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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54화 (65/2,000)

제 154화

7권

조금만 방심하면 무너질 것 같은 감각의 해일을 뚫고서 올라온 기억은 내가 그를 만난 순간이다.

나는 18살에 인간이 독자적으로 오를 수 있는 한계인 초인인 7서클의 마스터에 올랐다.

대수림 대공동의 정련된 마기와 스승의 헌신적인 가르침으로 인한 기적과 같은 성취이지만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스승이 아공간에 가져온 식량이 떨어진 것이다.

하이엘프 제국과 하이엘프 퀸들은 아예 대공동 주변에 상주하며 포위망을 풀지 않고 죽이려 들어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먹을 것은 이끼와 가끔 너무나 정련된 마기에 홀려 떨어져 죽은 새와 동물의 사체밖에 없었고 스승역시 수명이 다해가 병으로 자리에 눕는 시간이 많아졌다.

결국 내가 대공동 밖에 나와 식량과 약초를 구해야 했지만 아무리 내가 근원학파이며 7서클 마스터이지만 인구수 10억의 대제국인 하이엘프 제국과 7서클 마스터를 초월한 하이엘프 퀸들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대화와 협상을 시도했다.

스승은 자꾸 병들어 죽어가고 식량은 없어 굶주림을 겪으며 이러다 혼자가 된다는 고독과 두려움에 잠든 스승을 뒤로 하고 감시하는 하이엘프 제국의 포위망에 가까이 갔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절박한 심정의 제안이었다.

자신의 입장이 너무나 열악하기에 누가 보아도 터무니없이 불공정한 계약의 시도였다.

“나는 그대들을 적대할 생각이 없으며 누구도 해칠 의도가 없음을 마도를 걸고 맹세한다.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7서클의 흑마도사인 내가 하이엘프 제국을 위해 봉사하겠다. 약간의 식량과 약초를 제공해주면 마도역시 공개하겠다.”

하이엘프 제국은 잠시 소란스러워지다가 포위망의 일부분이 풀리고 들어오라는 듯 열렸다.

한눈에 반했던 너무나 아름다운 하이엘프 퀸들과의 협상을 기대하고 진심이 통했다고 믿으며 너무나 어리석게도 포위망에 들어갔다.

그 결과는 하이엘프퀸 5명과 정예들이 기습적인 합공이었다.

대공동으로 돌아가는 길은 철저히 막혀지고 합공이 퍼부어진 것이다.

가까스로 치명타를 피하고 정령검에 난자당하면서도 너무나 간절하게 외쳤다.

“나는 결코 그대들과 대적할 의사가 없다.

나와 7서클의 마도의 가치는 결코 약간의 식량과 약초에 비할 바가 아닌데 왜 거래를 거부하는가?”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 차가웠다.

너무나 가소롭다는 대답이 들려온 것이다.

“7서클의 흑마법이 대단하나 결국 하이엘프 제국과 우리보다는 약한 것이다. 마계와 결탁하여 수없이 중간계를 위협한 더러운 흑마법사 따위를 믿을 수 없다.”

“나는 그런 적이 없으며 결코 그러지 않겠다. 어떤 제약도 받을 테니 기회를 다오.”

“사악한 흑마법사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러니 성역을 그만 더럽히고 죽어라.”

주르르륵-!

처음 태어나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스승을 위하고 전장에서 최강이라는 흑마법을 선택한 결과가 다가온 것이다.

본인이 최강의 흑마도사이면서 나를 흑마법사로 기르기를 끝까지 망설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아무리 강해지고 선의를 베풀려 해도 과거의 잘못에 의해 믿어줄 자는 없다는 사실이다.

절망감에 몸부림치며 포위를 벗어나려 애썼지만 너무나 무력했다.

같은 경지의 하이엘프 퀸 하나라면 압도할 수 있지만 5명 전부의 합공과 제국의 포위망인 것이다.

하이엘프 퀸과의 전투에서 발생하는 굉음에 깨어난 스승이 결사적으로 포위망을 깨지 않았다면 나는 거기서 죽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 대공동에 돌아온 나는 몇날 며칠을 절망감에 울부짖으며 지냈다.

7서클의 자신으로는 결코 저들을 통과할 수 없다.

스승이 들어왔던 것은 흑마법사에 준비하지 못한 허점을 찌른 것이다.

그것도 최고의 속력을 자랑하는 근원학파의 종주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스승과 힘을 합쳐도 만반의 준비를 한 대수림의 하이엘프 제국을 결코 돌파할 수 없기에 이곳이 자신의 마지막 장소임을 직감한 것이다.

평생을 여기서 살며 공격당하고 이끼와 사체로 연명해야 하는 운명이다.

단지 흑마법사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말이다.

치료마법으로 회복은 했지만 온몸이 난자당한 상처투성이와 이성을 잃고 울부짖기만 계속하는 내 모습에 스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쳐다볼 뿐이었다.

어떤 높은 경지를 이루어도 자신을 포위한 하이엘프 제국과는 불공정한 계약도 맺을 수 없는 절망이 끝없이 밀려오고 누구에게 향하는지 모를 분노가 밀려왔다.

나를 포위한 저들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자신을 납치해서 흑마법사로 만든 스승에 대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흑마법사를 선택한 자학도 아니었다.

단지 이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에 대한 분노였다.

힘이 있다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고 죽이려 하는 하이엘프 제국과 하이엘프 퀸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분노는 자신이 과거 흑마법사를 선택한 결과이기에 인정할 수 없었다.

수치도 모르고 주변과 환경으로 변명하기에는 전장에서 생존을 지상명제로 하는 근원학파의 자존심이 용서치 않는다.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며 능력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다만 이 지독한 현실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힘을 갈구했다.

힘을 얻는다면 무엇을 할지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더 강해지기만을 원했을 뿐이다.

그러면 이 지독한 현실이 개선되리라 희망을 품었다.

단지 내가 능력이 모자라서 생긴 결과라고 믿으려고 했다.

‘내가 더 강해진다면 이 세계에서 내가 겪을 결과를 조금 더 좋게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이 세계를 조금 더 좋게 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고 강함을 위해서는 어떤 대가라도 치룰 수 있다고 절규했지.’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멈추고 다른 차원에서 그를 보았다.

“가져라. 네가 원한 힘이니 이것으로 세계를 발전시키라.”

가지런히 묶어 목에 두른 흑발과 등에 매고 있는 거대한 대검, 오른 손에는 목검을 쥐고 하얀 옷을 입은 평범한 인상의 소년이 자신에게 가볍게 넘긴 마도서에 넋을 잃었다.

어떤 마법사라도 영혼까지 팔겠다고 나설 하급신이 될 수 있는 8서클이 거기 있었다.

그러나 이미 세계에 배신당한 나의 마음이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을 원하시냐고? 대가없는 호의가 어디 있냐고? 사악한 흑마도사인 나에게 호의를 베풀 존재가 어디 있느냐고?’

그는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대가를 치루기를 원하느냐란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당연히 그가 만족할만한 정당한 대가를 치른다고 했다.

그 앞에서 거지가 아니기에 동정 따위는 필요 없다고 외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내 입을 찢어버리고 싶다.’

너무나 파란만장해서 생존이 감격적인 과거의 회상에서 가장 이를 가는 장면이다.

그가 베푼 호의를 의심하고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고 감정과 자존심을 내세웠다가 결국 처절한 생존에 내몰렸다.

‘도대체 그에게 무엇이 필요로 한가? 창조주들이 다스리는 대부분의 우주가 그의 것이고 모든 것을 혼자서 싸워 점령한 그에게 말이다.’

하찮은 7서클의 흑마도사가 줄 수 있는 대가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나에게는 상상도 못할 대답이 들려왔다.

“그럼 나보다 오래 살아라.”

“예?”

“지금의 네가 줄 수 있는 대가 중에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대가는 필요 없다만 꼭 주고 싶다면 나보다 오래 살아서 나의 마지막을 정리해다오.”

“그 정도는 당연히 하겠습니다. 또 필요하신 것은?”

“나와 약속을 그렇게 쉽게 하다니 정말 용감하구나. 겨우 8서클의 마도서를 받고서 내게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하다니 더욱 그러하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더 대가를 지불 하겠다는 것이냐? 그럼 무엇이 좋을까?"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리고 과거가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정말 되돌아 가다면 그때의 나를 때려죽이고 싶다.

‘정말 언제인가는 손 볼 것이다. 완전한 11서클이 되면 과거로 돌아가서 죽도록 패줄 테다.’

그리고 절로 비명이 나오는 짓을 했었다.

“멈춰-! 이 병신아-! 그냥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서 나와-! 더 지껄이면 나 자신이라도 죽일 테다.”

아무리 비명을 지르고 발악해도 과거의 기억의 재생이 변할 리가 없다.

내 입에서 기가 막힌 소리가 나왔다.

“신이 될 수 있는 8서클의 마도서의 대가로는 너무나 부족한 대가이니 더 지불하겠습니다.”

“훗-! 칭호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용기다. 그럼 나보다 오래 살아 마지막을 정리해 주는 것에 추가해서 나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어주겠느냐? 내가 작은 호의를 베푼 상대가 그렇게 되어준다면 정말 기쁘겠다.”

“그것이 대가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당신을 돕겠습니다.”

“응? 나를 돕겠다고? 정말이냐? 진심이구나. 하하하하-! 그래 그것도 네가 지불하는 대가에 추가하지.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근원’이란 칭호를 주마. 앞으로의 너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위이이잉-!

나의 신력에 칭호가 새겨지고 그와의 연결이 느껴졌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경악하고 말았다.

칭호로 연결되고 그로부터 정보가 흘러오고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 것이다.

창조주조차 능가하는 존재라는 것과 내가 원한 대가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았다.

완전히 미친 짓을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감정과 자존심으로 해버린 것이다.

순수한 호의를 그대로 받아 들였으면 될 것을 의심과 오기로 나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어리석은 행동의 심판이 내려졌다.

“완전한 심판은 벌과 상이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너의 올바른 갈망에 따라 작은 도움은 주었다. 허나 만약 네가 나에게 스스로 주기로 한 대가의 약속을 어기면 이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에 영원히 처하게 될 것이다. 모든 시간과 공간, 죽음과 소멸, 말소조차 나의 영역이니 무엇으로도 피할 수 없다. 나의 칭호를 받을 정도인 너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니 앞으로 열심히 살아 가거라.”

“잠……잠시만-! 그냥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가 너무 건방졌던 것 같으니 다시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겠다. ‘근원(根源)’이여.”

“‘진리(眞理)’시여-!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다시 이야기를-!”

“칭호를 가진 절대자에게 기회를 2번 주지는 않는다. 지금 나의 심판을 받겠느냐?”

아무런 힘의 파동도 의지도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정보를 어느 정도 얻은 나는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바로 끝장이 나고 결코 자신의 어리석음을 되돌릴 수 없음을 말이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흐으윽-! 하겠습니다. 꼭 최후까지 살아남아서 마지막의 정리를 돕겠습니다.”

“내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은? 나의 칭호를 가진 너로 인해 당연히 나의 존재를 빛나게 해주겠지?”

“그……그것도 하겠습니다.”

“나를 도와야지. 창조주들과의 전쟁도 가끔은 귀찮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하……하겠습니다.”

변명할 여지도 내 입으로 무덤을 파고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인생에서 가장 잊고 싶은 순간이다.

호의는 고맙습니다하고 받으면 될 것을 그 놈의 쓸데없는 오기와 자존심 때문에 입을 잘 못 놀려 완전히 끝장이 났다.

창조주를 능가하는 존재보다 오래 살아야 하고 그가 자랑스러워할 정도로 명예로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거기다 그에게 ‘도움’을 줄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겨우 7서클의 흑마도사에게 가당키나 하는 소리냐?’

그러나 못하면 나 스스로 대가를 지불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대가로 그의 손에 의해 이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이 된다.

그 비참한 운명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가 심판한 사례를 약간만 보아도 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리고 그가 분명히 말했다.

이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에서 영원히’라고 말이다.

8서클의 마도서 한권을 받은 대가로 미친 짓을 한 것이다.

그나마 언제까지 갚겠다고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이 당장 목숨을 걸고 과거로 가서 나를 죽도록 두들겨 패지 않는 이유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흑마법사의 운명을 슬퍼할 정신없이 그가 준 마도서를 익히고 강해져야 했다.

‘하이엘프 제국과 첫사랑의 하이엘프 퀸들의 위협?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데 첫사랑이 무슨 필요인데? 이끼 먹고 동물 시체 먹는 것? 잘 숙성 되서 영양도 풍부하고 식량으로는 이상 없던데? 대공동에 갇히고 스승 외에는 혼자여서 고독한 것? 마기 강하고 조용해서 정말 마법 익히고 서클 올리기 좋더라. 사람 많아 보았자 복잡한 인간관계에 골치만 아프지.’

완전히 삶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빨리 자력으로 하급신이 되지 않으면 200살 안에 죽기에 필사적으로 마도에 파고들었다.

만약 죽으면 내 입으로 대가를 주기로 승낙한 그보다 오래 살아 마지막을 정리를 못하니 그의 심판을 받는다.

일단 안 죽어야 그의 심판을 피하고 ‘이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에서 영원히’ 라는 끔찍한 판정을 안 받는 것이다.

‘그런데 첫사랑의 상실? 식량이 이끼와 썩어가는 동물시체? 철저한 고독과 흑마법사에 대한 세계의 배척? 그게 뭐가 중요한데? 죽으면 모두 끝장이다.’

그렇게 살아야 의미가 있다는 삶의 진리에 눈 뜬 순간이었다.

그 뒤는 필사적으로 그가 준 마도를 습득하기 위한 위기의 연속이었다.

마도서를 받은 직후 더 이상 슬퍼할 틈도 없어 당장 스승에게 달려갔다.

스승도 나의 변화에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내가 내민 8서클의 마도서에 당황해서 입을 벌렸다.

“마족과 계약해도 마력을 주지 이런 지식은 결코 주지 않으니 그럴 리는 없고 도대체 누굴 만난 것이냐? 아니 그보다 영혼이라도 판 것은 아니지? 잘못하면 마계의 영원히 종이 된다.”

“차라리 그러면 나았겠죠. 제길-! 다시 감정에 빠져 입을 놀리면 내가 마도사가 아니다.”

“응?”

“아닙니다. 별 일 없으니 스승님도 익히세요. 일단 살아서 나가야죠.”

“그래. 그런데 이거 정말 8서클 마도서가 맞니?”

“맞아요. 타인을 속일 상대는 아니었죠.”“그런데 뭐가 이렇게 위력이 괴이 발랄 하냐?”

“예?”

스승이 마도서를 읽으며 한군데를 지목하며 말한다.

“8서클을 마스터를 하면 대륙을 파괴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져야 한다고 쓰여 있다.”

“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7서클의 초인 급 마도사의 전력은 언덕을 하나 파괴할 정도다.

완전한 7서클의 마스터도 겨우 작은 요새 하나를 파괴할 수 있다.

‘그런데 무슨 대륙을 파괴해? 정말 신 이상의 존재인가?’

비록 8서클의 마도서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내가 한 미친 짓에 넋이 나갔다가 스승에게 먼저 보여 준 마도서다.

당연히 내용을 보지 않고 표지만 보았다.

그런데 내용이 점입가경이다.

스승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계속 읽어간다.

“9서클을 마스터를 하면 행성을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10서클을 마스터를 하면 행성과 속한 위성까지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11서클을 마스터를 하면 태양계를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12서클을 마스터를 하면 은하계를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13서클을 마스터를 하면 우주를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상은 일반 기준에 따른다. 행성까지는 알겠는데 이 위는 뭐야? 이게 다 무슨 소리냐? 그리고 ‘근원(根源)’은 창조까지 가능해야 하며 이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서클을 인정하고 승급을 한다? ‘근원’이면 우리 학파냐? 그리고 흑마도사가 파괴에다 창조까지 하라니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야?”

“히이이이익-!”

절로 비명이 나오며 스승의 손에서 그가 준 8서클의 마도서를 빼앗아서 읽었다.

‘근원’이야 보나 마나 나인데 서문을 읽어 갈수록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말……말도 안 돼. 전 흑마도사지 백마도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제가 신이 되어도 마신이 되지 빛의 신은 결코 안 된 단 말입니다. 그런데 무슨 창조입니까? 그리고 무슨 인정기준이 이렇습니까? 일반 존재에 비해 2서클 이상의 상향 기준이라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그런 나의 외침에 바로 반응이 왔다.

“나의 칭호를 받은 절대자라면 당연한 기준이다. 나에게 대가를 주겠다고 말한 용감한 근원(根源)이 나를 실망시키려 하다니? 지금 심판을 받겠는가?”

“히이이이익-! 하겠습니다! 어떻게든 빛의 신이 되어서 창조도 같이 구현하겠습니다.”

“그대의 용기에는 감탄하고 있다. 전장에서 칭호를 발동하면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때 성과를 검토하겠다.”

내 스승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의 말에 기겁을 한 듯 몸이 얼어붙었다.

심장이 떨려서 완전 창백해진 나의 얼굴에 한참을 말을 못하다가 한숨을 쉬듯 이야기한다.

“너 정말 미쳤구나? 방금 신이나 마족정도가 아니지? 그 이상의 존재 맞지? 6서클 때 간단한 사역마를 소환 연습하라 했더니 최상급 서큐버스를 불러 정기를 빨려 죽으려고 하더니 7서클이 되니 저런 존재와 접촉하여 아예 무덤을 파는 구나? 창조? 흑마법사가 무슨 수로? 빛의 신이 된다고? 흑마법사만 되어도 모든 빛의 신전에서 죽이려고 쫓아다니는데? 신들은 마족과 계약하여 소환하는 흑마법사를 중간계의 적이라며 우리를 죽이려고 안달이 났다고 가르쳐 주었지 않았니?”

“아……아.”

이미 공황상태에 빠져 아무 것도 못하는 나를 보며 스승이 한숨을 쉬며 마도서를 다시 읽어간다.

한심한 놈이 마법만 잘 익히지 정말 철이 없다고 투덜거리면서 말이다.

‘그래 스승님 아무리 사랑하는 제자지만 남의 일입니다. 그렇지만 제발 어떻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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