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6화
10권
조직이나 상위자보다 자신의 신념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회 부적응자들의 논리다.
‘하여간 쓸데없는 옛날 신화가 사회를 다 망쳐놓았다.’
상위자가 알아서 후하게 주면 그냥 받을 것이지 자신의 신념과 고집 어쩌고 거부하면서 무덤을 판다.
호의로 주려다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거절을 당한 상위자의 분노는 무섭다.
내가 이래서 그에게 용감하다고 칭호를 받았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감상도 생겼다.
물론 상위신으로 계약하고 주신으로 부려먹으면 더 없이 이득이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에이. 그렇다고 사기계약을 할 수는 없지.
카르마에 미세하게 좋지 않아.’
정말 어이없이 왜 많이 받아야 하는지 설명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꽉 막힌 골방노인 같은 여주신에게 잘 설명하나?’
귀찮기 짝이 없다.
앞으로 수백 명의 면접을 봐야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좋은 생각이 들었다.
꼭 내가 직접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까 보니 면접을 잘 보게 도와준다고 하고서 주도권을 잡으려한 깜찍한 꾀를 짠 여주신이다.
저기서 상황이 자신과는 다르게 흘러가자 반투명한 로브의 앞면을 자신에게 향한 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저절로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이면주신(裏面主神) 로키나라고 했나?
합동면접이다.
왜 투신 일반 주신과 연금 중급 주신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시켜 처리해 보아라.
이미 돕기로 약속을 했었으니 반드시 설명을 하도록 하라.
이 주신들의 면접을 도와서 정상적으로 다 통과시키면 너도 합격이다.”
“…….”
바로 대답이 없다.
최초 마신왕 후보 출신의 여주신들의 면접을 보고 있을 때 다른 여주신들에게 면접의 조언을 미끼로 대충 사정은 들었을 것이다.
저 정도의 머리가 있는 주신이라면 상황과 모습으로 유추해서 각자를 거의 다 파악을 했을 것이니 차마 대답을 못한다.
모두 지극히 정상이 아니니 말이다.
“차라리 지금 불합격으로 하시죠.”
결국 이런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이곳에 있는 여주신들이 신계 면접을 통과하는 것은 정상적인 신계 주신이라면 절대 불가능이다.
당장 주신이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한 나조차 꾸겨서 던져버린 이력들이다.
여기가 아니라면 주신을 구할 수 없는 고립무원의 내 입장으로 다시 줍기는 했지만 저것이 정상이고 어떻게든 써보겠다고 바동거리는 내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해준다.
문제는 그럼 저 여주신은 불합격이다.
불가능을 이야기하는 모사출신의 신 따위는 쓸모가 없다.
계략을 쓰는 자는 어떻게든 필패의 전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다음 대답은 아주 마음에 쏙 든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해주신다면 가능은 하죠.
아주 마음에 들게 만들어 드리죠.”
싸늘한 어조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말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진심이 느껴진다.
그 말을 듣고서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서 이력서들을 다시 확인한다.
다음에는 내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
잘하면 무척 유능한 모사를 얻을 것 같다.
물론 독기도 듬뿍 있는 양날의 검이지만 말이다.
뭐 내가 잘 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내가 지금 찬밥과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어차피 내가 어떤 주신이라도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도 눈치는 챘을 것이니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지금 문제는 아주 애매한 이 최상급 정령신들 문제다.
일명 신계의 중간관리자 급인데 영 상태가 안 좋다.
‘카르마가 선 이하에 몽땅 권능도 같잖은데 아주 웃기는군.
충성맹세 좋아하네.
무엇보다 엇비슷한 능력을 가진 쓸모가 없는 것들을 신계에 갑자기 올렸다가 기존 신들의 반발은 어떻게 하고?
보나마나 기득권 어쩌고 하면서 싸울 것이 뻔한데?
아오-! 내가 왜 이런 것까지 고민을 해야 해?
창조신이 떠넘긴 개판인 신계관리를 위해 이게 무슨 꼴이야?’
창조신이 ‘이 신계에서 나로 인해 생긴 모든 것은 나의 것이다.’라고 그럴 듯하게 말은 했지만 뒤집어 보면 신계의 손해는 모조리 내 책임이란 뜻이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중간계의 신에게 주신성의 상급 신계를 이렇게 완전히 떠맡긴다는 것은 징계성이 크다.
차라리 주신계 직속 주신을 파견을 보내는 것이 합당하지 중간계에서 튀어나온 주신에게 맡기면 어지간한 능력으로는 당연히 말아먹기 마련이다.
자신의 관리에 있는 영역에서 벌어진 반란에 따른 불편하신 마음과 신계가 완전히 아작 나면 정말 끝장을 내줄려는 더러운 심보다.
‘신계를 말아먹으면 빚쟁이로 어딘가의 용병신으로 끌려가는 수가 있다.’
저번 사기꾼 주신과 같은 경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꼴을 당할 것 같은가?’
직접 보니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신족의 창조를 배우려고 무리해서 신족의 주신이 되려했다가 하인이 되면 본말전도다.
마음속으로 침을 뱉으며 이를 악문다.
‘퉤-! 두고 보자.
내가 그렇게 쉽게 넘어갈 것 같으냐?
이 정도에 당할 정도면 용병신 시절에 끝장이 났다.
망할 것이라는 기대를 훌륭하게 배반해서 악착같이 발전시켜서 왕창 챙겨주마.’
이를 부득 갈며 최상급 신들의 처우를 결정한다.
이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능력과 카르마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반발이 너무 크다.
‘극선이 아닌 자들을 신계에 들일 수 없다는 것은 규정이기에 반신들의 하위신계에 모두 투입해서 실적을 쌓게 한다.
그리고 아직도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 거기서도 대충하며 버티어 봐라.
평생 신계에 못 올라올 줄 알고서 말이다.’
거기다 경력에 의심이 가는 최상급 신들을 분류한다.
‘거의 1할에 가까운 수다.
왜 의심이 가냐고?
어떻게 구분을 하냐고?’
간단하다.
경력서가 너무 자세하거나 단출한 것들이다.
남들과 다른 화려하거나 간략한 내용은 둘 중 하나다.
사기꾼이거나 자신을 숨기는 능력자들이다.
거기에 남의 것을 베끼거나 적지 못하는 정말 어리석은 자들도 추가되지만 극소수다.
‘사기꾼과 능력자들의 차이는 오직 하나다.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만 이익을 보면 사기꾼이고 상대도 이익을 보면 능력자지.
내용을 아주 잘 꼬아 놓았군.
그러고도 경력과 성질들이 아주 볼만해.
신격만 제외하면 몽땅 엉망이로군.
그러나 사기꾼이 되었든 능력자가 되었든 입만 살은 무능한 것들보다 낫다.
남김없이 박박 바다까지 긁어내어서 활용해 주리라.
나의 평안과 마도수련의 시간의 확보를 위해 초석이 되어라.
그러기 위해서 아예 태어나기 전까지 낱낱이 밝혀주지.’
파르르르륵-!
수천 장의 종이가 휘날린다.
너무 많은 수라 정상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하다.
나의 현재 능력은 9써클의 마도를 160개를 동시 구현이 가능하다.
과거처럼 죽을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편안하게 말이다.
거기다 나의 권능은 차원이다.
모든 시간과 공간은 나의 하위의 개념이다.
신계의 시간까지 되돌려서 모든 부정 자료를 찾을 정도다.
그런데 개인의 과거 따위야 우습다.
허공에 떠오른 경력서가 기본이 되어서 모든 것을 밝혀줄 것이다.
이미 저것을 넘기면서 본인도 허락을 했으니 마도의 성립조건도 통과했고 말이다.
주신전에 떠오른 160개의 이력서에 찬란히 빛나는 마도가 머문다.
“퍼스날 히스토리(Personal History).”
- 마법계열 : 시공 및 차원마법, 기록계
- 효 과
마도를 발동하는 순간 태어나 보고들은 모든 사실이 일기 형식으로 작성된다.
어떤 매개물을 기반으로 하여 특정 인물의 특정시점까지 모든 기록을 남김없이 자료화 및 문서화를 하는 마도이다.
그 구현방식은 어떤 가감 없이 본인의 시점으로 보여 지는 것을 자신의 인지로 강제적으로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억지로 잊은 일도 무의식과 과거를 되돌려서 기록한다.
영상화도 할 수 있으나 너무나 막대한 정보량이 발생되어 본인의 인식하에서 서류화로 바꾸었다.
그래서 더욱 냉정하고 정확한 기록물이 되었다.
인사를 담당하는 모든 관리자들이 바라는 꿈의 마도이다.
그리고 피관리자들에게는 가장 처절한 악몽이 된다.
아무것도 속일 수 없이 자신의 일생이 숨겨놓은 일기처럼 공개되는 것이다.
- 제 한
시간과 공간의 통제가 과거에서 이루어지므로 차원의 권능이 필요하며 가감 없는 정보의 작성을 위해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 처음 발현 후 주인공 한마디
이 정도 확인하면 믿을 수 있으려나?
부족하지 않나?
사사사사삭-!
무수한 양피지 위에 펜들이 동시에 스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경력서 밑으로 수십 장의 서류들이 동시에 쌓이기 시작한다.
속도는 갈수록 가속화되어 빠르게 문서의 탑이 되어간다.
차원의 주신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신이라서 살아온 날들이 길다보니 일기로 구현하이 양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의 정령신의 가장 어린 신의 기본이 10만 년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생략을 할 수 없다.
‘사기꾼도 능력자이든 신계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없다.
하나 자신을 속이는 위선자는 용서 못한다.
자신을 모르고 행동하는 자는 혼란만 부른다.
태연히 악한 행동을 하며 정단한 심판이라며 정의를 구현했다고 부르짖는 것만큼 구역질이 나는 것도 없지.’
자료의 급속한 증가로 주신전이 자동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넓어진다.
고개를 젖혀야만 볼 정도로 서류의 탑들이 올라가고 울창한 서류의 밀림이 되어간다.
그들의 삶을 하루단위로 작성된 문서다.
정령신이란 대부분 영겁 동안 산 존재들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다만 그 결과가 장관일 뿐이다.
더없이 귀찮은 주신들의 면접을 대신 떠넘긴 여주신도 말을 못하고 쳐다볼 정도의 이적이다.
그리고 내용을 알게 되면 정말 기겁을 할 것이다.
이거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평생 쓴 정직한 일기다.
용도는 하이엘프 제국과 결전을 준비하며 반신들을 찍어내려 했는데 그들을 못 믿어서 과거를 확인하려 한 것인데 설마 이렇게 쓸 줄은 몰랐다.
만들고 나서 절대 나 자신에게 안 쓴다고 맹세한 정말 흉악한 것이다.
아무 숨김없이 쓴 모든 삶의 역사다.
자료의 작성이 다 끝나자 자료를 압축시켜 책으로 만들었다.
손에 들어올 정도의 두께로 줄인 자료를 빠르게 흩었다.
‘역시 최상급이라고 올린 자료 중에 주신과 주신급이 섞여있다.
자신의 과거를 어떤 권능으로 조사해도 숨길 자신이 있다 이거였군.
하여간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 숨겨야지 살기 좋다는 이야기를 만든 놈을 족쳐야해.
최선을 다해도 살기 힘든 세상에 능력을 숨겨서 뭐 어쩌자고?
그리고 상위자들이 설마 그 정도도 모를까봐?
하긴 나도 용병신 시절에 대부분을 숨겼으니 할 말이 없지만.
정말 병신 짓이었지.
절대계를 관리하는 전뇌계를 멋지게 속였다고 믿었으니.’
주신급 용병신 시절에 실제 최대출력은 상급 주신 미만 이였지만 위험한 의뢰를 줄 것 같아 수준을 속였다.
당연하게 그 결과 전뇌계에서 정말 저렴하게 부려 먹혔다.
차라리 본래의 상급 주신이하로 판정받았고 대가를 받았으면 그렇게 궁핍하게 살지 않았을 것인데 다 알면서 주신급 신으로만 대가를 주고 시키는 것의 위험도는 상급 주신급이었다.
맡은 의뢰마다 11써클의 중간계의 절대자가 상대이지 않나 창조신급 기계신 정리에 투입이 되지 않나 완전 아수라 장이였다.
이제 생각해보니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하위자가 아무리 숨겨도 정말 유능한 상위자라면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상위 써클의 존재에게 하위 써클의 기만책정도야 애들 장난이니 말이다.
속으로 얼마나 비웃으며 일을 던져주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또 속에 천불이 일어난다.
그냥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으면 대가라도 잘 받았을 것이다.
자기 꾀에 넘어가 무덤을 계속 파고 있었다.
과거를 생각하니 기분이 극악으로 떨어지고 저절로 차가운 음성이 섞여 나왔다.
“주신과 주신급 신의 면접자 추가다.
단 대가는 최상급 신으로 설정하라.
원하는 대로 해주리라.”
방금 조사한 자료를 저기 멀찍이 눈치를 보고 있던 최상급 정령신들에게 던져준다.
책을 받아들고 들추어본 정령신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 울린다.
정신없이 내용을 들추어보다가 누가 볼까 두려워 숨기고 난리다.
하긴 듣도 보도 못한 마도의 권능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일기로 만들어 까발려주는 주신급의 마도라니 기가 막힐 수준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참 과거에 세상을 못 믿고 사악했던 것 같다.
이런 마도까지 생각해서 만들다니 말이다.
그러나 너도 주변에서 무조건 죽이려 하고 첫사랑에게 속아 난자당해 보면 그딴 소리가 절대 안 나온다.
‘이래서 사람은 험하게 자라야 한다.
그래야 저런 사기꾼들에게 안 속지.’
마도는 이상이 없으니 빠르게 밀어붙인다.
위이이이이잉-!
완전 가동한 나의 세상불신의 절정을 보여주는 마도가 이력서 뒤로 화려하게 기록의 작성을 시작한다.
이 기세로 남김없이 파악하여 뼛속까지 부려먹을 생각이다.
대충 어떤 권능인지 파악한 정령신들의 얼굴이 완전 하얗게 변해간다.
‘그러게 순순히 자백하고 광명을 찾았으면 서로 좋았지.
어디다대고 되먹지도 않을 수작이냐?
내가 그렇게 곱게 자란 줄 아느냐?
그리고 일단 발을 들인 이상 절대 못 빠져나간다.
주신급 미만은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주신급 이상은 싫든 좋든 남김없이 끌고 가서 신계발전에 이바지하게 해주마.’
과거 신계에 거의 공짜로 부림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데 잘 걸렸다.
비록 카르마는 벌었지만 정말 나중에 두고보자하며 수없이 다짐했다.
뭐 그 당사자들은 아니지만 하는 짓은 똑같다.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것들이다.
“좋은 말로 할 때 들었으면 서로 좋았지.
감히 누구를 속이려 드느냐?
내가 그렇게 만만히 보이느냐?
어디 또 숨겨보아라.”
차원의 주신의 말에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자신의 개인 역사책만을 꽉 쥐고 있는 정령신들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조심스럽게 주신들의 자리로 이동을 시작한다.
그 장면을 본 다른 정령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신격을 개방을 시작한다.
비록 빛은 잃었지만 13쌍의 빛의 날개들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늘어나는 주신의 숫자를 보는 반투명한 망토를 둘러쓴 여주신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저 년이 여기 있었구나―!
당장 죽여 버린다.”
그리고 거의 바닥나 상급신 밖에 안 되는 신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역시 여기 이 정령계는 그렇게 쉬운 곳이 아니다.
‘이젠 과거 사연과 악연까지 해결해 주어야 하나?’
아직 고용도 안했지만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역시 정령신은 두들겨 패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
감히 상위자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싸우다니 죽으려고 작정을 했다.
외부로 측정되는 신력이 아무래도 중급주신이니 얕보고 저런다.
‘절대계의 검색을 피하느라 차원의 마도의 외부발현만 안 막혔어도 아예 쓸어버리고 시작하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
일일이 설득하고 조정해야하는 약자의 지휘라니 말이다.’
그마나 9써클은 상관없으니 정말 다행이다.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일 기세를 보이는 여주신들을 보면서 짜증을 듬뿍 담아 영창한다.
“클레쉬 플래닛(Clash Planet) 미니엄. 연속 발현.”
꽈르르르릉-!
굉음이 울리고 허공에서 커다란 바위크기로 압축된 수백 개의 행성들이 나타난다.
어떤 권능을 가졌든 어차피 압도적인 신력과 힘 앞에서는 무력하다.
상급신이나 최상급 신으로는 결코 나의 9써클을 막을 수 없다.
그나마 최고위 신정도면 가능하지만 겨우 기본정기만 가지고 있는 정령신의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행성의 무게와 중량을 압축시킨 이것들을 막으려면 최소 신력 10억 이상이 필요하다.
파괴는 불가능하다.
압축시킨 이상 적어도 50억이 넘어야 할 것이다.
나름대로의 방어 대책인데 그런대로 쓸 만하다.
그것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갑자기 드러난 행성들에 놀란 여주신들에게 위에서 아래로 던졌다.
회피는 이미 불가능하다.
9써클의 ‘차원천라(次元天羅)’로도 신력을 잃고 신격과 권능만 남은 주신의 공간이동과 기동력을 봉쇄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머리 위로 떨어지는 행성들을 바라보는 얼굴들이 너무나 창백해졌지만 알게 뭐냐?
아무리 신력이 부족해도 저 정도도 못 막으면 쓸모가 없다.
꽈아아앙-!
주신전을 뒤흔드는 충격과 함께 행성들이 그대로 바닥에 박혔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최상급 신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것이 보인다.
하긴 저들로는 행성 폭발의 여파도 못 견딘다.
그래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나약하다니 무척 단련이 필요하다.
‘너희들은 강제수련 당첨이다.’
“크으으으윽-!”
“카아아아악-!”
“으윽-!”
“아아아아아-!”
여주신들을 깔아뭉갠 행성 밑에서 각양각색의 비명들이 들린다.
역시 전부 죽지는 않았다.
신계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정도니 나름대로 다 실력이 있는 모양이다.
‘천만다행이로다.’
주신을 죽이면 카르마가 깎이니 조심을 해야 하는데 욱하는 성격이 문제다.
그 중 기특하게도 쓰러지지 않고 떨어진 행성을 두 팔로 버틴 연금의 여주신이 금방이라도 죽을 표정으로 묻는다.
“왜……, 왜 저까지?
전 아무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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