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6화
11권
이왕 벌어진 일 어떻게든 잘 수습해서 인정을 빨리 받아야지 사는 길이다.
지금이야 초창기라서 어느 정도 용납을 하지, 안정기에 들어가면 이번 일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
같이 징계를 받고 있는 정령 여주신들은 상관없지만 앞으로 경쟁을 해야 할, 이미 신계에 자리를 굳히고 있을 주신들에게 훌륭한 트집거리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굴러온 돌인데 박힌 돌들에게 박살날 건수를 만들면 정말 외부로 평생 굴러다닐 수 있다.
그걸 피하려면 신계 주신의 신용은 필수다.
어떻게든 다시 이번 실수를 만회하고 실적을 쌓아야 한다.
자기 이름이 그대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역시 한 번 시작한 징계는 끝이 없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집요하고 끈질기며 폭력적이다.
옆의 여주신이 창백해진 얼굴로 몇 마디 답변을 하다가 바로 징계다.
“이 철없는 것이 또 사고를-!
감찰과 감옥담당, 예비전력이 뭐가 어때서?
부하가 없어서 싫어?
살신의 권능을 가진 마신 출신 여주신에게 주어진 부하들이 참 견디겠다.
그런데 부하를 달라고 하면 누가 주냐?
여주신인 네가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늘려야 할 것 아냐?
넌 매가 약이다.”
“꺄아아아악-!”
찰싹-! 찰싹-!
바로 강제로 무릎에 엎어놓고 엉덩이를 쳐간다.
분명 중급 주신이 분명할 것인데 처벌에 용서가 없다.
당연히 반항을 하는데 일반 주신인 자신이 보기에도 끔찍한 화염이 피어오른다.
화르르륵-!
저건 아무리 보아도 주신의 신체로도 감당 못할 멸신의 권능을 가진 홍염이다.
그런데 차원의 주신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
오히려 차원의 주신의 빛의 날개에서 발생한 황금빛 태양의 신력이 화염을 억누르며 덮쳐갔다.
그리고 남김없이 삼켜서 무효화한다.
자신의 고유권능이 완전히 무효화되자 이제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을 짓는다.
“아? 이……, 이게?
말도 안 돼.
내 멸신의 홍염이 신족의 불꽃에 지배를 당해?”
“가소로운 반항이로고.
내가 태양신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었는가?
그런데 겨우 일반 주신의 화염의 권능으로 최고위 주신의 태양의 권능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느냐?
그리고 너의 멸신의 홍염은 이미 분석이 끝났다.
일시적인 화력으로는 나보다 나으나 영구적인 나의 마도와 근원의 일월에서 태양의 흑점염(黑點炎)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정상적인 홍염의 권능을 다시 회복하면 모를까 지금은 어림도 없다.
그런데 건방지게 어디서 신계 주신에게 통하지도 않을 멸신의 권능을 휘둘러-!
얼마나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릴 것이냐?
아니, 계속 맞다보면 철이 들 것이니 일단 맞고 보자.”
“꺄아악! 아아악!”
차차차차차찰싹-!
손이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휘둘러지는 손바닥과 강제로 무릎에 엎드려져 무방비가 된 엉덩이에 쉼 없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권능도 제압당하고 신체도 최고위 주신을 이길 수 없어서 꼼짝도 못하고 맞자 굴욕감과 고통에 울기 시작하지만 머뭇거림이 없다.
보아하니 주신의 신체도 못 견디고 엉덩이가 부푸는 것을 보니 정말 인정사정을 안 본다.
오히려 더 매몰차게 몰아붙이고 있다.
“잘못을 할 때 매를 아끼면 애를 버리니 고쳐질 때까지 패라고 했다.
반항을 하면 더 패고 도망치면 쫓아가서 더 팬다.
그렇게 패다보면 언제인가는 모범적이고 우수한 존재가 된다.
정말 옳은 소리야.
뭐 하러 이렇게 좋은 수단을 놔두고 듣지도 않을 말로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
앙심?
나보다 강해져서 이길 수 있는 존재라면 내게 맞을 이유도 없다-!
오히려 내가 맞는 한이 있어도 배워야지.”
“아흐흐흐흑-!
도……, 도와줘. 히메지나.
이 미친 주신이 나를 죽이려고 해.”
곤혹스런 표정으로 행성을 들고 있던 흑발의 여주신에게 번개가 일렁인다.
분명히 합동권능을 가진 동료 여주신이니 참견을 할 모양인데 곧 번개를 거두고 한숨을 푹 쉰다.
역시 둘이 동시에 덤벼도 안 되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죄인들은 잘 관리를 할 것이니 그만 용서를 해주세요.”
우둑-!
그 말에 엉덩이를 때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가만히 손을 내려놓고 말한다.
“마신족도 조금 있다만 다들 마신후보 정도이고 정체기라 가르칠 우수한 마신이 필요해.”
“신계에 무슨 마신족이?
그것도 마신후보라고요?”
“내 완전종속 마신족들이다.
창조신급 전장에서 싸운 용병대가로 넘겨받았다.
그런데 나는 빛의 주신이라 어떻게 그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잘 모른다.
이론과 실재는 다르고 오류도 용납이 안 된다.
그러나 과거에 최고위 마신이상이던 너희들이라면 쉬운 일이겠지.
그들을 마신으로 잘 이끌어 준다면 이 어수룩한 것도 잘 대해주마.”
“…….”
눈물이 그렁그렁 걸린 얼굴로 간절하게 바라보는 상위자와 차원의 주신의 말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말 그대로 본인의 완전종속이 된 마신족의 교관을 해서 마신으로 이끌라고 하는 것인데 쉽게 결정을 할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공개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마신족의 권능은 특수한 고유권능과 연결되어 있으며 반드시 살신의 권능이 붙어야만 마신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살신의 권능을 얻는 수련과정은 대부분 각 가문의 특수한 오의나 방법이기에 함부로 시행할 수 없다.
더구나 저 정도로 강대한 최고위 주신에게 마신들이 붙는 날이면 정말 상대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강대한 전력이 될 수 있다.
“공짜는 아니다.
철저한 보호를 해주마.
나의 신계에 속하고 있는 이상 외부의 압력으로 너희들에게 영향을 못 주게 해준다.
설사 예비창조신이라 해도 말이다.
창조신이상이라면 나 역시 힘들겠지만 최소한 본래의 신격을 회복할 정도의 대책을 부여하고 도주를 하게 해준다.
그리고…….”
차원의 주신에게서 즐거운 기색의 신력이 퍼지지만 그 내용은 더없이 싸늘했다.
“마신들로 순조롭게 승급된다면 너희들에게 가소로운 수작을 부린 예비 창조신에게 직접 복수할 기회를 만들어 주마.
거기다 너희 둘이서 죽이고 소멸을 시킬 수 있게 도와주겠다.
알고 있겠지?”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든 무릎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자 바로 징계가 떨어진다.
찰싹-!
“악-!”
이제 눈으로 확연히 보일 정도로 부푼 예민한 엉덩이에 다시 손바닥으로 타격이 가해지자 짧은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막으려고 양 손으로 애처롭게 가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보는 흑발의 여주신이 얼굴이 암울하게 물든다.
철없는 아이를 보는 어머니의 표정이다.
“비록 치료를 해주었지만 절대 너희들만으로 예비 창조신에게 복수는 무리다.
너희를 속이고 배신한 예비 창조신의 죽이지 않으면 마신족의 너희 일족은 결코 존재 자체를 용납하지 않기에 반드시 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화력을 담당하는 상위자가 이 꼴이어서는 오히려 다시 당하겠지.
아무리 강해도 마신족이 전직한 주신을 주신계가 예비 창조신을 무시하고 배려를 할 일이 없으니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나의 마도권능을 부여받고 강해지고 나의 영역에서 싸우라.
그럼 마신족의 일족에게 다시 인정을 받고 신계 주신으로도 살 수 있다.”
“예비 창조신과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저희들을 계속 끌어안고 가시려 하는지?”
“내가 정식 예비 창조신이 되면 어차피 그런 것들과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너희들을 치료한 이상 그 예비 창조신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이렇게 수작을 부리는 성향을 보아 중간계 출신인 나를 용납하지 않고 방해를 할 것이 분명하니 모두 기회를 잡아 소멸을 시켜야 안심이 된다.”
자신보다 상위인 예비 창조신들의 소멸을 단언하듯 말한다.
아니, 이 정도로 강대한 주신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최고위 주신이지만 그의 칭호를 가지고 있다면 예비 창조신이 된다면 거의 창조신정도의 강자다.
그러나 최고위 주신이 예비 창조신과의 소멸을 시키는 것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잘못하면 신계와 주신계와 전쟁이 되기에 가급적 피해야 한다.
“저희들을 넘겨주시고 협상을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후훗-! 어설픈 시간벌기다.
그리고 뒤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들과는 절대 맞지 않는다.
어차피 너희들이 아니라도 신족의 기득권층인 그들이 결코 나를 용납할 리 없다.
그러니 내가 먼저 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전장에 모두 나오게 하여 처참하게 소멸시켜 창조신까지 가는 길을 깨끗하게 닦는다.”
“…….”
소름이 오싹 몰려온다.
중간계 출신의 마도사가 아무리 강해도 창조신이 되는 것을 허락할리는 없다.
아니, 주신이 된 것도 거의 기적이다.
그러나 은하계의 완전한 주제자인 창조신은 순수하게 신족 고유의 권한이며 외부의 우주가 강자 우선으로 바뀌었어도 절대 넘을 수 없는 선이다.
그 선을 넘으려는 순간 기득권층인 신족의 엄청난 반발을 사고 도태될 확률이 높다.
그걸 알고서 그 선을 지키는 기득권층을 명분을 잡아서 싹 쓸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비 창조신과 원한관계가 있는 마신족 출신의 주신들을 받아들인 약점을 오히려 적을 유인하는 미끼로 쓰려한다.
“받아들이겠느냐?
카르마의 계약서도 쓰마.”
“받아들이겠습니다.
말씀대로 저희 홍염마족과 흑뇌마족에서 다시 돌아올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그 자의 소멸이었습니다.
다시 마신이 되면 추가로 신격이 떨어지지만 본래 위력의 권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군요.”
“권능 때문에 마신이 다시 될 필요가 없다.
귀한 주신이상의 강자가 다시 상급신 정도로 떨어지게 할 순 없지.
그것도 해결해 주지.
단 너희들의 원활한 임수수행을 위해 신력교류와 권능공유가 필요하니 임시 후궁이 되라.
예비 창조신조차 두려워한 너희들의 멸신과 살신의 권능을 나 역시 습득할 필요가 있다.”
“저 만이시라면 언제든지 원하시는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복수와 권능의 회복을 위해서라면 허락하겠습니다.”
“누가-! 당신 따위의 후궁을! 악-! 악-!”
찰싹-! 찰싹-!
또 때린다.
이제 더없이 민감해져 고통을 참을 수 없는 듯 필사적으로 막는 손길을 요리저리 피하며 가격을 잘도 한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기가 막힌다.
저렇게 협상과 폭력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인가?
명분까지 가지고 저러면 정말 견딜 방법이 없다.
“성숙도 안 끝난 어린 것들에게 관심도 없다.
마신족 출신의 주신들을 신계의 신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으냐?
임무수행을 위한 임시다.
어차피 내 신계의 여주신들도 모두 그래서 임시후궁이 되었는데 뭐가 문제냐?
아하? 순결문제?
이 부실한 엉덩이로 잘도 나를 유혹 하겠다.
너의 하위신과 공동권능이 아니면 이런 제안도 안 해-!”
정말 승낙을 안 하면 계속 때릴 분위기다.
아니, 정말 그러고 있다.
‘저래도 되나?
아무리 신계 주신이라도 반려나 여주신들이 가만 안 있을 것인데?
그런데 후궁인데 임시는 또 뭐야?’
“필요에 의해 명목뿐인 직위이니 하셔도 됩니다.
원하는 대로 해제도 가능하군요.
여기 서명하세요.”
흑발의 여주신이 카르마의 내용을 흩어보고 바로 서명을 하고서 보낸다.
계속 엉덩이를 맞으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 내용을 본다.
슬쩍 보니 과연 후궁이지만 정말 명예직처럼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만큼 권한도 적지만 신계주신의 후궁이란 것만으로도 감히 신계 내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없다.
“하지만……, 하지만.”
“아직 그자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군요.”
“직접 사정을 들어 봐야해.
상황이 아무리 이렇다고 해도 오해일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이렇게 되어버리면.”
“…….”
“허어-! 속인 당사자의 말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상황은 배신이 확실하지만 본심은 아닐지도 모른다?
사정이 있을 것이니 이해해야 한다?
그러다 감언이설에 또 넘어가 속으려고?
이 철없는 것을 정녕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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