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8화
11권
강압적인 태도와 협상에 대한 반발이 바로 나온다.
저렇게 삐지고 나면 더 위험한 의뢰만 골라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숨겨져 있는 강대한 정령신이라는 것에 더 흥미가 간다.
어차피 그에게 도움이 될 정도로 계속 강해져야 하는 내 팔자에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뻔할 뻔자다.
스스로 판 무덤에 안 들어가려면 발버둥 치며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긴 하지.
이계 정령신들보다 더 강한 정령신들이란 평가면 어느 정도인가?”
“어차피 이계의 정령신이라 해도 그의 영역 밖에서 특히 뛰어난 존재밖에 안됩니다.
그러니 499주우주에서 더 없이 뛰어났던 이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격이 다르지요.
이들의 제압이야 이제까지처럼 힘으로 하시면 되고요.
지금의 힘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절로 쓰디쓴 미소가 떠오른다.
저런 말투로 꼬이고 나서 가면 항상 최악의 의뢰와 전장이 기다라고 있었다.
‘역시 함정이군.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안 속아주어서 기분 나쁘니 고생 좀 해보라 이거지?’
교묘하게 듣는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고 달콤한 대가를 제시한다.
저런 말에 속아서 사지로 끌려간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하나 저런 사기 계약조차 잡지 못하는 존재들이 무수하다는 것을 알면 이런 감상은 사치다.
카르마의 개선을 위해 함정이 있는 기회조차 얻기 위해 발버둥 치던 과거가 얼마 전이다.
강해지고 신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어떤 위험도 감수한다.
막말로 죽지만 않으면 된다.
“정보를 넘겨라.
협상을 받아들인다.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하겠다.”
“올바른 판단이십니다.”
허공에 떠오른 양파지속의 정보를 흩어본다.
권능에는 찬탄이 나오고 마신이상의 죄목에는 한탄이 나온다.
다행히 위력만 높지 흉악한 효과는 적으니 이계 여주신들보다 제압은 편하다.
‘역시 기본 능력은 그들 이상이다.
하지만 죄목의 기초가 반역에 신족의 대량살해군.
지금 나랑 해보자 이거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권능들이 워낙 수준이 높아서 신계로 받아들여서 잘 활용하면 신계를 1단계 더 발전시킬 수도 있겠어.’
말없이 관리자에게 그 자료를 넘기자 확인 작업이 나온다.
“이들은 봉인을 한번 해제를 하시면 어떤 경우라도 절대 반품불가입니다.
그리고 본 정령신계에서는 이들로 인해 발생할 피해에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확인해주셔야 합니다.
즉 본인이 모두 여파를 감당을 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확인한다.”
“확인 및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잠깐의 망설임과 함께 허공에서 검정색의 말벌집이 내려온다.
분명 신령을 가둔 것 같은데 어째 마신보다 더 흉악한 분위기를 풍긴다.
거기서 신령들이 봉인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살기와 투기가 터져 나오고 신언이 몰려왔다.
“드디어 복수의 때가 왔다.”
“이 원한과 분노를 모두 갚아 줄 것이야.”
“나의 귀환을 공포와 절망으로 경배하라.”
‘너희들이 무슨 부활한 마왕이냐?
신들의 어조가 그게 뭐냐?
여기 정령신계는 제대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
지극히 고전적인 대사를 읊조리며 깨어나는 모습에 결국 커다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신령이 봉인에서 풀려나면서 하는 대사치고는 너무나 마신과 같은 모습들이다.
거기다 딱 보면 계약자이며 최고위 주신인 자신에게 바로 공격을 퍼부을 기세다.
봉인을 시킨 신족에 대한 증오가 물밀 듯이 퍼져 나오는데 용케 타락은 피했는지 마신이 안 되고 신족을 유지하고 있다고 의문이 들 정도다.
“휴우우우우우-!
말이 필요 없구나.
일단 제압하고 바로 전력으로 투입을 하자.”
나름대로 첫 대면이라 예의를 갖추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에 혈압이 솟구쳤다.
“오오오오오-!”
“부당한 주신계의 권력의 개를 죽여라-!”
“신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하여 이 목숨 바치리라-!”
아주 가관이다.
이제는 권력의 개라는 소리까지 터져 나온다.
권력의 단맛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맛보았다면 그러려니 할 것인데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더구나 신계의 자유와 평등을 지켜?
그게 도대체 어디의 말이냐?
신도들에게 절대복종인 신앙을 받고 사는 신들이 내뱉을 말이냐?
주우주의 발전을 위해 창조주님께 지성체들의 관리권한을 위임받은 관리자들이 할 소리냐고?’
“이 미친 것들이-!
너희들도 과거 최고위층이었던 주제에 내가 권력의 개라고?
말단 관리자로 소모품 신세 좀 벗어나자고 고생하는 나에게 뭐라고?
주우주를 관리하는 신들 주제에 자유와 평등은 또 뭐냐?
그 대가로 너희들이 받은 신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구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지?
그럼 좋아-!
버티는 놈만 계약한다―!
약한 주제에 입만 살은 것들은 필요 없다.”
막 강제 봉인에서 풀려나서 분노한 주제파악을 못하는 신령들과 저들이라도 고용을 해야 할 한심한 처지에 분노한 차원의 주신이 격돌하기 시작한다.
하나 어디까지나 신체가 없는 주신급의 정령신들이 최고위 주신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려면 10초 안에 모두 정리를 할 수 있는 상대들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권력의 개’라든가 ‘신계의 자유와 평등’이란 자신의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던 차원의 주신이 한순간 숨을 푹 쉬고서 말한다.
“직접 상대하기 하찮으니 그냥 숙여라.”
나름대로 자비를 베푼 말에 역시 돌아오는 것은 폭언과 욕설뿐이다.
아니, 오히려 기세가 더 등등해져서 약해진 권능을 발동해 온다.
과거 신도 1억 이상을 가졌던 수십 개체의 정령신왕들의 공격에 살기가 더해진다.
“닥쳐라-!
신령만 남았어도 우리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용서할 수 없는 그에게 빌붙어 우주를 바꾼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자유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신령이 소멸되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규율과 통제로 어긋난 우주를 되돌린다.”
꽈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고 자신의 신체를 파손하려고 하지만 차원의 권능이 온전히 발동이 된 이상 자신의 신력이상이 아니면 차원의 방어막을 넘을 수 없다.
차원의 방어막너머로 발버둥치는 정령신왕들을 보며 딱한 느낌이 들었다.
기록을 보아하니 신체를 잃고 바로 의지가 봉인된 이들은 아직 신체를 잃은 정령신과 주신의 차이를 모른다.
신체가 없는 상태에서 발산하는 권능은 어디까지나 무형이기에 상대방의 권능이나 신격이 현저하게 강하다면 어떤 타격도 줄 수가 없다.
그 차이를 타파하려면 전능의 휘처럼 상대의 신체 파괴를 노려야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신격의 차이가 나는 신체의 강도를 뛰어넘을 수 있게 권능을 추가발동을 시켜야 하는데 연산력의 소모로 속도가 늦어지고 접근전을 걸어오는데 누가 그걸 보고만 있겠는가?
바로 원거리 공격으로 끝장이 난다.
“하아. 정말 용쓴다.
정기도 바닥난 신령 주제에 권능을 강제로 끌어 올린다고 위력이 강해지니?
지금 너희들의 권능은 주신급이하라서 최고위 주신인 나에게 아무 영향도 못 미쳐.
신체가 있거나 하위신 대상 이면 모를까 지금의 너희들은 주신들에게는 허상에 불과해.
일단 머리가 먼 과거에 고정되어 있는 것 같으니 현실로 돌려주지.
그렇다고 부하가 될 상대를 다짜고짜 패기는 싫으니 지금 순순히 고개를 숙여라.”
“우리의 숭고한 결사항전의 의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럼 맞고 시작하자.
어차피 신령상태이니 죽지는 않겠지.
죽지도 않으니 부활에 들어갈 정기걱정도 없겠다.”
머리 위의 신력의 원이 마력의 원으로 바뀌면서 마도를 구현한다.
“어택 오브 기간테스 클렌.”
우르르르릉-! 우르르르릉-!
작게는 몇 백m에서 크게는 2km가 넘는 최상위의 거신족들이 연옥에서 소환되어 정령신계에 나타난다.
‘언제 보아도 크고 듬직하군.’
신족과 무식한 완력만을 내세우는 상대로 강하다.
본래 거신족들은 행성자체에서 발생한 초고위 물질생명체이며 정신체인 신족의 신력에 저항성이 있고 무지막지한 크기에 완력과 내구도, 회복력을 가진다.
행성표면이라면 동급의 신이 혼자서 상대하기는 절대 무리다,
대신족의 행성생체갑옷의 기본구조가 바로 거인신이라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비록 사령이 되었지만 그 기본특성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마력을 듬뿍 퍼부어 사령이지만 거의 실체화된 것과 같다.
등급도 이들과 결코 떨어지지 않고 우위에 있으므로 절대 무리다.
그런 거신족들이 수백개체가 나타나 그들을 포위하자 단숨에 기세가 꺾였다.
웃기게도 이들은 같은 사령이라서 확실하게 우위가 가려지는 순간이다.
신체가 없는 신령과 최고위 마신정도의 마력을 지원받는 거신족의 사령의 전력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신족과의 결전용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용도로군.
정말 세상이 즐거워.”
“잠……, 잠깐-!
주신이 왜 거신족들을 쓰는 것이냐-?”
“비겁하다-! 주신답게 직접 나서라!”
“미안하지만 나는 권력의 개라서 그런 것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나?
사정보지 말고 패라-!”
“알겠습니다.
잡아라-!”
“으와아아악-!”
도망가려는 정령신황을 거신족들이 거대한 손으로 잡아채서 그대로 땅에 내려 박는다.
정령신왕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리기 시작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크아아아악-! 이 무식한!”
“까아아악-!”
신족을 대상으로 하는 거신족의 전투패턴은 너무 간단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을 손으로 잡아채서 땅에 패대기치고 죽을 때까지 밟는 것이다.
손이 안 닿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행성의 자체방위용 초고위 생명체라서 기본적으로 대기의 조정권능이 첨부되어 있어
날아다닐 수 있고 공기를 제어하여 직접 잡을 수도 있다.
기동성도 행성 내라면 토지를 기반삼아 움직여서 신족보다 더 빠르고 완력역시 위다.
행성 내에서 신족이 거신족을 상대로 일대 일로 접근전을 하면 바로 신체가 박살이 난다.
우주로 나가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말이다.
행성에서 거신족을 진압하고 신계를 인증시킬 때 대부분 절반의 전력이 날아가는 이유다.
그런데 대다수의 정령신왕들이 파리채에 잡히는 파리 꼴이 되어 밟히는데,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용케 피하는 정령신과 공간이동으로 권능으로 회피하면서 공격까지 시도하는 정령신들이 보인다.
그리고 제압당한 정령신도 거신족이 위에서 방방 뛰며 밟는데도 무척이나 잘 견디고 있다.
“호오? 과연 전뇌계가 추천을 할만하다.
다들 잘 버티는군. 응?”
파시시싯-!
눈을 의심할 지경이다.
내 차원방벽이 녹아내리고 있다.
물리적인 방어벽이 아닌 공간계열의 최상위 권능을 능가하는 내 방벽이 양초처럼 녹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내 차원방벽을 융합시키고 있다.
‘내 차원의 권능과 동일한 권능이라고?
말도 안 돼-! 차원에 특화되고 그의 마도까지 얻은 나도 그 고생을 했는데 누가?’
그리고 무엇인가의 타격이 은밀하게 전해져 오고 갑작스럽게 이마에 위기감이 몰려온다.
금속음이 터져 나오고 그에 비례한 커다란 비명도 허공에서 흘러나온다.
‘차원방벽과 공간공격이지만 수준이 낮다-!
이런-! 피할 시간이 없다.’
까아아아앙-! 카앙-!
“아우우우욱-! 뭐……, 뭐야-! 몸이 무슨 갑옷?
왜 이렇게 단단해-! 으아악-!”
“분명 급소에 직격인데 통하지 않아-! 까아아아악-!”
투명한 공간에서 그대로 신령을 2명을 잡아채었다.
‘생체갑옷 마도기계신이 없었으면 커다란 타격을 받을 뻔 했다.’
차원의 방어막을 너무 믿었다가 맞은 실수지만 다행히 생체갑옷이 잘 막아주었다.
이들은 신체가 없으니 물리적으로 제약을 가할 수 없으나 나는 흑마도사다.
신령이든 사령이든 어차피 본질은 영이고 내 통제력을 벗어날 수 없다.
차원의 공간지배를 통해 흐릿한 두 신영을 제압하고 권능을 분석한다.
나의 차원의 권능이 주신급 정도로 약화되어서 발현되고 있다.
대적하는 상대의 권능을 이렇게 무한대로 복사가 가능한 신족은 오직 전능신족 하나뿐이고 이정도 수준으로는 나를 위협할 수 없다.
“이것 참-! 놀랐잖아?
차원의 권능을 복사할 정도면 최고위의 신족의 신령이냐?
내 차원의 권능의 일부를 복사해서 중화시켰느냐?
싸가지 없는 것들이로군.
그러나 감히 상위 주신의 권능을 허락 없이 복사하다니 죽을래?
아니, 너희들은 죽었지.
에잉-! 죽지도 않으니 전력으로 때려주마-!”
꽈아아아아아아앙앙-!
“커어어어어억-!”
“아아아아아악-!”
고통을 느끼게 부분 실체화를 시키고 바로 땅에 전력으로 박아 넣자 정령신계가 뒤흔들릴 정도의 굉음과 충격파, 비명이 울린다.
최고위 주신의 신체와 마도기계신이 합쳐진 완력은 결코 거신족에 밀리지 않는다.
더구나 연금의 여주신 헤파이스에 의해 재 정련된 데몬 아다만티움은 마력과 신력을 거의 완벽하게 융합하여 더욱 신체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당연히 전능의 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예비 창조신들을 능가한다.
그런 힘으로 전력으로 땅에 처박으니 유성에 직격한 것과 같은 엄청난 타격을 받아서 일순 신령이 흩어질 지경으로 무력화 된 것을 보면서 주변을 바라본다.
의외로 간단히 제압을 당하지 않고 이제 팽팽하다.
수가 밀려도 정령신 상태에서 병렬신력연결까지 하고 있는 신들도 몇 명이 보인다.
과거 신도 10억 이상이었던 정령신황들이다.
이들이 주도로 서서히 전세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그래도 정령신황이라 이거지?
반격을 할 여유도 있고?”
귀찮으니 신속 일괄 정리다.
그리고 제압하는데 시간을 너무 끌면 앞으로 부하로 써먹기 곤란하다.
“계약에 의거 당신께 합당한 상대이기에 청하옵니다.
상대는 정령신황-!
오소서-!
오랜 거인족의 주신들이시여!
더 어드밴트 오브 기간테스 로드스(the advent of Gigantes lords)!”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10개체의 거대한 몸을 가진 이들은 거신족의 주신들이다.
그것도 499주우주의 주신성에서 발현된 최고등급의 거신족의 주신들이다.
본래 아무리 커도 100m가 넘지 않던 거신족이 10km를 넘는 거체를 가진 그들이 정령신계로 구현 되어 대지에 뛰어 내리자 땅이 뒤흔들린다.
이들도 최고위 주신에 이른 나의 정기를 받았더니 거의 신체가 회복되어 거의 실체화를 이루고 있다.
더없이 발달된 몸을 번쩍이는 갑옷으로 감싸고 내려 보는데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설마 이계 정령신들처럼 연옥에서 탈출하는 사태를 벌이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거의 힘을 되찾았다.
‘이번에 전뇌계에 확실한 경고를 해두었으니 그런 짓은 안 하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관리자를 갈아 치워버릴 것이다.’
어차피 ‘절대선’만 되어도 그의 우주에서 어지간해서는 최상위의 발언권을 가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갑자기 등장한 초거대 거신족의 주신들의 모습에 얼이 빠진 정령신황과 황급히 고개를 숙인 거신족들 사이로 천둥과 같은 음성이 울린다.
“계약자여. 이제 우리 힘은 필요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대가 거신족의 주신으로 변하면 저런 신족은 아무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아니, 지금의 힘만으로도 쉽게 제압이 가능할 것인데 왜 우리의 힘이 필요한가?”
당연한 의문이다.
거신족의 주신으로 폴리모프해서 변할 수 있고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
일부러 이렇게 계약한 거신족을 소환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배운 것이 있다.
계약한 이계 정령신들이 탈주한 일은 최고위 주신에게 큰 흠집이 될 수 있기에 전뇌계가 그렇게 행동했다.
그러면 그럴 수 있는 여지를 모두 없애야 한다.
이들도 나와 계약했기에 나의 영역에 넣어서 관리를 해야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을 막는다.
그리고 이들은 비록 신격은 낮으나 중간계를 수호하다 명예롭게 전사한 자들이기에 예의를 지켜야 한다.
물론 내가 카르마가 악이었을 때 공평하게 대해준 이들이기에 그렇다.
“여기 정령신들을 고용하려 하지만 순순히 복종을 하지 않습니다.
신체가 없는 정령신들도 신계에 받아들여 신격과 권능을 활용할 생각이나 일반 신들과 상태가 달라서 어울리는 관리자가 필요합니다.
신계에 구현하시는 정기는 제공하겠습니다.”
그 말에 정령신황들이 너무나 당황해하는 얼굴과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거신족의 주신들이 교차된다.
“이해했네.
정말 마음에 드는 조건이로군,
나의 별을 빼앗은 원수 같은 신족들의 감시역할이라니.”
“패배한 우리들에게 기회를 주고 예의를 다해주는 것에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
그럼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돕겠네.”
“일단 상위자에 대한 예의부터 가르치지.”
“다른 거신족들은 물러서서 외곽만 막도록 해라.
너희들도 다친다.”
쿠쿵-! 쿠쿵-! 쿠쿵-! 쿠쿵-!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신장 10km 이상인 거신족의 주신들이 움직이자 황급히 상대하던 정령신왕들을 버려두고 물러서는 최상위의 거신족이 마치 소인과 같다.
10km의 신장들이면 어지간한 산맥정도의 거체들이기에 질량역시 무시무시하다.
그들의 걸음을 옮길 때마다 대지가 흔들리고 정령신황들을 압박해 간다.
본래 신계와의 결전용으로 힘겹게 계약한 이들이고 신족을 상대한다는 사실에 호의를 보이지 않았으면 힘들 정도의 강자들이다.
신체도 없는 정령신황들이 버틸 상대가 아니다.
파우우우우웅-! 꽈아아아아앙-!
하루살이를 잡듯이 휘두르는 손에 아까워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굉음과 폭음이 터져 나오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정령신황들이 나가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속이 다 시원하네.
과거의 권력자들 주제에 새로운 카르마의 질서에 적응을 못하고 낙오를 했다가 반란을 일으킨 패배자들이 어디서 고상한 혁명가 노릇을 하려고 시도하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일단 때리고 나서 시작하자.’
어차피 이계 정령신들은 신체를 가졌어도 절대 도망치는 것이 무리이다.
정령계에서 벗어나려면 이곳을 만든 창조신이상의 권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잘 숨어있지만 발견해서 제압을 하면 신계에 고용을 한다는 조건에 혹한 정령신들이 그동안의 두려움도 잊고 저렇게 벌떼처럼 찾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넓은 이곳이라도 시간문제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넓이의 발에 구타를 당하는 정령신황들의 비명소리가 폭음에 묻히는 모습을 보며 느긋하게 결과를 기다리면 끝이다.
물론 발견되면 직접 데리러 가야한다.
제압을 하라고 했지만 말이 쉽지 그 와중에 대형 사고를 칠 것이 당연 하니 말이다.
‘이제 그만 좀 하고 돌아가자.
여기는 하도 머리가 아픈 것들이 많아서 신계가 그리울 지경이야.
얼마 안 떨어져 있었는데 느낌은 엄청 오래 떠난 것 같아.
헌신서약 대신 줄 별들도 안타레스들이 어느 정도 조성을 마쳤을 것이니 마무리를 지어야 하고 그랑조아도 주신으로 복귀를 시켜야지.
그리고 강화된 축복의 모유도 준비가 다 될 시간이군.
위의 사항만 잘만 마무리 지으면 신체나 연산력 뿐 아니라 신력도 창조신을 넘어설 수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신계에서 집단 반란과 신계 주신의 약점 찾기 등의 연속 사고를 친 여주신들이 모범으로 보일 정도다.
더구나 그녀들은 신력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니 잘 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소록소록 피어나고 있다.
참 험한 세상을 살다보니 상황을 보아서 뒤통수를 치는 것이 정상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니 그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에게 호의가 생기는 것이다.
‘저것들에게도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자.
대신에 사고를 치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영원히 거신족의 주신들의 관리에서 못 벗어날 줄 알아라.’
거신족의 주신에게 계속 밟혀서 정령신황들이 납작해지는 모습을 보며 다짐을 하는 차원의 주신이었다.
차원의 주신은 거신족의 주신들에게 밟혀서 완전히 납작해진 정령신왕들을 빨래를 널 듯 허공에 매달았다.
이미 거신족의 주신에게 반항하다 완전히 정기가 고갈되어서 권능의 발휘를 못하니 온화한 대화의 시간이 온 것이다.
그리고 종이처럼 펴진 신령들의 얼굴에는 더 없는 고통의 표정과 굴욕감만이 떠올랐다.
차원의 주신의 말은 결코 어디에도 과거 창조신들에 대한 존중 따위는 없고 도발뿐이다.
“권력의 개의 힘은 어떤가?
신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희생하신 자칭 혁명가님들?”
“우……, 리는 굴복하지 않는다.
그의 우주의 주신에게 굴종하지도 않는다.
발전의 결과만을 보면 대량의 희생을 낳는다.
결과보다 올바른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생명을 돌보고 진화시켜야 하는 신족이지 악마족이 아니다.
그런 우리가 어찌 그런 무도한 짓을 해야 하는가?”
“좋을 대로 해라.
나는 너희들의 사상 따위는 관심도 없다.
필요한 것은 너희들이 쌓아올린 신성과 권능이며 즉 능력뿐이다.
그러니 빛의 신답게 자유의지로서 자율적으로 봉사하라.
대가는 정당하게 준다.
아니면 계속 승낙을 할 때 까지 처리를 할 뿐이다.”
“잔……, 잔인한 자여-!
우리들의 숭고한 희생과 의지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라.
까아아아아악-!”
꽈지지지직-!
신령들의 모습이 그대로 종이처럼 구겨진다.
그리고 이제 분노가 숙성된 차가운 음성과 함께 가볍게 들어 올린 손의 손가락이 까닥거리며 허공에서 춤추듯이 움직이며 구겨짐을 조정한다.
“숭고한 희생과 의지라고?
아하-! 신족의 약자에 대한 배려?
그런데 아무 죄가 없던 나는 왜 과거에 그 꼴로 살아야 했나?
출신과 세력만이 중시되는 이 따위 현실에 무슨 정의가 어디 있나?
너희들은 죽지도 않으니 누가 이길 때까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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