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8화
9권
또 여 주신 체면에 쌍욕이지만 이젠 일상이니 넘어간다.
원탁의 신 시절처럼 최고위 신의 품격을 훼손한다고 달려들 신도 이제 없으니 말이다.
요즘 지식의 신과 태초의 투신들에게 ‘사모님들’이라는 존칭과 함께 깍듯하게 인사까지 받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정말 얼마 전까지 서로 약점을 찾고 만들기 위해 독설을 주고받은 과거가 믿기지가 않는다. 그런데 잠깐 다시 생각해보니 흑발의 여주신의 입에서 신기하게 굉장히 긴 형용사가 튀어나온 것이 신경이 쓰인다. 대부분 ‘썩을’이라든가 ‘비겁한’, 심하면 ‘빌어먹을’정도로 간단하고 빈약한 어조로 말하는데 대단한 원한이 있는 모양이다.
“가장 더럽고 치사한 년?”
나의 물음에 생각만 해도 정말 짜증이 난다는 듯 대꾸가 뒤를 이었다.
“그런 년이 있었어. 무식한 거신족 출신주제에 머리는 더럽게 좋아서 마법까지 잘 사용했지. 어지간한 주신보다 강한 주제에 거인족과의 전쟁에서도 절대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음모만 꾸미면서 자신은 아무 손해도 보지 않고 비겁하게 뒤통수만 쳤다고-!”
“음? 그것은 정말 뛰어난 주신이잖아? 순수한 마도신이라니? 신이 신력과는 반대되는 마도까지 배울 정도면 보통의 재능과 노력으로 안 되는데? 내 신계에서도 마도를 익힌 신은 아무도 없었어. 그리고 거인족과 전투를 벌여도 자신의 손해가 없이 승리했다면 오히려 굉장한데.”
“아니야-! 그 년은 비겁하고 사악한 것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아군을 적을 유혹하는 미끼로 쓰는 년이라고-! 그것도 몇 번이나 그랬다고-!”
칭찬하는 어조에 격렬하게 반응을 하는 것을 보니 대충 짐작이 간다.
저기의 미끼라는 것이 보나마나 본인일 것이다.
하긴 튼튼하고 강하면서도 벼락의 권능과 굉음으로 눈에 잘 띄고 시끄러우니 적을 유인하는 역할로는 최고이겠다.
‘더구나 이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주신정도면 그야말로 전장에서는 최고의 미끼였겠다.’
아마 적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을 것이다.
외모야 저렇게 아름답지만 속은 그야말로 망나니인줄도 모르고서 다가오다 저 무식한 힘과 벼락의 권능에 모두 죽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녀가 여기 주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과 비등하게 무수한 수로 신계의 적인 괴물들 악마 족과 거인 족을 학살한 전적을 가진 진정한 강력한 투신이다.
그것만은 정말 인정할 만하다.
저 더러운 입만 아니라면 최고일 것인데 고치는 것은 포기했다.
뭐 다스릴 신계도 지금은 없는데다 현재 신계관리주신으로서 무력을 담당하는 이상 상관은 거의 없다.
“아오-! 그 년하고는 직접 결판을 냈어야 했는데 그 꼴을 해가지고 절대 어울리지 않게 눈이 뒤집혀서 썩을 주신에게 직접 달려들어 뒈지고……젠장-!”
무엇인가 씁쓰름한 어투다.
언제나 낙천적인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한다.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죽었어?”
“그래. 그 뒤 소멸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어. 지독하게 끈질긴 년이니 모두 반드시 살아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 뒤 마신족과의 전투가 무승부가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지.”
“그럼 정령계에 있을 수 도 있겠는데?”
“나도 찾아보았는데 최상급 정령신중에 없었으니 소멸을 했겠지. 워낙 전쟁이 치열했으니 혼자서는 버티지 못해. 더구나 아군이나 적이나 구분 없이 원한을 워낙 많이 사서 도와줄 존재도 없었고…….”
“…….”
아마도 계략을 주로 쓰는 모사출신의 신들이 겪는 마지막을 겪었을 것이다.
자신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자신과 신계의 승리만을 목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신들의 최후는 언제나 똑같았다.
적보다 아군에게 먼저 버림받는 비참한 최후였다.
그것은 언제나 있는 비극의 하나일 뿐이다.
신계가 자신의 눈앞에서 멸망할 때 이미 그런 동정심은 다 버렸다.
더 이상의 그녀의 과거 회상에 관심을 거두고 가이아나에게 가봐야 한다.
그런데 그이의 완전 종속신들이 태세를 갖추고 다시 정렬한다.
마도의 권능이 여린 전장이 모든 부상과 신력, 직접 만든 갑옷과 옷까지 수복한지 다시 만전의 태세다.
어떻게 주신급까지 이렇게 무한하게 복원하고 치료하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랑조아의 ‘무한복원’이 신력의 회복에는 비할 수 없이 뛰어나지만 물질까지 저렇게 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상위 주신이 착용할 만한 신기까지 복원하다니 알면 알수록 기가 질린다.
그러나 이제 다시 원점이다.
아까 추가타를 집어넣어서 모두 죽음을 내려주어야 부활하는 시간이 조금 걸리고 수련이 잠시 멈추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잘 막아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까처럼 맥없이 당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마도 권능이 최대한 발휘되면 진형의 전부를 덮고 있다.
저래서는 광역기로는 치명타를 넣을 수 없다.
‘이런 가이아나가 늦었다고 화를 내겠는데.’
허나 투기를 일으키는 상대들을 앞에 두고 물러서거나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할 여주신들은 없다.
주신의 권능을 다시 일으켜 그대로 다시 달려들 뿐이다.
다시 굉음과 번개가 몰아치며 격렬한 전투가 개시되었다.
현재 그의 신계는 이렇게 평화스러웠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공간이동의 울림이 끊임없이 퍼지며 방위신계에 추가 전력들이 도착들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실내 광장아래에 늘어선 신계 주신의 숫자는 최고위 주신이 9명, 최상급 주신이 102명, 상급주신이 10,004명, 중급 주신이 100,102명, 기타 일반주신은 현재 지역우주 관리를 위한 필수 열외인원을 제외한 500,420명이 도착을 완료하였다.
외부 주우주의 총 전력에 비해 1분의 1정도의 인원수이지만 등급은 1서클이 상향되어 있어서 빈약하다고 말할 수 없는 전력이다.
전면전이 아닌 일부 지역의 방어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리고 방어신계는 현재 예비 창조신인 전능의 휘에 의해 전력전개를 하여 창조주이상의 방어막을 형성하여 정령계 외곽 전 지역을 틀어막아 버린 상황이라 더욱 그러했다.
모든 상황을 아는 주신계 직속주신들의 표정은 그래서 어둡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못 마땅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 전능의 휘의 주위에 9명의 최고위 주신들도 인상을 쓰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독립신계 용병주신들의 참여가 너무나 저조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에 비해 대가가 부족하다는 통보였다.
최고위 창조신이 소멸하는 것을 보더니 다들 위험도를 최상으로 판단하고 추가보수를 요구하거나 모두 연락을 거부하고 잠적을 해버렸다.
자유 참전권을 가진 강대한 주신들이라 강요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니 뭐라고 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내버려두자니 이러면 사기 문제가 크다.
다른 주신계 직속 주신들보다 강력하기도 하지만 기가 막히게 위험을 감지하는 존재들이라 소멸할 정도로 완패하여 보수를 받지 못하는 전장에는 참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참전하지 않는 전쟁은 패배한다는 속설이 떠돌기 때문이다.
‘무슨 침몰하기 직전의 배의 쥐들도 아닌데 신들이 그런 미신을 믿다니-!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를 할 수 없으니……’
예비 창조신 휘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자신도 꽤 위험한 인증전을 치렀지만 전능신족의 전면적인 지원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넘겨서 그런 감각은 떨어졌다.
허나 독립신계의 주신들은 너무나 다르다.
대부분 외부에서 온 투신으로서 단신으로 세력을 만들고 인증전조차 일부의 동맹이나 혼자서 이겨 내고 살아 남았다.
그래서 주신계에서 보호받고 성장한 직속 주신보다 홀로 성숙한 독립신계의 주신들은 전장에서 더없이 강력하고 예리한 감각을 가진다.
최소한 전쟁터에서 본인이 가진 신력의 2배 이상의 전과를 올릴 정도다.
수없는 사투 속에서 대부분 ‘전투예지’와 ‘위기 감지’등의 권능은 기본으로 깔고서 거기에 별 이상한 권능까지 개발하여 인증전에서 혼자서 살아남은 존재들인 것이다.
그들의 전투에 대한 감각은 예지의 권능을 뛰어넘을 정도인데 그들이 후한 보수를 거부하고 잠적할 정도이면 무척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자신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긴 외부 주우주의 창조신장까지 미친 척하고 뛰쳐나오는 전장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역시 괘심한 심정을 풀 수 가 없다.
그들의 완전한 불참에 거부권이 없는 직속 주신들의 불만이 더해지고 불안도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동해오는 익숙한 강대한 신력의 파동에 약간 표정들이 풀어진다.
기다리던 독립신계의 주신들이 드디어 응답을 해온 것이다.
“하늘 위에 군림하는 최고위 독립신계 주신님이 참전하셨습니다.”
“오-! 드디어 귀한 몸들이 오시기 시작하는군.”
최고위 주신들의 비꼬는 것인지 정말 반기는 것인지 모를 탄성이 울리고 맑은 하늘과 같은 푸른색의 신력이 휘황한 빛나면서 공간을 채운다.
우아한 몸짓으로 허공에서 광장 중앙에 내려앉은 주신의 머리카락이 더없이 파란색으로 일렁이며 최고위 주신의 신력을 알렸다.
온몸을 감싼 갑옷도 푸른색으로 통일되고 2개의 검을 허리에 차고 장창도 2개를 등에 부착한 형태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기묘한 형태의 신기들이 갑옷외부에 부착되어 흉험한 투기를 흘린다.
그렇게 엄청난 중무장을 하고 거기에 모자라서 허공에도 기묘한 신기들이 숨겨져 있는 듯 은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모습조차 자욱하게 완전 개방된 구름 같은 신력에 가려서 흐릿하게 보일 정도다.
얼굴조차 신기로 뒤덮여 알아볼 수 없다.
언제라도 전력으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전투태세 완비 상태다.
그 모습을 보는 예비 창조신과 최고위 직속주신들은 속으로 혀를 차고 말았다.
‘완전무장 상태에 장기간의 전쟁대비로군. 으음-! 상황이 내 판단보다 더 심각하다는 뜻인가?’
지극히 정중하게 자신에게 허리를 숙여서 예를 표하는 것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반갑게 받아주었다.
최고위 독립신계 주신이 참전한 이상 사기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정도 수준의 독립신계 주신이 패배하고 죽을 곳을 모를 리가 없다는 믿음은 자신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출신이 어떻고 사정이 힘들든 참전한 이상 보수를 받은 값은 무조건 한다.
오히려 직계주신보다 더 믿을 수 있는데 단 1번의 계약위반이나 불명예스런 전투를 벌인 독립신계 주신은 누구도 고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용맹하게 최전선에 나선다.
그리고 자신이 희생되는 한이 있어도 최후까지 싸운다.
참전의 막대한 보수는 주신의 죽음조차 보상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패배하여 보수를 지불하지 못할 정도의 전투가 아니라면 가장 믿을 만한 전력이다.
가볍게 직속 주신들에게 눈짓을 하자 알아서 자리를 조정하기 시작한다.
용병주신이든 독립주신이든 뭐든 강자는 대우 받아야 한다.
최고위 주신 종합서열 5위가 그의 자리다.
그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하위 서열의 최고위 주신이 부단히 일어나 하나씩 자리를 내려앉았지만 불쾌하다는 기색은 없다.
모두 강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 패배한 전쟁 따위는 신물이 날 정도로 겪었다.
주신급 이상의 강대한 신이라면 용병신이라도 대우받을 가치가 있다.
언제인가는 신계의 주신이 되어 동맹이 되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 5번째의 자리를 찾아서 앉은 하늘위에 군림하는 주신이 투구를 벗자 모두 헛바람이 터져 나왔다.
갑옷에서 살기와 투기가 줄기줄기 터지듯이 흘러나왔고 표정은 그야말로 전장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투신 같아서이다.
최고위 주신들이 쑥덕거리며 서로의 의사를 교환한다.
‘얼굴은 왜 저렇게 죽을상이야.’
‘신력은 이상이 없는데?’
‘신계에 무슨 일이 있나?’
예비창조신 전능의 휘조차 의아할 정도라서 무슨 말을 하려 하는데 희한하게도 독립신계의 주신들이 줄줄이 참전을 위해 이동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하나같이 완전무장에 처절할 정도로 살기와 투기를 흘리고 있었다.
결국 그래도 현재 가장 높은 독립신계 주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늘 위에 군림하는 주신이여? 독립신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갑자기 대부분의 독립신계의 일부 기능이 고장이 나서 재설치에 대량의 정기가 필요합니다.”
굉장한 흥분상태이지만 자신보다 강자이며 상위자이기에 최대한 감정을 죽이며 정중한 대답을 한다.
그런데 듣고서는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신체의 무의식 통합체인 신계가 고장이 났다는 것은 영겁의 세월동안 살아오면서 처음 듣는 일이다.
신계의 모든 신이 미쳐버리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신계의 기능이 갑자기 고장? 그것이 가능한가? 신이 늙어 죽었다는 소리와 같은데?”
“신계 관리주신들과 주신계의 판단으로도 원인불가라고 판정이 되었습니다. 재설치가 필요하다는 판정이 나고 필요한 정기의 확보를 위해 모두 참전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리고……으득-!”
이를 부득 갈면서 말을 이었다.
차마 말을 하지 못할 지경으로 입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곧 감정을 수습하고 또박또박 끊듯이 말을 이었다.
“‘여. 기. 에. 참. 전.’을 결정하자 바로 ‘정. 상. 화.’가 되었습니다.”
“…….”
예비 창조신 휘와 최고위 주신들이 갑자기 멍해졌다가 바로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혹시나 하고 확인한 자신들의 신계는 아무 문제가 없고 참전을 거부한 독립신계 주신들의 신계에만 문제가 생겼다.
그럼 창조신계의 개입이거나 카르마의 작용일 것이다.
그러나 창조신계의 개입이면 아무리 상위 신계라도 신계관리주신들과 주신계가 ‘원인 불가’의 판정을 내릴 리가 없다.
아마 ‘상위 권능의 작용’이라고 말 했을 것이다.
자신들은 그래도 신들이니 그런 정직함은 있다.
더구나 신계의 인위적인 일부 고장발생은 창조신도 무리다.
아예 정지는 가능해도 세밀하게 조정할 권능은 절대 없다.
신계는 창조주께서 내려주신 권능의 말단이기 때문이다.
그럼 남은 것은 하나다.
창조주님의 권능조차 능가 하는 그가 만든 ‘카르마’의 영향이다.
왜 작용했는지는 조사를 안 해 보아도 알만했다.
이들의 참전으로 숨을 돌리고 이익을 본 것은 오직 한명이다.
최고위 주신들의 시선이 한 명에게 모였다.
힘이 약하니 차마 말을 못하고 속으로 불만만 삭히며 쳐다 볼 뿐이다.
‘당신 탓이냐? 카르마가 위인 상위 존재를 도우라고 절대계가 개입을 했군. 처음부터 이렇게 판을 벌리지 말던가? 왜 외부 주우주의 창조신들을 죽이고 소멸시키고 난리야.’
예비 창조신 휘는 이들의 불손한 시선을 보고도 차마 뭐라고 윽박지르지 못하고 슬쩍 적의 진영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은하계(Galaxy)에서 이들보다 상위존재는 예비 창조신인 자신뿐이다.
아니 독립신계 주신들의 ‘극선’보다 카르마가 위인 것은 ‘절대선 미만’인 자신뿐이다.
조금만 더 이 우주를 발전시키면 ‘절대선’이 될 자신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절대계가 강제 개입을 했을 것이다.
물론 진정한 ‘절대선’의 카르마를 유지하고 있으신 창조신님들이야 아무 영향도 없다.
아니 자신이 조금만 잘못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것이지만 겨우 ‘극선’을 유지하는 이들은 결코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주신이 되기 위해 몇 개의 신계를 부흥시켜 ‘절대선미만’이 되고 나서 창조신의 인증전을 하느라 신경을 안 썼는데 지금 이들이 이렇게 싫어하면서도 강제로 끌려온 것을 보니 소름이 오싹 올라온다.
자신도 ‘절대선’이신 직속 창조신님께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렇게 된다는 뜻이다.
예비 창조신 휘가 눈에서 살기를 감추지 못하는 하늘 위에 군림하는 주신을 외면하고 살짝 자신의 카르마의 수치를 확인했다.
‘지금은 절대선 미만이니 조금 더 올려야겠다. 마지막으로 1조의 신도를 가진 최고위 주신성을 완전히 개발해서 극선을 초과했으니 하나 더하면 절대선이 될지도 모르겠어. 창조신 인증전을 위한 수련도 중요하지만 하나 더 하자. 그럼 이 지긋지긋한 예비 생활도 풀리게 될지도 몰라. 주신성이야 개발하겠다면 언제든지 창조신님이 주실 것이니 이상이 없다. 창조신님도 승급을 위한 실적에 목을 매달고 계시니 말이야.’
카르마를 올리기 위해 주신계 발전에 매진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예비 창조신이었다.
그리고 이미 카르마가 자신의 ‘극선’보다 상위인 ‘절대선 미만’인 예비 창조신을 위해 어떤 수작을 부렸음을 알고 있는 하늘위에 군림하는 주신의 후회가 뒤를 이었다.
벌써 전뇌계에 확인 겸 항의를 하니 천연덕스럽게 ‘카르마가 직위보다 낮으시네요. 노력하세요.’라는 대답까지 들었다.
그래서 이때까지 ‘극선’으로서 혜택을 잘 누리다 보다 상위의 카르마를 가진 존재들을 계속 만나서 고생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중이다.
‘다른 신계의 이권의 개입보다 차라리 힘들더라도 종속신계를 늘려서 정기와 카르마를 올릴 것을 정말 실수했다. 이런 엉망인 전투에 자진해서 참가를 해야 하다니-! 으-! 카르마가 원수로다. 평상시 그렇게 잘 지원해주다가 이렇게 계속 뒤통수를 치다니.’
‘신계 기능 일시 고장’이라는 있을 수 없는 불행한 일을 당한 독립신계 주신들은 이번 전쟁만 끝나면 어떻게든 카르마를 올릴 생각에 골몰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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