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2화
7권
부교황이 뿌듯한 눈빛으로 이번 회의에 몰려온 자들이 지불한 금액과 사올 성물의 양을 생각하며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교황은 갑옷 덕이지만 완전한 8서클의 중급신이 되어서 인간들의 투기나 위압은 가소로울 뿐이다.
아니 전대 용사시절에도 인간들 중 최고의 강함을 가졌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가장 잘 나가는 신의 교황이 되고 보니 어디를 가도 대접받고 젊어져 과거의 용모까지 회복하니 화려한 봄날이군.’
돈이야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 전쟁신의 교황은 황제조차 존중해야 하는 자리다.
얼마 전에 모든 신국을 지우겠다고 위협하던 중간계 출신의 흑마도사가 마왕 2명과 수백만의 흑마도사를 말살하고 전쟁의 신의 신격을 부여받고 신계의 최고위 신이 된 상황이니 말이다.
거기다 상위신이신 백금신룡님까지 그 아름다운 거체로 부지런히 순찰을 돌며 존재를 각인시켜주니 결코 황제가 부럽지 않았다.
‘다가오는 여성들도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말이다.’
신앙심이야 여기는 전쟁신의 교국이고 새로운 전쟁의 신이 가장 강한 자가 교황이라 못 박아준 덕분에 잘 싸우고 포교만 잘 하면 된다.
포교도 중급신의 빛의 날개만 과시하며 작은 기적만 몇 번 일으키면 자동이다.
나머지는 부교황이 알아서 해주고 빛의 신의 교황이기에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범죄만 안 저지르면 되는 것이다.
‘이런 편한 교황이 어디 있을까?’
5년 뒤에 선출전만 걱정하면 되고 중급신이 된 지금 본래의 힘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물론 7서클의 한계를 넘는 것은 무리지만 갈수록 한없이 가까워지고 있다.
중급신이 되어서 안 일인데 결국 인간의 한계는 7서클이고 이것을 넘으려면 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반신이었거나 종속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쟁신님이야 보상이 화끈하시니 이대로 일만 잘하면 언제인가는 허락하실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날이 계속될 수 있다.
그래서 타국에서 최대한 긁어내려고 회의장소도 이곳으로 정한 것이다.
교황과 부교황의 화기애애한 의지전달은 계속되고 있다.
‘나라가 잘 살려면 역시 돈이 많아야 하지. 참 잘했소. 부교황.’
‘덕분에 이번 예산확보도 초과달성입니다. 교황님. 품위 유지비는 팍팍 상향 시켜 드릴 것이니 이번에도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시오. 최대한 길게 잡아놓을 테니 골드 수거나 잘 하시오.”
‘하이엘프 제국의 준동은 백금신룡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엘프들의 확보입니다. 침략은 아니니 1달만 기다리면 모두 대수림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이엘프 퀸들과 이야기도 끝났습니다. 같은 신을 모신다고 설명을 잘 해주더군요.’
‘1달이라? 너무 짧지 않소? 내년 예산까지 거둘 생각이었는데?” ‘참 아쉽지요.’
‘정말 그렇군. 그런데 이것들은 제정신이 아니군. 전쟁의 신님께서는 엘프의 신이시기도 하신데 엘프를 노예로 삼은 것을 문제 삼으시면 어쩌려고? 다들 죽을 생각인가? 전쟁신님의 교황인 나보고 그분의 신도를 줄이라고 강권하는 것인데 다들 미쳤군. 거기다 중급신인 하이엘프 퀸들은 5명이고 나는 혼자인데 어쩌라고 하는 것인지? 혼자 움직이지도 않고 7서클 마스터 수준인 하이엘프 리틀 퀸들 수천 명과 1,000만 명이 넘는 정예 전력을 수족처럼 지휘하며 오는데 무슨 수로 싸우라는 것인지 모르겠소?’
‘다들 무리라고는 알고 있는데 하이엘프 노예들을 빼앗긴 자국의 귀족들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서 항의하는 것으로 보이기로 이미 이야기는 되어있습니다. 그냥 들어만 주시면 됩니다.’
‘하이엘프 제국이 강하다고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저 정도인지는 몰랐소. 하이엘프를 돌려주기를 거부하는 일부 귀족의 정예병들이 막아섰다가 전멸을 당했는데 저 쪽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하더군.’ ‘전쟁신님의 종속신이신 그랑조아님의 권능은 치유와 복원이기에 죽지만 않으면 완전회복이 가능합니다. 백금신룡님께서 절대 건들지 말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신계에서도 얼마 없는 최고위 신중에서도 강력한 주신급 신입니다.’
‘중간계의 제약을 받으면서도 저 정도라니…….’
중급신이라서 저 멀리 대수림에서 지금도 향상되고 있는 빛의 신력이 느껴진다.
백금신룡님을 뛰어넘은 지는 이미 오래고 중급신인 자신의 계측능력도 넘어섰다.
최고위 신의 신력이라는 소리이고 강림한 마황들과 사투를 벌인 자신은 알 수 있었다.
‘이미 마황들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준이다.’
그런 투신이 버티고 있는 하이엘프 제국과 결전을 벌이자고 하는 황제는 없었다.
단지 국내에서 자신들의 하이엘프 노예들을 빼앗긴 귀족들이 하도 말이 많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외치니 대책회의를 하는 시늉을 하러 왔을 뿐이다.
물론 대광장에 모인 초인들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끌어들일 생각도 있어 직접 온 것이다.
덕분에 바가지를 왕창 먹기는 했지만 자신들 입장에서는 푼돈에 불과하다.
이미 바가지의 대가로 하이엘프 제국의 사정과 1달 뒤면 물러난다는 정보를 뒤로 들은 상황이다.
1달만 회의를 하는 척하면 해결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항의하지만 느긋하게 전쟁신국의 명물들을 즐기고 있고 휘하들도 눈에 띠는 무소속 초인들을 초빙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한바탕 항의하는 것을 찍어 본국에 보내 불만을 무마하고 자신들은 오래만의 휴식을 즐기면 된다.
웃기게도 계승권이 있는 왕녀들을 인질로 보냈는데 그것이 정권의 안정을 가져왔다.
인질이 아닌 왕권의 증명을 최고위 신이 보증해준 것과 마찬가지이게 야망을 가졌던 대 귀족들이 조용해졌다.
막말로 반역을 일으켜 왕이 되어도 황녀가 복귀하면 고스란히 내주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태하던 계승자인 황태자와 왕자들도 필사적으로 열심히 일하며 자리를 공고히 하려 노력 중이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청해서 수행하며 차기 황제자리를 굳히려고 한다.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황녀를 암살하려 해도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신의 인질을 건들일 수도 없기에 필사적으로 인망과 실적을 쌓고 있어 자신들도 한가해진 것이다.
골치 아픈 모든 일이 절대적인 존재가 나타나고 그 편에 서니 다 해결되었다.
과거처럼 왕권을 위협하는 대 귀족들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후계자도 알아서 잘한다.
뭐 말을 안 들으면 전쟁신님의 의지라고 겁을 주면 되기에 꼼짝도 못한다.
그래서 입은 소리를 쳐도 눈은 웃고 있다.
전쟁신의 교황과 부교황처럼 만면에 여유 있는 미소를 피우지 못하지만 말이다.
“웃지만 말고 대책을 세우란 말이오.”
“식사하고 회의를 다시 합시다. 확인할 것이 많으니 일정은 1주일 후요.”
“그럽시다. 우리 쪽도 준비할 것이 많으니 2주일 후도 좋소.”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2주일 후로 합시다. 식사는 만찬장에 준비되어 있소.”
찍고 있던 영상이 꺼지는 것을 확인하자 다들 화기애애한 얼굴로 바뀌고 친분을 쌓는 중이다.
어차피 통치행위에 필요한 형식상의 회의이고 중요한 것은 정치적 아군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야말로 전쟁신의 교황으로서 중급신의 분위기와 절세미남의 용모가 가장 힘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노인에서 청춘이 된 신의 기적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각 제국에 전쟁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귀족들을 개종시키고 있는 중이다.
전대 용사 교황덕분에 전쟁신의 교국은 지금 폭발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간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반신들의 모임장소에서는 ‘선’에 속해 1단계 하락만으로 용서받은 반신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100명이 넘던 반신들 중 신격을 유지하며 살아남은 것은 자신들 10명뿐이다.
“휴우우우우-! 평소 착하게 살기를 천만다행이지.”
“신계 주신만 바뀌어도 이렇게도 되는구나. 신계라는 곳이 정말 살벌해.”
“그러게 말이야. 하여간 정말 끔찍했다.”
“설마 온화하신 여신님들이 그렇게 지독하게 죽이실 줄이야.”
“원래 투신계열이다가 운영신 쪽으로 가셨다던데?”
“몸조심하자. 잘못하면 우리도 그 꼴 된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며 빈자리를 보자 몸서리가 쳐졌다.
모든 신들이 강림하고 중간계 전체에 발동된 차원의 주신님의 권능으로 인하여 힘의 제한이 사라진 상위신들이 그대로 강림했다.
'중립'에 속한 반신들이 남신과 여신간의 정쟁으로 불안한 신계에 대한 안전책으로 몰래 준비한 마계와의 계약서를 눈앞에 던지니 할 말도 없었다.
그리고 벌어진 전투에서 왜 신족이 지배계급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중립에 속한 반신들도 신력 10억을 넘긴 최고위 신급인데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나보다 약한 상위신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 내가 곧 신이다.”
“감히 나를 속이고 능멸한 대가로 필멸자로 죽을 것이다.”
이렇게 호기롭게 외친 반신은 격노한 상위여신의 손에 수없이 찢겨 죽음을 반복하고 필멸자로서 사계로 사라졌다.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신력은 위였지만 문제는 병렬신력연결이었다.
모든 신들의 기본권능인 저 권능은 강대한 힘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거의 무한이라고 할 만한 신력의 공유와 회복을 돕는다.
몇 명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전 신계의 신들이 강림하여 펼친 것이다.
반신들의 어떤 공격도 그 방어막을 뚫을 수 없었고 힘이 다하자 그대로 사냥당하고 처분 당했다.
더한 문제는 차원의 주신의 완전종속신이라 지칭한 여절대자들이었다.
역시 신력은 낮지만 전투기술이 너무 뛰어나 혼자서 감당 못할 강자들이고 원래 중간계가 주영역인 그들의 탐색과 공격을 견디어 낼 자가 없었다.
1번의 죽음에 1단계의 신격이 하락하는데 그것을 수없이 반복당하며 신력을 모두 회수당하고 신성조차 처분당해 미물로서 사계로 추방되었다.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본 ‘선’에 속한 반신들은 신격을 스스로 1단계 하락시키고 완전종속신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최상급 투신인 태초의 투신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신기를 번득이며 말을 하는데 기겁을 한 것이다.
“새로운 신계를 위해 그들의 신력도 회수하는 것이 좋지 않소?”
“그래도 ‘선’인 아이들이고 완전종속신이 되어 ‘극선’이 되게 노력한다고 하지 않나요?”
“내가 공짜로 처치해주겠소.”
“전공을 원하면 저 ‘중립’들을 처리하면 되지 않아요?”
“쩝-! 반려도 돕고 전공도 세운다고 이미 다들 갔다 왔는데 직계 투신들도 공을 세워야하니 자리가 다 차더군.”
“그럼 신국에 가서 정리나 하세요.”
“다들 전쟁터나 용병 의뢰에서 살아가기가 바빠 나쁜 짓을 할 틈도 없으니 다 ‘선’이요. 지금 전쟁신국의 고위신관과 경쟁에 밀려 죽겠다고 아우성만 듣고 왔소이다. 신성력을 오히려 더 부여하고 왔으니 적자로군. 그러니 저 반신들이라도 깔끔하게 처분해서 약간이라도 공적을 세워야 승급에 도움이 될 것 같으니 협조를 부탁드리오.”
“반신들의 임무야 신계의 주신님의 완전종속신인 절대자들이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지 않소? 더구나 아직 완전종속신이 아닌 것 같은데 끝까지 죽여서 신력을 신계에 바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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