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0화
10권
무엇인가 조금 이상하지만 일단은 넘어간다.
단순한 일을 길게 생각하면 골치만 아프다.
숨을 길게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의 손바닥 모양으로 붉게 달아오른 하얀 엉덩이를 다시 쓰다듬으며 다시 치료를 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바르르 떨기만 하지 방금처럼 욕하는 것이 없는 것을 보니 알아들은 모양이다.
이건 차라리 정신을 잃었던 여주신이 100번 낫지, 정말 못할 노릇이다.
일단 죽지 않을 정도로 치료를 끝냈으니 바로 다음 단계로 간다.
팔다리를 고쳐주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래도 방심하면 안 될 상대이고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마도 기계신이 정상적인 작동을 알리는 기계음이 울린다.
띵-! 띵-! 띠띵-!
역시 자신의 마도와 일체화되어 회복이 빠르고 완력 역시 급속하게 울려준다.
일단 가볍게 검은 번개를 쏘는 여주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어느새 정신을 회복했는지 권능을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여주신들에게 수차례 속기 직전까지 당한 경험이 없었으면 모를 정도로 흐릿한 신력유동만 있지만, 이미 이들에게 경계심을 최대한 올릴 상태라 감지가 되었다.
그리고 머리에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한다.
“정당한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수작을 부리면 바로 즉결처분한다.
재 판결도 취소다.”
“알…….알겠습니다.”
완전히 수궁한 듯 가냘프게 떨며 하는 답변을 보니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
신계의 하위 주신으로 삼아야 하는데 어처구니없이 방심을 하여 한 대 맞고 추한 꼴을 보였으니 설사 종속된다고 해도 말을 들어먹을 리가 없다.
그래서 열도 받고 자신의 방심도 징계를 하고 다시 이들을 심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이런 어려운 전투를 자청을 했다.
누가 보면 미친 짓이라고 하겠지만 일단 얕보여진 상위자가 하위자들을 다루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수시로 도전을 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무슨 일이든 반대를 하고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암적인 존재가 되어 조직을 파멸로 이끈다.
기분이 더 나쁜 것은 그렇게 상위자를 깔보고서 이해관계를 떠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분열시켜 망하게 하고도 상위자의 지도력과 무능을 욕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위자의 잘못은 있다.
그렇게 되고나면 하위자들을 모두 처리를 해야 하는데 못한 점이다.
그런 일이 내 신계에 있으면 안 되기에 이런 수고를 하여 제압한 것이다.
효과가 있는지 순종적으로 변했으니 일단 대충 목적은 달성한 모양이다.
본래 이 정도의 최고위 마신이면 마신왕도 문제가 아닌데 전직을 잘못해서 완전히 망쳐놓았다.
일단 철저하게 제압을 걸었다.
‘이 상태에서도 마신왕급 합동기를 써대는데 목숨을 걸면 어떤 기술이 나올지 모른다.’
지금 여기서 몸에서 떨어뜨려 회복의 여유를 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나와 대등한 최고위 마신들이니 이 정도도 부족할지 몰라 잔뜩 긴장한 상태다.
‘방심으로 당한 패배직전의 수치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조금의 이상 징후를 보이면 바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박살낼 각오다.
“반려사기로 집단신력갈취에 대한 재 판단을 진행한다.
반론을 시작하라.”
“저……, 저희들은 억울해요.
거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신력을 주고 갔습니다.”
“그래요. 정령신 상태라서 신체에 해가 되는 일이 아니기에 거부를 하지 못했어요.
최상급 신들인 관리신들을 불러주세요.
그들이 증명할 것입니다.”
여주신들의 이제 필사적인 항변에 피식 웃으며 답변을 생각한다.
범죄자인 최상급 신들은 모두 정령신으로 만들었으니 다시 불러올 가치도 없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서 서로 진실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서로 변명과 거짓만 이야기 해대니 무의미한 일이다.
대질 신문은 절차로는 좋지만 일만 복잡하게 하여 해결을 어렵게 한다.
그냥 사실만 확인하고 그것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이해관계만을 따져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지만 희생 없이 승리도 없다.
그래서 상큼하게 웃으며 무시를 한다.
“훗-! 그들은 없다.
그러니 너희들의 입장만 잘 변론해봐라.”
“예?”
“정령계 대기소의 최상급 신들은 신계에 해를 끼치고 부정에 관련되어 있으며, 약해 쓸모가 없어서 모두 죽여 정기를 회수하고 정령신으로 바꾸어 정령계로 추방했다.”
“전부 말인가요?
200명이 넘는 최상급 신 전부를?”
“그래-! 그래도 나는 자비로운 빛의 주신이라 소멸을 시키지 않고 죽이기만 했다.
신력도 1할이나 남겨 보내서 다시 도전할 기회조차 주었다.
쯧-! 이런 나약한 부분은 고쳐야 하는데 그래도 빛의 주신이니 어쩔 수 없지.”
“…….”
여주신들은 하도 어이가 없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다급하게 의사교환을 한다.
‘범죄에 연관되었다고 한 신계의 최상급 신들을 모두 전멸시키고 신력도 9할이나 빼앗아서 정령계로 추방했다고?
막 나가는 마신도 그렇게까지는 안 해.
그리고 이 정기 흡수의 ‘유격 화산’의 권능 안에서 무슨 수로 신력을 다시 올려서 복귀하라고?
차라리 소멸을 시키지.’
‘어떻게 하지요.
정말 저희들도 그렇게 할 기세인데요.’
‘숨겨 놓았던 마력도 사용이 안 돼.
엄청난 감지능력으로 통제하고 있어.
어떻게 빛의 신이 마력을 이렇게 민감한 파악과 관리가 가능하지?’
자신의 머리를 잡은 손아귀의 힘은 정말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압박을 하고 있다.
몸 내부에서 약간의 권능의 유동을 시켜도 어떻게 알아채는지 바로 머리를 부술 것처럼 압력을 주어 경고를 해온다.
잔뜩 긴장하여 폭발직전인 것 같은 살기와 투기가 언제든지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 듯하고 느껴지는 완력은 일반적인 주신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있어 버티지도 못한다.
팔다리도 부서져 꼼짝도 못하고 머리까지 잡혀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인데도 최고 수준의 전투태세로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밀착되어서 과거 마신왕 후보였던 자신의 권능으로 어느 정도 신력과 사고를 읽을 수 있었는데, 정말 황당한 사실은 이 최고위 주신은 정말 자신이 자비롭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력을 9할이나 빼앗겨서 상급신 이하로 하락한 관리신들이 열심히 수련해서 복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자신도 그럴 것이니 당연하다는 것이다.
‘지독한 외골수에 독불장군이다.’
제왕학의 일환으로 배운 심리유형에서 명시한 아주 희귀하고 위험한 대상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 주신은 멍청하고 무모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자기의 살아온 삶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이 가능하니 다른 존재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며 판결하고 조치한다.
어떤 가혹한 조치를 해도 다시 영광스런 자리로 복귀할 기회를 주는 것만도 정말 자비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신계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렇기에 모든 최상급 신들을 죽여 신력과 정기를 신계에 돌려주고 아무런 후회도 자랑도 없다.
자신도 그런 실수를 했을 경우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고 재도전할 기회를 준다면 정말 감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처벌을 당한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직위도 신격도 잃은 상태에서 결코 정령신에서 벗어날 수 없이 영구적으로 정기를 착취당할 것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약자의 선택이라고 무시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은 단지 해야 할 일을 했고 그래도 소멸을 시키지 않고 기회를 주었기에 관대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최악이야-!
이 주신은 사회경험과 신과의 관계에서 경험이 거의 없어.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아.
그래서 단지 명문화된 규정을 자기 기준대로 그대로 조치할 뿐이야.
우리가 여신이라고 절대 사정을 봐줄 것 같지 않아.’
‘분명 그렇지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오직 승리와 패배, 생존과 죽음만이 존재하는 극단적인 존재입니다.
자신만의 재능과 노력, 힘으로 성공한 전형적인 투신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전투의 승리를 위해 어떤 수단방법도 가리지 않아 상대한 마신들조차 그 악랄함에 치를 떤다는 독립신계의 용병주신같아요.’
독립신계의 용병주신들은 잔인하고 악랄한 마신계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독종에다 악종들이다.
막대한 용병신 대가를 받은 이상 값을 해야 하고 오로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마신들이 보기에도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고 신력이상의 강함을 보이며 전쟁의 승리를 이끈다.
그리고 용병주신은 마신계가 막대한 대가를 보장해도 마신으로 전직을 하면 일단 자신의 신격이 먼저 떨어지므로 대부분 거부한다.
그래서 굉장히 드물어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들이 그렇게 강한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외부의 주우주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이 주우주에 온 그들이 모든 것을 들여 만든 독립 신계를 지키기 위한 ‘절박함’과, 패배하여 다시 무가치한 존재가 되느니 차라리 소멸을 하겠다는 ‘결의’였다.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과 힘을 가진 존재가 그런 각오까지 가졌으니 동급의 신이나 마신의 존재들이 절대 당해내지 못했다.
초반에 인증전에서 신이라고 무시하고 그들을 고용하지 않은 마신계가 처참한 패배를 무수히 당하고도 원한을 가지지 않고 나중에 진정한 투신으로서 인정할 정도의 힘들이다.
현재는 결손이 있는 중급 주신인 자신들을 완전히 제압하고도 경계를 놓치지 않는 이 최고위 주신에게도 조금의 여유는 없고 마치 너무나 두려운 무엇인가에 쫓기는 절박함만이 전해지기에 확실하다.
그리고 독립 신계의 주신 중에서도 최고위 주신에 도달할 정도면 어느 정도로 강대할지는 예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마치 금속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머리위에서 들려온다.
아까부터 들려오는 기계음과 같은 특이한 소리다.
이제 보니 저 주신의 몸속에서 울리는 기이한 소리였고 공포감을 전해져 온다.
띵-! 띵-!
“더 이상 변론이 없으면 바로 집행한다.
주신이라도 신력갈취, 특히 하위신의 단체 신력갈취는 용서할 수 없는 중죄다.
주신계 규정에 의거 나 차원의 최고위 주신은 부정으로 갈취한 신력의 봉인을 결정한다.
그리고 해당 주신은 2배의 정기와 신력을 신계에 보상해야 한다.
총 20억의 정기를 각자 보상하라.
배상할 정기가 없으면 최저 보수로 보상이 끝날 때까지 강제 근무를 시킨다.
이제 마지막 변론을 하라.”
자신들의 급박한 의지의 교환과는 전혀 상관없이 판결이 진행된다.
정말 신력갈취의 죄가 무죄라고 이 주신을 이해를 시키지 못하면 집행할 기세다.
그렇게 되면 일반 주신으로 얼마의 시간을 지내야 보상이 끝날지 모른다.
거부도 안 되는 것이 주신계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그 전에 무엇보다 반드시 보상을 시키겠다는 의지로 꽉 차있는 이 주신을 감당할 수 없다.
아까의 일전을 치러 보니 정말 소멸을 각오하고 덤벼야 할 적이다.
본래의 최고위 마신으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데 주신상태로는 답이 없다.
그런데 어떤 생각이 스친다.
이들은 어떤 면에서 굉장히 단순하다.
모든 것이 극단적이다 보니 원인보다 결과만을 본다.
과거보다 현재만을 보고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다보니 의외의 이야기가 먹힐지 모른다.
본래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지만 통할지도 모른다.
“잠시만요.
피해자가 이제 없는데 저희들에게 그런 중징계는 너무 가혹해요.”
“맞아요.
무엇보다 중급주신이 더 유용하지 일반주신은 효용성이 너무 낮아요.
그런데 징계만을 위해 일부러 신력봉인을 하다니 그건 너무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과거의 죄는 완전히 무시하고 미래의 효율성만을 보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은 알지만 이 주신에게 통할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과거는 미래를 위해서는 무시해도 될 대상이니 말이다.
그러나 말을 하면서도 조마조마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일반적인 주신이라면 벌컥 화를 내며 ‘그래도 죄는 죄다. 어디서 감히 수작이냐-!’라고 가중처벌을 할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힘든 과거를 잊고자 노력하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들이라면 사고 자체가 다를 것이라는 정말 희미한 확신이다.
그리고 시간이 너무 없어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렇긴 하군.
일반 주신보다 중급 주신이 더 쓸모가 있지.
신력봉인은 취소다.”
“…….”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이 정말 통했다.
‘이 무슨 극단적인 사고인가?’
현실적인 효용만 있으면 어지간한 것은 대부분 무시한다는 소리이다.
이 정도의 강대한 존재가 그런 사고를 가지고 있으니 반대로 쓸모없다고 적용이 되면 정말 무서울 것이다.
무능하다고 느껴지면 어떻게 나올지 오싹해진다.
아마 이 정령계 대기소의 최상급신을 모두 죽여 징계한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래도 신력봉인은 벗어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다음 말에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럼 신력봉인대신 무상근무 기한이나 보상 정기를 두 배로 늘린다.
각자 40억씩 지불하도록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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