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63화 (74/2,000)

제 163화

7권

당장이라도 신기로 난자할 것 같은 빛이 일렁거리며 태초의 투신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최고위 신조차 위협할 만한 투기와 살기가 쏟아지자 상위신인 여신들의 뒤에서 오들오들 떨기만 할 뿐이었다.

1대 1일로도 상대하기 힘든데 50명 정도가 할 일이 없어 약간의 공이라도 세워보겠다고 자신들에게 달려온 것이다.

도저히 감당할 힘들이 아니고 상위여신들도 같다.

여신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자신들에게 소리치자 그대로 따랐다.

“뭣들 하느냐? 당장 완전종속신이 되지 않고-!”

자신들의 신격을 한 단계 낮추고 상위신인 여신의 신격을 그대로 받아들이자 자신들의 사고가 그대로 여신의 사고에 전해지고 여신의 이념이 그대로 전해진다.

다행히 ‘선'이라 별 문제가 없지만 '중립'이었다면 가치관의 혼란이 생길 정도다.

자신들의 의사결정보다 완전상위신의 의사가 앞서는 것이 느껴지고 각인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낮춘 신력이 그대로 추출되어 신계로 향하는 것을 보고 안도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쉴 뿐이다.

태초의 투신들도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쉰다.

“쩝-! 반항을 좀 해라. 그래도 반란까지 계획한 반신들이 이렇게 힘이 없으니 왜 이렇게 싱거워?”“과거에 투신이었다지만 운영신인 여신들도 못이기는 것들이 차원의 주신님께 반란을 하다니 미친 것이지?”

“직계들도 살맛이 났군. 하긴 ‘경계’에서 마신족 상대로 힘든 싸움만 하다 신력만 강한 반신들을 상대하니 재미가 있을 법도 하지.”

“지금 직계들이 부활하고도 원래의 신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지? 신체는 더욱 강해지고? 과거에는 정기의 지원이 없으면 1단계 하락에 신체도 약화되었는데 최고위 신계가 좋기는 하네.”

“이번에 공을 세우면 중급의 승급은 되니 얼마 안 있으면 다시 최상급 상급이 될 것이야.”

“그나저나 우리 어쩌지? 그동안 정치놀음만 했더니 신체가 약해져서 수련효과가 잘 안 나와. 주신급 권능도 최고위 신계의 지원으로 될 것 같은데 입구에서 체력부족으로 미끄러진다!”

“기초부터 다시 해야지. 지식의 신이 혼자서 못 해먹겠으니 죽도록 수련해서 빨리 원탁의 주신급 신이 되라고 난리를 치는데 그게 쉽나? 자신도 결국 주신이 못되었으면서 더러워서 참.”

“그보다 우리 신계에 주신이 저렇게 많았나? 벌써 상급주신 1명에 중급이 4명, 일반 주신이 8명이다. 수위권인 최고위 신계도 이 정도는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이지? 다른 신계에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어찌된 일이냐고 문의가 오고 난리도 아니야.”

“원탁의 최고위 신 아니 이제 주신급도 벌써 9명이 되었어. 새로 등록된 관리계 주신급 여신들에게는 지식의 신이 말발과 수로 형편없이 밀리더라. 불쌍할 정도지.”

“신세대 신들도 승급이 부지기수니 이러다 정말 최상급신의 대표 자리에서도 밀려날 지경이다. 그러니 이것들이라도 죽여서 공적을 세워야 하는데.”

“나중에 혹시라도 생각 바뀌면 꼭 반란해라. 우리는 깔끔하게 죽여 줄 것이니 말이야.”

정말 아쉬운 눈빛으로 떠나는 태초의 투신들과 ‘중립'인 반신들의 피를 뒤집어쓰고 유린하는 마황인지 구분이 안가는 ‘중립’들의 상위신들을 생각하니 아직도 한기가 돈다.

완전 종속신이 되어 상위신에게 모든 사고가 개방되고 이념에 따르게 되는 자신들을 반란을 포기하지 말라고 부추기기 까지 하니 완전히 기가 질려 버렸다.

상위 여신님께서 자숙하고 비어진 반신들의 자리를 잘 채우라는 말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활하는 중이다.

하도 일이 많아 괴롭지만 필멸자가 되어 사계로 보내지는 것은 사양이다.

더구나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멀리 있는 신계가 아니다.

하위신계의 상위자로 임명된 신계주신의 직속 세력들이다.

꽈아아아아아아앙-!

자신들의 눈앞에서 휘두른 오라를 씌운 가벼운 주먹질 한방에 산맥의 일부가 사라졌다.

차원의 주신님의 완전종속신이며 하위 신계의 관리자 중 하나라고 소개한 여절대자가 벌인 짓이다.

키가 2미터를 육박하면서도 날씬한 근육질의 은발의 여절대자가 자신들을 모아놓고 벌인 위력시위와 협박인 것이다.

자신들이 많은 준비와 전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을 장난치듯이 행한다.

방금 산맥을 먼지로 날려버린 주먹을 쥐고서 자신들의 어깨를 툭툭 스치면서 지나간다.

“1대씩만 맞고 잘할래? 아니면 알아서 잘할래?”

가벼운 타격인데도 조금도 피하지 못하고 신성이 뿌리째 흔들렸다.

자신들이 10서클의 상태라도 감당이 안 될 상대란 것을 바로 깨달았다.

그리고 그 뒤에 100명이 넘는 여절대자들이 자신들을 보며 무표정하게 서 있다.

‘저 여절대자들도 자신들의 아래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 반란이라니 역시 미친 짓이었고 죽어도 싸다. 말릴 때 들었어야지 역시 기회주의자 ‘중립’들과 얽히니 되는 일이 없다.’

반신들 일이나 잘 하다 ‘극선’이 되어서 신계로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신계관리의 중간계에 반신들만의 하위신계를 세우겠다고 설치더니 자신들까지 이렇게 되어버렸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는 것이 주먹에 살짝 스치고도 부서지려 하는 어깨의 고통이 증명한다.

“우린 수련하느라 바빠. 그러니 일이 생기면 연락해.”

“잘 하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우리 욕 안 먹게 잘 해. 문제 생기면 1대씩만 때려준다.”

“걱정 마십시오.”

그렇게 통신기만 던져주고 모두 사라졌다.

저 산맥을 날리는 주먹에 한 대 맞으면 현재 9서클의 반신인 자신들은 단숨에 먼지가 된다.

차원의 주신님의 휘하의 여절대자들도 100명이나 있으니 얼마든지 대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간단하게 협박만 하고 모두 사라졌다.

결국 모든 일을 자신들보고 잘 처리하란 소리다.

과거 100명이 여유롭게 나누고 놀면서 하던 일을 10명이 하니 정신없이 일에 치여 살고 있다.

더 편해보겠다고 독립적인 하위신계를 주장한 ‘중립’들만 생각하면 이가 갈릴 지경인 것이다.

“으득-! 내가 다시는 ‘중립’들하고 얽히면 반신이 아니다.”

“그래도 상위 여신님들이 관리 잘해서 ‘극선’이 되면 신계로 불러주시고 신력까지 최상급 신으로 올려 주신다니 열심히 하자고.”

“그래. 완전 상위 여신님을 믿고 빨리 처리하자고. 그리고 어차피 거의 우리가 다하던 일이잖아?”

그나마 대부분 자신들이 처리하던 일이라 다행이었다.

기회주의자 중립들이 일이라고 제대로 할리도 없고 대부분 ‘선’인 자신들에게 떠넘겨온 일들이라 처리가 수월하다.

신격이 하락된 것이 성가시지만 대부분 행정일이고 신력의 발휘는 여절대자님들에 부탁드리면 1명씩 돌아가며 처리해주시니 오히려 편했다.

정말 능력하나는 강대하고 과거처럼 ‘중립’들과 난잡한 의사조율을 할 필요도 없으니 효율도 급상승이다.

신속한 조치에 신도들이 번성하고 신앙이 오르니 카르마도 급격히 ‘극선’으로 상승중이다.

이것저것 신도들에게 요구하던 ‘중립’인 반신들 대신에 신앙만을 요구하니 신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월한 일처리와 카르마의 개선에 일할 맛이 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극선’이 되어 신계에 최상급 신으로 오르는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서 더욱 열중하는 '선'인 반신들이다.

“역시 힘들어도 착하게 살기를 잘했어. 항상 하던 일들이니 일이 늘어도 업무도 수월하고 착실하다고 처분안당하고 승급도 되잖아.”

살아남은 반신들도 나름대로 만족하고 살고 있다.

교황과 고위사제들이 ‘중립’이었던 모든 신국에 갑자기 본신으로 강림한 신들에 의해 마계와 계약을 몰래 맺은 배교의 죄를 물어 모든 신성력을 몰수하고 처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신들은 가장 ‘선’에 속한 사제들에게 회수한 신력을 재부여하고 새 교황으로 삼았다.

6서클 이상의 수천의 교황과 수십만의 고위사제가 영혼까지 기억과 공적을 삭제당하고 사계로 보내진 것이다.

그렇게 지도층이 대부분 신벌을 받고 사라지고 아무 제약이 없이 발휘되는 신의 위엄과 신력에 압도당한 교국은 지금 종교재판의 광풍이 불고 있었다.

“빛의 신을 모시면서도 마계와 결탁하는 ‘중립’인 자들을 처단하노라. 진정한 신앙으로서 교국을 정화하고 신국과 중간계를 발전시키라.”

‘마계와 연합하여 신을 배신하는 배교의 죄를 범하는 사제들이 나왔고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대죄이니 중립인 모든 신관들을 심판하라.’

신이 강림하여 직접 지시한 명분과 증거 앞에 자체적인 정화 작업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고 너무나 추한 결과들이 속속들이 들어났다.

모든 사제들이 교국으로 소환되고 직접 신으로부터 신성력을 받은 교황과 사제들은 경악을 하고 말았다.

과거의 흑마도사를 능가할 만한 악행들이 새롭게 신성력을 받아들인 교황과 사제들의 진실의 눈앞에 들어난 것이다.

격노한 교황들과 대사제들의 심판이 피를 부르고 있었다.

“신국이 정한 세금 외에 더 걷은 것은 무엇이며 왜 호화로운 신전을 지었느냐? 무엇보다 신관이란 자가 신성력을 거의 발휘할 수 없다니? 어떻게 신관이 되었으며 교국의 승인도 받지 않고 여신도들을 수습신관으로 받아들여? 그리고 결혼을 앞둔 처녀들을 신의 축복이라는 이름하에 순결을 바치게 했다니? 우리는 빛의 여신을 모시는 교국이다! 무슨 명목으로 그딴 짓을 벌인 것이냐?”

“화려한 신전은 신의 위엄을 높이고 독실한 여신도들이 자의로 신전에 봉사한 것입니다. 순결을 받은 것은 신성력으로 더럽고 어리석은 인간의 굴레를 씻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태어나는 아기들에 세례를 먼저 한 것입니다. 그녀들은 모두 신성력에 정화를 받고 기뻐했습니다.”

“닥쳐라-! 신의 위엄은 화려한 신전이 아닌 구원받은 인간에게 있다. 감히 신관의 입에서 인간이 더럽고 어리석다는 소리가 나오다니? 네가 세속의 정치가나 권력자인줄 알고 있는가? 위대하고 고귀하신 신께서는 모든 중간계의 생명을 수호하시고 빛으로 이끄시는 도다. 신 앞에 인간은 평등하고 잘못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중간계를 발전시키는 귀중한 존재인 것이다. 우리들 신관은 그 성스러운 의지를 받들어 그 축복이 구석구석 도달하게 하는 도구이지 재판관이 아니다. 신의 의지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 신관직을 박탈하고 그 처분을 이 자가 파견 나가있던 교국민에게 맡기라. 우리가 모시는 신의 의사가 아닌 타락한 이 자의 개인적인 욕망이었음을 전하고 사죄하라.”

“헉-! 제발 살려주십시오.”

“신을 모시는 성직자에게 삶과 죽음은 큰 의미가 없는데 너는 정말 신관이 아니로다. 어찌 신계 봉사하여 영원불멸의 천국의 영광을 바라지 않고 세속의 욕망을 따르고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노라-!

모든 ‘선’이 아닌 하위신관들의 신관직을 박탈하고 신성력을 회수한다.”

“으아아아악-!”

신의 기적에 의해 유지되던 건강이 사라지고 추한 노인만이 남아서 바로 죽는 타락한 신관들이 속출한다.

재판에서 겨우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이 착취하던 더럽고 무지한 교국민들에게 맞아 죽고 그들이 배교자라 누명을 씌워 비판자들에게 수시로 행하던 화형에 처해졌다.

신성력을 잃고 신관의 자리도 사라지고 교국이 타락했다 선고한 자들에게 그동안 바친 재물과 여자들이 모두 속임수였음이 깨닫자 분노한 민중의 선고는 모두 죽음이었다.

신전까지 불태우려하는 교국민들이 있었으나 새로운 신관이 보이는 강대한 신성력의 기적과 진솔한 사과 앞에 잘 무마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는 신의 가호에 진실한 신도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종교재판은 최종단계에 들어갔다.

이단 심문관들의 판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고한 믿음과 신에 대한 헌신이 발하는 신성력이 누구보다 강하게 교황과 대사제들을 압박하고 있다.

신성력이란 신이 부여한 신력과 인간의 신앙이 만나 만들어지는 기적이기에 그들의 신앙은 부정할 수 없다.

수많은 이교도들을 토벌하고 신국의 흔들림을 막았다.

그 힘과 단호함은 신국의 기강이며 질서이기에 과다한 살생도 눈감아주었다.

그러다가 다른 신의 사제와 신도들에게 대규모 학살을 벌이는 사태가 자주 벌어지고 ‘중립’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주는 공포는 신국의 치안과 운영에 필요했기에 넘어갔었으나 신은 이제 그런 판단을 용서치 않았다.

그러나 신성력 뿐만 아니라 무력 또한 각 교국의 최정예이기 때문에 제압도 쉽지 않기에 최후의 선고까지 남은 것이다.

이미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전쟁의 신뿐이며 죽음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죽음의 신이기에 신의 이름으로 살육을 벌인 그들의 행위는 각 신의 영역의 넘본 배교라는 삼엄한 판정이 사전에 내려진 상태이다.

신계 주신의 교체로 인한 그 동안의 모든 부당한 관례가 사라지고 오직 순수한 신력과 권능의 우열이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경쟁의 시대가 도래되었음을 알려졌다.과거의 모든 잔재를 없애고 순수한 신성력과 신도를 강화하란 신언이 새로운 교황과 고위신관들의 영혼에 각인된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저들은 자신들이 보아도 처분할 명분이 적다는 것이다.

저 강대한 신성력이 신에 대한 신앙을 증명한다,

어떠한 사소한 부정도 저지르지 않았고 최전선과 음지에서 신을 위해 싸우고 오명을 감수하며 이단자들을 처분했다.

신관들 중 가장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계층이 이단 심문관들인 것이다.

모든 신이 순수한 신력의 강화에 집중하여 더 이상 그림자 속의 암투가 필요 없을 지라도 저 순수한 신성력을 보니 처분할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그리고 이단심문관들 중 누구도 자신을 변호하거나 억울해하는 자들이 없다는 점이 더욱 그러했다.

대부분 고아출신이고 가장 교국에 충성심이 높아 앞 뒤 가리지 않고 헌신해온 자들이다.

그러나 새로운 교국은 ‘중립’을 용서치 않는다는 점이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신들이 행한 살육이 ‘악’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과거의 ‘중립’인 교국에서는 꼭 해야 했기에 빛의 신관으로서 치욕인 ‘중립’까지 받아들였다.

가장 힘들고 괴로운 고아로서 자란 어린 시절에 손을 내밀어준 유일할 존재는 교국이었다.

아무 기반이 없어 귀족으로서 오라로서의 단련도 마도의 교육도 받지 못해 무력한 자신들에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신성력을 부여해준 것은 위대한 신이었다.

배교자들을 처단하고 이단들을 말살하며 비록 타락했다하나 자신들의 형제인 신관과 신전을 아무도 모르게 수호하며 죽어가면서 영광이었다.

비록 수단은 잘 못 되었으나 자신들의 신에 대한 은혜는 갚은 셈이었다.

수단이 ‘악’이기에 ‘중립’이 되어 천국을 포기하면서도 신과 교국에 번영에 만족하고 기꺼워했다.

신국이 ‘중립’인 자신들을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한다면 교국의 발전에 만족하고 같은 고아나 불우한 자들이 줄어드는 것에 기뻐하며 먼저 죽어간 이단 심문관들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앞서간 ‘중립’인 신관들의 운명을 들으며 드디어 마지막으로 신과 제대로 된 신국의 위엄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자들조차 있었다.

그들에게 삶은 신이 부여하고 가져가는 것이었고 그것이 신앙이었다.

충분히 반항할 수 있는 힘이 있어도 말없이 처분을 기다리는 이단 심문관들을 바라보며 교황들은 장탄식을 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너무나 과격한 행동에 비난을 해오던 자신들이지만 그들은 앞의 타락한 신관들과는 격이 달랐다.

마치 시대의 순교자들로 보이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음인가? 결국 바뀌지 않는 자는 도태되는가? 그대들의 신관의 직위는 박탈하나 처분을 하지 않는다. 신의 이름으로 죽인 생명보다 더 많은 생명을 살려 ‘선’으로 복귀하라. 그러하면 다시 신께서 그대들을 받아들이실 것이다.”

‘선’인 교황들은 신의 단호한 의지와는 다른 결정을 하고 신벌까지 각오하였다.

감정이 고정되지 않고 변화무쌍한 인간이기에 영원불멸의 신의 의지와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신은 인간에게 신앙을 강요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게 자유의지를 허락했다.

그러하기에 선한 인간인 그들은 동정심이 가득 찬 결정을 내리고 만 것이다.

이단 심문관들이 자신들의 신관복을 조용히 반납하고 신국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신의 의지를 거스른 대가로 신벌을 기다리나 그들에게 내려진 것은 전혀 다른 격려의 의지였다.

“용서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자에게 손해를 감수하고 기회를 주는 선택을 하는 것이 선한 인간이며 그들의 신앙이야 말로 진실하다. 그들은 다시 나의 가장 충실한 신관으로 돌아올 것이기에 축복역시 더할 것이다. 교국을 발전시키고 진정한 신도를 늘려 나를 빛나게 하라. 영원한 천국의 영광이 모든 신도들에게 임할 것이다.”

교황들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신의 관용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리고 신의 추가된 축복으로 더욱 강대해진 교국을 이끌고 발전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추진하게 된다.

신의 영광을 위해 오로지 확장과 번영을 목표로 모든 신국들이 움직이게 된 것이다.

대수림 안의 대공동안에 차원의 교황들과 성녀는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노려보고 있었다.

반짝이는 금발로 몸을 가리고 찾아온 여성은 당돌하게도 차원의 주신님의 왼편에 앉겠다고 요청했던 황녀다.

그래서인지 최상급 신인 성녀와 갑자기 자신보다 강력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구현하는 교황 앞에서도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쳐다볼 뿐이다.

“그래서 네가 학생들 대표로 여기 올라왔다고?”

“배우시는 입장이 아니시니 배우는 입장을 모르시지 않나요? 갈수록 효율이 떨어지고 남은 시간도 얼마 없어서 대표로 왔습니다.”

“맞는 소리. 이대로는 7서클이 될 인원이 나오지 않아. 마도나 오라는 장기간의 수련이 필요하고 신성력만 가능해. 전쟁신의 성녀가 늘어나는 신력과 ‘전장공유’로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회색의 현자 사이아나는 갑자기 늘어난 신력을 정신없이 수습 중이지만 끼어든다.

그 모습을 보며 무한의 정기를 바탕으로 이제 최상급 신이 된 차원의 성녀가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누구는 평생 죽어라 수련해도 7서클이 될까 말까인데 교황이 되었다고 권능은 주신급에다 신력은 주신을 능가하다니 말이 안 돼-! 그것도 운용도 잘 못하는 현자영령이 말이야. 정말 세상이 불공평하네.”

“주신은 무리야. 신체가 버티지 못해 대부분 봉인하고 주신급에서 겨우 안정화 상태이지.”

“그것이 사기라는 것이야! 신계에서도 주신급이면 특별취급이라고-! 영겁을 사는 신족 중에서도 희귀한데 단지 교황이 되었다고 그것을 주시다니?”

“너도 안기지 그랬어? 아 참 거절하셨지.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성녀가 되어 모두에게 사랑받으면 안아주신다고 했던가? 지금은 불가능이네.”

“감히-!”

반달 같은 곡선을 보이는 아름다운 분홍빛 눈썹이 그대로 치켜 올라갔다.

분홍빛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으며 신력의 방출한다.

신력과 권능은 당연히 주신급인 회색의 현자가 위이나 운용과 전투경험은 차원의 성녀가 압도적인 우위인 백중세라서 싸움은 벌어지지 않지만 이런 대립이 수시로 일어난다.

황제의 영령이며 교황의 영령이 골치 아프다는 듯 인상을 썼다.

같은 신을 모시며 사이좋게 단합하면 참 아름답고 좋은 일이지만 세상일이 절대 그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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