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4화
9권
나의 말에 입을 황급히 다무는 뚱보신과 나의 주위를 돌아본다.
이정도의 흡수권능이 극도로 활성화되어 있다면 권능제외 표식이 없으면 바로 기진맥진이 되어 쓰러진다.
그런데 이 망할 뚱보신이 그것을 알면서도 표식도 안주고 바로 결계를 해제했다.
나의 권능이 ‘차원’이 아니고 그가 준 마도가 아니면 최고위 주신이라도 한순간 무력화 될 정도의 결계다.
주변에서 내가 아무런 영향이 없자 최고위 신들의 투기가 싹 사라진다.
나름대로 부족하나마 잘 살고 있는데 내가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니 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틈만 노리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제한을 받아도 최고위 주신이 설마 최고위 신에게 질까?
정말 웃음이 나온다.
“풋-! 정말 가족처럼 오순도순 장난치면서 귀엽게들 사는구나.”
“하하하. 오해……읍-!”
나름대로의 회심의 수였는지 아무 효과가 없자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표식을 받았으면 정령계 신계 전체를 움직여 어느 정도 나를 통제할 수 있겠지만 주신계의 탐지를 피해야 할 내 입장에서는 거절하고 차원의 권능만으로 막고 있으니 이런 함정을 판 것이다.
아무리 최고위 주신이라지만 창조신의 권능의 정화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일반적인 판단을 내린 것 같지만 나는 그의 칭호와 마도를 받은 절대자라는 것을 몰라서 아무 영향이 없다.
그런 나를 보며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내 마법이 바로 죽이기에 자신의 입을 스스로 막아간다.
그리고 설사 내가 제압이 되었더라도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직계 일반주신까지 돌아서서 자기 아버지에게 가버렸으면 포기를 해야지 혹시나 하고 시도를 한다.
실패해도 나름대로 실수였다고 변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말이다.
빨리 이 높으신 분들의 감정싸움인 정령계 전투가 끝나야지 탐색을 피해 신격을 주신급으로 봉인했더니 별 쓰레기들이 시비를 걸어온다.
대량학살과 신의 학살에 카르마의 부정이 오는 주신이 아닌 마신이었다면 벌써 피바다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벌은 주어야겠지?’
가볍게 신체를 움직여 공기와 공간을 가르며 움직였다.
파파파파팟-!
“우와아아-!”
“허어어어억-!”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별 것 안했다.
단지 저들의 인식 밖의 고속으로 이동하며 표식을 모두 회수해서 발동된 권능에 모두 신력과 정기를 빨리고 있을 뿐이다.
주변에 있던 최고위 주신이라 모든 투신들이 바닥에 처박혀 비명만 지르고 있다.
과연 최고조로 발휘되니 최고위 신조차 본신신력까지 빨아들일 기세다.
흡수의 권능이 최고조로 발휘되니 비명도 조금 있으면 힘들 것이다.
그리고 한쪽 공간을 쳐다보며 말한다.
“죽이지 않았으니 되었지? 그러나 최고위 주신을 노린 이들의 징계를 멈추거나 문제가 될 만한 신이 단 1명이라도 있으면 이번 일까지 포함해서 신계 주신인 너에게 정식으로 책임을 묻겠다.”
아까부터 이 여 주신들에게 당한 멍청한 신계 주신이 몰래 은신을 한 채로 따라왔다.
‘그런데 요즘 주신의 탐지영역을 벗어난 은신권능이 이렇게 흔한가?’
전장에서 쓸 직접무력의 권능개발만으로도 힘들 것인데 자신의 안전하고 적은 죽이기 편하다고 다 암살신으로 전직할 태세다.
정면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어떤 신이 신계주신으로 모실지 의문이다.
그래서 암살자 출신의 신계 주신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헤라야 암살자의 권능보다 천공의 여왕의 권능이 더 강하니 상관없지만 말이다.
“뜻……뜻대로 하십시오.”
공간에서 튀어나와 무릎을 꿇고 말하는 신계주신에게 선고하듯 말한다.
‘이제 한계다. 더 이상 용납해줄 상황은 끝났다. 하지만 원하던 과정이고 결과이다. 바닥까지 긁어가 주리라.’
“해결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신은 모두 규정대로 처리한다. 거기에 네가 관련되어 있으면 너도 처리될 것이다. 최고위 주신이 될 존재에게 실패는 용납되나 무능은 용서되지 않는다. 너의 손으로 깔끔하게 못 해결을 못한 이유에 직접관여 되었다면 각오를 해야 한다.”
“모두 감수하겠습니다.”
“가서 선발을 추진하라. 나는 이 관리신과 해결을 마무리 지을 것이니.”
“제가 직접 모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런 무례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정령계 대기소 신계주신이 다급한 표정을 보니 이 앞도 함정인 모양이다.
하긴 5명이 넘는 주신을 제압도 제대로 못하고 봉인만 했으니 당연하다.
이 뚱보 관리신의 안내를 정말 믿고 갔으면 정말 고생을 제대로 할 뻔했다.
뭐 어차피 관리신이라 믿기는커녕 이렇게 마법으로 안전장치를 했으니 상관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신계주신은 정말 순진한 투신이라서 세상물정을 모른다.
이런 투신을 데리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가는 끝없이 고생을 하고 일은 꼬인다.
그래서 일부러 떼어 놓은 것이다.
“너 왜 내가 스스로 함정에 들어왔는지 모르느냐?”
“예? 함정을 알고 계셨습니까? 그런데 왜?”
정말 모른다.
내가 왜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함정에 들어와서 이러고 있는 줄을 말이다.
비명도 못 지르고 푸짐한 살이 눌려서 바닥에 쓰러진 뚱보 창조신을 보며 표식을 하나 꺼내들고 말한다.
그 표식을 보더니 피가 빨려나가는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입을 벌리고 애원을 하려 한다.
“네가 정답을 맞히게 되면 유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다시 안내 및 도우미역으로 삼지.”
“커……어-!”
필사적으로 입을 벌려 대답을 하려 하지만 창조신 급의 권능에 관리신이 대항할 수 있으리 없다.
그 많던 살들은 말라가고 피부가 당겨져서 혈관과 뼈가 들어나려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입을 놀리려면 정말 삶의 의지가 투철해야 한다.
아니 삶이 아니라 직업정신이라고 해야 하겠다.
투신이 전장에서 죽는 것이 당연하다면 관리신은 죽는 한이 있어도 입을 쉬어서는 안 된다.
투신이 몸의 단련을 멈추는 순간 약해지기 시작하고 관리신은 말을 멈추는 순간 멍청해지기 때문이다.
관리신도 나름대로 살벌한 세계이다.
그래서 죽을 위기도 아닌 흡수를 당하는 상황에서 말을 못하니 실망이 가는 것이다.
지식의 신이라면 어떤 고통을 당하더라도 미소를 지으며 ‘당연히 영향이 없으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최고위 주신이시지 않습니까?’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관리신이 보여야할 모습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로 거짓을 진실로 만들 줄 알아야 관리신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살려줄 가치가 있다.
“역시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관리신인가?”
“……명…….”
뭐라고 지껄이는 것 같은데 영 신체단련이 안되어서 답을 못하는 모양이다.
지식의 신은 최고위 신으로서 무력도 뛰어난데 너무 기준을 높게 잡았나?
뭐 한번은 대답을 들어주어야 명확하니 표식을 던져주었다.
“자아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대답해보아라.”
“커으으윽-! 명분입니다. 저희를 모두 처리할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서입니다.”
표식을 꽉 쥐고서 소리치듯 대답하는 뚱보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절반만 정답이다. 쯧-! 그래도 어느 정도는 쓸 만하니 처분은 봐주도록 하지.”
“왜 저희들을 처리를 하시려고?”
주신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멍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자신도 정말 신계 주신이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것인데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신은 반려에게 배신을 당하면 다 저렇게 되나?
하긴 평생 만들어온 신계의 절반정도를 날리니 정말 스릴이 넘치는 신생이다.
“신계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주신급 이상은 제외였으니 넌 알 필요 없다. 이 관리신은 현상유지는 가능하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나머지는 나 혼자 처리한다. 창조신 프로프라이티 휘하의 임시 예비 창조신이며 최고위 신계의 주신으로서 명령한다. 상위자에 대한 정령계 대기소의 신계 주신과 하위자들의 2번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기에 관리 소홀의 대가로 상대의 신계 주신의 권한을 2건 이양을 받는다. 정령계 대기소의 신계는 정령계 대기소의 신계 주신의 권리 중 ‘강제 소환권’과 ‘하위신 징계권’을 내게 넘겨라.”
“에? 무슨-!”
놀라든 말든 정당한 승자의 권리행사이기에 바로 처리가 된다.
‘인증되었습니다. ‘강제 소환권’과 ‘하위신 징계권’의 권한을 이양합니다.’
신계의 응답과 함께 정령계 대기소의 신계 주신의 권능이 일부가 나에게 넘어왔다.
저기 멍청한 표정의 중급신계 주신은 자신의 권능이 일부가 강제로 이양당하는 것은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무슨 일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제발 신계의 주신이면 자신의 권한과 의무에 대해 공부 좀 해라. 그러니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며 당하는 것이 아니냐?’
참 딱한 신계 주신이라고 혀를 차며 말한다.
“몰랐느냐? 상위자를 이겨보겠다고 도모하는 것은 좋은데 실패하고 설마 배상이나 하고 끝날 생각이었느냐? 같은 집단의 신계 주신과 같은 고위층의 싸움의 배상은 승자에게로 권한과 주도권의 이양이다. 자신의 신계의 권리의 일부로 배상하고 권력을 제한 받는 정치 전쟁인 것이다.”
지금 정령계의 전쟁도 결국 그 연장선이다.
그에 대한 같은 동맹이나 우리 우주의 급격한 발전을 두려워하고 시기하는 외부 창조주들이 어떻게든 간섭을 하기 위해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상대와 같은 창조신님이 나서는 순간 고위층 간의 투쟁이 되고 창조주들이 개입하고 분쟁을 조정하면서 권한을 조정을 당하게 된다.
우리 창조주님이 아무리 강해도 다른 창조주가 다 달려들면 당할 수 없으니 결국 분쟁조정마저 거부할 수 는 없다.
그래서 꾹 참고 무시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은 최고위 창조신들 주제에 예비 창조신을 하나도 당하지 못한 수치스런 상태니 끼어들지 못하고 있을 외부 창조주들도 열을 받고 있을 것이다.
“‘강제 소환권’과 ‘하위 신 처분권’은 이번 일에 필요하니 해결을 마무리하고 뽑아준 정령신의 상태를 보고서 되돌려 줄지 판단할 것이니 최선을 다해 선발하라.”
자신에게 부여된 하위신의 징계권을 가볍게 발휘해 본다.
물론 대상은 끈질기게 나를 속이려 한 뚱보신이다.
빛의 주신이니 자비롭게 죽이지 않고 신력만 뺏을 생각이다.
그게 신에게는 더 심할 수 도 있지만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원래는 죽여야만 신격을 하락이 가능하지만 신계주신의 권능을 가져온 이상 상대보다 2서클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계 주신의 권능으로 도전하다 패한 무능한 하위자의 무례를 심판한다. 신격 강제 하향-! 신력회수.”
우두둑-! 우둑-!
“우아악-! 용……용서를-!”
신의 살은 결국 자신의 신격과 그릇을 뛰어넘는 신력과 정기를 과다하게 담을 경우 생겨나게 된다.
관리신이라 수련은 하지 않고 얼마나 챙겨먹었는지 거의 9억에 가까운 신력이 빠져 나온다.
신력이 엄청 다양하고 혼탁해서 나에게는 쓸모가 없으니 잠시 신계에 맡긴다.
뚱보신이 징계로 신력을 빼앗기며 살이 왕창 빠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바짝 얼어붙은 주위의 투신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다.
다음은 자신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신계의 귀중한 투신들을 이렇게 소모시키지는 않다.
이들이 여기의 전력인 것 같은데 다 신력을 뺏으면 유사시 내가 직접 싸워야 하는 수가 생긴다.
마음에 안 든다고 다 죽이면 일을 시킬 하위 신들이 없으니 일단은 실리를 취한다.
“투신들은 정령 신들을 직접 강화시키고 우수한 자들을 내게 보내라. 직접 선발한 자들을 보고 징계 여부를 판단한다.”
그 다음에 표식들을 던져주고 결계 안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여러 가지로 소란스러운 것 같은데 이제 어떤 추가 조치도 필요 없다.
지금처럼 신격하락의 가혹한 처분을 해도 여기 신계의 ‘하위 신 징계권’을 이제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명분까지 나에게 있기에 나를 주신계에 신고하면 오히려 저들이 징계를 먹는다.
이런 격렬한 방식이 통하는 것은 그의 우주에서는 결국 강한 자의 의사가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필사적으로 강해지려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카르마와 주위의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운명 따위는 정말 질색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너무 급격하게 신격을 올렸더니 나의 긍정의 카르마가 부족해진 상태라는 점이다.
주신 급 신으로서는 넘치도록 많은 수치였는데 최고위 주신으로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저번 기계성단에서 깨달았다.
‘나의 직위에 비해 낮은 카르마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려 하고 있어. 실수하면 바로 신력이 떨어질 것이다. 최소 완전한 최고위 주신이 되어야만 카르마의 완전한 가호를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전에 어떻게든 약간이라도 벌어놓아야 해.’
결국 나에게 급한 것은 어서 내가 관리하는 신계를 발전시켜 완전한 ‘절대선’이 되어 창조신이 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으로 공적을 쌓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걸리기에 최고위 신계를 완전히 정착시켜야만 한다.
그 길에 방해되는 것은 모조리 처리할 각오를 하고 조금이라도 카르마를 벌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번득이고 있었는데 정령계 대기소를 말아먹기 직전인 이들이 걸려든 것이다.
과거 주신 급 이었을 때 집단 카르마가 ‘극악’이라고 당했던 일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눈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그 꼴을 또 당하느니 힘들더라도 너희들을 바꾸어서 카르마를 벌고 만다. 티끌 모아 태산이니 악착같이 또 벌어야해. 관리 신들의 가혹함을 타파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더니 많이도 긍정의 카르마가 쌓여있네. 잘만 해결하면 꽤 벌겠어.’
허공에 수많은 봉인의 쇠사슬을 묶인 채 나를 보며 살기를 뿌리고 있는 3명의 주신들을 보면서 희미하게 웃음이 나온다.
잘 구슬리고 징계해서 남김없이 긍정의 카르마를 넘겨받을 생각이 나서이다.
얼마나 오래 갇혀서 여유 정기와 신력을 빨렸는지 정리를 못하고 길게 자란 머리카락들이 바닥을 덮을 정도다.
구속의 쇠사슬이 온 몸을 감싸고 나온 것은 추레한 얼굴뿐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보자마자 욕설이다.
“이 간악한 것들이 무슨 너희들이 신이라고-!”
“여기서 풀려나는 순간 주신계에 반드시 고발해서 대가를 치르게 해주리라.”
“반드시 이 원한을 갚겠노라.”
나를 여기 정령계 대기소의 신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꼼짝 못하고 장기간 갇혀있었는데도 주신의 신력을 유지하다니 이상하다.
‘유격 화산’은 단련을 하지 않으면 정기를 계속 흡수당해 신체가 극한대로 약화되는 구조이다.
‘아니면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인가?’
힘이 강해진 것은 좋은데 과거처럼 경계심이나 주의력이 떨어진 것이 큰 문제다.
이렇게 방심하다 창조신의 용병 전장에서처럼 1번에 끝장날 수도 있는데 육체가 제한이 풀리면서 생긴 자신감이니 문제이다.
나를 보고 어떻게든 하려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구속된 주신들의 움직임에 쇠사슬이 요동친다.
철컹-! 철컹-! 철컹-!
‘일반 남 주신 2명, 일반 여 주신 1명인가?’
그들의 온몸을 빈틈없이 구속한 쇠사슬들이 경련한다.
결계는 풀렸고 나는 주신 급의 신으로 보이니 탈출의 절호의 기회이겠지만 중급 주신이 전력으로 만들어낸 구속의 권능은 그렇게 우스운 것이 아니다.
일반주신이 풀기는 어렵다.
지금은 다만 이들이 단련도 못하면서 신력을 유지하는 것이 이상해서 생각에 잠길 뿐이다.
‘악마는 쾌락 속에 독을 섞고 신은 고통 속에 약을 준비한다는 격언이 있었지. 창조신님이 단지 괴롭히기 위해 이런 권능을 만들 정도로 한가한 존재가 아니다. 이 ‘유격 화산’이 단순히 정령 신들을 괴롭히고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계상황에 몰아넣는 신체를 유지하는 여유정기 흡수가 단지 우주의 유지와 결전병기의 충전만이 아니라면? 강제적인 수련공간이로군.’
가볍게 답은 나왔다.
다시 창조신의 감각으로 주변의 신력과 권능의 흐름을 보니 정기를 흡수하며 신체를 지속적으로 단련하면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신력을 유지하고 버티기만 해도 신체는 강해진다.
창조신이 정령계에 온 신에게 주는 최후의 은혜이다.
이곳에서는 수없이 주어지는 한계상황에 따라 거의 불가능한 신격의 벽을 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신력을 흡수당하는 고통을 견디기만 하면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1단계의 승급만 한다면 정령계 대기소에 영구적으로 머물 권리가 주어지고 다른 신계의 선택을 기다리게 해주는 패배자에게 주는 자비다.
허나 이미 그런 은혜와 규정 따위는 저 가족과 같은 친목을 자랑하는 것들이 망쳐놓아서 쓸데없이 정령신을 괴롭히는 권능으로 변질되었다.
“차원천라(次元天羅). 권능격리 해제.”
꽈드드득-! 꽈드드득-!
나를 발견한 권능이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찢어발기듯 달려든다.
절대계의 탐색을 피하기 위해 모든 마도를 사용하는 지금 중급 주신이고 여기 집중된 권능은 더한 부담을 준다.
몸 전체의 피가 밖으로 빠져나가면 관절이 비틀리고 있다.
모처럼의 정신이 아득할 정도의 고통이 밀려왔다.
‘이것은 패배를 한 자들에 대한 창조신님의 분노-! 여기서 버티고 피하기만 하면 안 된다. 그럼 정말 빈사상태가 될 때까지 정기를 빨린다. 승리자는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는 자이다.’
쿵-!
양손의 주먹을 꽉 쥐고서 가슴에서 서로 강하게 마주쳤다.
마주친 주먹에서 모든 힘을 모으고 온 몸에 최대한 힘을 주자 여리기만 보이던 소년의 신체에서 세밀한 근육이 들어나며 혈관이 피부위로 치솟는다.
그리고 모든 신체의 힘을 집중해서 빨려나가는 신력을 잡아당긴다.
13쌍의 빛의 신력의 날개가 최대한의 빛을 내뿜으며 흩어지는 신력을 응집시킨다.
밖으로 빨아내려는 창조신 급의 권능과 필사적으로 버티려는 중급 주신의 신력이 정면으로 부딪친다.
빛의 날개가 이제까지와는 다를 정도로 빛을 뿌리며 최고위 주신의 신격을 증명한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오류가 생겼다.
‘큰일났다-! 나의 신격은 최고위 주신이지만 마도를 쓰지 못하면 중급 주신에 불과하지. 그런데 이 ‘유격 화산’이 나를 최고위 주신으로 인정하고 흡수력을 발동하고 있다. 창조신 급의 신체도 이 신력으로는 못 버틴다. 마도로 출력을 올릴 여유도 없다-! 잘못하면 죽는다.’
쏴아아아-!
비교적 여린 피부가 빨려나가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피가 안개처럼 뿌려진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이 나를 빨아들이려하고 나는 어설프게 저항하는 꼴이다.
중급 주신의 신력으로는 최고위 주신으로 상정하고 흡수하는 창조신 급 권능을 못 막는다.
마도를 사용하면 되지만 어쩐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나의 전투예지가 필사적으로 경고한다.
만약 마도를 발동하여 이겨내면 더한 위기를 당한다고 말이다.
그럼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마도사로서 금기인 오라를 발현시킨다.
허나 마도오라의 남발은 금기 사항이다.
‘지금 근원학파의 학칙이고 나발이고 내가 살고 나서의 일이다.’
나는 죽으면 편하게 사계(死界)가 아니고 그의 직접 처분을 당하니 절대 그보다 먼저 절대로 못 죽는다.
무엇보다 그보다 오래 살아 그의 마지막을 정리해 줄 의무도 있다.
그러니 학칙은 필요에 의해 무시해도 시비를 걸만한 근원학파의 흑마도사 놈들은 내가 마왕을 토벌할 때 다 죽였고 전대 종주의 영혼들도 소멸했으니 상관없다.
이럴 때는 융통성이 풍부한 흑마도사라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마도 오라(Wizard A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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