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5화
7권
갈길 없는 원망과 후회로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믿을 것은 스승밖에 없었다.
그가 준 8서클의 마도서를 한참을 쳐다보더니 결국 결론을 냈다.
“여기 보면 방법은 단 하나다. 빛과 암흑의 상위속성인 시간과 공간을 익혀도 흑마법으로는 공간과 시간의 마신밖에 안 된다.
그 상위의 개념인 ‘차원(次元)’만이 빛의 속성도 가질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예?”
방법이 있다는 말에 정신이 돌아온 나에게 스승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공동의 중앙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거기에는 마계와 연결된 차원의 장벽과 대수림의 마기가 소용돌이치는 접근불가지역이다.
저기 가까이 갔다가는 어디로 날려질지 모른다고 절대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고 눈으로 봐도 그야말로 험악하게 공간과 시간이 엉켜서 차원단절 현상이 마구 일어나 자살하고 싶지는 않아 못 간곳이다.
“차원은 최상위 속성 중에서도 강력하지만 워낙 난해하여 습득하기가 최악이란다. 다행히 여기에 차원장벽과 절단이 자주 일어나 관찰과 연습이 수월하지만 단 1번의 실수라도 하면 마계로 날려지고 그럼 끝장이다. 마계에서 마족들은 본신의 힘을 다 쓸 수 있으니 중급 마족만 되어도 우리는 이길 수 없다. 더구나 마족들은 자신들보다 약한 인간은 정기의 보급원으로 밖에 안보니 반드시 죽는다.”
“…….”
“그리고 넌 흑마도사 아니냐? 차원의 신격을 얻어 빛의 신이 되어도 과연 신계에서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잘못하면 마계에서도 배신자로 경원시 되어 공공의 적이 될 확률이 크다.”
방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나서 나도 마도서를 조사하며 말했다.
차원의 개념과 운용방법이 적혀있고 엄청난 마력이 들어가지만 나의 정련된 마력이라면 구현가능하다.
희망이 보인다.
일단 8서클의 빛의 신만 되어서 여기에서 숨어 지내면 된다.
그의 심판을 피하기만 된다.
‘신계에 올라가서 뭐하게?’
그의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마도를 끝없이 올려야 하는데 시간도 빼앗기고 자칫 잘못하면 신들에게 뒤통수 맞을 것이 당연하다.
“차원의 권능을 얻고 빛의 신이 되어서 여기서 살죠. 여긴 차원장벽 때문에 어떤 신도 접근이 무리이고 확인도 못하잖아요?
다행히 약속 기간이 없으니 그가 죽을 때까지 마법만 익히죠 뭐.”
“너 외롭다고 울지 않았냐?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겠다고 한 것 같은데?”
“일단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살고 봐야죠. 생각해보니 밖에 나가 보았자 전쟁터 아니면 쫓겨 다닐 것이 뻔하고 목숨이 위험하니 안 나가요.”
“그……그래. 그렇기는 하지. 그래도 참한 여자도 만나 즐거움도 누리고 애도 낳는 것이?”
“스승님 기억을 보니 아무리 미인인 인간여자라고 해보았자 여기 평범한 하이 엘프보다 못하다면서요? 그리고 서큐버스보다 성적인 매력도 없고 하이 엘프 퀸들에게 하도 당했더니 여자라면 지긋지긋 해요. 아기요? 당장 죽을 지도 모르고 죽으면 끝장인데 무슨 애요?”
“그……그렇기는 하지.”
“당장 8서클부터 익혀서 신이 되고 보자고요. 수명만 무한대로 늘어나면 여기서 버티기만 하면 되요.”
“그렇기는 한데 문제가 또 있다.”
“예?”
스승이 암담한 표정으로 대공동 중앙의 아래 부분을 가리키며 다시 말한다.
마계의 마기와 대수림의 정기가 부딪치며 정련된 마기가 흐르고 있다.
나의 마력의 근원이다.
마계의 마기와 대수림의 정기가 부딪쳐 정련된 마기를 대량으로 생성하고 있다.
“대수림이 저 마계의 마기와 대수림의 정기의 충돌 때문에 마법불가지역인 것은 알지?”
“예. 그래서 몸 내부에 적용되는 마법만 되지요.”
“이곳의 마계의 문이 열리면 정련된 마기가 사라지고 1달 정도 유지된다. 그리고 대수림의 종족들에게 극독이 되는 대공동의 정련된 마기가 중앙 부위만 유지되고 풀리지. 우리가 그래서 저번에 하이엘프 제국에게 죽을 뻔 했지 않느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대공동안에 침입한 하이엘프 제국의 공격 사거리에 들어간 우리들은 그야말로 1달간 무수한 전투가 아닌 생존의 발버둥을 벌려야 했다.
중앙부분만 안전지대이다 보니 활 공격과 정령을 동원한 원거리공격이 우리에게 퍼부어진 것이다.
여기의 마기를 기반으로 마법을 난사했지만 수가 더럽게 많아서 서로 교대하며 쉬며 지옥보다 더한 1달을 보냈다.
거기다 레드 하이엘프 퀸은 자기 허리에 줄까지 묶고 중앙으로 뛰어들어 몸이 녹아가면서도 내 스승의 심장을 정령검으로 관통시켰다.
머리에 서클이 있는 근원학파가 아니었으면 단숨에 죽었을 것이다.
그 후 레드 하이엘프 퀸의 몸이 완전히 녹을 것을 우려한 하이엘프 제국이 줄을 당겨 회수했지만 근육까지 녹으면서도 나의 목을 마저 날리려고 달려들 때는 정말 오싹했었다.
“마계의 문이 열리는 것은 불규칙적인 자연현상이라고 결론이 났지 않습니까?”
“너무 마족이 많이 나와서 하급 마족을 소환해 추궁해 보니 100년에 한번 마계에서 여기로 전쟁의 패배자들을 가져다 버린다더라. 그래서 100년에 1번은 하이엘프 제국과 싸워 이겨야지 여기서 지낼 수 있다. 그리고 절대 8서클 이상이 되어도 상대하지 마라. 하이엘프 제국과 퀸들은 중간계라 힘이 제한되었지만 10서클의 상급 마왕까지 합공으로 죽인 전적이 있다고 하더라.
10서클의 마스터가 되지 않으면 위험하다. 마계에서도 지독하다고 소문이 난 것들이다.”
“…….”
다시 암울해지는 상황에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스승이 길게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 8서클의 마도서는 대수림의 정련된 마기로 서클을 쌓은 너에게 완전히 맞춤이기에 익히기는 정말 수월하고 적합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흑마도사인 나는 참고만 가능하구나. 내게 남은 삶의 시간상 익히기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도와주마. 결코 절망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자. 우리는 근원학파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우리다.”“예. 스승님.”
그리고 얼마 후 8서클의 하급신이 되었고 나의 스승은 수명이 다해 나의 성장을 기뻐하며 돌아가셨다.
마도로 차원의 신이 된 나를 길렀으니 흑마법사로서 여한이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나는 슬픔과 고독에 미쳐 하이엘프 제국을 침투하여 뒤집어엎으며 하이엘프 퀸들과 처절한 사투를 벌리며 지냈다.
그녀들은 그가 준 마도서로 강화된 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는 있으나 능가하지 못하고 나 역시 차원의 권능으로 대륙을 파괴할 수 있으나 대수림의 마법불가현상으로 인해 끝장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치고 빠지며 정신없이 전투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나는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순식간에 치고 빠지는데도 목숨이 위태로운데 1년간 인구 10억의 하이엘프 제국에게 혼자서 집중공격을 받으면 겨우 8서클인 내가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강해져서 10서클을 익혀야만 산다.
그와 칭호의 연결로 얻은 정보와 ‘차원’의 권능을 이용하여 닥치는 대로 모든 차원의 정보를 수집하고 마도를 강화하며 마침내 극히 좁게나마 10서클의 초입에 도달했다.
내 나이 30대의 일이고 경지에 올라 여유가 생기니 갑자기 내 부모들과 유모가 보고 싶어져서 대수림에서 잠시 벗어나려했다.
물론 신계가 나의 존재를 결코 눈치를 못 채게 위장하고 말이다.
역시 감정에 빠진 미친 짓이었다.
그때 가만히 마도를 익혀 10서클의 마스터를 초월하였으면 대공동에 생존마탑을 짓고 잘 살았을 것이다.
대수림을 나가다 하이엘프 제국의 대수림의 도시를 뒤집어엎고 보물창고를 털은 내게 이를 갈던 하이엘프 퀸들이 나의 경지를 알아보고 정령 합신으로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왜 이들이 비록 1할의 힘이지만 10서클의 마왕조차 죽였는지 알 수 있는 난전 끝에 모든 위장이 풀리었다.
그리고 신계에게 발각되어 그랑조아와 전투 후 카르마의 계약이란 제재를 받았다.
그 뒤 흑마법사의 수장이란 명목으로 흑마법사들이 악행을 할 때마다 끝없이 떨어지는 카르마의 부정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차원의 전장을 전전하며 상대방에게 최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우주에 기여하며 긍정의 카르마를 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보았자 임시방편이지만 흑마도사로서는 전쟁이외에 기여하는 다른 수가 없으니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상황과 사투의 연속을 70년 이상 무수히 겪었다.
치사한 주신이나 성질 더러운 마신들이 귀한 주신급 용병신이라고 고용은 해주지만 ‘악’성향이라고 전쟁터 외에는 돌아다니거나 장기 체류를 허락하지 않으니 내 집은 결국 대수림의 마탑 외에는 없었다.
우주의 전쟁터를 차원의 권능으로 찾아 그 곳의 관리신에게 참전을 요청하고 대가를 받고 되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된 것이다.
타 주신급의 용병신들은 1번의 참전에 신계를 세울만한 대가를 받았지만 지독한 악행을 저지르는 수백만의 흑마법사들의 수장으로 신계에 인증된 나는 카르마가 ‘악’이기에 계약자체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주어지는 보상은 쥐꼬리고 하도 감시가 심해 몰래 챙기기도 힘들었기에 내 생활은 궁핍에서 변하지 않았다.
‘나중에 전뇌계가 의뢰의 관리를 해주어서 조금 나아졌지만 그게 그거더라.’
그리고 내 삶에서 2번째로 열리는 마계 문이 열리는 시기를 알고 하이엘프 제국과 전투를 준비하는 중에서 내 동정을 가져간 첫 여성인 서큐버스 퀸의 요청과 쫓겨난 마왕이 불쌍하여 계약을 맺고 중간계와 신계, 마계에 완벽한 적으로 규정되었다.
마왕 2명을 마도구로 매장하고 나를 그렇게 괴롭힌 수백만의 흑마도사들을 죽여 정리하고 사기꾼 주신과 처절한 협상을 하며 지금 여기까지 왔다.
그것이 나의 사정이고 과거이다.
‘참 내가 생각해도 처절하게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어쩌랴? 죽거나 삶을 포기하면 그에게 끝장인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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