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3화
10권
그래도 입들은 살아서 여기저기서 항의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것을 한마디로 일축한다.
“연대책임-!”
어차피 모두 같은 사유일 것이고 따로 하기 귀찮다.
바위덩어리 크기로 압축된 행성들을 주신들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남김없이 바닥에 처박았다.
특별히 각자의 신력을 고려하여 크기와 중력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서 머리만 나오게 하고 그대로 깔아뭉갠다.
약간이라도 신력의 운용이 약해진다면 주신의 신체라도 바로 박살이 난다.
아까의 흥분과는 전혀 다른 절박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행성의 압축된 질량과 중력에 저항하는 것을 보니 이제야 조금 마음이 풀린다.
약간은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한다.
“나는 관대하다.
너희들을 안 죽이다니 말이다.”
“…….”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도 못하고 감격해하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가져온 조직표를 다시 본다.
이계주신 로키나도 당연히 정령주신들을 관리를 못하고 여기까지 데려온 죄로 행성 밑에 깔아놓았다.
정령신 대표면 열외를 시켜 줄 수도 있지만 뻔히 보이는 수작을 한 괘씸죄다.
도저히 이들이 감당이 안 되니 은근슬쩍 자신에게 해결하게 하려고 했다.
‘누구에게 다시 저 골칫덩어리들을 떠넘기려고?
부하를 편하게 살려고 두지 사고를 친 것 해결해 주려고 하는지 알아?
그럼 부하를 왜 두냐?
혼자 다 하고 말지.’
그런데 아무리 다시 보아도 잘된 조직도다.
자신이 해도 이 이상으로 권능과 직책을 잘 연결할 수가 없다.
최고의 효율성을 보일 것으로 보이며 지금 신계의 구성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거기다 하위 조직인 최상급 신들의 배치도 거의 완벽하다.
‘그런데 어디에 불만이 있다는 것이야?’
정령계 대기소에 술의 비를 내인 초유의 사태를 벌인 주신에게 묻는다.
물론 잠시 행성을 조금 들어서 말을 하게 해준다.
“넌 창조 권능과 현재 교양수준을 보면 보급과 오락담당이 맞는데 뭐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냐?”
그러자 더없이 억울하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나는 신계 주신이었다.
광대와 막일꾼은 절대 안한다.
꽥-!”
“하는 짓이 딱 그 꼴이다.”
꽝-!
더 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다.
행성을 바로 그대로 찍어 눌렀다.
성질 같아서는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지만 지금 신력으로는 절대 못 견딜 것이니 참는다.
어쩌면 다들 하는 소리가 다 똑같은지 모르겠다.
‘과거의 영광이고 나발이고 다 말아먹어서 망했으면 처음에는 바닥부터 시작해야지, 신계 주신의 품위를 감히 새로운 신계 주신 앞에서 찾으면 어쩌라는 것인가?
나보고 자신들을 모시고 살라는 것인가?’
이대로 신계로 데리고 가면 보나마나 현재 있는 여주신들과 작당을 하거나 서로 싸울 것이 확실하다.
신계에 가기 전에 이것들을 어떻게든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신계 주신답게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난 마신이 아니니 이런 감정적인 폭력은 평판을 나쁘게 한다.
‘그래 나는 신계 주신이다.
빛의 신으로서 자비를 가지고 하위자에게 관대해야 한다.
조금 흥분을 한 것 같으니 천천히 다시 풀면서 하자.’
다시 행성을 약간 들어서 겨우 만든 부드러운 음성으로 기진맥진해가는 술주정뱅이 여주신에게 묻는다.
“그래서 권능에는 딱 맞지만 천해 보여서 하기 싫다는 것이냐?”
“난……, 난 신계 주신……. 히힉-! 힉-!”
빠지지직-!
죽어도 신계 주신을 입에 붙고 사는 것에 저절로 핏대가 올라선다.
역시 주제파악을 못하는 철없는 것들은 매가 답이다.
꽝-! 꽝-! 꽝-!
주신전에 행성이 들려졌다 다시 내리꽂히며 나는 거대한 굉음이 한참을 울린다.
그리고 바깥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가 신계 주신이지 너희들이 신계주신이냐?
이성? 합리? 관대? 자비? 이 정신없는 것들에게?
웃기고 있네―!
가장 잘하는 일을 주면 골라주면 그대로 할 것이지 지금 누구 앞에서 감히 찬밥과 더운밥을 따지느냐?
일을 고르는 것은 잘나신 도련님들이나 하지 용병신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고-!
너희들이 정말 일을 선택할 수 없는 설움이 무엇인지 알아?
아무 대가없이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강제로 해본 적이 있냐고?
왜 낭만적인 언사를 남발하며 남의 뼈아픈 과거가 생각나게 하고 난리냐?
그래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폭력이야말로 진정한 만능의 해결책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리라.”
바깥에서 안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던 최상급 정령신들은 이제 주신전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방아가 찍히는 것 같은 충돌음의 연속에 떨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황급하게 자리를 떴다.
역시 높은 분들의 분위기를 보기로 결정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손에 쥔 보직조정신청서를 모두 조심스럽게 찢어 버렸다.
자신들도 과거와는 너무 다른 직책에 기겁을 해서 항의를 하러 왔다가 주신들이 모두 주신전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따라왔다가 보게 된 광경에 기가 질려버린 것이다.
‘세상에 행성을 압축해서 주신들을 패는 신계 주신은 영겁의 삶 동안 처음 보았다.’
그것도 겨우 보직에 불만을 보인다고 주신들조차 연대책임을 물으면서 패는 것을 보니 만약 자신들이 대상이었으면 처분도 가벼울 것이 뻔하다.
자고로 조직에서 먼저 성급하게 행동하면 대부분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으며, 소리라도 나면 혹시라도 불려 들어갈까 봐 극도로 조심하며 물러서는 최상급 정령신들이었다.
한참 정령계의 대기소의 주신전이 한참동안 뒤흔들리고 나서야 조용히 해지자, 최상급 정령신과 관리신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고위 주신이 직접 찾아와서 정령신들을 뽑는다고 할 때 워낙 여기가 엉망이라 엄청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최고위 주신에게 수작을 부린 부정을 벌인 최상급 관리신들은 모두 죽이고 신체를 빼앗아서 정기를 회수하고 정령계로 추방한 것이다.
속으로는 평소에 작작 해먹고 힘이 안 되면 덤비지 말 것이지 하고 욕을 퍼부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서 이대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아무리 정령신이라고 해도 주신인데 저렇게 험악하게 다루는 것을 보니 조금만 수가 틀리면 바로 대숙청을 할 기세다.
더구나 저 무서운 주신이 정령계 대기소 관리신들의 하위신 처벌권과 강제 소환권도 아직 가지고 있다.
만만해보이던 신계 주신과 직계 주신도 최상급 관리신들이 빼돌리던 정기를 얻더니 보기만 해도 소름이 쫙 끼치는 투기를 보이며 수련만을 하고 있다.
과거에 한 가족이라고 말하며 서로 아쉬운 곳을 돌보아주던 그 주신이 맡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방금 전에 연대책임과 공동 징계라고 행성들이 떨어져서 다 죽을 것 같은 위기를 넘기자 어떻게든 말려달려고 애원하는 자신들에게 단번에 일축했다.
‘아직 인계가 안 끝난 정령신의 실수는 관리신의 부실한 관리 책임이 크다.
당연한 처벌이다.
신계에 해가 가지 않는 한 상위신의 의지에 따르라.’
과거와는 너무나 다른 차가운 말에 얼이 빠질 정도로 놀란 자신들을 직계 주신이 내몰아 버리고 자신들만의 수련에 힘쓰는 것을 보니 정말 세상이 완전히 변한 것 같다.
이제 불만을 토로하려해도 받아줄 곳은 주신계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통신을 시도하자마자 모두 어딘가로 강제 소환되어 버린다.
정문이나 나가는 곳은 완전히 막혔고 그렇다고 ‘유격 화산’의 정기흡수를 버티며 통과할 자신은 물론 없다.
거기다 관리신 표식을 압수당해 이제 자신들이 관리신인지 수용된 정령신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이 정기흡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거기다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단련에 피를 토할 정도다.
거부도 할 수 없는 것이 본래 해야 하는 일인데다가 신계주신이 직접 저러고 있어 명분도 없으니 어서 이 모든 사태를 불러온 최고위 주신이 돌아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관리신이 강제로 수련에 들어가자 당연히 정령신들도 거기에 동참시킨 것은 당연하다.
‘모집 다 했으면 제발 가란 말이야.’
‘과거 지긋지긋한 정령계 대기소가 인간들이 말하는 천국인줄은 몰랐어.’
관리신이나 갑자기 설치기 시작한 신계 주신에 의해 부담이 가중된 정령신들의 외침이었다.
그런데 다시 주신전이 뒤흔드는 굉음에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저런 무시무시한 최고위 주신에게 끝까지 덤비는 정령 주신들이나 그런 주신들을 악착같이 패면서 갱생시키려 하는 것을 포기를 안 하는 최고위 주신이나 똑같이 정말 독했다.
“잘……, 잘못했다.
나 보급과 오락 담당하겠다.”
“호오? 반말?
하위 주신주제에 감히 신계 주신에게?
그래 어디 더 버티어 봐라.
행성 하나 더 추가다.”
“히이이익-! 나 죽는다!”
“절대 안 죽어.
넌 신계주신이었잖아?
이 정도는 웃으면서 버티어 보라고-!”
“옛……, 옛날에 신계 주신 관두었다.
하위 주신부터 잘 하겠다.
살……, 살려줘-!
내가 잘못했다.
다신 안 그러겠다.
시키는 대로 잘 하겠다.”
작은 집 크기로 압축된 행성에 머리만 내밀어놓은 채 신체가 파괴되지 않게 발버둥 치던 공포에 물든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았다.
역시 압축된 행성들이 이미 하나 추가되어서 절구를 치듯 타격을 가하며 납작하게 만드는 것을 버티는 것도 죽을 맛인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행성이 또 하나 떨어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신계주신의 영광이고 나발이고 행성단위의 충격을 버티다보니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저것이 추가되면 정말 죽는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사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정령계 주신들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낼 정도로 추한 모습이지만 다들 같은 상황이니 부끄러울 필요도 없다.
행성 두 개씩을 모두 짊어지고 견디느라 주위를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어찌된 권능인지 공간이동은 완전히 막히고 행성단위의 중력과 무게가 적용되니 주신의 권능으로도 버티는 것이 전부다.
더구나 저 최고위 주신이 자신에 대해 알려준 자료를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자기들이 넘겨준 이력서의 양식에 맞추어 넘겨준 본인의 현황은 아래와 같다.
‘차원의 최고위 주신이며 '근원'의 절대자’
-카르마 속성 : 종합판정 극선
-11써클 주신 : 본신신력 75억 / 마도 증폭시 최대출력 805억
※ 마도증폭 : (본신신력 75억 + 장비 40억) × 7배(10써클의 14중창)
-세부신력 : 차원의 주신 권능 20억, 태양의 권능 20억, 마력 35억의 통합 운용
-특수권능 : 근원의 일월로 즉시 회복 가능, 마도신
-주요기술 : 9써클 160개 동시 사용. 10써클 16개 동시 사용. 11서클의 부분 사용
-장 비 : 주신살의 창, 마왕의 마도구 +20억, 근원의 길잡이 +20억
-판정결과 : ‘최고위 주신’
차원이라는 공간과 시간을 아우르는 최상의 광역권능과 신을 불태우는 태양의 권능을 가지고도 11써클을 초월하는 마도로서 신력을 증폭하는 마도신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
본인은 9써클이라고 우기는 11써클급의 초월마도는 자신들이 당해보니 행성을 파괴하고 주신도 죽일 정도인데 160개를 동시 영창을 한다.
즉 자신들의 신계 주신인 차원의 주신은 160개의 행성을 동시에 파괴가 가능하고 같은 수의 일반 주신들도 상대가 가능하다.
그것을 특수권능인 ‘근원의 일월’로 무한히 회복하면 끝없는 전투가 가능하다는 소리이다.
시간만 준다면 은하계라도 파괴할 수 있는 너무나 강대한 신이며 과거의 우주라면 정말 최고위 창조신 중에서도 최강으로 군림할 정도의 힘이다.
본래 자신들의 신력을 회복한다 해도 단독 상대는 꿈도 못 꾼다.
그런데 바깥이 어떻게 변했는지 지금 우주에서는 겨우 최고위 주신이며 소모품에 말단신세라고 수시로 한탄이다.
그러니 자신들도 기가 팍 죽어서 이렇게 당하면서도 반항은 꿈도 못 꾸는 신세다.
이제 고귀한 주신들이 무릎을 꿇고서 적당한 크기의 행성을 압축한 것을 하나씩 들고서 벌을 서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말이 좋아 적당하지 팔이 끊어질 것 같고 무릎이 으스러질 지경이다.
그렇다고 내려놓자니 험악한 협박과 바로 위에 추가로 떠 있는 행성들이 너무나 무섭다.
“똑바로 들어라-!
하나 더 줄까?
주신의 신력도 아직 제대로 회복 못했으면서 자존심만 내세우며 날뛰는 이 허접한 것들아-!”
최고위 주신이 소파에 앉아서 험악한 신력과 빛을 발하며 있고 그 앞에 일렬로 어린 학생처럼 손을 들고 행성을 지탱하며 벌을 서고 있다.
자신들이 잘못을 한 것은 맞는데 이것은 너무 과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했다가는 정말 그대로 압사시킬 기세라 가만히 버틸 뿐이다.
그런데 저 잘난척하는 이면주신 로키나조차 조용히 있는 것이 너무나 수상하다.
창조력을 보여준다면서 어처구니없이 술의 비를 내려서 이 사태를 촉발한 비사창천(飛巳蒼天) 쿠르카나는 당해도 싸지만 그래도 자신들은 아직 아무것도 안했다.
대표라고 나섰으면 수를 내야할 것이 아닌가?
‘어떻게 좀 해봐-!
이러다 정말 모두 죽겠다.’
그런 시선을 받으면서도 완전히 무시한 로키나는 생각이 너무나 복잡해졌다.
‘이 최고위 주신은 짐작을 할 수가 없다.’
보이는 성격은 지극히 감정적이면서도 합리적이다.
신계 주신으로서 경험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핵심만을 찌른다.
다른 신을 대하는 것을 보면 능력주의라고 말하며 효율적이면서도 이상하게 낭비가 많다.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이렇게 몰려오면 화는 내겠지만 어느 정도 조정을 해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폭력에 가까운 무력시위와 징계다.
과거라면 비교할 수 없이 강한 존재이니 정답이기는 한데 이제까지 보여준 합리적이고 냉정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대충은 파악은 했다.
‘본래는 이렇게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인데 제약을 받고 있군.
그래서 가급적 꾹 참고 있지만 한계가 넘게 열을 받으면 폭발하는 식이군.
이러면 너무 상대하기가 까다로운데.’
저렇게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가 저렇게 감정의 변동이 심하다면 적이든 아군이든 감당이 안 될 존재가 될 수 있다.
막말로 화가 나서 미쳐 날뛰면 무슨 짓을 할이지 모르니 말이다.
그래도 어떤 제약이 있는지 모르지만 일정수준의 선을 지키려고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도 자신이 가져다준 조직표를 다시 읽어보고 있으니 말이다.
“비사창천 쿠르카나는 창조력과 지식수준으로는 보급과 유흥을 담당하는 것이 맞고 본인도 납득했으니 되었다.
그런데 추면신수 헤파이스는 험악한 얼굴과 위압적인 몸으로 보아서 주신전의 수문장과 신기제작이 적합하다.
분명히 맞는 소리다.
그런데 뭐가 문제야?”
“그러니 이 얼굴로 신들을 공개적으로 대하기가 좀……. 그리고 전 투신이 아닌 대장장이신입니다.
다리도 불편합니다.
그런데 전투라니요?”
아까 자신에게는 이 얼굴로 무슨 수로 신들을 공개적으로 대하냐고 따지기에 그 추한 얼굴은 어지간한 권능보다 수문장 임무수행에 더 낫다고 했더니 노발대발을 한 주제에 지금은 아무 말도 못한다.
하긴 행성 수십 개가 허공에 떠서 언제든지 하강을 해서 깔아뭉개려고 하니 떨리기도 하겠다.
아무리 주신의 신체지만 2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압력이다.
그런데 차원의 주신의 말이 더 걸작이다.
아니, 본인으로서는 더 없는 악몽일 것이다.
“주신으로서 있을 수 없는 추한 얼굴은 주신전의 위엄을 지켜야할 수문장으로서 최상의 조건이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거의 다들 벌벌 떨겠군.
아주 인선이 좋아.
그래서 고쳐줄 수도 있지만 안 해준다.”
“에? 에엑? 치료가 가능하다고요?
과거 치료의 신들도 본질 문제라고 다 포기했는데요?
주신이 되어도 조정이 안 된 이 얼굴을?”
“중급 주신이 탄생과 동시에 전력으로 본질을 비틀어 놓아서 주신으로서는 당연히 불가능하겠지.
그러나 나의 마도는 그에게 받은 것이기에 비록 전능하지 않으나 불가능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그러나 임무수행이 우선이지 얼굴치료가 우선이 아니다.
더구나 현재 주신도 아니니 고려대상 자체가 아니다.”
“아아아…….”
완전히 공황상태로 빠져든다.
정말 잔인한 주신이다.
아마 본인에게는 평생의 한이었을 것인데 신계의 임무가 우선이고 지금은 상급신 밖에 안 된다고 저렇게 무시하고 매장한다.
치료만 해주면 정말 충성을 바칠 것이고 곧 주신으로 회복을 할 것인데 관심도 없다.
누구나 사악하고 잔인하다고 욕을 먹던 자신이 오히려 착해 보일 지경이니 말 다했다.
‘그러나 정말 저래도 되나?
그래도 아까 보니 정말 강대한 투신이자 주신이 될 엄청난 자질이 보이던데?
질투심에 구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내 착각인가?’
자신의 의문과는 별개로 말은 이어진다.
“그리고 너에게는 대장장이 신은 부가적인 권능에 불과하다.
너의 재질은 투신이며 현재의 우주에서 신계에 꼭 필요하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나 창조신조차 행동을 묶을 수 있는 공간제압의 권능과 무한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공격기를 가졌으니 상급신의 신력이라도 충분히 중급 주신을 감당할 수 있다.
더구나 중급주신의 신체조차 파괴할 수 있는 완력이라니 정말 대단한 재능이다.
그런 투신의 재능을 가졌으면서 그것을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에 든 대장장이 신으로만 고집을 하다니 그런 신격낭비는 신계주신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중급 주신이 본질을 훼손한 불편한 다리로도 주신전의 수문장으로서 차고 넘치는 투신이기에 더욱 그렇다.”
“설……, 설마.”
“맞다.
너의 뛰지 못하는 다리의 치료도 나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나 지금은 주신도 아니면서 신계에 전력으로 기여하기를 거부한 존재에게 베풀 자비 따위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대장장이 신이기만을 고집하는 지금의 너는 이 정도의 대우가 딱 알맞다.
나는 신계 주신이기에 오로지 신계에 기여한 자에게만 관대하다.”
쿠우웅-! 우두두둑-!
추면신수 헤파이스가 이를 갈면서 일어서며 행성을 더욱 높이 들어 올린다.
흉험한 살기와 투기가 몰아치고 있다.
당장이라도 평생의 한인 추한 얼굴과 불편한 다리의 치료를 가지고 우롱하는 저 잔혹한 신계 주신에게 행성을 집어던지고 제압하려 달려들 것 같다.
하나 본인도 알고 있을 것 이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이길 수 없고 강제로 치료하게 할 수도 없다.
그만큼 힘의 차이는 압도적이다.
그럼 남은 것은 얼마 없다.
굴복과 애원뿐이다.
역시 그 길로 가기 위해 행성을 다시 조용히 들고 무릎을 다시 꿇는다.
“원……, 원하시는 것은 제가 완전 종속하여 당신께 영원히 봉사하는 것입니까?
본래의 상태로 고쳐만 주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처음에 재능과 연금의 권능을 보고 그랬지만 이제 다르다.
전력을 다해 살아가지 않는 존재는 언제인가는 나의 신계에 방해가 될 것이다.
지금의 내가 너에게 원하는 것은 두 개다.
나에게 넘겨준 재질 이상의 금속을 연성을 하고 신기를 만들어라.
그리고 동일한 신격으로 투신으로서 나를 이겨내라.
그렇게 최선을 다해 신계를 위해 싸우고 봉사하겠다고 서약하면 치료를 해준다.”
“무……, 무슨 뜻이신지?”
뜻밖의 말에 완전히 혼란에 빠진 얼굴이다.
그리고 다음 말에 주변조차 완전히 굳어버렸다.
“카르마의 계약을 해라.
얼굴과 다리의 치료의 대가로 나를 능가할 투신이 될 것과 금속을 개선하고 신계에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하라.
그 기한은 동일 신격으로 나를 이기는 순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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