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1화
10권
이들이 지극히 실리 위주라는 것을 깜박 잊었다.
자기 신계나 부하들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하지만 다른 이들과 거래할 때는 약간의 손해도 안 본다.
그래서 단숨에 보상해야할 정기가 2배로 늘어났다.
10억 정도의 신력을 받았는데 4배인 40억의 보상을 하려면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일반적으로 보면 신력 20억의 중급주신이라도 거의 20만년이상이다.
10만년을 여기서 봉인되어 있었는데 그 정도 시간을 더 보내면 정말 그이와는 영원히 이별이다.
아직 기다려줄 것이라는 확신은 있지만 이 이상은 자신이 없다.
“그리고 피해자가 이제 없으니 중징계는 과하다는 것도 인정은 한다.
귀중한 주신에게 과거의 잘못으로 그런 벌은 너무 과하기는 하지.”
“그럼 무죄인가요?”
갑자기 온건해진 말투에 희망을 품지만 역시나 이 주신에게 일반적인 자비라는 것이 있을 리가 없다.
험악해진 말투가 다시 울린다.
“그러나 쓸모없이 무능한 그들 외에도 유능한 상위의 주신들의 피해가 있었다.
정령계 대기소의 신계 주신과 직계 주신에게서 사기를 치고 신력을 갈취한 범죄의 책임은 더없이 크다.
더구나 주신들의 직접 고발까지 있어 정식 사건으로 주신계로 보고되어 사건 사례로 만들어져 전 주우주에 전파될 것이다.
그래서 일벌백계의 가중 처벌을 하여 의지를 봉인하고 보상이 완료될 때까지 강제 근무에 처한다.”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머리를 부술 듯이 압력이 가해지며 최고위 주신의 신력이 신력의 원을 파괴할 듯이 몰아쳐온다.
신력의 원이 침습당하고 제약이 되어간다.
‘이 주신은 정말 진심으로 자신들의 신력의 원을 본인이 통제할 생각이다.’
말 그대로 자신들의 신력의 원과 신체를 완전히 봉인상태에서 신계의 구성품으로 만들 생각인 것이다.
‘이것이 주신에게 가능한 것인가?’
마신왕, 아니 창조신 정도만 이런 강제적인 신력의 원의 통제가 가능할 것인데 믿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잠시인데 벌써 신력의 원의 절반이상을 이 주신의 신력이 점유하고 강제적으로 신체를 잠들게 하려고 한다.
의식이 흐릿해져가는 와중에 급박한 음성이 들려온다.
“기다려 주십시오. 차원의 최고위 주신님.”
“뭐냐-! 더 가혹한 처벌을 원하는가?
그럼 조치해 주겠다.”
“아닙니다.
그녀들에게 준 신력은 사기에 의해 속아서 준 것이 아니고 주신에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령계 대기소에서 고생을 하는 같은 주신으로서 힘내라고 준 선물입니다.”
무슨 소리들을 하는 것인가?
신력의 원을 침범하던 이 잔혹한 주신의 신력이 멈추었다.
의식이 혼란하지만 대화를 하는 주신들의 다급한 심정이 느껴진다.
응답하는 주신이 약간 누그러진 음성으로 묻는다.
“그렇게 기록에 남기는 것이 좋다는 뜻인가?”
“예. 저희들의 자력에 반려사기를 당했다는 항목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 아이와 저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 사항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더구나 말씀하신대로 전 주우주에 이것이 사고로 전파되면 익명이라도 반드시 소문이 나니 정말 곤란합니다.”
“흐음. 미래의 동맹으로서 그 정도는 조치해 주겠다.
그러나 완전하게 깔끔하게 하려면 반려사기에 의한 집단신력사기라는 죄목자체를 없애야 한다.
사안이 커서 나중에 문제가 되어 주신계에서 정밀 조사하면 두고두고 얽힐 수 있다.”
“멍청한 최상급 신들이 자신들의 욕망에 못 이겨 강제로 넘겨서 강제로 신력교류를 강요한 것으로 변경하겠습니다.
어차피 그런 측면도 약간은 있고 기존에 용서할 수 없는 부정도 있으니 이런 죄목을 추가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녀들은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서 바꾸고 신변보호를 위해 자신들을 봉인한 것으로 내용을 수정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일인가?’
의식이 혼미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를 한다는 감정이 듬뿍 담긴 음성이 뒤를 이었다.
“하긴 내 신계에 비록 봉인하여 주신의 신격만 활용은 하고 있지만 반려사기로 집단신력 갈취한 꽃뱀 여주신이 둘이나 있다는 평판은 용납할 수 없을 것 같군.
그보다는 최상급신들 수백 명에게 매혹당해 강제 신력교류의 피해를 당할 위기를 겪을 정도로 너무나 매력적인 여주신들이 있다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렇습니다.
주신계에서 사실을 알아도 주신들이 범죄자라기보다는 최상급 신들의 집단범죄가 나으니 용인할 것입니다.
만약 문제가 되면 그 점을 강조해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들의 범죄는 징계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아무 일 없이 넘어가자니 영 꺼림직 하군.”
“피해자라고 고발한 신들은 다 범죄자이고 이제 모두 없어졌으니 동맹인 저희들을 위해서 꼭 부탁드립니다.
죄의 대가는 하위 주신으로 삼으시고 치르게 하십시오.”
“그렇게 조정주시면 반드시 이 신세는 갚도록 하겠습니다.”
한참 말이 없다가 결국 승낙하는 소리가 들린다.
“휴우-!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동맹인 주신들에게 치욕적인 과거를 기록하게 할 수 없으니 수정을 하겠다.
그럼 ‘여주신들의 반려사기를 통한 집단신력 갈취 사고’에서 ‘최상급 신들의 집단 신력제공을 통한 강제 신력교류 예방 실적’으로 수정인가?”
“좋군요. 사고에서 실적이라니 아주 좋습니다.”
“아주 훌륭합니다.
워낙 부정이 커서 힘들었는데 그런 실적이라도 있으면 훨씬 보고 하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는 것 같다.
절반 정도 침습한 신력의 원도 서서히 되돌아오고 있으니 의식도 뚜렷해진다.
상황이 변화한 것 같은데 잘 모르겠으니 너무나 답답하다.
그런 나의 상황과는 다르게 대화는 별개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신계주신들이 이 여주신들을 제압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건을 확인하기 전까지 보호를 한 것으로 고쳐야 하겠군.”
“그래야 하겠지요.
정말 이렇게까지 해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뭘 이런 것 가지고-!
동맹이 좋다는 것이 다 무엇인가?
이렇게 좋게 해결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으니 그런 것이지.
다 서로 좋다고 하는 일이야.
나쁘게 처리를 해보았자 피해를 보는 주신만 늘어나니 이런 해결이 더 좋은 일이야.”
“그렇습니다.
다음부터 말씀만 하시면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정령주신들과 다른 정령신들도 면접을 준비시키며 단단히 다짐을 받아놓았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평점을 최악으로 주어서 정령계로 1순위로 보낸다고 했습니다.
만약 차원의 주신님의 신계에서 문제를 일으켜 돌아오면 바로 정령계로 보내겠다고 엄포도 해 놓았습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런 그렇게까지 해주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군.”
“동맹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부족하신 신들도 다음에 들어오는 신들 중에서 아주 우수한 신들로 특별 관리해서 바로 보내겠으니 염려 놓으십시오. 하하하하핫-!
“정말 고맙군. 고마워-! 크하하하하핫-!”
주신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린다.
뭐가 저렇게 화기애애한지는 모르지만 겨우 몸을 가눌 정도로 신력이 제자리를 되찾았다.
어서 전부 회복시켜야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빨리 개입을 해야 하기에 신력과 권능을 일으킨다.
과거의 마신왕 후보였던 모든 마력을 동원하여 여기서 벗어난다.
비록 제압은 자신할 수 없지만 도망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머리를 잡은 손을 통해 단호한 의지가 전해진다.
‘가만히 있어라-!
이 철없는 어린 것아-!
거의 다 되어가니 어설프게 끼어들어서 망치지 마라-!
정말 평생 영겁동안 꽃뱀 여주신이란 오욕을 감수하고 살 생각이냐?
설사 다시 마신이 되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제발 그냥 계세요.
결코 해가 되게 하시려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내 신계에 반려사기를 벌인 사기꾼 여주신들을 결코 둘 수 없다.
지금도 평판이 끔찍한데 그랬다가는 정말 고립될 수 있다.
만약 지금 잘못되면 너희들은 정말 영구 처분할 수밖에 없다.
능력도 가장 중요하지만 신계 주신이 된 지금은 결국 평판도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은 지금 내가 고위직이기에 어쩔 수 없다.’
‘하위신의 신력갈취는 그 분께서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죄목입니다.
아니, 마신계조차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이 범죄사실을 없애야 합니다.’
‘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어-!
그들이 거부하는데도 억지로 주고 간 것을 너도 알잖아.
난 사기를 칠 생각도 없었으니 무죄야.’
‘……’
‘……’
아직도 화기애애한 덕담은 주신들이 서로 나누고 있었는데 잠시 의지의 전달이 끊겼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살기가 전해지며 머리에 압력이 터트릴 것처럼 조여 온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게 입을 신력으로 막혀 버렸다.
‘왜 바로 신력을 모두 돌려주지 않았느냐-!
무슨 이유로 넘겨받은 신력을 흡수하기 위해 최상급 주신이상이 아니라면 돌파가 불가능한 봉인에 가까운 방어막을 쳤느냐?
본래 문제가 생겼을 때 돌려주었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다.
정말 신력에 욕심이 없었느냐?
대답하라-!’
‘그……, 그것은-!’
어떻게든 강해져서 이 끔직한 정령계 대기소를 벗어나야 했다.
그래야 그 이를 만나러 갈 수 있을 것이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동냥이든 사기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오른 신력을 지키려 했다.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그들이 자발적으로 조금씩 넘겨주어서 모인 신력은 막대했다.
여유 정기를 남김없이 갈취하는 정령계 대기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당연히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것을 사정없이 헤집어 온다.
하지만 정령주신이 되지 않았으면 신력에 욕심을 낼 리가 없다.
그런데 자신보다 더 억울하다는 의지가 이글이글 타오르면서 전해온다.
‘너희들이 주신이 아니었다면 변명 따위는 듣지 않고 이미 처분했다.
내가 주신이 절실히 필요한 신계 주신이 아니었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관리하고 있는 신계의 명예를 위해 이런 가소로운 정치행위까지 감수하고 있다.
그런데 너는 그럴 의사가 없었으니 무죄라고?
환경이 그러니 어쩔 수가 없었다고?
비겁한 패배자와 무능한 방관자들의 변명이다.
피해자들이 있는 이상 너희들의 범죄는 불변이고 이것이 진실이다.
범죄사실을 없애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을 없애는 방법밖에 쓸 수 없어 이런 편법을 쓰고 있는 나에게 자신은 무죄라고 외치는가?
그럼 스스로 해결해 보아라!
지금 너와 너를 따르는 하위자의 명예와 존재를 위해서 이 사태를 처리해 보란 말이다.
최상급 신들은 이미 다 죽여서 처리했으니 너희들에게 바친 연정을 배신당해 분노한 주신들에게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설득을 하라-!
과연 네가 생각하는 진실과 말이 통할 것인지 기대해 보겠다.’
입을 막고 있던 신력이 풀렸다.
하지만 갑자기 설득을 하라고 해도 무슨 말이 통하겠는가?
방금까지 자신의 변명에는 너무나 잘 움직이던 생각들이 완전히 멈추었다.
‘감정에 격해진 상대에게 통할 논리와 말이 있던가?’
과거에 배웠던 어디에도 그런 가르침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라는 것이었지만 자신은 바로 신력을 받고서 도망친 당사자가 아닌가?
결코 통할 리가 없다.
그렇게 말을 못하자 사정없이 질타하는 의지가 머릿속을 울린다.
‘정말 철이 없는 어린 것이구나.
이 정도도 처리를 못하고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는가?
잘 태어나 얻은 주신급의 신격만 쓸모가 있는가?
이제 되었으니 가만히 있어라.
더 이상의 망동은 용서하지 않겠다.’
멍해져 아무 말도 못하는 내 귀에 이 주신의 살벌한 의지의 전달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온다.
“그나저나 빨리 상급 주신이 되어서 인증전을 치루고 독립신계 주신으로 복귀해야 하지 않겠나?
장래 최고위 주신이 될 주신이니 신격만 승급되면 정령계 대기소의 후임자의 선발이야 당연히 절차에 불과하지.
나 역시 적극 지원하지.”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범죄자들을 처리해주신 덕분에 정기가 넘칠 지경이라 곧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직계도 곧 중급 주신이 될 것 같으니 더 수월하겠군.
최고위 주신이 되면 그때 도와서 승급한계를 올릴 때 힘을 보태어 줄 것이니 열심히 도와야 한다.
그럼 너의 수련여부에 따라 최상급 주신의 승급한계까지 오를 것이다.
부모가 잘되어야 직계도 잘 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은혜는 갚겠습니다.”
“이런 시간을 너무 뺏었군.
그럼 나는 다른 주신들의 면접을 시작할 것이니 좋은 성과가 있기 바라겠네.”
“부디 좋은 계약을 하시기 바랍니다.”
“주변의 통제는 다 해놓았으니 원하시는 대로 처리하십시오.
들어오라는 신호만 하시면 하위신들이 처리하며 모실 것입니다.”
“고맙군.”
“동맹으로서 당연한 조치입니다.
그럼 이만 통신을 통제하고 신계의 녹화기능도 계속 끊어 놓겠습니다.
편하게 면접을 보십시오.”
음성이 끊기자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차원의 주신이 지쳤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허어어어-! 이런 짓을 내가 하다니?
차라리 용병주신으로 전장에서 적과 치고 받으며 싸우는 것이 낫지, 이런 서로 눈 가리고 아옹거리는 유치한 일을 내가 하다니?
그것도 이런 애송이 주신들이라도 건져보겠다고 말이다.”
“그……, 그게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응? 고마워 할 일이라는 것은 아느냐?
다짜고짜 봉인하려 했다고 원망하지 않고?
그 정도의 소양은 있었는가?
평가를 상향해야 하겠군.
가정교육을 개판으로 받은 철없는 아가씨인줄 알았더니 그래도 은혜는 아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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