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8화
6권
여주신들은 일단 그나마 가장 크고 차원의 주신의 개인 신전의 옆인 그랑라하의 신전에 모였다.
다들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다.
최상급 상급 여신들의 반신들이 주신에 대한 모욕과 반란과 같은 독자적인 하위신계의 설립요구로도 답이 없는 상황이라 흥분상태였다.
거기다 여신부의 이것들이 여신단체의 대표자격으로 차원의 주신뿐만 아니라 전 투신과 전신들을 모욕하는 바람에 여신들이 정말 궁지에 몰린 것이다.
최상급 상급여신 전부와 300명의 최상급 여신, 주신급의 여신 3명까지 죽어 신력회수를 당하면 영원히 너구리 주신에게 착취를 당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키려다 싸워보지도 못하고 차원의 주신의 강함과 능란한 대처에 눌려 주도권과 세력을 완전히 내주고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온 것이다.
거기에다 너구리 주신이 신계와 종속신을 포기하고 주신계를 조정해 권리만을 챙기려고 수작을 부리다 차원의 주신에 의해 완전히 좌절되었는데 여신들의 대표 격인 자신들은 아무것도 못했다.
더구나 본인도 강대한 전신계열의 최고위 주신이며 태초의 투신들의 채무까지 완전히 변제해 주어서 과거의 종속상위신인 주신보다 더한 충성을 받고 있다.
가지고 있는 직속세력도 현재 주신급으로 추정되는 신과 마신, 절대자들이 열 명이 넘고 최상급 신들이 천을 넘어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다.
그동안 가진 신격에 비해 과도하게 약했던 신세대 투신과 여신부의 여신들까지 완전히 정리하니 신계자체의 출력도 급상승했다.
그리고 주신계가 그 동안 동맹의 대가로 2,000억의 정기를 뜯어가던 마계가 알아서 돌려주고 동등한 마력까지 바치는 상황이다.
그 모든 신력을 모아 최고위급 신계로 단번에 2단계를 기적같이 승급했다.
자신이 대가로 받은 500억의 신력까지 본인이 흡수하지 않고 모두 신계승급과 유지에 다시 투입하는 것을 보자 대항할 생각조차 사라진다.
단 하나라도 내놓지 않고 신계의 정기와 신력을 원하기만 하던 너구리 주신과는 너무 다르다.
이런 과정을 신계의 전 신들이 똑똑히 보았으니 앞으로 차원의 주신에 대항한 집단행동에 동조할 신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고위 신계로 확장되며 승급 자리가 넘쳐나니 다들 공을 세우려고 전쟁의 출전 준비와 신계의 발전을 위한 권능개발에 혈안이 되어있다.
승급될 자리가 기존의 8배라서 얼마든지 수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모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신계의 주신보다 2배의 신력향상효과를 보장하는 최고위 주신의 신계관리 주신의 자리까지 16석이나 있으니 그렇게나 도와달라고 부탁해도 수련만 하고 관여를 하지 않던 그녀들까지 움직이려 하고 있다.
그동안 신계의 권력 따위는 필요 없고 전신계열 주신인 자신들이 약한 초식동물처럼 무리를 지어 단련을 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한다고 비난하던 그녀들까지 말이다.
더구나 주신계가 자신들이 신력을 거의 되찾은 상태인데도 주신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는 것을 직접 확인하니 암담한 심정이다.
하긴 주신들을 많이 죽이고 소멸시키기는 했고 그들이 대부분 상급 주신이상의 직계들이기에 예상은 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이래서야 신계와 별을 가진 주신이 된다고 해도 주신계의 지원은 바라기 힘들다.
그럼 마신계와 인증전을 제대로 치루기 힘들고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인맥이 있던 주신계의 여신들에게 확인해보니 대신족이 엄청나게 강화되어 주신계의 필사적인 지원으로도 이번 시기에 인증전을 절반만이 통과했다 하니 더 암담함이 더하다.
차원의 주신이 반란행동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용서하고 넘어갔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주신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무마해준 대가를 주어야 하는데 차원의 주신이 자신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있던가?’
가지고 있는 세력과 신력, 제물까지 이미 상상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여주신들의 숨겨진 비기였던 본신신력을 높이는 ‘헌신서약’까지 이미 신계를 수립할 수 있는 별을 받기로 하고 제공하기로 한 상태이니 줄 것이 없다.
결국 이번 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아무리 부당한 일을 추진해도 계속 끌려 다녀야 할 상황이다.
과거 자신들의 신계가 파괴될 때보다 절망적인 한마디만 계속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쩌지? 주신계가 저렇게 나오면 정말 해답이 없어.”
그 말을 반복하며 한참을 서로 말없이 침묵을 유지하다 참지 못한 흑발의 여주신이 노성을 터트렸다.
“치사한 것들! 우리들이 썩어빠진 남주신들을 죽였던 것이 언제인데 아직까지 원한이야. 그보다 이것 봐-! 너무하잖아?
원탁회의실의 문을 부수었다고 100년간 봉급정기를 동결하면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 어떻게 좀 해줘-!”
흑발의 여주신은 눈앞의 청구서를 보고 울상이다.
그녀는 원탁 회의실의 문을 성질대로 부수고 들어갔는데 그 복구대금의 청구서가 바로 떨어졌다.
그런데 최고위 신계의 가장 호화롭고 비싼 문의 가격에 징벌적인 2배의 가격까지 부과되니 최고위 신의 봉급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가격이 나온 것이다.
100년간 신계의 지원 없이 자체 정기로 버티어야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잘못하면 본신신력까지 신체유지에 써야 될 상황이다.
먼 미래의 주신계의 지원보다 당장 생존문제가 걸린 것이다.
“하아? 넌 그게 문제야? 가서 차원의 주신에게 깎아달라고 빌던가? 아니면 안겨서 애교라도 피우면서 용서해달라고 하지 그래? 엄청난 부자니 그 정도야 별 것 아니지 않아?”
울기 직전의 흑발의 여주신에게 당연하게 가시가 잔뜩 박힌 대답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반응이 묘하다.
얼굴이 빨개지고 몸을 움찔거리는 것이 심상치 않다.
“그.......그럴까? 맞아-! 그러면 되겠다. 정 안되면 차원의 주신에게 빌리면 되지. 까짓것 빚이야 몸으로 때우면 되지. 전쟁도 있고 이 태양계라면 제약도 풀렸으니 딱 좋네. 나 잠시 갔다 올게!”
“…….”
흑발의 여주신이 일어나서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려는 것을 보고 나머지 여주신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고개를 저었다.
‘저것이 어떻게 신계의 주신노릇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무식하고 야만적인 세계의 주신이지만 그래도 신계의 주인이었던 여주신의 입에서 몸으로 빚을 갚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게 용병주신의 일인지 말 그대로 몸으로 하겠다는 지는 모호하지만 말이다.
“앉아-!”
그랑라하의 서늘한 목소리와 주변 여주신들의 도끼처럼 치솟은 눈초리에 기가 팍 죽어서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자꾸 청구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포기를 안 한 모양이다.
결국 그랑라하가 나서서 정리를 한다.
“그건 우리가 나누어서 처리를 해줄 테니 이런 일로 함부로 그 이에게 가지마. 어디까지 여주신들의 격을 떨어뜨릴 생각이야?
그깟 회의실 문의 청구서 때문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알……알았어.”
살벌한 분위기에 마지못해 수궁하는 모습을 보며 여주신들이 한숨을 쉰다.
8명이서 나누어도 엄청 부담되는 수준이지만 정말 지금이라도 달려갈 표정이라 안내줄 수도 없다.
그녀들이 각자 정기를 청구서에 집어넣자 곧 빛을 발하며 사라지고 흑발의 여주신의 얼굴이 희희낙락하게 바뀌었다.
어찌되었든 처리는 된 것이니 단순한 그녀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다.
그리고 원래 무모하지만 일단 벌리고 보는 이런 해결방식이 그녀에게 잘 맞았다.
주위에는 항상 좋은 친구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일단 너구리 주신과는 격이 달라. 자기 이익만 챙기지도 않고 본신신력의 상승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것은 확실해.”
“정말 여신에게는 관심도 별로 없고 이 신계의 여신들과는 우리 외에는 겨우 사랑과 미의 여신만이 공적인 대화를 할 정도야.”
“여신에게 관심이 없다지만 최고위 대신족 주신과의 용병대가로 최상급 여신들을 1,000이나 완전종속으로 받아온 것은? 그보다 마신과 중간계의 절대자들까지 있고 주신급까지 많이 있던데 어떤 신계가 저런 미친 짓을 한 거야?”
“다른 우주의 최고위 마신성이라고 하던데? 그쪽의 창조신과 직접 계약해서 받았나봐.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주신계에서도 엄청 놀라고 있다고 있어.”
“뭐가?”
“모두 그 별의 마신계의 인증전 때 죽어서 상급여신으로 신격이 하락되고 신계의 패배로 그대로 정령계의 대기소에서 있던 여신들이래. 그런데 다들 최상급 여신으로 복귀해 이 신계에 있다고 했더니 믿지 못하더군.”
“어느 정도의 정기와 신력을 제공했기에 아무리 최상급 신체의 그릇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시 회복시킨 거야?”
그런데 갑자기 모두 무한의 정기를 발산하는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지고 신력증가보석으로 도배가 된 차원의 주신의 극도로 호화로운 개인 신전이 떠오르자 납득이 갔다.
이미 우주수(宇宙樹)까지 있었다.
그곳이라면 무제한의 정기와 신력의 증가로 저렇게 단기간에 복귀가 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른 신력의 회복을 자랑하는 차원이 주신이 신력회복을 도왔다면 죽어서 신격이 떨어졌지만 이미 만들어져 있는 최상급 여신정도의 신력을 채우는 것은 가능하다.
“그 황당한 신전과 차원의 주신이라면 가능하네. 정말 괴물이네. 최상급 여신 1,000명의 신력의 보충정도는 장난이란 건가?”
“주신급들이 더 큰 문제야. 확인한 것만도 10명 정도이고 약간의 시간과 신력만 주면 주신급이 될 존재가 200명이 넘어. 그렇게 되면 그들조차 이길 수 없어.”
“허-! 상급 주신만 더 있으면 최고위 신계를 지금이라도 능가하겠다.”
“우리와 그녀들까지 포함된 총 전력만 따지면 이미 가능한 수치지. 무엇보다 대신족의 주신과 일대 일로 싸울 수 있는 차원의 주신이 이 신계의 주신으로 있는 이상은 마신계와 주신계도 특별취급이니 더할 나위 없이 신계와 자신을 발전시키기 좋은 상황이야.”
그렇게 원하던 완전한 최고위 신계의 형성에 따른 신계를 가진 주신의 복귀가 보인다.
신력도 조금만 추가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기뻐할 수 없는 것이 주신계의 너무나 냉담한 시선과 지원 없이는 너무나 힘들어진 인증전들이 걸리는 것이다.
과거처럼 자신들에게 종속된 여신들만을 데리고 치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조사할수록 깨닫게 되고 있다.
자신들이 이 신계에서 너구리 주신과 주도권 다툼의 정치싸움을 할 때 밖의 우주는 기이할 정도로 강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정도의 강함으로는 과거처럼 단독으로 신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없다.
여주신들끼리 연합해도 주신계의 지원이 없이는 힘들 수준이다.
결국 여주신들 각자가 강해져야한다는 것이 해답이다.
이대로 차원의 주신에게 종속되다시피 되는 것은 과거 남신들에게 배신당한 기억과 과거 신계의 주인이었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은 신들의 여왕인 것이다.
“결국 우리들의 약함이 문제이니 수련을 더하는 수밖에 없네.”
“여기서 차원의 주신과 동맹을 맺고 적극지원을 하고 대가를 받아야지. 더 이상 이 신계에 존폐의 위기는 없고 최고위 신계이니 수련에 더없이 좋아. 차원의 주신도 합리적이라 욕심만 많은 용병출신의 너구리 주신처럼 전부 복종을 요구할 것 같지 않고 업무만 잘하고 능력만 높으면 될 것 같고 말이야. 가급적 신계관리 주신의 자리도 얻어 이제 수련에만 집중을 하자고. 그렇게 하려면 원활한 사전소통이 중요한데.......”
모두의 시선이 그랑라하에게 모아진다.
그러자 그녀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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