

가장 존귀하고 강대한 팔 인의 절대자들과 초월자 두 명이 자멸해가며 미쳐가는 창조주에게 도전하며, 초창기에 들었던 것은 비웃음이었으나 끝까지 살아남아 승리한 그들은 절대계의 불멸의 전설이며 그의 기원이 되었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그도 없었다.

화면에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완전히 치료하고 이동해가는 차원의 예비 창조신을 보며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부디 끝까지 살아남아 성공하기를 바란다.

절대 불가능이겠지만 새로운 1,000번째 주우주의 창조주님이 되기를 기원하지.

끝없는 발전의 관리를 운명으로 받은 우리에게도 주우주가 더 필요하다네.

발전이 멈추면 우리는 대신족으로 재활용되기 때문이지.”

화면 위의 차원의 주신은 앞장서서 공간이동을 하면 전진하는 전능신족의 과거 오리진을 쫓아가며 이를 부득 갈고 있었다.

분명 이계의 정령신들의 느낌이 강해지고 있는데 전혀 좌표가 잡히지 않는다.

“지독한 은신의 권능이로군.

도대체 얼마나 나의 차원의 권능을 파악했기에 이 정도로 탐색이 안 되지?

근접에서도 이러면 대책이 없다.

저 정령신황이 멀리 공간이동을 반복하며 움직이는 모습도 인지가 잘 안 되고 있다.

시야에 들 정도의 간격에서도 확인이 이 정도라면 정말 위험한 것이다.

‘아차 하다가 1방에 훅 간다.

주신의 암살자 형태인 그랑라하도 이 정도는 아닌데 어떤 권능인지 짐작도 안 가.’

신체를 다시 가지면 강력해질 것을 예상했지만 예측을 훨씬 뛰어넘었다.

정령계의 무수한 정령신들이 찾고 있는데도 흔적도 발각이 안 되고 혹시나 해서 문의한 전뇌계도 검색불가라고 나오고 있다.

그런데 관리자가 바뀐 것 같은데 지금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동일 권능을 복사할 수 있는 전능신족이 아니었으면 정말 놓칠 뻔했다.

자신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쫓을 이유는 원래 없어야 한다.

정령계를 신체를 가지고 탈주했으면 더 이상 정령신이 아닌 탈주범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과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도움이 된 적이 겨우 배교한 하이엘프 제국과 싸울 때 단 한 번 밖에 없었으면서 엄청난 정기를 받아가더니 탈주하는 순간까지 계약을 유지하며 최대한 흡수를 하고 있다.

이대로 계약을 유지한 채로 이계로 갈 기세고 그럼 추적은 더욱 힘들어진다.

거기에다 자신의 정령신인 이상 이들이 치는 모든 사고의 책임을 계약자인 자신에게 꼬박꼬박 물어올 것이다.

그러니 미칠 노릇인 것이다.

본래 세계로 돌아가서 얌전히 살 수도 있지 않느냐고?

거기 창조신이 이들의 권능이 강하다 보니 도저히 소멸이 안 되고 사고를 계속 치니 세계도 다른 신들의 감옥인 여기로 보내버린 여신들이다.

그들과 계약관계인 나 역시 그들이 나의 권능과 마도를 익힌 만큼 같은 수준의 지식과 정보를 얻었다.

돌아가면 무조건 이계의 창조신부터 죽이려고 달려들 존재들인 것이다.

물론 혼자서는 안 되니 의기투합까지 한 모양이다.

그러니 이렇게 사이좋게 집단탈주까지 한다.

“왜 정기는 흡수하면서 호출을 거부하는가?

거기다 추적조차 안 되게 결계까지 형성을 해?

끝까지 어떤 손해도 안 보려 하고 나를 괴롭히는가?

이렇게 떠나고 사고 치러갈 것이면 계약이라도 해지하고 가란 말이다!

그럼 고이 그대로 보내주마-!

이 불량 정령신들아-!”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를 치며 따르고 있는데 저 멀리 정령계의 결계벽이 보인다.

과연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아무리 결계를 강화해도 내가 계약자인 이상 계약의 끈조차 무시를 할 수가 없다.

내가 접근을 한 것을 안 전능신족의 정령신황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보고를 한다.

다른 정령신황들도 주변을 샅샅이 찾고 있고 거신족의 주신들도 파손된 결계주변을 그 거체로 완전히 가려 버렸다.

나의 마도의 권능의 유용성을 확실히 알게 되니 제대로 일을 할 모양이다.

전능신족의 전능신황의 깍듯한 어조의 보고가 무척이나 듣기 좋다.

이래서 사람은 출세를 해도 유능해야 한다.

“여기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결계를 일부 파손하다 저희 접근을 알아채고 바로 은신을 했으나 곧 찾아……, 억-!”

위기 감각을 느끼고 황급히 신영을 움직인 전능신족 정령신황의 오른쪽 어깨에서 신혈이 솟구쳤다.

그리고 권능으로 주변 전체를 후려쳐 간다.

파시식-!

그 여파로 허공에 갈색의 피부에 둥근 아담한 가슴과 엉덩이를 살짝 가린 무척이나 짧은 하얀색의 원피스를 입은 여신이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바로 인영이 다시 흐려지며 바로 인식이 흐려진다.

‘폭풍인멸(暴風人滅) 엔릴-!

내가 이 거리까지 인식을 못한다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야?’

그리고 그 여신이 허공에 살짝 이를 갈며 말하는 소리가 울렸다.

“너로구나.

감히 나의 고유권능을 흉내를 내서 우리를 찾은 신이-!

죽어라-!”

공격이 연속으로 가해지는데 정령신황의 반응도 심상치가 않았다.

자신이 모처럼 되찾은 신체가 피를 보자 치솟는 고통에 분노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격과 함께 걸쭉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정령신계라면 이쪽이 선배이니 역시 대꾸도 만만치가 않다.

고귀한 과거의 신분 따위는 쓰레기통에 공평하게 버리고 서로 헐뜯고 사는 것이 일상이고 봉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패배자의 의식까지 편히 재울 정도로 자비가 넘치지 않는다.

완전히 꼼짝도 못한 상태에서 멀쩡한 정신 상태로 비참하게 돌아가는 꼴을 보았으니, 더 울화가 치솟았을 것이니 욕도 엄청 늘었다.

“이……, 이 썩을 년이-!

겨우 이계에서 범죄를 저지르다 추방된 쓰레기 잡신주제에 고귀한 오리진이었던 나에게 감히 상처를 입혀-!

자신의 고유 권능에 역으로 수치스럽게 죽어라-!”

정령신황의 모습도 곧 인식에서 사라지고 허공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서로 은밀의 권능으로 자신의 존재들을 가리고 상대를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권능이라 서로 인식이 안 되고 또 다른 정령신황이 달려들자 이제 난전이다.

허공에 서로의 공격이 스치는 소리만 들린다.

어찌 조치할까 잠시 멈칫한 상황에서 대지가 울렸다.

그리고 너무나 거대한 은빛으로 빛나는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정기를 흡수하고 되찾은 늑대신의 신체의 크기는 거신족의 주신을 능가할 지경이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늑대신이 살기가 넘실거리는 눈으로 결계를 가로막고 있는 거신족의 주신들을 노려본다.

10km가 넘어 정말 구름에 닿을 것 같은 모습의 늑대가 목을 길게 하늘로 향하고 울부짖는다.

아오오오오오오-!

일순 거신족의 주신과 주변 정령신황들의 몸이 경직된다.

나조차 잠시 몸의 자유를 빼앗길 정도다.

‘신살’의 권능을 가지고 주신조차 먹어치웠다는 늑대신의 위압이었다.

어이가 없게도 아무리 잘 쳐주어도 주신급인 늑대신의 권능이 고위 신들의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막고 있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이들이 가진 권능의 진화와 강화다.

“치이-! 신살이 이제 주신살의 권능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냐?

이미 본래 가졌던 힘을 뛰어넘었구나.

계약유지에 정기의 소모가 급속도로 늘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물질생명체로는 최고위인 거신족의 주신과 본래의 신체보다 강한 몸으로 과거의 강함을 완전히 되찾은 정령신황들도 속수무책으로 잠시나마 제압을 당한 모습에 황당함을 멈추지 못한다.

거기에다 늑대의 이마 위에서 거대한 보름달의 환영이 떠오르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은색의 활이 한껏 당겨지고 빛의 화살이 쏘아졌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앗-!

길이만 수 km가 넘는 빛의 화살이 허공에서 분열되며 거신족의 주신의 급소를 노리고 빛의 속도로 날아든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수많은 화살들을 그렇게 쏘아댄다.

무한의 신력을 보장하는 달의 여신만이 보일 수 있는 최대출력의 연사공격이다.

그것이 원거리 공격의 신기와 결합되어 마치 빛의 비처럼 거신족의 주신들에게 내리꽂히고 있다.

그러나 저 정도로는 거신족의 주신에게 치명타를 줄 수 없다.

‘저건 실수로군.

너무 얕보았어.

일반적인 적들이라면 충분히 치명타가 될 공격이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저 거신족의 주신들은 정기가 흘러넘치는 주신성에서 자연 발생된 초월 물질생명체다.

일반적인 거신족에 비해 크기만 100배로 큰 것이 아니라 모든 능력이 그 이상이고, 특히 주적인 신력과 권능에 대한 저항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물리적인 공격을 제외하고는 신력으로는 타도가 곤란할 정도다.

저들도 잠시 미지의 권능이라 당했지만 바로 풀어버리고 방어할 정도는 된다.

역시 거신족의 주신이 노성을 지르며 무기를 꺼내서 신력의 화살들을 남김없이 쳐내고 있다.

무기에 걸린 신력저항에 빛의 화살들이 파편이 되어 안개처럼 시야를 가릴 정도다.

그리고 이들도 성깔이 만만치가 않아 험악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건방진 개새끼에 싸가지 없는 어린 계집이구나―!

어디서 기습이냐-!”

“정면에서는 어림도 없다.”

“거기다 영혼의 일격도 아닌 광역공격이라고-!

누굴 얕보는 것이냐-!”

“이 정도로는 방어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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