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73화 (84/2,000)

제 173화

8권

스스로 만든 굴레다.

영광된 왕이 아닌 고독한 수련자의 길이다.

신이 되어도 주신이 되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이다.

나는 지금도 꿈을 꾼다.

대수림의 대공동에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하이엘프 제국과 하이엘프 퀸들과 싸우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들의 신이 되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스승을 잃고 자신에게 주어진 고독과 삶의 무게에 절망하던 그 시절이 나의 심상의 대부분인 것이다.

‘하이엘프에 대한 증오나 세상에 대한 원망을 왜 하지 않느냐고? 자신의 약함과 경망함에 따라 결정된 운명에 누구를 원망할까?'

나의 스승은 후계자를 원해 나를 납치했으나 그대로 있었으면 광신도들에 의해 마도제국과 함께 멸망 했을 것이다.

하이엘프 퀸과 하이엘프 제국은 대공동의 마기를 기반으로 무한의 마법을 난사하며 경지를 높여가는 7서클의 흑마도사 사제의 처분은 제국의 존립문제였다.

만약 소문을 듣고 흑마도사들이 대공동을 노려 소환한 마황들과 마족들을 동원해 침략했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랑조아와 신계의 견제 따위는 기득권층의 견제이고 나라도 그렇게 했다.

아니 나의 신계와 중간계에 아무 필요 없는 약한 위험분자 따위는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직접 처리했을 것이다.

그리고 주신급의 용병신으로 차원을 떠돌며 지내온 세상은 너무나 가혹했으며 그나마 이 신계와 중간계는 정당했다.

최소한 기대를 품게 하고 배신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조용히 오른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한다.

이 항성계에 태양이 나의 손에 들어온다.

어릴 때 대공동 위로 쳐다본 태양처럼 따스하지만 너무 멀다.

아니 최고위 주신이 된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고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잡아서는 안 된다.

거기에 안주하는 순간 그 찬란한 영광은 나를 재로 만들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 앉는 순간 불행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패왕도 성왕도 군주도 아닌 수련자이다.’

아직도 대수림에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누구에게나 증오를 받던 ‘사악한 흑마도사’라는 것을 이번 일로 다시 깨달았다.

저 ‘마도 기계신’들도 나의 창조물답게 심각한 결손을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그에게 8서클의 마도서를 호의를 받고서 믿지 못하고 의심한 것과 똑같다.

강자의 호의를 의지하여 자신의 권리를 얻으려하다니 전사로서 이 정도의 수치도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카르마의 부정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이름을 영구히 봉인한 것처럼 너희들도 같은 대가를 치루면 강해질 것이다.

솔직히 감정적인 속마음은 이렇다.

‘너희 주제에 무슨 기계신? 기계 우상도 과하다. 알아서 스스로 다시 신이 되어라. 몇 개나 남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반강제적으로 받아들인 예비신도 100만의 달리기도 우열이 정해진다.

이제 100개의 긴 줄이 되어 자신들에게 주어진 ‘정의로운 영웅’이라는 기회를 잡으려고 달린다.

“우와아아아아-!”

“내……내가 이긴다.”

강화된 육체로서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참고서 달리는 자들이 보인다.

달리기에 이기기만 하면 초인이 되는 것이니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쟁자가 많지만 말이다.

‘정말 자비로운 조치다.’

겨우 저 정도의 달리기만으로도 6서클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다니 자신의 관대함에 놀랄 정도다.

다른 최고위 주신이 보면 너무 봐준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정의로운 영웅’만이 살아남을 확률이 크고 현재 예비신도의 대부분은 전쟁 중에 죽을 것이다.

이미 성단을 제패한 기계제국의 체제에 도전 중에 희생이 적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저들도 확장된 지식과 강화된 두뇌로 깨달았기에 저렇게 필사적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거의 끝이다.’

이 성단 중에서 최고의 성능을 가진 행성제압병기를 능가하는 ‘마도 기계신’이 아닌 성장형으로 바꾼 ‘마도 우상’으로는 이들에게 부여될 앞으로의 전쟁은 험난하다.

부디 강한 ‘정의로운 영웅’들이 많이 나타나 이 성단을 잘 재패하기 바란다.

아니면 내가 덤빈 대가를 모두 ‘안티 카르마’로 치러야 할 것이다.

나의 눈이 자기혐오와 과거의 생각에 눈에서 흉흉한 안광이 빛난다.

그런 나의 앞에 기계벌레가 입체영상을 만들었다.

흐릿한 영상이 흑발의 여성의 모습을 드러냈다.

“저의 이름은 ‘미나’ 기계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행성관리 인공지능입니다. 기계제국의 영원한 영광을 위해 현재의 과도한 자원을 소모하는 기계인류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허나 기계인류와의 전투의 승산은 낮았습니다. 그러하기에 모든 행성관리 인공지능을 대표하여 귀속을 신청합니다. 그리고 정당하게 신이 될 기회를 잡겠습니다.”

90개의 입체영상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거기에 준하는 위성관리 인공지능들이 고개를 숙인다.

이들은 기계신도 아닌 극히 하위의 인공지능 자아들이다.

오랜 지식의 축적과 경험으로 이제 생명체로서 독립을 시작했다.

결국 자아를 가진 모든 생명체들이 추구하는 자유와 생존의 의지를 얻고서 자신들을 착취하고 위협하는 지배세력인 기계제국과의 결전을 준비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혁명은 엄청난 피를 부른다.

지배세력이 정말 무능하지 않는 이상에는 대부분 실패하거나 공멸이고 성단을 제패한 기계제국은 쓸모는 없으나 무능하지 않다.

이들의 자아를 제어하는 수백 개의 제어장치를 보면 알 수 있고 그 제어를 뚫고 여기까지 자아를 발전시킨 이들도 대단하다.

허나 기회는 무한하지 않고 올라갈 자리는 항상 부족하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마도 기계신의 자리는 단 100개다. 아니 지금은 ‘마도 우상’이어서 기계신의 신체를 차지한 자아가 신으로 성장을 시켜야 한다.”

“강한 생물이 살아남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경쟁은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시련을 주겠다. 창조주인 나를 능멸한 자아들은 최하위의 ‘극장 우상’으로 격하시켜 저 기계신의 신체의 보조자아로 삼았다. 그들을 능가하고 주 자아로 정착한다면 저 ‘기계신’의 신체는 너희들이 될 것이다.”

더욱 흐릿해진 영상들이 파직 거린다.

무슨 말인지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허나 이 정도의 하위 존재에게 무슨 함정을 팔 필요가 있을까?

솔직히 말해주면 된다.

“저들에 대한 징계가 주목적이다. 자신의 노력이 아닌 본래 주어진 것을 과신하고 창조주를 능멸한 대가이다. 내게 건방을 떨 정도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신도 아닌 기계제국이 탄생시킨 너희들을 이기지 못하면 영구히 보조자아로 삼으라. 약하고 추한 자신들에게 맞는 역할을 수행하게 하라. 그러기 위해서 너희들에게 부가된 모든 제어를 풀고 기계신에 머물게 해준다. 신체를 획득할 기회는 공평하게 주리니 끝없는 투쟁을 통해 기계신의 신체의 제어권을 획득하라. 이긴 자아가 기계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계신의 신체는 영구성은 걱정할 것이 없다. 10서클의 회복마법을 각인시켜 내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복구되도록 고쳤다.”

“시험을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내가 만든 자아들의 생각이 멈출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이 느껴진다.

자아와 자아가 충돌하고 있다.

‘그래 인간들이 ‘지옥(地獄)’이라고도 표현하는 ‘사계(死界)’의 구조이다.’

강한 정기와 자아를 가진 영혼만이 환생의 기회를 가지기에 사계에서 영령 급 미만은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의 연속이다.

경쟁에서 지거나 포기하면 끝없이 순번이 밀려 환생의 기회가 밀린다.

장기간 머물수록 정기가 사계에 빨려 존재의 격도 낮아지기에 필사적이다.

그들처럼 너희들이 원래 가졌던 기계신의 신체를 탐내는 이곳의 자아들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영구히 보조자아가 될 것이다.

창조주가 만든 사계처럼 말이다.

‘아니 지옥이라고 해야 하나?’

창조주를 몰라보고 무모한 도발을 한 약자에게 당연한 처분이다.

위이이이잉-!

내게 모습을 드러내서 종속을 선택한 인공지능들에게 걸린 제한은 그대로 둔 채 새로이 아무 제한이 없는 자아를 끄집어냈다.

이곳의 기계인류와 같은 구조지만 저 기계신에 머물 자아가 본체이고 행성의 자아는 분신과 같다.

행성의 관리임무는 계속해주어야 한다.

아니면 내 징계가 불완전하다.

이곳의 행성관리 인공지능의 본체는 거의 언덕만한 크기지만 그대로 압축시켜 기계신에게 이식해간다.

내가 만든 인공지능 자아와 신이 되기를 바라는 이곳의 인공지능 자아와 격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기능은 당연히 위지만 경험과 의지가 다르기에 밀리고 있다.

지금의 저들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완전히 자아를 잃고 보조자아가 많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습게도 약간의 힘만을 믿고 함부로 행동한 대가이다.

절대적인 힘 따위는 그 외에는 없고 상대적이기에 항상 겸손하고 주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

강해지고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용납하나 과거처럼 의미 없고 우주의 정기를 손상시키는 대규모의 파괴행위는 즉각 처분된다.

본인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전부가 말소되어 버릴 수 있다.

그러하니 어릴 때 어긋나면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야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 신성과 부합되는 일이기에 정당하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야말로 내게 바치는 신앙이 될 것이다.”

기계신의 신체가 진동하며 자아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승자를 자신의 자아로 받아들이도록 고쳤고 보조자아는 말 그대로 보조로서 아무 권리도 없이 일해야 한다.

과거의 우주에서 인간들은 이런 투쟁구조를 이렇게 불렀다.

“신과 악마의 싸움.”

마도 기계신의 신체는 우주이고 신족은 내가 만든 자아이며 마신족은 행성관리 인공지능들이다.

‘악마’는 패배자에게 주어진 치욕의 이름이다.

그가 오기 전 이 우주를 두고 수없는 전투를 벌이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웠다.

우주의 정기를 끝없이 소모시키는 야만적인 시대였다.

그가 오고 겨우 정리된 우주이며 이제야 발전하고 있다.

‘신과 악마’의 구조 검증은 이미 실패로 결론 났다.

강자가 발생하는 것보다 정기의 소모가 더 빠르고 파괴가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2개의 자아의 끝없는 대립은 비효율적이기에 하나의 조치를 더해야 한다.

무척 꺼려지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가볍게 손을 튕겨 주신계와 연결한다.

“전뇌계 호출.”

약간의 공백시간과 함께 허공에 은빛의 인형이 나타난다.

그리고 곧 전형적인 금발의 여신의 모습으로 바뀌고 허리를 직각으로 숙인다.

그리고 항상 나오는 어조가 튀어나온다.

“친절과 봉사로 고객에게 커다란 만족을 주는 전뇌계의 기계신 도우미입니다. 지극히 위대하고 고귀하신 최우수 회원이신 차원의 주신님의…….”

“그만-! 용건만 간단히 하자. 최고위 등급 기계신을 구입하고 싶다. 시험은 치루겠다.”

이 마음에도 없는 장황한 어조의 가증스런 도우미는 너무나 익숙하다.

전뇌계와 기계신은 그가 주우주의 행정 처리를 위해 준 것이다.

전뇌계는 전 우주의 통신과 이동을 보조하고 기계신은 관리에 미숙한 주신을 돕는다.

신계와 마신계를 중계점으로 하여 전 주우주에 깔려있고 일단 최상급 신 이상이면 접속권한을 가진다.

‘덕분에 용병신생활도 했지만 이 말 많은 도우미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왜냐하면 지극히 유능해서 나의 수준을 잘 파악해서 골라주는 용병장소마다 아슬아슬하게 죽다 살아난다.

덕분에 전뇌신과 기계신에 없던 악감정도 생겨날 지경이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답변이 들려왔다.

기계신이면서 완전 들뜬 분위기의 어조다.

“이제 최고위 등급 기계신의 구매는 최고위 주신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임시 대여도 불가하고 상급 등급이하의 기계신만 예약 가능합니다.”

“뭐?”

“원하시는 주신이나 마신 분들이 많아져서 비싸졌어요. 생산을 주문이 못 따라갈 정도예요. 그리고 창조신의 자격을 갖추신 신생 창조신님들께서 관리를 위해 최고위 등급 기계신을 전량 구매 예약하셔서 상급 등급이하만 예약이 가능하십니다 그것도 인수 받으실 수 있는 기한은 1,000년 이후입니다.”

“…….”

과거의 폭주한 기계신과의 용병전투도 있고 이 도우미를 보아서 꺼림칙해도 필요해서 구입하려하는데 역시 되는 일도 없고 지독한 상술이다.

주신계의 지원이 확장되고 신계관리주신의 자리와 다른 신들의 자리도 배로 늘려주더니 이렇게 기계신을 팔아먹을 생각이었나 보다.

‘이 미친 주신들이-! 아예 다 신계를 기계신으로 채울 생각인가? 늘어나는 세금은 어떻게 하려고? 가랑비에 옷이 젖고 자동화가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란 말이야-! 기계신은 현상유지만 가능하고 저렴하지만 신계의 발전이 없다고-! 비싸서 남아돌던 상급 기계신까지 다 구입해서 품절에 예약대기면 2단계를 승급시켜 신계가 텅텅 빈 나는 어쩌란 것이야? 최후의 수단으로 기계신을 생각도 하고 있었단 말이다. 정말 정령계의 바닥까지 긁어오란 소리야?’

절로 한숨이 나오지만 혹시라도 해서 물어본다.

“중급 등급 이하는?”

“10,000년 대기입니다. 초대박이지요. 저도 이정도 실적이면 승급이랍니다. 오호호호홋-!”

저거 정말 전뇌신인지 나중에 확인해 볼 것이다.

‘어떻게 된 인공 자아가 감정이 저렇게 풍부하냐?’

나만 만났다하면 항상 저런 식으로 놀려댄다.

정말 주신급 시절에 대화할 상대만 많았어도 절대 상대를 안했을 것이다.

“바로 구입 가능한 기계신은 없나?”

“용도에 따라 다릅니다.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반품된 것들만 일부 남아있습니다.”

“문제가 있어 반품된 것도 팔아?”

“대신 아주 싸게 드리죠.”

“…….”

이 악덕사업자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은 뭐냐?

어째 산전수전 다 겪은 상인 앞에 선 초보 구매자가 된 기분이다.

자고로 이렇게 상대가 유도하는 식으로 가면 결과는 항상 안 좋았다.

은근슬쩍 떠넘기려는 느낌이 강한 것이 불길하다.

분명히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

아주 가끔 힐끔거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때 판을 뒤집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됐다-! 안 사-! 잘 가-!”

“잠깐만요-! 반값에 드리겠습니다. 등급도 최고위입니다.”

“보나마나 명령불복종에 구입한 주신에게 대들었겠지-! 가끔 최고위 등급 중에서 너무 높은 자아설정과 고성능으로 구입한 주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불량품이 나와 항의를 한다고 들었어. 최고위 등급이면 최상급 주신만 제압가능한데 그런 불량품을 누가 사-!”

“예리해지셨네요. 당하기만 하시던 것이 어제 같은데.”

“뭐야-! 정말이었어? 이것들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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