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5화
10권
그런데 그런 자신의 귀로 아주 자그마한 한숨소리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창조신에 도달한 신체가 아니라면 들을 수 없었을 정도로 입 안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였다.
“휴우. 결국 저 주신도 다른 위선자들과 똑같은가?
하찮은 정령신의 재능 따위는 역시 인정할리 없으니 역시 도구만 바라고 있었군.
그래서 간단한 대답만 하라고 했는데 스스로 재능을 보여 죽으려 하다니 어리석어.”
우둑-!
몸이 굳어갔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끝없이 이어진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재능을 가진 자를 질투하고 두려워해 죽이려 하고 있다.
정령신을 도구라고 하다니?
나는 신계를 위해 뛰어난 신을 모집하기 위해 직접 왔고 이런 수고까지 하고 있다.
도구라면 언제든지 기계신을 찍어내듯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것을 뛰어 넘는 유능한 신들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인가?
내가 용병신으로 구르며 보아왔던 나태와 방종에 썩어빠진 주신들과 아무 것도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하위신들을 의심하고 언제나 시험하고 대립시키며 신계를 어지럽히던 그들과 같아졌다는 소리인가?
언제부터 내가 그런 모습이 되었는가?’
그런 자학과 반성과는 별도로 달콤한 유혹이 떠오른다.
‘이제 최고위 주신이 되었으니 이정도면 되었지 않는가?
나도 안정이 필요하고 평안과 쾌락을 누릴 자격이 있다.
주신성의 독립신계 주신이라면 얼마든지 보장을 할 수 있고 신력과 정기를 독점할 수 있다.
이렇게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거기에 권좌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독이 될 것이다.’
신조차 벗어날 수 없는 너무나 당연한 평안과 권력의 갈망이다.
신계 주신으로서 신력의 독점은 자신의 노력이 아닌 주위의 노력을 흡수하여 더없이 빠르게 강해지는 지름길인 것이다.
하지만 다음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본신신력이 아닌 신력으로는 결코 예비 창조신이상이 될 수 없다.
노력으로 만든 진정한 신력만을 인정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가자 정말 잠시 내가 미쳤다고 한탄이 나왔다.
타인의 재능을 질투하고 상대를 두려워하다니 말이다.
‘신계 주신으로서 미래와 권력유지에 대한 고민?
당장 이 살벌한 주우주에서 살아남기도 바쁜데 무슨 사치?’
그리고 나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 누구라는 것을 망각했다.
아니, 내 경솔한 입이 부른 더없는 재앙을 잊은 것이다.
난 죽으면 바로 전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으로 영원히 고통을 받는다.
바로 그에 의해서 말이다.
그에 비하면 저 정도의 재능의 신족의 위협 따위는 더없이 우습다.
원래 목적이 다시 명료하게 생각이 났다.
‘권력을 지키겠다고 바동거려 보았자 나는 아차하면 끝장이다.
난 신계 주신의 권력보다, 그보다 오래 살아야 해.
신이 되어 자연사는 피했으니 타살만 피하면 된다.
오로지 강해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래야 아차하면 도망이라도 가능하지.
그러니 지금 내가 다른 것 신경을 쓰게 생겼나?
생각해보니 신계 주신이 되고나서 수련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일만 하고 있어.
나보다 강해져서 신계의 권력을 뺏길지도 모른다고?
원한다면 이 짐 덩어리 모두 가져가라.
단 카르마에 악영향이 와서 내 목숨이나 신력에 이상이 오면 절대 가만히 안 둔다.’
신계에 대한 욕망이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싹 사라지자 머리가 맑아지고 어떻게 강해질까 하는 생각만이 떠오른다.
저 연금의 여주신이 만든 금속과 앞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금속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방금도 자신의 생체갑옷 기계신의 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금속을 바로 만들어냈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정말 최고위 주신도 착용이 가능할 정도의 금속을 만들어 낼 것이다.
저 뛰어난 재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 최소한 불의의 일격이나 어지간한 공격 따위는 웃어넘길 정도의 방어력을 얻을 수 있다.
타살의 위험이 거의 사라지는 것이다.
조성절차도 명확히 알게 되어서 마도로 복제가 가능해져 판매를 시작하면 신계 주신 따위를 안 해도 자신의 직위를 주신계에 확고히 할 수 있다.
최고위 주신의 공격조차 막아낼 수 있는 방어구를 만드는 주신을 누가 무시할 것인가?
잘만하면 연구만 하면서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새 생긴 신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생각이 바꾸니 무조건 저 여주신은 잡아야 한다.
완전히 보물산이었다.
‘누구에게도 못 넘긴다.’
과거의 잘못 따위야 지금 얻은 이익과 앞으로 얻을 이익을 생각하니 아예 고려할 가치도 없다.
지금 자신이 어떤 위기를 넘겼는지 모르는 금속의 보석을 보며 더없이 기뻐하는 여주신을 상대로 어떻게 영구 계약을 맺을지 고민을 시작하는 차원의 주신이었다.
‘겨우 최고위 신계에 욕심이 생기고 최고위 주신에서 안주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다니 나도 어지간히 풀어진 모양이군.
아직 이 주우주에서 최말단 관리자인 주신인 주제에 무슨 평안인가?
창조신들이 죽이려고 달려들면 그대로 끝장이 난다.
주신에 대한 보호도 완전히 믿을 수 없다.
결국 최후의 보루는 나 자신의 힘뿐이다.’
자신이 질투하여 죽이려고 결심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죄로 부모에게 본질을 왜곡당해 추한 외모와 부자유스런 하체로 살아가는 주신이 눈앞에 있다.
빛의 신족도 결국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증거다.
그런 조직에서 직위의 유지를 바라면 결국 타협하고 정체하게 된다.
끝없는 발전을 거듭하는 조직만이 자신의 갈망을 감싸줄 것이다.
그런 주신들이 그에게 패배하여 그의 영역에 들었을 때 ‘카르마’와 ‘인증전’, ‘대신족’의 유입으로 과거에 싹 물갈이 되었다지만 어디까지나 결코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이 주우주도 슬슬 정체가 되어가고 있다.
곳곳에서 신족내부에서 알력싸움과 세력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하늘 위에 군림하는 주신이 자신이 관리하는 신계에 이권을 탐내 개입을 하려했다는 것이 정쟁의 시작이다.
그럼 가죽주머니에 들은 송곳은 구멍을 낸다고 날카로움을 없애거나 꺼내어 버려질 것이다.
그런 숙청에서 가장 먼저인 것은 그의 칭호를 받았고 중간계 출신으로 아무 세력이 없는 자신이 최우선이 될 것이다.
그것을 막는 방법은 오로지 누구보다 우월한 무력과 대체할 수 없는 효용가치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지금 세력을 만들고 동맹을 늘려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국 자신은 신족들에게 너무나 이질적인 존재이다.
‘이런 입장에서 무슨 질투인가?’
어처구니가 없이도 신계 주신이라는 자리에 취했던 모양이다.
‘내가 신족이 된 이유는 오직 하나다.
창조의 권능을 얻기 위해서다.
그래야지 그가 건 승급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았다.
직위와 명예, 권력에 정신없이 취했던 모양이다.
여기의 신계주신이 제압당하고 나서 꼬박꼬박 존칭을 붙여주니 신이 난 모양이다.
그리고 얼핏 ‘그’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래서 그는 절대 자신에게 존칭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군.
자신을 존대하는 자는 말소시킨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자신의 자만을 경계하는가?
정말 당할 수가 없군.’
‘나를 존대하는 자는 말소한다.
약한 자들이여 내게 존칭을 쓰지 마라.
약자들의 존경은 무가치하다.
비록 나를 욕하고 경계할 지라도 강자만이 가치 있다.’
정상적이라면 누구보다도 위대하고 강대한 존재를 그라고 지칭하는 이유다.
만약 이것을 어기면 창조주라도 용서가 없다.
그러니 감히 그라고 부르는 것이 용납되는 것이다.
‘자만은 강자의 특권인가 독인가?’
입맛이 너무나 쓰다.
자신도 지금은 불가능한 상급신의 신력으로 중급 주신의 신체에 준하는 데몬 아다만티움을 물리력으로만 가루로 만들고 완력으로 새로운 금속으로 조성하는 주신이 있다.
정쟁만 일삼던 신족에 대해 약간은 우습게 여겼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질투심만을 채울 정도의 재능이 자신의 위기감과 투쟁심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더 빠르게 강해지면 끝나는 일이다.
질투에 할애할 여력 따위는 없다.
저 여주신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을 다시 완전히 정리하고 손을 튕긴다.
딱-!
금속을 들고 기뻐하는 여주신의 몸에 맞는 전신갑옷을 생성시킨다.
망치와 같이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색의 재질에 타오르는 불꽃을 아로새기고 왼손에는 저 완력을 살릴 거대한 건틀릿을 만들었다.
자신이 연금의 신이니 쓸데없는 상관일지도 모르지만 상급신 상태로는 심각하게 방어력에 문제가 있으니 어느 정도 보완이 될 것이다.
들어난 모습은 보통여성의 2배 이상의 상체를 가지고 거대한 망치와 전투장갑으로 완전무장한 여투신의 모습이다.
저 완벽하게 단련된 팔에 걸리면 정말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 정도로 압도적이다.
전체적으로 뭐 대충 보아줄만하다.
일그러져 추한 얼굴이야 계약을 해보아서 고쳐줄 사항이니 말이다.
다리도 그렇고 공짜 봉사는 사양이다.
“이……, 이게?”
손에 쥔 보석과 같은 금속을 보며 좋아하던 것에서 순식간에 입혀진 자신의 갑옷에 놀라는 모양이다.
하긴 주신이나 입을 신기를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창조하여 입힐 정도면 저들이 생각하는 주신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나의 창조는 이제 겨우 그의 기준으로 주신에 어울릴 정도로 도달했다.
빛의 주신이 된 보람이 있었다.
신계 주신이 되어 남김없이 신계의 모든 지식과 주신계의 연결을 통해 대부분을 얻어냈다.
아직 창조신은 어림도 없지만 대부분의 목적은 이룬 셈이다.
‘남은 것은 신체만 11써클에 어울릴 정도로 강화단련만 하면 된다.
그럼 드디어 완전한 11써클이 된다.
창조신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고 겨우 소모품 말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영원히 군림하는 마신에게 마기만 받아서 마력의 순도를 높이기만 하면 그에게 받은 마도로 11써클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럼 지금 자신의 위에서 관리자로 군림하는 창조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아니, 그들의 전장이 두려워 이렇게 꼭꼭 숨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저 연금의 여주신이 만들어낸 저 보석금속이 그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상급신에서 저 정도의 금속의 연금능력이면 주신이 되면 정말 창조신 이상이 착용할 수 있을 정도의 금속을 창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그렇게 해준다.
까닥-!
오른손을 내밀어 여주신에게 내밀었다.
자신의 갑옷에 당황도 잠시, 황급하게 두 손으로 새로운 창조금속을 넘겼다.
연금의 여주신이었기에 이 정도의 창조가 어느 정도로 어려운지 알기에 약간의 존경의 느낌이 들 정도다.
어차피 그의 마도를 기반으로 구현했으니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생성과정은 남김없이 보았다.
그럼 그대로 나의 창조에 적용이 가능하다.
마신에 근접한 마신족의 본체는 복사가 불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가능하다.
내 몸과 혼합된 생체갑옷 기계마도신은 내가 가진 대부분의 데몬 아다만티움을 쏟아 부은 것이기에 마신족의 진혈은 충분하다.
보석을 손에 쥐고서 심장에 대고 영창을 한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
꽈드드득-! 푸하하학-!
신혈이 튀고 근육과 살이 찢긴다.
피부 밑에서 투명한 루비와 같은 금속이 튕겨 나오면서 생기는 부상이다.
아직 융합이 아닌 혼합이기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아직도 너무나 미숙하다.’
그러나 새로운 재질의 금속을 얻고서 마도기계신이 완전히 진화를 하고 있다.
과연 최소한 1단계 이상의 재질의 발전이다.
내가 억지로 만들어낸 데몬 아다만티움은 정련에 엄청난 문제가 있었다.
하긴 별을 충돌시켜 그 사이로 갈아 넣었으니 당연하지만 말이다.
그것을 저 ‘무한연금’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니 상급주신이 입어서 최상급 주신의 공격을 방어할 정도의 강도를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온 몸을 감싼 투명한 루비와 같은 금속갑옷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생체갑옷 기계신의 갑옷을 입은 자신의 신체에 타격을 주려면 최소한 최상급 주신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것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면 어떤 대가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
“합격이다.
투신 일반 주신과 연금 중급 주신으로 인정한다.
2개의 보직이 겹치나 수준이 차이 나므로 지불되는 정기는 일반주신의 1.5배다.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라.”
역시 주신계의 공인계약서를 넘겨주었다.
내용은 거의 동일하기에 별 문제는 없는데 무엇인가 굉장히 망설인다.
“부족한가?”
솔직히 아까 죽이려고 했던 생각은 포기했지만 아직 감정은 남았다.
나 그렇게 마음이 넓은 성격이 아니다.
저절로 투기가 일어났다.
그런데 확고한 의지로 대답을 한다.
“저는 투신이 아니니 투신의 대가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상급신이니 그 정도의 대가만 받겠습니다.”
“진담인가?
적게 받으시겠다.”
‘아주 고대 영웅신의 이야기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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