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1화
8권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고 팔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렸다.
그리고 결국 이마를 가린 자신의 팔에 황금망치가 살짝 닿았다.
우지지직-! 퍼어어억-!
“…….”
털썩-!
비명도 못 지르고 마치 전력으로 휘두른 몽둥이에 맞은 공처럼 날려져서 도착한 곳은 정령계 방위신계의 영광의 자리였다.
최대한 신력을 동원해 막은 팔은 어느 때처럼 뼈가 박살이 나고 이마를 정확히 내주었다.
망치는 그대로 이마에 달라붙고 영광의 자리에 앉은 것처럼 정확하게 위치까지 잡아준다.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맞아서 자리에 처박혀지고 황금망치는 자신의 자리가 이마에 축소되어 붙어 있었다.
지금까지 외부 주우주의 최고위 창조신들을 걸레처럼 쥐어짜며 날뛰던 강대한 예비 창조신이 저런 느린 공격을 방어도 제대로 못하고 단 한방에 쓰러지자 전장은 고요를 찾았다.
특히 예비 창조신의 폭주를 말리려고 하다가 신력의 여파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찌그러져 있던 최고위 주신들의 표정이 이마에 붙어 있는 황금 망치를 보는 순간 하얗게 변해갔다.
저 황금망치를 모를 수가 없는 것이 수없이 당한 적이 있는 징계용 물건이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잘 아는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가 방위신계에 울린다.
“씁-! 수련에만 집중해도 성취가 지난하거늘 이런 것도 제대로 처리를 못하고 있다니 한심하도다.”
“너무나 위대하고 고귀하신 창조신님을 뵙습니다.”
최고위 주신의 허리가 90도 이상으로 아래로 꺾으며 인사를 한다.
저 창조신님이 얼마나 예의에 민감하고 뒤끝이 강한지 자신들이 너무도 잘 알았다.
저기 상급 주신체면에 창조신의 신력을 감지하자마자 납작 엎드려서 큰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딱해 보일 지경이다.
슬쩍 확인해 보니 저 정령계 방위신계 상급 주신은 본인의 신계가 관리소홀로 평가가 엉망이 되어 카르마의 ‘극선’도 간당간당하다.
저러다 신도를 모두 잃으면 중급주신으로 떨어지는 수가 있다.
‘하긴 이 정령계 방위신계에 귀양을 와서 자기 신계를 말아먹고 카르가 ‘선’으로 떨어지기 직전이 된다면 나도 저러고 남을 것 같다.’
잔뜩 긴장하며 땅만 쳐다보는데 의외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시고 예비 창조신의 이마를 강타한 ‘사랑의 황금 망치’만 공간에서 손만 내밀어 거두신다.
그렇게 바로 신기만 거두시고 목소리만 전달한다.
“잘 처리하도록 하라. 그리고 연습 상대가 있으니 거기서 이것들을 모두 익히라. 창조신장님의 특별한 가르치심이니 반드시 숙달해야 할 것이다.”“…….”
타아앙-!
허공에서 원반모양의 영상재생기가 예비 창조신의 머리를 다시 1대 때리고 바로 허공에 영상을 띄운다.
어지간히 이번 일처리가 마음에 안 드신 모양이다.
아마 예비 창조신이 아닌 주신이었으면 다른 우주로 영구파견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예비 창조신이니 넘어가는 것 같고 바로 입체영상이 비추어진다.
“강화된 대신족(代神族)의 대응을 위한 신마합동 절명기(神魔合同 絶命技) ‘아유타’다.”
허공에 태양계 크기의 황금색으로 빛나는 대신족의 예비 창조신을 상대로 2명의 신과 마신이 27쌍의 날개를 펼치며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2명이서 대등한 전투를 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놀란 최고위 주신들이 이동구성으로 탄성과 함께 질문을 한다.
“겨우 2명이 대신족과 상대가 가능합니까?”
“창조신장님과 마신황제이시다.
저번 강화된 대신족의 예비 창조신장을 상대로 승리하시고 하사하신 더없이 귀중한 기술이로다.”
명실공이 창조주님을 제외한 이 주우주의 각 종족의 최강자들이다.
과연 화면상으로도 감당을 못할 신력과 마력이 뒤엉키며 대신족의 신멸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창조신장님의 27쌍의 빛의 날개 중 26개의 날개가 빛의 검처럼 모양이 변하더니 손에 쥔 창조 신기에 모이고 그대로 대신족의 예비 창조신에게 돌진하여 깊숙이 박아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신황제도 똑같이 자신의 암흑의 날개를 신기에 집중하고 같은 힘과 동일한 순간에 반대편에서 일격을 가했다.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폭발과 함께 영상이 끊기자 말을 못하는 최고위 주신들이었다.
저것이 얼마나 지독한 합동기인지 한눈에 알아 본 것이다.
그러나 창조신은 별 감흥이 없는지 무감정한 목소리로 지시할 뿐이다.
“반대 속성의 마력을 가진 마신족과 합동공격을 할 경우에 일반적으로 10배 정도의 파괴력이 나온다. 마력과 신력의 위력이 일치되고 동시에 융합만 시키면 100배 이상까지 나온다. 창조신장님과 마신황제의 연합정도면 ‘나유타’정도의 파괴력도 보일 수 있어 대신족의 예비 창조신장에게 승리하셨다. 그리고 신들이 익혀야할 필수 기술로 등재하셨으니 너무나 넓으신 자비에 감사하도록 하라. 아직 주신용으로 하향을 하지 못했지만 실전은 너무나 소중한 강해질 기회이다. 저들을 연습상대로 전원 반드시 익혀내도록 하라. 현재 창조신계는 모두 이것들을 익히느라 바쁘니 여기는 너희들이 잘 처리하도록 하라. 그리고 예비 창조신 휘를 저것들이 정리될 동안 정령계의 방위신계의 주신으로 임명한다.”
“알……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너무나 고귀하고 위대하신 창조신님의 뜻대로 되실 것이옵니다.”
난장판이 된 방위신계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창조신이 사라지자 다시 반복되는 영상을 보고 한탄을 시작했다.
“신마 합동 절명기(神魔合同 絶命技) ‘아유타’라고? 신마 합동 자살기(神魔合同 自殺技)겠지?”
“자신의 신력을 저장과 외부의 신력을 흡수하는 빛의 날개를 다 뽑아서 사용한다는 것부터 자멸행위이지.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이군.”
“빛의 날개가 없어 저하된 신력으로 대신족의 신력포의 집중 광역공격을 어떻게 뚫고서 가라는 것이야? 접근하려고 날아가다 다 죽겠는데 무슨 필요가 있는 것이야.”
“아니 저렇게 빛의 날개로 모은 신력은 상대에게 발사되게 되어있어. 위력은 많이 떨어지지만 확실히 치명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도착해서 발사를 해도 마신족과 약간의 발동의 오류와 힘의 오차만으로도 같이 죽겠다. 융합폭발이 실패하면 폭발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당연히 상쇄하거나 피할 여력이 없어.”
“이거 아무래도 익히다 수없이 죽겠다. 무슨 습득과 시행 난이도가 이 따위냐?”
이마를 양손으로 감싸 안으며 허탈함과 ‘이렇게 꼭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뇌에 휩싸였다.
강화된 대신족들과의 인증전을 치루는 수많은 직계들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챙겨둔 정기도 싹 날리고 긴축하느라 죽을 지경인데 이런 기술까지 익히라고 내려온다.
분명 위력은 터무니없이 강대하지만 사용자에 대한 배려나 안전보장 따위는 전혀 없다.
물론 창조신님 정도의 강자들의 감각 수준이라면 사용에 아무 무리가 없지만 아직 미숙한 주신이 쓰면 상대와 같이 죽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같이 발동하는 상대가 약간이라도 실수하거나 악감정이 있어 발동시간과 공격위치가 틀리면 바로 죽는다.
물론 같이 발동한 마신 족과 당하는 대신족도 모두 합동으로 말이다.
“대 신족에게 패배할 바에는 최대한 피해를 주되 기왕이면 마신족과 같이 죽으란 기술이야. 합동 공멸기(合同 公滅技)로군. 이걸 익혀야 해?”
“주신계에서 열화해서 나오면 익혀도 되지만 창조신님이 분명히 확인하실 것이니 해야지.”
“저것들은 자기들 최고위 창조신들이 다 죽어 나가 정기를 거의 빼앗겨서 끝까지 전쟁을 할 분위기 인데 연습용으로 삼으라고? 창조신님들에게는 애들 싸움으로 보이나 보군.”
이런 살벌한 기술을 일상적으로 익히고들 계시니 다른 주 우주에서 거의 전면전을 걸어온 것과 같은 상황에서도 무감각하신 것이다.
결코 상대가 되지도 않을 것들이 떼로 쳐들어온다고 신경을 쓰실 성격들이 아니다.
정말 창조주가 쳐들어오지 않으면 관심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자기들만 왜 싸워야 하냐고 반항을 할 수 있는 힘의 격차가 아니다.
방금 최고위 주신인 자신들은 예비 창조신님의 폭주를 막으려고 달려들었다가 권능과 신력의 여파만으로도 치명상을 입었는데 창조신님은 장난치듯 던진 신기의 일격에 바로 저렇게 인사불성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이다.
결론은 어떻게든 자신들만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예비 창조신이 폭주해 벌인 대형 사고를 왜 최고위 주신들인 자신들이 나서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명령이 떨어진 이상은 반드시 해야 한다.
안한다고 하면 그대로 소멸이고 못한다고 하면 바로 신계 주신 박탈이다.
창조신님께 주신성을 받아 참전권에 선택이 없는 이상 아무리 직위가 높아도 결국 말단인 것이다.
이런 난장판에서 참전을 안 하고 놀고 있을 독립 최고위 신계 주신들을 생각하니 혈압이 올라간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키는 대로 하기는 해야 하는데? 후우우우-! 용병신을 다시 할까?”“먹여 살려야 할 종속 신들이 얼마인데? 다들 정기 없이 말려죽일 생각이야? 반려나 후궁들의 등살은? 용병주신이 된다고 하면 당장 계약 해제를 당할 것이다. 직계들은 잘도 혼자서 인증전을 치르겠다―! 우리 밑에 챙겨주어야 사는 신들이 얼마나 있는데 그런 소리를 또 해-! 정신 사납게.”“그렇지. 언제 이렇게 힘들게 되었지?”
“다들 이렇게 사니 그만하고 예비 창조신님이나 깨우자고. 시킨 대로 해야지.”
그나마 아직 불만이라도 할 기력이 남은 신들의 대화에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전력이야 저들이 수가 많지만 개인 능력은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높기에 걱정은 없다.
그러나 마치 이러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무수하게 증강되는 다른 주우주의 전력에 맞추어서 일반 주신까지의 총동원령이 추가로 내려지기 직전에 처해진다.
정령계의 전화는 수그러들지 않고 갈수록 가열되어 간다.
한편 차원의 주신은 정령계 대기소에 여전히 안 들어가고 있다.
“구호가 작다-! 1번 더 왕복하고 싶습니까? 왕복 계속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
“기회는 단 1번입니다. 목소리를 듣고 재판단하겠습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십시오. 힘찬 음성으로 전면을 향해 함성 발사.”
“으아아아아아-!”
복장도 빨간색과 하얀색이 반반 섞인 정령계 대기소의 제복까지 갖추고 이정도 단련에 뻗은 한심한 중급주신이하 투신들을 모두 강화 훈련을 시키느라 무척이나 바쁘다.
물론 이 관리 신들이 평소에 하던 정령계 대기소의 방식대로 말이다.
‘유격 화산’의 권능을 막아주던 표식을 내게 빼앗긴 덕분에 여유 정기와 신력을 강제로 흡수당하는 상태에서 이들이 평소 정령 신들에게 하던 방식으로 가혹하게 굴리니 당연히 혀를 빼물고 죽겠다고 헉헉댄다.
이제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중이다.
‘아니 약간 즐거움까지 느낄 정도다.’
말 한마디에 조금이라도 힘든 훈련을 줄여보겠다고 죽어라고 복창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어차피 고생한 분풀이와 이들이 평소에 하던 짓은 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명령하는 것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자고로 남을 골탕을 먹이려는 자가 정확하게 원하는 효과를 얻으려면 자기가 많이 당해봐야 하는 법이다.
고생이라고는 1번도 해보지 않은 같잖은 도련님들이나 이러다가 문제가 생기지 나라면 아슬아슬한 선에서 끝까지 갈굴 수 있다.
어차피 신의 육체의 한계야 바닥까지 시험해본 몸이시다.
눈에서 핏발이 서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 아직 버틸 만하기에 눈에서 독기가 돈다.
‘싸지지 없는 것들이 주신이고 투신이라고 아직 여유가 있다.
최고위 주신이 직접 훈련을 시켜주는 영광이 어디 흔하겠는가?’
이렇게 갈구어도 잘하면 나중에 약간 신력을 올려주고 끝내면 만사형통이다.
아까 정령계 대기소에서 당했던 짜증이 당사자들을 굴리니 상큼하게 날아가는 느낌이다.
만약 이런 단체기합을 거부하면 주신계에 직접 보고하고 규정대로 처리해 줄 생각이다.
약한 하급자들이 강한 상급자에게 단체로 도전이나 지금처럼 수작을 부렸다가는 패할 경우는 간단하게 처리가 상위자에게 이양된다.
이기면 상관없는데 지면 끝장이 나는 것이다.
그러니 여주신들이 사기꾼 주신과의 결전을 마지막까지 망설였었다.
옆에서 유일하게 뛰지 않는 뚱보주이 기분이 좋아진 나를 알았는지 말을 걸어온다.
“차원의 최고위 주신님? 환영식 준비는 다 되었으니 그만 들어가시는 것이?”
자기 혼자만 내 옆에 편히 있으니 주변 동료들의 도끼눈 같은 살기가 영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일부 인원은 정령계 투신 체면에 거품을 물고 저기 중간문의 회복지역에 쓰러지려 하니 말이다.
아까 입소를 위해 이동 중이던 신입 정령 신들이 보는 앞이라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 바로 처리를 한다.
다른 것 없다.
간단하게 발로 차서 멀리 날려줄 뿐이다.
“훈련신의 태도가 불량합니다. 바로 열외 합니다. 정령계 외곽으로 열외-!”
퍼어억-! 휘이이잉-!
“크와아아악-!”
가벼운 발길질에 차여서 저 멀리 정령계 경계외곽으로 날아가는 정령계의 투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신들이 딸꾹질을 하는 것이 보인다.
최상급 투신이 장난처럼 친 타격에 마치 폭풍속의 낙엽이 날아가는 것이다.
저렇게 정령계를 가로질러 날려지는 정도의 충격을 받으며 최상급 신이라도 즉사인데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니 살아 있어 더욱 이상하다는 얼굴들이다.
이거 별거 아니다.
신력을 일정부분 모아가면서 상태에서 접촉순간 타격이나 충격으로 바꾸는 간단한 기예다.
처음부터 최대한의 신력을 모아 가격하면 낭비도 심하고 원하는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없다.
그래서 느리게 힘을 최대한 모으고 타격되는 순간 상대방의 신력과 함께 반발까지 충격으로 바꾼다.
만약 이 공격이 목표에 대한 추적성까지 있다면 동등 이하의 존재는 방어는 꿈도 못 꾼다.
비슷한 신력으로는 최대한의 출력을 초과하며 축적하면서 이동하는 공격을 막을 수 는 없는 것이다.
창조신이상의 신력 통제능력이 아니면 곤란하지만 지금의 나는 간단하게 흉내는 낼 정도다.
진짜 창조신이 쓰면 하위의 신격을 가지면 정말 견딜 방법이 없는 기술 중 하나다.
신체 제어가 풀리니 각종 기술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익혀지고 있다.
‘모처럼 몸을 쓰니 기분이 정말 좋군! 아니 주신의 신체의 제어가 풀려서 그런가? 이 기회에 검사나 권사로 겸직을 해봐?’
당치도 않을 생각을 할 정도로 기분이 풀려서 가볍게 뚱보 신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내 최고위 신계에서 보낸 1차 명단대로 집합은 시켜 놓았겠지?”
“물론입니다.
정령계 대기소의 생활을 포기하고 정령계로 간 일부인원을 제외하고는 전원 모아놓았습니다.”
“호오? 문제가 있는 인원은? 그리고 추천신의 명단은 다시 만들어 가져와라. 투신이나 관리신이지만 전직 투신으로 말이다. 그리고 요주의 신으로 집중 관리되는 특별명단도 말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여기 주신들이 미친 척하면서 정령계 대기소 신계주신을 넘기려고 나에게 죽으려고 하지 않았어도 원래 이렇게 만들어 주려 했다.
정령계 대기소 인원이 너무 많기에 일일이 면접이나 찾아다니지 못하고 이것들이 처음 내주는 접대용 명단 따위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보나마나 각종 이권에 얼룩진 상태이고 쭉정이보다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굴리고 선발할 생각이었는데 잘 걸려들었다.
‘이들이 처음에 이렇게 나왔는데 자체 징계한다고 누가 지금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우주에서는 정말 관대한 신이라고 칭송을 받을 정도의 자비다.
과연 뚱보신이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한다.
“저어기. 여기에서는 조금.”
주변을 둘러보며 말하는 뚱보신의 얼굴은 정말 암담하다는 표정이다.
어느새 귀를 솔깃하면서 신입 정령 신들이 쳐다보고 있고 다른 관리주신들도 악을 쓰며 달려도 상황은 다 보고 있다.
그런데 대놓고 민감한 정령신 모집의 협상을 하려니 황당한 모양이다.
원래 이런 협상은 밀실에서 실무자들이 밀고 당기며 이익을 취하지만 나는 최고위 주신도 아닌 존재들에게 그럴 생각 따위는 없다.
그래서 피식 웃으며 허공의 한 장소를 잡아채서 투명한 무엇인가를 잡고서 말한다.
“이렇게 영상녹화와 녹음을 하는 신기는 작동 해놓았으면서 주변의 시선은 문제인가? 꽤 잘 만들어진 은밀한 촬영 신기이다만 상위 주신이상에게 이 짓을 했다가는 너의 살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맞을 것이다. 지금 좀 맞고 시작하는 것도 좋지. 나도 가지고 있다만 생각을 해보니 기분이 나쁘구나. 누가 함부로 상위자들을 녹화를 하고 다니래? 나처럼 수련에 쓸 것도 아니면서 협박용이냐? 그런 것이 통할 정도로 이 우주가 우습더냐?”
우두둑-! 우둑-!
바로 찾아낸 영상녹화 신기를 박살내고 손에서 잔해를 털어냈다.
은밀하게 상위자를 녹화하려한 뚱보신의 징계를 위해 몸을 푼다.
최고위 주신을 넘어 창조신의 영역에 도달하려는 신체에서 근육과 관절이 맞부딪치며 강해지는 소리가 울린다.
빛으로 뭉쳐진 것처럼 빛나는 신체가 어마어마한 물리력을 보일 준비가 끝나고 손이 천천히 뚱보신에게 향한다.
아까의 열외를 시킨 발길질과 같지만 아까는 이동을 시켰지만 이번에는 분쇄다.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살을 빼줄 생각이다.
관리신은 입과 한손만 무사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흉흉한 살기가 주변을 제압하자 뚱보신이 황급하게 행동을 한다.
“흡-! 요주의의 문제 신의 명단은 여기 있습니다―!”
과연 눈치가 빠른 관리신이라 서류뭉치를 잔뜩 허공에서 꺼낸다.
‘거의 백과사전의 분량이니 정말 많기는 하나 보다. 그런데 요주의 관심을 가져야 문제 신들이 이렇게 많나? 하지만 이 뚱보신은 정말 웃기는군.’
“나랑 장난치자고? 신상명세만 써진 이것이 전부다? 너희들은 주요 문제신 관리를 이렇게 약하게 하니? 그럼 이미 사고가 터졌지.”
“에?”
파득-!
뚱보신의 발을 잡아 거꾸로 들어 올리고 탈탈 털어간다.
나의 권능 ‘차원’으로 이미 아공간에 대한 해제까지 끝냈기에 무수한 서류철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에게 넘긴 자료의 10배가 넘은 양이다.
그만큼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신들이 많다는 뜻이다.
제목을 쓱 읽어보니 가관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주신계 감사를 대비하기 위해 숨겨온 것이냐? ‘훈련소별 주요 문제신들의 관찰과 분석서류 전집’이라고 ? 이렇게 관심신들이 많은데 외부에 숨기고 일부만 보여? 아주 개판이구나.”
“그……그게 큰 문제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있어도 근무평점을 위해 은폐했겠지? 왜 저 신계 주신들을 감싸는지 알겠다. 다 한통속이지? 서로 직위를 떠나서 잘못을 감싸주고 도와주는 가족과 같은 신계지? 생활하기는 좋은데 말아먹기는 딱 좋지.”
“…….”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입을 꽉 다무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이것을 가지고 책임자가 관리하기에는 너무 많다.
“마저 내놔. 핵심 요약본.”
“예? 무……무엇을 말입니까?”
“씁-! 맞고서 내놓을래 아니면 조용히 바칠래?”
뚱보신이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채 어쩔 줄 몰라 한다.
원래 행정이라는 것이 똑같다.
하위자들이 수많은 기본 자료를 가지고 일을 하고 총책임자는 핵심만 있는 요약본을 가지고 통제를 한다.
이 많은 자료를 본인이 다 조사하고 관리, 유지가 가능할 리가 없으니 당연히 그런 것이다.
나의 확신에 찬 눈을 보더니 결국 주섬주섬 옷 안에서 수첩과 같은 작은 책자를 꺼냈다.
“이제까지 가장 문제가 되었던 신들의 세부자료입니다.”
“정령계 대기소뿐만 아니라 현재 정령계 문제가 될 만한 신 전부냐?”
“맞습니다. 이 신들만 피하시면 됩니다.”
무엇인가 잔뜩 억울하다는 표정의 뚱보 신을 쳐다보며 내용을 빠르게 흩었다.
대략 1,000명 정도의 최상급 정령신이상의 문제가 되는 정령 신들과 간단한 사고 전적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역시라는 생각이 들며 조용히 수첩을 덮고서 상큼하게 물었다.
“정말 이게 다지? 신계로 받아들였을 경우 문제가 될 만한 정령 신들은 더 이상 없지?”
“아……예. 물론입니다. 굉장히 귀중한 저만의 극비 자료입니다. 본래 대가없이 이렇게 쉽게 보여드릴 것은 아닙니다.”
능청스럽게 말하는 얼굴을 보니 혈압이 또 오르려고 한다.
빠직-! 퍼어어억-!
“쿠에에에엑-!”
저절로 이마에서 핏대가 솟아오르며 자동으로 신력이 뚱보신을 후려갈겼다.
1대만 맞았는데도 돼지가 울부짖는 비명을 지르는 것을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말했다.
“아오-! 이것들이 정말 끝까지 속이려고 들어-! 최고위 주신에 대한 모독 및 기만을 하려는 죄로 끝장을 내주랴?”
“정……정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닥쳐라-! 왜 이 명단에 그녀들의 이름이 없어-! 이것도 감사에 걸렸을 때 제출하는 허위 명단이지?”
“에? 그녀들? 설……설마? 그 끔찍한 특급관리 정령여신들과 단체 계약을 했다는 완전히 미친 주신 급 흑마도사가?”
눈치 빠른 뚱보신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나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존재를 보는 얼굴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굉장히 기분이 더러운 말이 들렸지만 일단은 참는다.
그 평가는 이해가 갈만하니 말이다.
이제 보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최상급 정령 신들은 특급으로 분류하고 빼놓은 모양이다.
능력만 보고 뽑았다가 정말 큰일이 날 뻔 했다.
역시 더 패고 조여야 제대로 된 우수 정령 신 명단을 토해낼 것 같다.
“그래, 그게 과거의 나다. 현재는 아니야-! 당장 그녀들이 포함된 특급관리 정령 신 명단과 나머지 자료들을 다 내놓아라. 1번만 더 허튼 짓하면 투신으로 다시 되돌려서 굴려주지.”
“히이이익-! 드리겠습니다.”
역시 이 정령계 대기소의 관리신들을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런 신들을 줄여야지 내가 편해진다는 생각에 협박과 구타도 서슴지 않을 생각을 굳혔다.
역시 여기 우주는 절대 방심을 하면 안 되는 지뢰밭과 같은 상황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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