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7화
9권
최고위 창조신을 좋은 말로 달래서 보내려고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
시비를 걸려고 온 놈들에게 무슨 대화가 필요 없었다.
최대한의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답이었는데 그래도 높은 직위라서 격식을 차리려 하다가 다음 말에 이성이 끊겼고 그 다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약해보였지만 그래도 최고위 창조신이니 알아서 잘 피했겠지.’
그 놈이 한 말은 지금도 다시 생각을 하니 울화가 치밀 지경이다.
“전능신 일족이면서 창조신도 못된 병신이라고 했던가? 외부 주우주의 일족들을 다시 만나서 예의를 가르쳐 주어야하겠어. 허울뿐인 계급보다 힘이 모든 것이라는 진리도 말이다.”
빠지지직-! 빠지직-!
1,000억의 본신신력이 아우성치며 2,000억으로 올라섰다.
벼락과 태양과 열기, 거기다 주변의 모든 것을 얼려버릴 것 같은 차가움의 신력까지 폭풍처럼 몰아친다.
공간과 시간까지 모든 것이 불타고 얼어붙으며 소멸한다.
주위의 최고위 주신들이 놀라서 전력으로 신력 방어막을 치지만 그것도 속성을 무시하고 조금씩 침식하고 있었다.
전능신의 투신은 이렇게 모든 속성을 극한대까지 연마하고 동시발현이 가능하다.
어지간한 고유권능이 아니라면 한순간에 익혀낼 수 있고 오히려 2배 이상 강화하여 발현 할 수 있다.
그리고 전능신족의 남신은 투신들의 일반권능이라면 어떤 권능도 재현가능하다.
전능신의 여신이 모든 여신들의 창조계열을 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전능신의 여신은 별의 창조신이라 찬양되고 남신은 전능의 투신이라 칭송되면서 모든 신족 위에 군림했다.
모든 권능의 면역의 획득과 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과거 우주에서 탄생과 동시에 창조신으로 임명되었던 전능신일족의 힘이다.
그런데 그의 우주에 편입되는 ‘영원한 전쟁’중에 대부분의 전능신의 일족이 창조주님과 신력동조 중에 한계를 초과하는 과다출력을 못 이기고 소멸하거나 주신으로 전락했다.
창조신의 빈자리를 채운 것이 이제까지 상대조차 되지 않던 다른 일족들에서 숨을 죽이고 숨어있던 강자들이다.
어디에 이 정도의 투신들이 숨어있었는지 모르게 무수히 나타나며 마신족과 대신족의 싸움에 창조신의 자격을 얻어냈다.
이제까지 모든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전능신족이 전력을 추스르기 전에 이미 재편이 끝나고 대항도 할 수 없다.
자신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전능의 투신권능인 ‘옴파레’가 새로운 창조신들의 고유권능을 재현할 수 없었고 그들이 처절히 살면서 쌓아온 단련과 투기에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그가 전해준 권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대 수십조의 신도를 감당하는 ‘주신성(主神星)’의 창조를 전능신족의 여신이 불가능했기에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어떤 예외도 없이 치러지는 인증전에 대다수의 전능신의 일족이 패배하고 쓰러져 정령계로 유배되고 그 수모를 참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와의 전쟁에서 발생한 환자들의 치료를 단념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허나 그 변혁을 버티어낸 전능신의 일족은 다시 강해지고 번성을 시작하고 있다.
외부의 최고위의 창조신의 직위에 오른 전능신의 일족을 학살할 정도로 강해져서 말이다.
주신성이 주는 무한에 가까운 정기와 신도, 기회를 잡기 위해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강자들의 유입이 망설임을 버리게 했다.
‘더욱 강대한 창조신이 더 필요하다. 과거의 영광보다 미래의 생존이 더 중요하기에 주신으로라도 다시 시작한다.’
전능신족의 원로회의 이런 결정으로 모든 남신과 여신이 주신부터 다시 시작하고 지금 자신은 1만년 만에 드디어 이 우주의 예비창조신의 직위까지 손에 넣었다.
정말 처절한 인증전과 신계의 발전을 위해 뼈를 깎을 것 같은 인고의 세월이었다.
너무나 세력이 줄었지만 아직도 유력세력인 전능신족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그 시련 중에 몇 번의 소멸을 각오해야 할 정도였다.
그 결과 1,000억이 넘는 본신신력과 완벽한 일정수준이하의 고유권능까지 발현이 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옴팔레’를 구사한다.
과거의 우주라면 이 정도면 거의 창조신장인데 현재의 우주에서는 아직 일반 창조신님의 1격조차 견디지 못하는 한심한 꼴이다.
더구나 마신 족으로 전직한 일족 때문에 1만년동안 인증전도 통과를 못하고 무능하다고 구박을 받는 신세다.
차라리 외우주로 가버릴까 몇 번이나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수없는 싸움 끝에 얻은 직위와 힘을 부정하고 패배자의 몰골로 도망칠 수 없다.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 아니 그 치사한 자식이 마신 왕이 되어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소멸이 낫다.’
1만년동안 무수히 싸운 결과 생긴 우정이 아닌 악감정이다.
결코 상대가 자신보다 먼저 승급시킬 수 없다는 처절한 오기가 승부를 더욱 치열하게 한다,
더구나 최고위 신이 부족한 공격력을 보충하기 위해 일부 마력을 구현하는 것은 이미 비밀도 금기도 아니다.
이제 카르마만 높고 강하다면 어떤 일족도 받아들여서 주신으로 만든다.
대상이 과거에 마신이었던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렇게 된 이유는 대신족의 주신들의 용서도 자비도 없는 영역침공 때문이다.
그에 대항하기 위한 전력강화에 모든 것을 집중하던 것이 어느새 신족의 생존경쟁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그 생존경쟁에 뛰어난 공격을 가진 마신족과의 동맹은 필수다.
신족을 대신하여 지배종족이 되기 위해 달려드는 대신족을 이기기 위해서 마신족과 제한적인 동맹까지 맺었고 마신족도 절박했기에 받아들였다.
그래서 마신으로 전직은 일족을 위해서라면 비난받을 일도 아니고 마신왕이 된다면 오히려 칭송받는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전능신족의 오리진이 전능마신족의 오리진이 되기 위해 마신이 되었는데 하필이면 인증전의 상대가 되었다.
종족도 권능도 동일하고 대등하기에 승부가 나지 않는다.
서로의 존재자체를 노리고 한계를 넘나드는 인증전 덕분에 능력은 급속도로 강해져 일반 창조신의 수준까지 강해졌지만 주신계와 창조신계에 불명예스런 별명이 생겼다.
‘영구 예비창조신. 어느 놈인지 확인되면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이제 만년도 아니고 영구라는 꼬리표가 붙으니 외부 최고위 창조신의 도발에 폭발해 버린 것이다.
더구나 만년 예비인 자신 덕분에 담당 창조신님도 승급이 안 되니 고개를 들 수 가 없다.
그나마 그의 칭호를 받은 절대자가 중간계에서 주신으로 승급되어 담당 신계주신이 예비 창조신이 되고 본인은 가산 점수를 받아 승급되셨으니 천만다행이지만 문제는 예비창조신들이 인증전을 통과하기 까지는 승급대기라는 점이다.
과거 ‘가장 미친 투신’이라서 빠르게 신력을 키우리라 기대했던 ‘누구보다 위대한 주신’녀석이 본신신력이 반 토막 이하로 전락한 것을 보고 얼마나 화를 내셨는지 불똥이 자신에게 튀어 신기가 날아오니 지금도 써늘할 지경이다.
‘더구나 하필이면 이곳으로 시비를 걸어와서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라는 것을 알겠는데 신기를 전력으로 던지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폭주를 했어도 일단 적은 후퇴시킨 것 같은데 말이다.’
주변에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긴장이 되어 보이고 타격을 많이 받은 것 같지만 모두 양호하니 말이다.
일단 상황을 알기위해 가장 높은 직위의 주신들에게 묻는다.
“적은?”
“모두 죽이셨습니다.”
“응? 방금 뭐라고?”
“폭주하시는 중에 정령계 방위신계의 영역에 침입했던 외부 주우주의 최고위 창조신 5명은 모두 죽이시고 신력과 정기를 몰수하셨습니다. 외우주의 최고위의 창조신들은 모두 신체를 잃고 신령만이 도주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투입된 500주우주의 창조신들이 현재 영역 밖에서 진영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창조신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투신들의 숫자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
저절로 이마에 손이 가고 영광의 자리에 풀썩 앉았다.
시비를 걸리지 않으려면 쫒아내기만 해야 했는데 눈이 뒤집힌 상태에서 몰살시킨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5명 모두가 도망도 치지 못하고 죽어서 신격이 하락될 수 있는가? 그래도 최고위 창조신들이 아닌가? 어떻게 예비 창조신에게 다 죽어나갈 정도로 약한가?’
그래서 혹시라도 기대를 품고 말을 한다.
“창조신님도 직접 나서셨는가?”
“아닙니다. 혼자 하셨습니다.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 지시하셨고 이것을 주시면서 저들을 상대로 수련을 하라 하시라고 합니다.”
화면에 창조신장님과 마신 왕이 보이는 합격기가 보인다.
무척 까다로워 보이지만 성공만 하면 1서클 이상의 상대도 끝장을 낼 수 있는 너무나 귀중한 기술이다.
‘이러니 여기를 못 벗어나지.’
이런 정도의 권능과 기술이 아무 대가없이 무수하게 공개 및 제공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권능을 구현 가능한 전능신의 일족에게 수련하기에는 이만한 우주도 없다.
정신없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에게 지극히 조심스런 어조로 말을 한다.
“마지막으로 정령계 방위신계의 임시 신계 주신으로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임명하셨습니다.”
“그래? 당연히 해야지. 누구 말씀이신데? 잠깐-! 방금 나에게 뭐를 하라고?”
자신조차 구현이 힘든 수준의 합격기에 정신이 없어서 대충 대답했다가 들어서는 안 될 소리가 나온 것 같다.
최고위 주신들이 한숨을 길게 쉬며 다시 말한다.
“이제부터 정령계 방위계의 임시 신계주신이십니다.”
“언……언제까지?”
저절로 목소리가 떨린다.
여기가 창조신님이 보내는 유배지라는 것을 모르는 신은 없다.
영구 예비창조신이라는 꼬리표도 끔찍한데 이제 유배까지 당하면 일족에서 수치라고 매장을 당한다.
아니 전능마신족의 마신 왕 후보가 비웃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여기 상황이 정리가 될 때까지입니다.”
“당장 현재 인증전을 시행하지 않는 모든 신계주신에게 소집명령을 전달하라. 독립신계의 주신에게도 대가를 줄 것이니 참전을 전달하라. 총력전이다.”
“예? 하지만 대가를 어떻게?”
주변의 최고위 주신들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독립 신계주신의 참전대가는 정말 비싸다.
분명 모든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강하고 유능하여 더 없이 효과적지만 고용하는 신계는 통째로 털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번에는 소멸을 각오하는 인증전이 아니니 비교적 싸지만 주신계에 독립주신을 고용할 여유정기는 강화된 대신족의 상대를 하며 다 날렸다.
이것은 모든 상위주신이 동일한 상황이라 찬조도 강요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각 신계에 추가지원을 해주며 정기를 보충하여 한숨을 돌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디서 그런 엄청난 대가를 확보할 수 있는가? 다른 주머니 아니 신계를 가지신 것이 있나?’
그렇게 의문을 표하다 다음 말에 눈동자가 더없이 커졌다.
“저기 있잖아-! 같잖은 외부의 최고위 창조신들에게 회수한 정기와 신력들을 주겠다.”
예비창조신의 손가락 끝에 모인 정기와 신력의 양은 그야말로 막대하다.
최고위 창조신이면서 어처구니없이 맥없이 죽어서 1단계의 하락과 함께 남겨놓은 정기의 양은 5,000억에 달한다.
개인별로 1,000억에 가까운 정기와 신력을 유실한 것이다.
‘저 정도라면 이런 정도의 전장의 고용대가로는 충분하고도 남지만 저것을 건들면 절대 안 된다.’
저 정도면 주우주의 운영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서 돌려주어야 곱게 끝날 수 있다.
“저……저걸 사용하시면 화해는 불가능합니다.”
“닥쳐-! 아직도 모르겠느냐?
1개의 주우주가 걸어온 시비가 아니고 나머지들이 저 뒤에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여기서 약간의 밀리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대기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쳐들어온다.
그럼 창조신계가 나서게 되고 말 그대로 주우주간의 전면전이 벌어진다.
그러다 대신족이 참전하게 되어서 해결된다면 종족 결정전도 하기 전에 창조주님께 끝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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