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3화
9권
창조주가 아니라면 결코 불가능하다는 최고위 창조신이 소멸 된 엄청난 상황에 누구의 대꾸도 없는 전장에서 전쟁은 개시되었다.
한편 그 장면을 몰래 보고 있던 차원의 주신과 정령계 대기소의 주신들은 입을 다물 수 가 없었다.
최고위 창조신이 정말 소멸되어 완벽하게 정기와 신력을 빼앗긴 것이다.
무슨 권능인지 분석은 끝났다.
최소 26개 이상의 동시 발현된 권능이 상대의 모든 방어권능을 완전히 분쇄하고 신체를 공격하여 분해하고 결국 소멸시켰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던가?’
자신도 물론 마도를 발현하면 주신의 10서클의 16개까지 동시발현이 가능해서 최고위 주신의 출력을 낸다.
이것만으로도 정말 놀라운 일인데 저쪽은 26개다.
과거 창조신의 26쌍의 날개를 가졌었고 방위신계의 도움을 얻어도 저것이 가능한 일인가?
거기다 증폭된 신력과 권능을 가뿐하게 감당하는 단련된 신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어지간한 최고위 주신의 공격 따위는 무시할 만한 방어력이란 소리다.
전력으로 덤벼도 5분이 아니라 길어야 3분도 대응이 힘들 것 같다.
차원의 주신이 고개를 흔들며 딱하다는 듯 직계에게 말했다.
“그래서 저기에 꼭 참전하고 싶다고? 신계주신이 되고 싶어? 창조신들도 허무하게 소멸하는 전장에 참가해야 하는데? 아서라. 나도 가면 죽을 확률이 지극히 높다. 괜히 대가가 높은 것이 아니야. 세상에 공짜와 진정한 할인이 어디 있더냐? 주신계에서 그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으며 손해는 절대 안 본다.”
주신계에서 보내온 예비 창조신의 전장에 참전하여 공을 세울 경우 신계주신이 될 수 있다는 혜택에 꼭 참전하겠다는 직계 주신의 철없는 소리에 속을 태우던 중급 신계주신은 말없이 참전신청서를 쫙쫙 찢어서 버렸다.
직계 주신은 창조신이 소멸한 어이없는 장면에 기가 죽어 말리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에 들어간 신청서를 쳐다보기만 한다.
중급 신계주신은 사정을 확인도 안하고 참전하겠다는 철없는 직계를 저지하고 차원의 주신에게 부탁해서 확인하기를 잘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대가가 너무 세서 이상하다 했더니 말만 예비 창조신의 전장이지 완벽한 창조신의 전장이다.
그것도 난이도로 치면 거의 최상급이다.
아무리 신력과 실력이 낮아도 외부의 최고의 창조신이 장난처럼 소멸했다.
그럼 열 받은 적도 거기에 걸 맞는 상대와 조치를 할 것이고 그럼 엄청나게 치열한 싸움이 된다.
‘저런 전장에 주신이 끼어들었다가는 하급 신처럼 무차별로 썰리는 수가 있다.
게다가 초반이 저렇게 치열하면 절대 쉽게는 안 끝난다.’
어떤 대가를 주어도 선택권이 있는 주신이라면 망설일 상황이다.
자칫하다 소멸이라도 하면 다시 빚쟁이가 되어 용병신이 되기에 지금은 절대 사양이다.
수련이나 하며 후임자를 기다리는 것이 백번 낮다.
“우린 정령계 대기소 관리나 하자. 다 위에서 알아서 하시겠지. 말단들은 시키는 일만 잘하면 돼.”
“예…….”
“홍보로 모집인원이 많이 늘었으니 다시 선발을…….”
방금 예비 창조신의 충격적인 위력시위에 저절로 말단이란 소리가 튀어나오는 주신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관심이 돌아오니 책상위에 수북하게 쌓인 신청서에 눈길이 간다.
저번의 모집 후에 다시 재 접수된 신들의 신청서이다.
8,000명을 처리했는데 신력지원을 36배나 해주는 신계관리주신자리가 2자리나 있다는 소리에 갑자기 다시 몰린 것이다.
놀라운 것은 정령계 대기소의 관리신들 조차 파악하지 못한 주신들과 최고위 신들의 존재였다.
신격의 봉인을 깊숙이 하고 숨었던 신들이 본색을 드러내듯 신청들을 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놀랍군요. 정령신들 중에서 이렇게 숨겨진 고위 신들이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신계 홍보 후 바로 재 접수한 신들도 1,000명이 넘고 주신도 4명이나 나왔습니다. 최상급 신도 100명이 넘는 대성공…….”
“…….”
나름대로 훌륭한 결과에 자화자찬을 하던 주신들은 입을 다물었다.
차원의 주신의 신력이 험악하게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신청서들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것을 안 것이다.
원인은 대충 알 것 같다.
‘왜 자신들의 신격을 숨겼겠는가?’
다 과거에 문제가 있고 신력과 권능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태초의 신은 자신의 신도가 굶주렸을 때 영구히 자라는 자신의 피부를 잘라서 먹여 연명하게 하고 나중에 신도들이 자청해서 완전이 피부를 벗겨서 바치게 하여 신력을 올리는 미친 짓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효율은 좋았다.
자신의 영원히 복구되는 신체의 일부를 잘라 먹이는 것은 어찌 보면 자기희생인데 ‘존귀한 신 이시면서도 저희들을 위해 희생하셨으니 전부를 바치겠습니다.’라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신앙이니 말이다.
그러나 지독한 혐오스런 강제행위라 지탄을 받아 금지되고 권능이 봉인된 적이 있었다.
그런 미친 신격이 봉인된 신이라면 당연히 과거의 전적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주신이 그런 야만적이고 문제가 많은 신을 받아들이겠는가?’
신계의 품위 문제다.
다른 경우는 신이 소멸을 당해 2단계가 하락되고 다시 신격을 쌓아올린 경우다.
소멸도 모든 정기와 신체를 잃어도 고위 신의 신령은 남았기에 다시 처음부터 신체를 만들어 시작한다.
이것도 본인이 밝히지 않는 한 확인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최고위 신이라면 주신조차 시행하기 힘든 소멸까지 당할 정도라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느냐는 점이다.
아마 신계 멸망에 핵심적인 역할정도가 아니라면 결코 집행되지 않을 극형이다.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을 해보아야 하지만 과거는 차원의 주신만 아는 것으로 확정했으니 물어볼 수도 없다.
단지 혼잣말을 내뱉는 소리에서 유추해보니 자신들의 예상이 틀림없는 것 같다.
“으득-! 그래도 그녀들보다는 나은 것인가? 내가 정말 ‘극선’맞아? 어떻게 이렇게 꼬이나?”
차원의 주신은 빛에 싸인 얼굴 안에서 이를 갈며 뚫어져라 주신들의 신상명세가 적힌 신청서를 쳐다보았다.
양피지에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검은 웨이브를 발끝까지 내린 미녀의 모습에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면주신(裏面主神) 로키나.
과거 신격은 중급주신이나 현재 상급 신.
신격하락 사유는 주신과 신계의 반복적인 사형집행.
집행이유는 본래 거신 족의 일원으로서 뛰어난 권능으로 신계로 고위 신으로 초청되었으나 출신문제로 기피를 당해 분노하여 주신의 직계 살해 및 소멸유도와 각종 신계 분란행위를 하고 최종적으로 반란을 실패하여 반복 사형 집행됨.
주요권능은 신계 주신의 권능을 대부분 시행하는 주신의 그림자, 각종 변신술과 기타 계략에 능함.
특이사항은 뱀 신과 늑대 신, 죽음의 신에 대한 기원의 신격을 가져 일정부분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 집단전에 특화되어 있음.
최종 능력평가 중급주신.
추신으로 신력을 회복할 때까지는 어떤 명령이라도 수행하며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절로 머리가 아파지는 솔직한 신청서다.
면접할 경우 정밀 과거분석을 한다고 하니 모든 것을 솔직하게 써놓았다.
그런데 신계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져서 소멸되었단다.
그것도 직계를 죽이고 소멸을 유도하여 사형을 반복집행당해 신격이 하락된 상태에서 벌인 일이다.
그리고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신이라는 것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신의 신계에 있는 흑발의 여주신과 신력 교류를 할 때 일정부분 기억도 전이를 받았다.
거기에 이 여주신의 모습이 있고 거기에 대한 감정은 너무나 뚜렷하다.
격렬한 증오이다.
“이런 젠장-!”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둘이 만나면 사생결단이 날 원수사이다.
반려를 가지고 싸우기도 하고 결국 잦은 분란을 일으켜 신계를 말아 먹게 한 원수이다.
결코 용납할 사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귀중한 주신을 절대 버릴 수가 없다.
본래대로라면 종속신계를 하나 만들어 주어야 겨우 단기간 고용이 가능할 정도의 거물인 중급 여주신이다.
‘더구나 ‘주신의 그림자’란 권능은 마도를 익힌 나에게 더없이 유용하고 더구나 늑대신과 뱀신, 죽은 자에 대한 기원까지 가지고 있다면 거의 마력에 가까운 신력을 가져서 흑마도를 익힌 나에게 더없는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다.’
그렇다고 넙죽 받아들이자니 분명 흑발의 여주신과 만나자마자 죽어라 싸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단은 후보로 집어넣고 다음 신청서를 읽었다.
‘일단 면접을 하도록 하자. 둘이 싸우지 못하게 떨어트려 놓으면 되겠지. 그런데 어절시구? 이 여주신은 또 뭐냐?
어떻게 정신체가 추한 모습을 가지지? 켁-! 이 신은-!’
화면에 빛나는 금발을 가졌지만 얼굴이 일그러진 추악한 용모를 가진 신이 떠올랐다.
‘추면신수(醜面神手) 헤파이스. 과거 신격 일반주신이나 현재 상급 신. 신격하락 사유는 주신들의 사형집행과 여성으로 신체전환으로 1단계 추가 하락. 집행이유는 주신의 직계이나 자신의 용모가 흉악한 이유로 신계에서 추방을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여 주신에게 복수하려다 실패하여 사형집행. 그 후 최상급 신으로 하락하였으며 대장장이로 영구노역에 처해졌으나 신기제작의 공으로 원탁의 신으로까지 올라섬. 여성으로 전환은 정령계에서 투신으로 판정되어 2배 이상 부여된 정기흡수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신체의 성을 바꾸면서 다시 1단계 하락하여 상급신이 됨. 주요권능은 ‘초월신기 제작’과 금속을 다루는 야금술과 불과 얼음의 지배력. 특이사항은 천공의 벼락속성도 가지고 있음. 최종 능력평가 일반 주신. 추신으로 원하시는 신기를 최대한의 노력으로 제작할 터이니 부디 기회를 주십시오.’
이 주신도 기억에 있다.
물론 여주신과 신력회복을 위한 신력교류에서 넘어온 일부의 기억이다.
그러니 이가 저절로 부득 갈려지는 것이다.
천공의 여왕 헤라가 자신을 강제로 강간하고 반려로 삼으려한 제우스에 대한 복수로 낳은 신력교류 없이 가상신체로 제우스의 신력으로만 낳은 덜 떨어진 직계다.
그 결과 추악한 용모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보고 대노한 제우스가 하계로 던져버린 직계다.
그 와중에 신체의 다리에 영구적인 손상까지 입어 절름발이까지 되었다.
이렇게까지 잘못된 결과가 나올지 몰라서 당황한 헤라가 대응할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그 후 물질계에서 성장한 이 불우한 주신은 자신을 버린 신계와 부모에게 복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장애가 있는 몸으로는 당연히 투신은 안 되니 재능이 있는 대장장이로서 최선을 다했고 마침내 신계주신에게 납품을 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쌓았다.
신계에서 자신의 직계임을 확인한 주신들에 의해 신계의 대장간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 후 많은 신기와 작품을 만들어 원탁의 신으로까지 인정되고 미의 신까지 반려로 받았으나 과연 행복했을지는 의문이다.
신력과 권능은 주신들을 제외하고 독보적인 것이었으나 불구의 몸에 추악한 용모로 누구도 그를 정당하게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반려마저 무수하게 바람을 피워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후 누구도 만나지 않고 신계의 대장간에서 오로지 작품만을 만들며 신력을 쌓았고 결국 주신이 되었으면서도 신계의 멸망의 상황에 절대 나서지 않았다.
그때 신계 주신이 된 헤라의 사과와 부탁에도 오로지 주문된 무구만을 납품할 뿐이었다.
그 후 마신족과 별이 파괴될 정도의 격전을 벌이고도 무승부를 한 죄로 신계의 모든 신이 통째로 정령계 대기소로 보내졌을 때 같이 넘겨져서 현재에 이른다.
그리고 더 어이가 없는 것은 투신에게 더없이 가혹한 이 ‘유격 화산’의 권능이 그를 투신으로 판정하고 가혹하게 대해 신체의 성마저 바꿀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정상적인 직계였다면 분명 강대한 투신이 되었을 존재라는 증거지만 꼬인 운명의 극치를 보여준 신생이다.
가정을 위해 죽도록 대장간에서 일을 해 공을 세워도 반려가 바람까지 당당하게 수없이 피웠으니 어째 나보다 더한 것 같다.
거기다 1번 바꾼 신체의 성을 다시 바꾸려면 소멸 수준의 2단계 이상의 신격 하락을 각오해야 하니 그러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신계의 멸망직전에 주신으로서 참전을 요청한 것을 너무나 냉정하게 거절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때 헤라가 얼마나 다급했던지 무릎까지 꿇으며 부탁을 해도 콧방귀도 안 뀌고 멸망을 받아들일 정도로 신계에 원한이 많은 주신이다.
‘데려가면 헤라가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것인데. 실제로 자신의 직계도 아니며 지독한 바람둥이 반려의 독립된 직계잖아? 그보다 아무리 열이 받아도 그렇지 신계가 망하는데도 침묵을 했다는 것은 좀 과한데. 그러나 대장장이의 주신을 포기할 수는 없지. 지금 생체갑옷 기계신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금속 소재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몰라. 그러니 일단 면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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