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0화
11권
그때는 분노로 일그러져서 일부로 감았던 눈이 다시 온 같은 상황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환하게 보여준다.
차원의 최고위 주신의 살기와 투기가 넘실거리는 신력 파동에 감추어진 너무나 절박한 삶에 대한 의지가 말이다.
명예를 이야기하는 자신들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고 발산하는 눈빛은 오로지 강해져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욕구만으로도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 정도의 강자가 어떤 사유가 있는지 모르나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삶을 갈구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살던 투신들에게 어떤 아름다운 이상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영겁의 세월동안 깨달았다.
“침묵은 거부다.
나의 강함과 신계의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어라.
대가는 넘치도록 후하게 줄 것이다.”
꽈우우우우웅-!
일순 신력이 급속도로 향상된다.
신력의 원에 떠오른 원안에 삼각형의 모양이 바뀌며 삼각형이 원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신력과 마력의 발산이 일순 멈추고 끝없이 흡수를 시작한다.
“그에게 받은 칭호는 ‘근원’이며 나의 마도는 근원학파이며 오로지 전장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 특화된 마도이다.
마도는 전능하지 않으나 무한하다.
그래서 어떤 권능이라도 모두 받아들이고 반드시 뛰어넘는다.
나는 완전한 11써클을 이루고 12써클이 되어 창조신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선’을 넘어선 ‘절대선’이 필요하고 창조신성급의 신계의 발전은 필수이다.
그럼 겨우 이 지긋지긋한 이용만 당하는 소모품의 삶에서 벗어난다.
이 길을 막거나 방해하는 존재는 모두 처분한다.
내가 겪은 약자에게 부여된 운명처럼 가장 잔혹하고 잔인하게 말이다!
카르마가 허용하는 한-!”
신령이 강제로 분해되며 근원의 길잡이로 흡수가 시작된다.
차원의 권능이 불가능한 것을 부분적으로 가능하게 하게하고 11겹의 마력의 원이 끝없이 강화되며 접촉된 신령들을 빨아들인다.
주신의 신격으로서 있을 수 없는 창조신의 신격을 통째로 흡수하고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발동한 고위의 권능조차 남김없이 해석되고 분해되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크어어어억-!’
‘혼자서 우리들 모두의 연산력을 뛰어넘는다고-!
카아아아악-!’
정령신왕들의 의지가 비명을 뿌리며 정령신계를 뒤흔든다.
처참한 비명과 함께 주변에 흩어져 있던 팔다리 부분이 구속력을 잃고 제일 먼저 흡수된다.
신령들의 일부분이 ‘근원의 길잡이’에 지팡이 자체에 11겹의 신력의 원이 일렁인다.
만족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떠오른다.
“너희들은 근원학파의 옛 종주들보다 다행히 도움이 되겠구나.
과연 과거 우주의 창조신들이다.
10써클의 추가 발동이 가능하겠어.
너무나 고맙구나.
신족에게 처음 받는 이익이고 호의다.”
정령신왕들에게 이대로 흡수당하면 정말 끝장이라는 처절한 위기감이 몰려왔다.
말이 좋아 창조신이지 주신이 창조신이 되는 경우는 과거의 우주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다.
신체와 신력을 되돌려준다고 하지만 과연 정상일리 없다.
아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 정도의 권능을 보이는 존재가 스스로 소모품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럼 자신들이 본래의 힘을 되찾아도 결코 과거의 위치를 찾을 리가 없다.
더구나 현재의 주신계라 불리는 지배층이 보인 자신들에 대한 혐오적인 반응을 보아서는 분명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려 들 것이다.
개인을 뒷받침하는 조직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자신들이 안다.
이대로 진행되면 정말 영구히 자신들이 부렸던 천한 신분의 투신들처럼 사냥개같이 부려지고 버려질 것이다.
그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자신들은 일족의 오리진으로서 일족을 재건해야만 한다.
비록 지금의 우주에서 새로운 일족의 오리진이 있겠지만 어차피 강함만이 있다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승가람마가 보여주었다.
복수도 생존도 힘이 있어야만 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는데 이제 신력의 원마저 빨려 들어간다.
정말 이 차원의 최고위 주신은 과거 최고위 창조신이었던 자신들 열 명의 연산력을 압도한다.
마도사 출신이라고 하더니 연산력만큼은 일반적인 신의 기준을 초월하고 있다.
“받……, 받아들이겠다.”
그 말과 동시에 흡수가 멈추었다.
자신들이 그에게 퍼부은 말을 그대로 복사한 것과 같은 질문이 되돌아왔다.
“카르마가 주제하는 권력의 개인 나의 개가 되겠다는 거냐?
창조신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고 공언하는 나를 맹종하시겠다고?
고귀한 신념과 명예를 버리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기를 원하는가?”
“신념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뿐이다.
이대로 다시 끝날 수 없다.”
“뭐, 상관없겠지.
나 홀로 모든 반란자들을 처리하기는 귀찮으니 쓸 만한 도구가 필요하니 말이다.
나의 하위 주신이 된 것을 환영한다.”
그대로 신령들에게서 지팡이를 뽑아들었다.
근원의 길잡이가 발하는 10겹의 신력의 원들을 보면서 차원의 주신은 아쉬움을 참을 수 없었다.
기회를 보아서 그대로 흡수해서 개인 전력을 강화하려고 했는데 이게 한계다.
‘이미 흡수용량도 꽉 차서 더 이상은 쓸모가 없으니 말이다.
정련된 데몬 아다만티움으로 다시 만든 근원의 길잡이로도 일반주신 이상은 무리인가?
제길-! 쉽게 강해진다고 좋아하다가 말았군.
역시 쉬운 것이 없어.
하나 겨우 창조신의 최하의 기준에 도달했다.’
하나 과거 창조신들의 팔다리를 흡수한 근원의 길잡이가 보여주는 증폭력은 10써클의 2중창이 추가다.
많이 흡수해서 더 여유가 있지만 더 이상의 출력은 바로 부서지기에 무리다.
그러나 드디어 최대출력이 1,000억을 뛰어넘어서 임시가 아닌 진정한 예비 창조신으로 올라섰다.
근원의 길잡이에 흡수당한 팔 다리를 완전히 잃고 납작해져서 땅에 내동댕이쳐진 반역 전문인 정령신왕들이 예뻐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더 급한 일이 발생했다.
‘윽-! 계약의 연결이 더 흐려져?
정령계의 결계를 통과하려하고 있는가?’
도대체 어찌된 된 일인지 이계 정령신들이 정령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황급히 확인을 해보니 방어신계가 창조신장과 전능의 휘님의 전투로 타격을 막느라 제어가 약해진 틈을 노리고 빠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예비 창조신의 신력에 도달하여 상승된 위기 감각이 경고를 보낸다.
이들이 이렇게 정령계를 벗어나면 진정 골치 아픈 일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저들은 최고위 주신이 된 자신과 계약해서 얻은 정기로 과거보다 더 강한 신체를 얻었다.
그리고 아마도 차원의 권능과 마도조차 일부 익혔을 것이다.
그러니 독하게 계약자도 무시하고 탈주 중이다.
아니면 정식 계약자인 자신조차 이렇게 확인이 안 될 리가 없다.
이대로 정령신 계약이 유지된 상태에서는 저들이 치는 모든 사고는 자신에게 복구 책임이 돌아온다.
가진 권능만으로 보면 일반 행성정도는 순식간에 파멸시킬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 자신들을 소멸시킨 적들에게 가진 원한들도 만만치 않기에, 돌아가면 바로 난리를 칠 것이고 거기에 자신의 책임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천신만고 끝에 ‘극선’이상 겨우 올린 카르마가 깎인다.
그래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하지만 신체를 되찾은 폭풍인멸(暴風人滅) 엔릴이 가진 바람과 물로 동화되어 버리는 은밀의 권능은 차원의 권능을 가진 자신조차 파악이 힘들다.
근처에 있다면 모를까 이런 장거리의 탐색은 안 된다.
오로지 같은 권능을 가진 정령신정도가 감지가 가능하고 다행히 여기에 그것을 복사할 만한 전능신족들이 있다.
권능의 기본적인 구성정보만으로도 어느 정도 구현하고 바로 추적이 가능할 것이다.
“처음 지령이다.
나와의 계약을 위반하고 도망친 이계의 정령신들을 잡아라-!
사고를 더 치기 전에 어서-!”
“…….”
감히 하위 주신주제에 대답이 없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주변상황을 다시 인식하자 할 말을 잊었다.
본인이 이들의 팔다리를 잘라서 흡수해서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깜박했다.
‘젠장. 개로 부리더라도 먹을 것과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었네.
그렇다고 다시 토해낼 수는 없고 이걸 어쩐다.’
세상 참 좋은 일이 생기면 꼭 나쁜 일도 따라오더라.
창조신들의 신령의 일부를 근원의 지팡이로 흡수하여 얻은 최대출력의 증가이기에 돌려줄 수 없다.
자신의 힘의 증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르마의 유지와 개선을 제외하고 최우선 사항이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 상태로는 제한적인 쓰임밖에 없다.
아니, 이계의 정령신들을 추적을 할 수 없다.
전뇌계도 제대로 수습을 하려면 자신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한데 저 은밀 권능이 자신의 차원과 맞먹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 파악이 곤란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기본적으로 사용할 만한 신체는 만들어 주여야 한다.
하지만 정상화된 이들을 막을 전력이 나 이외에는 아직 신계에 없어.
비록 지금 기준으로는 약하지만 과거 일족의 창조신이자 오리진이었던 최고위 주신 10명을 상급 주신 하나와 중급 주신들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장 구현도 불가능하지만 영구적이 아닌 제한되고 부분적인 중급주신정도의 신체라면 수월하게 가능하겠군.
예비 창조신의 신격이 되어서 나와 관계된 것만으로 제한하면 현실을 두 번 동시 부정할 수 있게 되었다.
카르마의 수준도 충분하고 마력조차 넘치도록 있으니 반드시 가능하다.
강력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만 넘치던 구 최종마도의 개선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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