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1화
8권
좌석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화려한 황금빛이 더해지며 거기에 입체영상이 나타났다.
그 입체영상은 곧 실체화를 이루며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카락이 일렁이며 풍만한 육체를 가진 여신의 모습으로 보인다.
등 뒤에 화려하게 일렁이는 13쌍의 날개가 주신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마치 안개가 낀 듯 흐리한 모습이 신력의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신체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력의 보충을 위해 의자에 앉아서 차원의 주신을 쳐다보며 말한다.
“구 주 우주 최상위 창조신 ‘이데아’가 현 주 우주 최고위 주신 ‘차원’에게 인사드립니다. 신력을 잃고 신격만이 남아 있으나 분명 저는 구 주 우주에서는 최상위 창조신이었습니다. 그 신격은 분명 현 우주에서도 최상위 주신입니다. 그러니 무릎은 꿇을 수 없습니다.”
“굴복은 필요 없다. 원하는 것은 기계신 관련 지식이지 복종이 아니다. 더구나 사연 많은 여신은 주신이라도 딱 질색이다. 거래만 시작하자.”
딱-!
가볍게 손을 튕겨서 반대편에 의자를 만들고 원형의 탁자까지 만들어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탁자위에는 간단한 다과까지 차려졌다.
흐릿한 화려하게 차려진 다과를 보며 씁쓸하게 말한다.
“저는 이제 먹지 못합니다. 이 영광의 의자에서도 이 정도 신체의 구현이 한계입니다.”
“신력과 정기가 없어 신체가 거의 와해직전이란 것도 안다. 주신 접대용으로 만든 우주수(宇宙樹)의 수액과 과실로 만든 다과니 어느 정도 보충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회복하고 기분 좋게 거래하도록 하지.”
“현 우주에서는 우주주가 흔한 모양이군요. 과거에는 최고위 창조신조차 접근이 안 되는 금지 품목이었는데 많이 발전했어요.”
“지금 우주는 과거와 다르게 많은 것이 풀렸지만 아직도 주신에게는 극히 희귀하지. 그래서 이건 내 자작품이다. 나는 그에게 마도를 받은 절대자이기도 하니 이 정도는 가능하다.”
“그에게 마도를 받은 절대자? 그래서 이렇게 강력했군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마시겠습니다.”
다과를 들고 우아하게 마시는 여주신의 몸이 입술부터 뚜렷해진다.
우주수의 정기가 신체에 유입되며 저절로 복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마른 모래에 물이 뿌려지자 바로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처럼 더욱 실체화해간다.
오래간만에 접하는 대량의 정기에 저절로 황홀해지는 듯 붉어진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려졌다.
창조주가 하사품으로 내리던 과거에도 못 누리던 호사지만 정말 이정도로 비참하지는 않았다.
최고위 창조신이 되기 위한 지배종족으로 획기적인 수명과 강함을 가진 기계인류를 구상하고 자매들과 전 신계의 총력으로 탄생시키느라 신력과 권능이 거의 고갈되어 장기 휴양 중에 당한 사고였다.
지배종족으로 인정한 기계인류가 신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어이없게도 한 순간에 신으로서 존재와 성단의 소유권을 잃고 신력까지 통째로 유실 당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저절로 화가 치밀다 못해 허탈해지는 순간이다.
본신신력의 단련 없이 관리신의 전공을 살려 오직 신도로만 구성했던 대가를 가혹하게 치룬 셈이다.
신도로 이루어진 200억이 넘던 신력이 사라지고 신격만 남아 허신이 되는 것만을 기다리는 처지였는데 그나마 살아남을 길이 생겼다.
기계인류들이 자신들이 만든 병기를 숭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함과 가공할 힘을 동경하여 우상이 되어가기 시작한 기계병기와 행성제압병기의 인공지능 속으로 몰래 파고들어 대신 함으로써 약하나마 신앙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신들이 그렇게 치욕스럽게 연명해야만 했고 자신들의 모든 것인 성단이 기계인류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었다.
그런데 운이 좋은지 나쁜지 성단을 지나가던 강력한 최고위 주신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이것은 기계제국을 타도할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해 이것저것 준비하려 했지만 일이 잘 풀릴 것 같다.
무식한 투신계열이지만 어느 정도 지식의 가치를 아는 마도사이며 그의 마도를 받아서 자신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것 같으니 거래를 마치면 어느 정도 신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의 존재를 다시 이 성단의 인류가 인정한 순간 허신에서 어느 정도 권능도 회복했다.
신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진실로 믿는 자들이 늘어나고 신앙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제 인공지능에게 가해진 제약 따위는 무시할 수 있기에 생각이 자유로워지고 있어 더욱 즐거워졌다.
이제 기계신의 몸체를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기에 기계제국의 정리가 바로 가능해진 것이다.
방금 당했던 파손의 복구가 문제지만 시간문제이다.
저 강대한 최고위 차원의 주신의 약간의 도움만 얻는다면 바로 시작할 수도 있고 그 대가로 전해줄 지식과 권능은 충분하기에 저절로 미소가 어린다.
우주수의 광대한 정기로 신체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모처럼 느껴지는 신체의 활력에 더욱 즐거워졌다.
차원의 주신도 가볍게 다과를 하며 상대가 어느 정도 신체가 회복하기를 기다린다.
그런 화기애애한 다과를 마시는 협상모습을 쳐다보며 입을 딱 벌리는 기계 황제였다.
저런 신이라는 존재가 성단제압병기에 숨어있었는지 누구도 몰랐다.
아니 신을 부정하는 기계제국의 특성으로 무의식적으로 외면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은 성단을 완전히 제패한 기계제국의 황제인데 이건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약한 자의 설움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 설움도 사치임을 깨닫게 되었다.
“정식 계약을 해야 하니 말을 높이겠습니다. 원하는 것은 기계신과 탑승자의 융합으로 2서클을 상승시키는 기술입니다. 최상급 신까지라는 한계가 있지만 무척 뛰어난 권능입니다. 최상급 주신 2명이상의 복합권능의 결합이라고 생각됩니다.”
“대가로 주실 수 있는 것은?”
“카르마가 저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파괴든 창조이든 적정하게 지원하겠습니다. 일단 이것부터 대가로 올리도록 하지요.”
“허어억-! 신이시여-!”
차원의 주신이 원탁에 올린 것은 기계인류의 모든 본체가 있는 ‘머신 판데모니엄’ (Machine Pandemonium)이 비추어지는 모습이었다.
기계 황제가 처절하게 외치든 말든 상관없이 빛에 휩싸인 차원의 주신의 목소리가 울린다.
“성단 지배종족을 만드시다가 배신을 당하신 것 같은데 이정도면 만족하시리라 봅니다. 확인해보니 10억 중에서 1억 정도만 수명이 남아있으니 카르마와 상관없는 9억 정도를 처분하시면 어느 정도 화가 풀리시겠지요. 나머지 1억도 마음대로 하십시오.”
“확실히 매력적이군요. 기분 좋은 거래를 하실 줄 알아요. 하지만 급한 것은 신력과 정기의 회복이니 이것은 나중으로 미루지요.”
‘이데아’란 불리는 과거 최상급 여주신의 눈 주위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이미 이 기계인류에게 배신당한 것은 둘째 치고도 인공지능의 역할을 대신하며 겪은 황당한 명령과 무시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다.
그런데 기계인류의 황제와 인류에게 신으로 인정받은 차원의 주신이 기계인류의 본체 전부가 담긴 ‘머신 판데모니엄’ (Machine Pandemonium)의 소유권을 이전한다고 말한다.
성단의 지배종족으로 올리려고 노력하다 부정당한 신으로서 이보다 더한 보상은 없다.
너무 신력과 정기가 부족하여 우주수의 차를 마셔도 겨우 움직일 정도로 회복된 신체가 요동칠 정도다.
배교자들을 심판할 정당한 복수의 시간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복수도 힘이 있어야 하고 지금은 힘이 절실하기에 이것은 뒤로 미루어야 했다.
바로 앞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기계 황제가 다급하게 외쳤다.
저 여신이 정말 자신들의 성단의 본래 주신이었다면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
신을 부정한 자신들이 어떤 취급을 받을지 기계 황제를 부정한 원시인류에게 했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아니 원시인류들은 죽어서 끝났지만 신이란 존재에게는 죽음도 끝이 아니란 것을 직감한 것이다.
그래서 미칠 것 같은 압박감을 누르고 외친다.
“신계서는 인간들처럼의 소유권은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저희들을 물건처럼 넘기시려 하옵니까?”
황제로서의 자부심은 이미 사라졌다.
신이란 존재 앞에서는 인간의 계급이나 우열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단지 의사전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까지 깨달은 것이다.
그 절규에 차원의 주신은 그 말에 무감각하게 대답한다.
“신이 보호하는 것은 이 우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진화를 이룬 강한 정기를 가진 존재뿐이다. 너희들은 무수한 별을 파괴하여 지배하는 성단을 쇠약하게 했다. 본래 처분을 해야 하나 이렇게라도 활용하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도록 하라.”
“저희들은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나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자를 낫게 했고 날개를 달지 않아도 하늘을 날고 우주조차 왕래할 수 있습니다.”
“훗-! 그 대신에 희생된 자들과 자원의 소모는 어떻게 하겠느냐? 수많은 임상실험을 위해 죽은 희생자들에게 당신들로 인해 몇 배의 인간이 살았으니 이해하라고 할 것이냐? 본래 너희들이 자연을 오염을 시키지만 않았어도 생기지 않을 질병들이었다. 소수만이 이용하는 하늘을 날기 위해 들어가는 자원의 양은 또 얼마인가? 우주의 이동? 인류는 사용을 금지하고 기계인류만이 이용을 하지 않는가? 일부의 특권층만을 위해 만든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 아니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해도 너희들이 우주를 이동해서 한 일은 또 다시 자원의 갈취와 학살의 연속뿐이었다. 과학의 발전이 잘못은 아니지만 너희들의 기계제국의 일방적인 발전은 잘못된 것이다. 모든 별이 정기부족으로 신음하고 지배당하는 인류들은 정기를 잃고 약해져만 간다. 그러하기에 이렇게 처분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들이 당하는 입장이기에 이해할 수 도 없고 납득할 수 도 없겠지? 그 입장을 이해한다. 그리고 나는 관대한 빛의 주신이기에 기회를 주마.”
차원의 주신이 손을 뻗어 화면을 확장시킨다.
그리고 인류가 살고 있는 90개의 행성을 하나하나 띄웠다.
“이 기회를 잡고 이긴다면 너희들에게 과거의 모든 잘못을 회개하고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겠다. 허나 진다면 계약에 의거 수명이 남은 1억의 기계인류도 남김없이 죽여 정기를 회수하겠다.”
아직도 흐릿한 모습의 여주신이 기계인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무엇인가 말하려하다가 멈추었다.
지금 차원의 주신의 신력은 너무나 차갑고 삼엄했다.
어디에도 따스한 부분은 없고 전신이기에 결코 자비롭지 않다.
신계를 위한다면 마신들보다 더 잔혹해질 수 있는 것이 투신들이다.
기계제국의 운명은 관리주신인 자신이 주는 복수보다 더욱 처절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떻게 처분할지 흥미가 생겼다.
기계 황제는 숨을 크게 들어 쉬었다.
미래 예지가 이미 제국의 처참한 파멸을 예고했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
어떤 기회라도 잡아야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죽을 함정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했다.
“현재의 행성제압병기는 신들이 들어가 있으므로 사용을 금지한다. 너희들이 자랑하는 과학으로 나의 종속신이 될 ‘마도 기계우상’과 1대 1로 싸워 이길 새로운 기계병기를 만들어내 승리하라. 더 이상의 별을 파괴하는 자원의 소모는 용납하지 않으며 너희들의 모성 안의 개발만 한정한다. 단 이미 사용한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은 승인하겠다. 그리고 90개의 별들 중 하나씩을 걸고서 승리를 할 때마다 그 별의 지배권을 다시 허락한다. 자원을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모하지 않는다면 자원의 사용역시 승인하겠다. 승부의 주기는 1달에 1번으로 정한다. 90개의 별을 모두 너희들이 얻었을 때 다시 성단 지배종족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그러나 기계제국의 모성까지 잃었을 때 너희들은 모두 처분된다.”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 떨림을 수습한 기계 황제는 정중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신의 말의 어디에도 속임수는 없다.
자신이 보아도 정말 공정한 기회였다.
‘투쟁에서 이긴다면 살아남고 영광을 누린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삶의 원칙이 아니던가?’
상대가 신을 모시는 예비신도와 ‘마도 기계우상’이라지만 결국은 기계제국이 만든 병기를 기초로 만들고 전력을 기울여 미완성된 기계병기를 동원해 승리를 하면 된다.
성단을 엉망으로 망쳤다고 가치가 없는 쓰레기종족이라고 말하던 신이 주는 기회로는 너무나 자비로운 조치였다.
‘정말 악마가 아닌 신이 맞았다.’
기계 황제가 그렇게 수긍하자마자 모습이 조종실 안에서 사라졌다.
차원의 주신이 전 성단에 흩어져있던 기계인류를 모두 모성으로 공간이동 시켜 보내버린 것이다.
물론 신들이 빙의되어 있던 행성제압병기와 기동병기들 속의 조종자들까지 전부 이동시켰다.
이미 저들의 영혼이 신으로서 인정한 이상 이정도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은 간단했다.
마도로 증폭된 신력과 창조신의 감각과 영역은 이 성단전체에서 기계인류만을 공간이동을 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모성에 모인 기계인류들에게는 다시 신탁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종족의 운명을 걸고 과학의 가치를 증명할 생존 전쟁의 준비를 하라고 말이다.
차원의 주신이 다시 전 성단에 선포한다.
“나를 신으로 인정한 이 성단의 지배종족을 다시 선발한다. 기계제국과 나의 예비신도, 그리고 도전하는 모든 종족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나의 ‘예비신도’와 ‘마도 기계우상’들이여 너희들의 신이 주는 장기 시련이자 목표이다. 기계제국에게 승리하고 성단의 지배종족이 되어라. 이길 때마다 ‘기계 마도우상’을 승급시키고 결국 신이 되게 해줄 것이다. 탑승자역시 초인이 되어 신이 될 자격을 얻을 것이다. 패배한다고 해도 투쟁심을 잃지 않는 한 죽지 않고 다시 살아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기계제국의 모성까지 승리하여 얻었다면 너희들이 바로 이 성단의 지배종족이다. 또한 신을 공격한 죄 역시 없애고 자유롭게 해주겠다. 나는 전쟁의 신이며 차원의 주신, 그에게 칭호를 받은 절대자이노라. 그가 말하기를 ‘강자를 찬양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처음 도전하는 자들이기에 이렇게 말한다. 승리자에게 영광이 있으라―!”
성단에 신으로 인정된 차원의 주신의 신언이 울리며 법칙으로 새겨간다.
이제 기계제국의 기계병기와 ‘마도 기계우상’의 별의 쟁탈전이 1달마다 벌어지고 승자가 별의 지배권을 하나씩 가지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당연히 여기게 된다.
최종 승리자가 이 성단을 지배하게 된다는 사실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신이 가지는 소유의 의미는 바로 사실에 대한 인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이 악을 악이라고 말하면 악이 되고 선은 선이라고 말하면 선이 된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가치관이 다양한 인간들은 각자의 입장에 의해 의미가 바뀌고 변질된다.
신은 그런 혼란을 없애고 오로지 우주의 진화와 발전에 도움이 되게 법칙을 만들어가고 현실에 구현한다.
말 그대로 법칙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신이 가진 소유권의 의미이기에 이 싸움의 승자가 성단의 지배자라는 진실은 차원의 주신이 소멸하기 전까지 유효한 것이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기계병기와 ‘마도 기계우상’이 성단의 지배와 생존을 걸고 싸우는 새로운 투쟁의 시대가 열렸다.
가뿐하게 나를 실험재료로 포획하려던 기계제국과 내게 직접적으로 덤빈 예비신도들을 결사적인 생존과 발전의 싸움으로 몰아놓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성단에서 신의 소유권을 얻은 이상 내 신언이 규칙이다.
빛의 신이기에 물론 우주의 진화와 발전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말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로 어길 수는 있지만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
간단하게 인간들이 말하는 ‘불행’이고 신 이상에게는 그 무서운 ‘카르마의 부정’이 되시겠다.
지금 갑자기 기계인류의 조치를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젠장-! 최고위 주신이 되니 우주에 영향이 장난이 아니군.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에 이렇게 피해나 효과가 발생하나?’
본래 임무가 죽음과 정리인 마신은 대량학살에 피해를 덜 받고 오히려 저런 해충들이라면 긍정적인 점수가 추가되지만 탄생과 발전인 신은 일단 깎이고 나서 판단되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지금도 전뇌계에서 보내주는 저 놈의 카르마가 지금 내 행동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가 결국 약간의 상향을 보여주고 끝난다.
먼저 공격받은 것도 나이며 카르마 수치 확인하며 파괴하고 성단에서 수명이 남은 상태에서 죽은 인원도 얼마 되지 않는데 성단지배종족이고 영향이 크다보니 저런다.
주신은 자기 행성을 말아먹지만 않으면 상관없는데 지금 나의 결정과 판단이 성단전체에 영향을 주기에 그 영향까지 추가 계산을 하는 것이다.
분명 절대 카르마에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내 주신의 신격이 감당하는 나의 신계가 아니고 태양계 규모도 아닌 성단규모라는 것을 깜박했다.
기계인류도 성단을 좀먹는 썩을 것들이지만 성단지배 종족이라 중요성이 높고 수명이 남은 것들이 1억 이상이고 지배종족이 붕괴하는 결과에서 오는 악영향까지 빛의 신인 나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다.
이 성단의 인류들에게 소유권은 얻었지만 내 신계가 여기 없어 지배권이 없다.
그러니 신계 주신의 추가 허용범위도 없다는 것이 크다.
그래서 복잡하게 올라갔다 내려가는 카르마의 수치에 가슴이 철렁거려 황급히 기계제국의 기계인류들을 당연히 죽여 버릴 여기 여주신에게 넘기지 않고 징계로 나의 신격인 전투 속으로 몰아넣어 재활용하자 약간의 상향으로 끝난 것이다.
지금 사태로 배운 것은 결국 외부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내가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행성단위 뿐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영향이 그 별로 끝나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여기다 신계를 만들고 나의 관리영역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단은 정기가 약해서 본전도 안 나온다.
종속신계의 임시 신계면 모를까 말이다.
‘독한 것들. 조금 봐주면 덧나랴? 이것들은 나를 정말 시험재료로 삼겠다고 덤볐단 말이다. 어떤 이유가 있고 최고위 주신이라도 자신이 지배하는 성단이 아닌 이상 과다한 영향은 용납하지 못한단 말이겠지? 그러니 이 우주의 질서가 유지되지만 답답하네.’
만약 최고위 주신이라고 아무런 제재 없이 성단단위의 징계가 가능하다면 하위 주신들이 신계주신이 되려고 발버둥 칠 필요가 없다.
상위 주신이 행성을 욕심을 내서 잡으면 막을 수도 없고 과거의 우주처럼 단숨에 전쟁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신계 주신은 별을 준 창조신외에는 절대적인 자유결정이 가능하고 영역을 보장받는다.
이유 없이 신계 주신을 소멸시키면 마신 왕이나 창조신이라도 그의 처분을 받는다.
저번에 이야기한 마신 왕이 주신을 본능에 못 이겨 소멸시켰다가 본인이 신족이 되어 처절하게 구른 사태처럼 말이다.
그리고 창조신도 카르마가 ‘극선’이상의 주신이라면 함부로 처벌이나 소멸이 불가능하다.
이런 본질적인 이유 외에도 가장 큰 이유는 신계구성을 위한 필수조건이 바로 주신이란 점이다.
이 우주에서 신계는 별에 하나씩이고 어떤 존재도 이를 어길 수 없다.
하나라도 제대로 관리하라는 그의 지침이고 그러다 보니 ‘주신성’이라는 초거대 행성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렇게 주신들이 별을 얻기 위한 전투가 금지가 되어있다 보니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계를 만들 수 있는 주신이 필수고 종속신계를 세울 수 있는 주신급이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다.
‘나도 그래서 다 죽이고 처분해도 주신급 이상은 봐주는 이유다. 잘만하면 종속 신계를 만들어 엄청나게 벌어들일 수 있다.’
더구나 나조차 살 떨리게 힘든 인증전을 안 해도 되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별을 받고 신계를 세운다고 한다면 수준에 맞추어 아마 마신족은 마신왕 후보를 보낼 것이고 대신족은 예비 창조신을 보낼 것이다.
아무리 내가 마도로 신력을 증폭해도 상대역시 그런 기술이 없다고 보장을 못하기에 그야말로 사투를 벌려야 한다.
‘어떻게든 더 강해지고 세력을 늘려야지 나만의 신계를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다른 창조주의 우주로 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낙후된 시골에서 왕 노릇하느니 차라리 발전된 도시에서 사장 노릇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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