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3화
10권
자신들의 몸이 바로 반대쪽의 소파로 보내진다.
몸이 전류와 충격에 꼼짝도 못하고 늘어지는 것을 그녀가 붙잡는다.
그리고 저 주신에게서 두툼한 계약서가 전해진다.
“주신계 공인의 신계 직속주신의 계약서다.
충분히 검토하고 추가요구사항을 적도록 하라.
가급적 들어줄 것이나 카르마의 개선과 수련은 강제한다.
나의 신계에서는 약해지는 것은 용서치 않는다.
그리고 신계에 해가 되는 행동은 바로 징계다.”
“알겠습니다.
검토 후 서명을 하겠습니다.”
“잠시만 무슨 일이야? 꺅-!”
빠지직-!
“실례하였습니다.
차원의 주신님은 바쁘시니 제가 자세한 설명을 드리죠.”
작은 벼락이 몸 내부를 강타하고 자유를 다시 빼앗는다.
그런 자신을 안아들고 계약서를 소중하게 챙겨서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간다.
그런 자신을 보며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아예 대놓고 들으라고 크게 이야기한다.
“완전히 상하관계가 역전되었군,
그리고 상위자가 아예 짐이로다.
창조신이상의 재능이 너무나 아까워.
권능이 합쳐야 초월적인 위력이 나와 어쩔 수 없이 떨어지지도 못하는 하위자가 불쌍하다.
도대체 앞으로 엉덩이를 얼마나 때려야 철이 들 것인지……, 휴우-!
그래도 2명이 합하면 최고위 주신이상의 판정이니 포기가 안 되는군.
정말 앞으로가 골치다.
저 어린 철부지를 어찌해야 하나?”
혀를 차며 하는 말에 발끈해서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자 쏟아지는 시선에 몸이 바짝 굳어진다.
문 주위에는 자신과 비등한 신력을 가진 여주신들이 눈을 반짝이며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야수와 같은 묘한 살기와 투기가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마신도 이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하지 않은데 모두 놀랄 정도로 흉악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반투명한 로브를 뒤집어쓴 정체를 가린 여주신이 하나였고, 추한 얼굴을 그대로 들어내고서 자신의 몸 크기와 같은 황금의 망치를 들고 있는 여주신의 서늘한 시선이 자신들을 노린다.
그리고 부드러운 갈색의 반라의 몸들에 가벼운 헝겊과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고 전신을 문신을 새간 야만족의 주신들이 살기어린 미소를 숨기지 않고 신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문이 나선 자를 포위하는 위치였다.
그리고 반투명한 로브 속에서 한기가 서린 차가운 음성이 울렸다.
“면접은 잘 끝나셨나요?
그 계약서 잠시 보겠어요.”
윙-!
자신의 손안에 있던 계약서가 순간 사라지고 그녀의 손에 나타났다.
거의 주신의 극치에 도달한 권능이 느껴진다.
자신조차 어떤 권능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고 사이하다.
‘이 여주신들 정말 빛의 주신인가?
어디에서 이런 주신들이 튀어나온 것인가?
자신들이 스스로 봉인되고 나서 유입된 것인가?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이 이렇게 무력하게 손에 쥔 것을 뺏기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래간만에 분노가 치솟는다.
“정말 무례하군요.”
“예의 따위는 이미 의미 없는 삶이니까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품위조차 버린 몸이라서 이해를 바랍니다.
증오는 기쁘게 받아들이죠.”
“증오뿐 아니라 죽음도 드릴 테니 받으세요.”
파지지지직-! 화르르륵-!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분의 권능을 받아서 융합하여 번개의 신력을 강화시켜 간다.
이 여주신은 정말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처럼 느낀다.
만약 같은 신계에 있다면 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에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신격도 권능도 아니, 존재조차 여기에 없는 것 같은 허무함이 독사의 이빨처럼 독기를 품으며 주위를 잠식하는 것이 신격의 차이를 넘는 강대함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뛰어난 존재의 운명은 늘 극단에 치솟고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되거나 비참한 운명을 맞는다.
정령계에 있는 것을 보니 당연히 후자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감이 안 좋다.
“초월 급의 벼락의 권능?
그립고도 짜증나는군요.
어차피 내게는 통하지도 않으니 거두세요.
그리고 정령신의 상태에서는 서로 간에 해를 주는 행위는 아예 못하게 통제되어 있으니 신력의 낭비는 하지 마세요.”
“저희들의 소중한 계약서를 허락도 없이 가져간 이상 공격은 가능하겠죠.”
“당신들 개인보다 여기 있는 주신들 전부의 이득을 위한 일이니 공격은 못해요.
무엇보다 이들이 막아줄 것이니 더욱 그렇지요.
그렇지 않나요?”
그 말에 잠자코 있던 4명의 여주신들이 앞에 나섰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있는지 전혀 거리낌이 없는 대치다.
“전부 믿을 수는 없지만 계약이나 머리를 쓰는 것은 약하니 맡길 수밖에 없지.”
“그렇다.
그녀가 어떻게 면접을 잘 보는지도 알려준다고 했다.”
“일단 나보다 나은 것 같으니 따라야지.
이번에는 실수하면 끝이야.
여기도 지긋지긋하지만 신체가 없는 정령계는 절대 싫어.”
“화염과 벼락의 권능?
나보다 강할까?
신력의 차이 따위는 가볍게 넘어주지.”
우우우우웅-! 우우웅-!
들어난 신력은 겨우 상급신들인데 권능들이 대부분 주신의 최상급이상이다.
중급 주신이지만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지금 회복이 되고 있는 몸 상태로 불리하다고 판단이 될 정도다.
‘그러나 겨우 상위신들에게 밀릴 정도면 살아갈 가치도 없다.’
서로 간에 신력과 권능을 집중을 시켜며 대치를 시작하지만 반투명한 로브를 입은 여주신이 뺏은 계약서를 빠르게 흩어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손에 계약서가 돌아왔다.
공간계열도 아니고 마치 속임수 같을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는 권능이다.
“역시 투신이며 용병신출신의 주신이군요.
내용은 아무 문제가 없으니 바로 서명을 하셔도 되요.
함정은 없고 오히려 너무 후하다고 할까요?
하위 주신으로 삼으면서도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아요.
신계에 해를 끼치는 행위만 하지 않으면 이런 호조건도 없군요.
하다못해 기본적인 충성의 계약조차도 없어요.
단지 무섭군요.”
“뭐가 무서운가요?”
공격의 기세를 멈추지 않고서 묻는다.
기분이 엄청나게 불쾌하지만 자신의 계약서에 대한 평가라서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다.
그 말에 약간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사무적인 대답이 들려온다.
“당신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영역이고 계약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몰라도 상관없어요.
다만 지금 당신이 우리를 공격하려는 행위는 그에게 낮은 평가를 받아서 조건이 나빠지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죠.
계약서를 허무하게 뺏긴 것은 자신의 주의력이 약해서인데 남의 탓은 좋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 투신으로 계약을 하려 하죠?
감정에 빠져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려는 행위는 전신들에게 금기예요.
그리고 아직 완전 계약도 아닌 가계약이군요.
저라면 추한 본성은 나중에 보일 것 같은데요?
지금 그러면 겨우 필사적으로 호감을 사놓아서 얻은 좋은 계약을 날리고 잔뜩 제약조건을 떠맡을 것 같은데요?
‘범죄와 사고를 만든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라면서 말이죠.
그러고도 남을 성격이 아니던가요?”
꿈틀-!
저절로 이마에 혈관이 솟아오른다.
당연히 해야 할 계약의 주체인 신계 주신에게 잘 보이려고 한 행동도 남김없이 까발리듯 수치스런 행동처럼 말한다.
하지만 경각심이 생기는 것은 범죄를 저질러서 신계에 손해를 입혔다고 최상급 신 전부를 죽여서 정령신으로 만들어 추방한 냉혹한 주신이다.
정식계약 전에 여주신들과 싸움을 벌이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말 그대로 지금은 싸움은 백해무익이기에 신력을 거둔다.
계약서도 다시 손에 들어왔고 내용도 점검을 받아서 조언도 들어서 결과적으로 이득이었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한마디를 쏘아준다.
“당신 정말 재수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 않나요?”
“아뇨.
‘신계에서 가장 더럽고 치사한 년’이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요.
물론 비슷한 소리를 하고서 살아있는 존재는 1명뿐이지만요.”
분명히 욕설을 듣고도 당연하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대꾸를 하고서 다른 여주신들에게 말한다.
“당신은 그 추한 얼굴은 가리지 말고 그대로 들어가요.
그리고 쓸데없는 말은 절대 하지 말고 ‘예’와 ‘아니요’로만 대답하세요.
당신한테 볼 것이라고는 손재주뿐이니 다른 것은 입도 뻥끗하지 말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만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반드시 현장에서 계약을 완료하세요.”
“왜? 그래도 남신이니 아름다운 것이 나을…….”
“저 유혹계열의 권능을 가진 여주신들이 처녀신으로 나온 것을 보니 전혀 여신에게 관심 없어요.
그런데 아름다움으로 호감을 사겠다고요?
과거에 남신이었다더니 자신과 모두 같다고 생각하나요?
더구나 최고위 주신에게 그 얼굴이 통한다고 생각하다니 무슨 정신머리예요?”
“윽-! 남신이었던 이야기는 먼 과거이고 왜 자꾸 얼굴이야기를-!”
처녀신 운운하는 소리에 발끈하고 과거 남신운운에 화를 벌컥 내자 주변이 살벌한 분위기로 바뀐다.
반투명한 로브 속에서 반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냉정한 소리로 이야기를 계속 한다.
“명심해요.
절대로 바로 현장에서 계약을 하세요.
어떤 조건이라도 거부하지 말고 바로 해야 해요.
이 유혹계열의 여주신처럼 가계약서를 가지고 나왔다가는 당신은 정말 끝장날 수 있어요.”
꿀꺽-!
자신의 최후를 단정하는 말에 화를 내다가도 침을 삼키고 말한다.
엄청 듣기는 싫은 소리지만 절대 무시할 수 가 없다.
잠깐 나눈 과거에 의하면 최고 수준의 지식계열의 주신이다.
말이나 이런 일은 대장간에서 모든 것을 무시하고 신기만 만들던 자신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나 꼭 한가지만은 물어야 하겠다.
‘왜 자신은 바로 현장계약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가?’
“나는 왜 바로 계약을 해야 되는데?”
“계약을 바로 완료하고 오면 알려드리죠.
말하면 바로 반발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다시 확인하죠.
‘예’와 ‘아니요’만 말하고 바로 계약을 완료할 것.
아니면 당신은 ‘끝장’이예요.
아시겠지요?”
반투명한 로브에서 들리는 음성은 더없이 확신에 차있고 확고한 진실처럼 들려왔다.
그런데 저렇게 단언하는 것이 자신의 최후이니 어이가 없다.
인상이 저절로 써졌지만 결국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계의 마지막 날의 무승부를 외면하지 않고 주신인 자신이 나섰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지 않았고 외부에서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볼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설마 패했다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 정기만 남기고 모두 흡수하는 정령계 대기소에 영구대기이고, 거기서 적응 못하면 신체조차 빼앗기는 정령계로 보낸다니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
‘괴로운 삶의 유일한 위안인 신기를 만드는 것도 상상 속에서만 얼마나 반복했는가?’
어떤 기회라도 잡기 원했다.
그러나 소속 신계의 멸망을 외면한 주신은 어떤 신계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포기하기 직전이었는데 최고위 주신이 직접 광고까지 하는 급박한 신계라기에 혹시나 하고 신청을 했다.
그리고 정령계 대기소도 반드시 이번에 통과해서 나가지 않으면 신체를 빼앗고 정령계로 바로 방출한다고 협박을 하니 긴장이 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근사근하게 다가와 자신의 의견을 잘 따르면 통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 여주신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는 행동을 보니 자신을 신뢰할 필요는 없지만 같은 편이라면 의심할 이유는 없다고 스스로 한 말에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감을 사면서까지 일을 진행시키는 자가 아군을 속이는 경우는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위할 때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체에 지금 내가 속하고 있는지는 의심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데 망설일 이유는 없지.’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한마디를 더 묻는다.
“계약을 거부하시면?”
“나오지 말고 엎드려 비세요.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면 지금보다 더한 권능을 보일 수 있다고 하면서 싹싹 애원하세요.
그 특이한 추한 얼굴은 반드시 보여야 해요.
그래야 동정이라도 얻을 수 있어요.”
“…….”
가차 없는 대답에 언제가 저 더러운 입을 확 찢어버린다고 생각하면서 긴장을 하고 면회실의 문을 들어섰다.
그런데 자신의 뒤에서 대화소리가 들린다.
“저어기 나는?”
“당신은 입 닥치고 처분이나 기다려요.
술 처먹고 신국을 말아먹었다는 주신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한참을 웃었는데 설마 여기 있을 줄이야.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면접을 보게 되다니 정말 어이가 없군요.”
“약속이 다르잖아-!
말 잘 들으면 통과를 도와준다고-!”
“설마 이 정도로 엉망일 줄은 몰랐죠.
술도 안취하는 주신이 왜 억지로 술을 먹으면서 신국을 망쳐요?”
“그건 내 신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옥수수 술이었다고-!
엄청 맛이 있었어―!”
“아라? 도대체 뭐지요?
그 인간의 아이들 같은 말투는?
빈약한 어휘력이 지식수준을 결정한다고 하더니 야만인들 주신을 하더니 똑같아졌나요?
거기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술이 맛있다고 하다니?
그리고 아까부터 술 냄새가 나던데 당신 또 마셨어요?
아니, 모든 기호품이 금지된 정령계에서 술은 어떻게 만들었어요?
설마 창조능력으로 만든 것은 아니겠죠?”
“그……, 그게. 뭐처럼 신격을 개방하니 술이 당겨서-!
너도 한잔 줄까?”
“어떻게 창조주급의 정기흡수의 권능 ‘유격 화산’안에서 창조의 권능을?
그것이 주신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
“술을 먹고자 하는 의지의 승리-!
꺄하하하-!”
“정말 잘하네요.
저 분 앞에서 술을 만들면 통과될 것이에요.”
“정말-! 그런데 나 술 마시고 사고 쳤었는데 절대 안 마신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다음에 안 마실 것이에요?”
“아니-!”
천연덕스럽게 즉답에 당연하다는 대답이다.
주신(主神)이면서 자기가 술의 신인지 구분을 못한다.
신국과 신계를 날린 것 정도는 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저러니 면접장에 오면서 술을 마시고 온다.
정말 자신을 주체도 못하는 저런 주신과 동격이 되었다는 것에 자괴감이 밀려온다.
“술 먹고 신국을 망하게 했으면서 또 마시는데 누가 믿을까요?
무엇보다 술주정뱅이가 술을 끊을 리가 없어요.
그러니 저 분이 지금 어떤 주신이라도 필요한 상황이 되기를 기도하세요.”
“누구에게?
내가 주신인데?
창조신님?
안 도와주던데?
오히려 당장 죽여 버린다고 길길이 날뛰던데?”
“이 주정뱅이가 감히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인가요?
당장 술기운 다 안 날리고 와요?”
“아깝게 왜?”
아옹다옹하는 것이 아무 상관이 없으면서도 듣는 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정말 이런 주신들과 같이 근무를 해야 하나?’
아직 신계 취업 결정도 되지 않았는데 걱정이 앞선다.
과거에도 조직생활에 적응을 못했는데 저런 심각한 문제가 많은 주신들과는 정말 자신이 없다.
사무실 끝에 산더미처럼 쌓인 이력서를 수백 장을 공중에 띄워놓고 쳐다보는 최고위 주신도 다 듣고 있었는지 신력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지금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신력의 회전이 급속도로 빠르다.
그리고 빛에 휩싸여 13쌍의 빛의 날개가 태양빛처럼 일렁거리는 것을 보니 과연 자신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신력을 가졌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정말 마땅치 않은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말이 들려온다.
“휴우-!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야 하겠지.
그래도 덕분에 일이 줄어서 다행이군.
난 빛의 주신이니 어디까지나 ‘자비’다.
어떻게든 ‘관대’해야 해.”
휘이이익-!
공간이 열리며 붉으면서도 은빛의 주먹크기만한 금속이 날아온다.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나의 금속을 지배하는 권능이 자동으로 성분을 분석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입이 쫙 벌려졌다.
‘아다만티움? 이런 순도로?
더구나 마기? 아니, 마력?
마신족들의 신체의 파동이 혼합되어 있어?
그래서 재질의 밀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최강인 아다만티움의 2배 이상의 경도와 강도를 가진 있을 수 없는 금속이다.
더구나 재료는 끔찍하게도 적어도 마신 직전의 최고위 마족이상의 본체다.
그것을 엄청난 고열을 바탕으로 혼합해서 만든 귀물이다.
아다만티움에 마신을 갈아서 넣었다는 소리인데 이런 짓을 하는 주신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이상의 금속을 자연적으로 제조하기 원한다.
가능한가?”
무엇인가 기대하는 말에 바짝 긴장이 된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도 추한 얼굴을 보고 놀라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권능과 신력만을 보고 문제를 던져 주고 있다.
말 그대로 이 끔찍한 과정으로 제조된 더 없이 강한 금속의 재질이상을 만들 수 있다면 합격이란 소리다.
자신이 과거 신계를 외면한 것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열려진 문 외부에서 주신들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아니, 이미 그것과는 별개로 이 금속이 외치는 처절한 비명과 견고한 재질을 뛰어넘어 본질로 의식이 스며들어간다.
오래만에 금속의 신이며 세상의 모든 분노와 증오를 불꽃으로 태우고 승화시킨 연금의 주신으로 돌아간다.
생전 처음 보는 재질과 이렇게 뛰어난 금속이 눈앞에 있으니 저절로 침이 넘어가고 어루만져 주고 싶어 어쩔 줄을 모르겠다.
여기서 어루만져 준다는 것은 분쇄와 조합이다.
완전히 가루로 만들고 자신의 의지로 다시 이상적으로 만든다.
부조리하게 조합된 금속의 어긋남을 바르게 하고 십은 열망이 자신이 평생을 사랑하던 화로의 불꽃처럼 타오른다.
세상의 모든 것이 배신해도 이 불과 금속만은 언제나 자신과 함께 했다.
너무나 아름다워 처음으로 망치와 모루를 떠나게 했던 미의 신이 자신과 너무나 다른 강하고 미남인 전쟁의 신과 불륜을 저질러서 절망을 했을 때도 변함없이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하고 모독한 최고위 신을 동시에 제압이 가능한 신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몸이 달아오르고 ‘유격화산’의 권능 안에서는 당연히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권능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연금의 망치(Hammer of Alchemy).”
위이이이잉-! 위이잉-!
신력이 진동한다.
상급신 밖에 안 되는 신력으로 발동할 수 없는 권능인데도 불구하고 가동이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영겁의 세월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발동시킨 채로 지낸 이미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권능이었다.
오히려 왜 스스로 이것을 불가능하게 여겼는지 의문이 갈 정도다.
‘이 정령계 대기소는 정말 이상한 일투성이야.’
황당하게 대장장이 신인 자신을 투신으로 판정하고 가혹하게 가해지는 정기흡수와 부담을 가했다.
아무리 항의해도 신계를 잃은 정령신의 말 따위는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러다 자멸할 것 같아 여신으로 변화하고 나서도 조금 감소할 뿐 변하지 않았다.
처음 발동하는데도 불구하고 더욱 강해져있다.
이제 손아귀에 꽉 쥐고 있던 금속을 허공에 올려 고정한다.
어떤 모루도 모든 금속을 분쇄하고 재조합하는 자신의 망치의 타격을 버틸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권능이다.
먼 이계의 신이 알려준 고정의 권능을 자체 조합한 이것만이 마음 놓고 망치를 휘두르게 했다.
그리고 주신조차 묶을 수 있고 봉인하는 신기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을 버린 신계에 복수가 가능했는데 설마 주신 2명이 같은 천공신족이라서 신력공조에 2배가 아닌 3배 이상의 출력이 나올지 예상을 못했다.
낳아지자마자 추한 외모로 버림받은 자신이 그런 것까지 알 리가 없어 생긴 너무나 뼈아픈 실수였다.
이렇게 자신의 삶은 뼈아픈 실수와 후회의 투성이나 단련되어온 권능에서 실수는 없다.
“허공유희(虛空遊戱) 황금연대(黃金鍊臺).”
우둑-! 우둑-! 우둑-!
금속 주변의 공간이 무엇인가에 고정되는 것처럼 굉음이 울린다.
금속주변에 거대한 황금의 모루 모양이 아련하게 떠오를 정도로 권능이 압축 발현되고 있다.
차원의 주신의 눈에서 이채가 떠오르면 작은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창조신급의 공간제압의 권능!
저걸 상급신으로 가동이 가능하다니?
놀라운 숙련도로군.”
부우우우웅-!
자신의 몸체만 하던 거대한 망치에 신력을 더욱 집중시켜 크기를 키운다.
이 망치는 집중된 신력만큼 부피와 무게가 증가한다.
이미 주신조차 정상적으로 휘두를 무게와 크기가 넘어섰지만 상관없다.
온 몸의 모든 근육을 동원하고 회전시키고 압축시켜 들어올린다.
아니, 허공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이 망치를 쉽게 들어 올린 주신은 없다.
신력은 이미 상관이 없는 자신만의 연금 권능의 영역이다.
무게라던가 신력의 부족 따위는 상관없다.
발동만 되고 유지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금속이라도 분쇄하고 재조합한다.
쿵-! 우르르르릉-!
사무실이 권능과 신력의 여파에 엉망이 되는 것도 의식이 안 된다.
이 정도로 저 매혹적인 금속의 본질을 남김없이 파헤칠 수 없다.
자신의 머리위로 망치를 들어서 등 뒤로 넘긴다.
이제까지 자신을 지탱해온 열정과 집념을 바닥까지 끌어올려 외친다.
“일격분쇄-! 가루가 되어라-!”
슉-!
거대한 황금빛의 망치가 순간 모습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여주신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공간이동이 아니다.’
일순간 주신인 자신들의 시야를 벗어난 속도가 구현된 것이다.
‘그것도 저런 중병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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