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7화
5권
원탁이 빛을 발하고 중앙에 빛의 문서가 떠오른다.
방금 전쟁의 신이 제안한 안건이 정식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신부의 수장과 신세대 여신들의 300명의 표정이 공포에 물들어간다.
영겁의 세월동안 아주 가끔 봐온 광경이다.
신계의 위기거나 도저히 결론이 안날 때 발동이 되는 원탁의 최고위 신들의 강제수단이다.
그 능력은 신계에 속한 모든 신의 완전한 조정이다.
주신조차 대부분의 권능을 제압하여 독주를 막는다.
멀리는 대신족의 인증전에 밀려 패배할 때 마신과의 협약의 결정에 쓰였다.
얼마 전에는 그랑조아가 저 원탁의 선택에 의해 저 차원의 주신에게 인질로 넘겨졌다.
유일하게 모든 신들의 권리를 완전제한하고 만장일치할 경우 원탁의 최고위신의 탄핵조차 결정하는 의결권능이다.
거부를 하려면 이 신계에서 받은 모든 신력과 정기를 모두 반납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주신을 제외하고는 완전한 말소를 뜻한다.
그 의결권능에 저 가증스런 전쟁의 신이 자신들의 신명들을 모두 적어간다.
말릴 새도 없이 주신급 3명과 여신부 300명의 모든 신명이 적히고 안건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자신들은 꼼짝도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저 분노한 남신들이 자신들에게 달려들려 하다가 차원의 주신의 행동에 멈춘 사태다.
자신들의 행동에 따라 여기서 정말 전쟁이 벌어질 수 있고 상급이상의 여신들의 자신들을 보는 눈도 심상치 않다.
도발하면 무식한 남신 전사답게 옛날의 야수의 신처럼 무작정 덤비고 그것을 제압해 최고위신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게 할 생각이었다.
전쟁터의 소문이야 과장되기 마련이고 신력 20억의 예비주신정도면 병렬 신력연결상태로 부족한 신력만 지원받으면 자신들의 주신의 권능으로 이길 수 있다.
이미 하급신으로 격하된 그랑조아만이 신계의 후계자로 언급되는 사태를 타파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저 전쟁의 신이 이렇게 바뀐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들을 역으로 탄핵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싸우지도 못해보고 완전히 당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과 300명의 여신부 소속 여신들의 운명의 선택이 하나둘 정해져 간다.
원탁의 선택권을 눌러가는 최고위 신들의 얼굴이 너무나 차갑다.
신계 최초로 주신급 여신 3명과 300명의 최상급여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주신과 자신들의 세력을 제외한 신계 세력의 절반이다.
그들의 신으로서 운명이 지금 원탁의 최고위 신들에게 맡겨졌다.
원탁의 선택을 해야 할 정도로 신계의 위기 상황이라는 것에 인식이 일치되어 정식 안건으로 인정된 것이다.
'저 여신들이 사라지면 신계가 작동불능에 빠질지도 모른다.
허나 인증전이 다 끝난 지금 이미 남아도는 여신들은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
차원의 주신이라는 강자가 있는 이상 마계의 침입을 보완해준다면 신계에 불필요하다.
그리고 남은 신력으로 주신급의 강자를 더 만들 수 있다. '
지식의 신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이해관계를 계산한다.
저들은 그랑조아와 더불어 다음 세대의 신계의 관리를 맡을 소중한 여신들이다.
대신족을 상대하기 위한 마신족과의 동맹을 위해 보다 많은 정기 생산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방종을 인정해주었다.
자유로운 사고와 교류 속에서 권능은 싹이 뜨기 때문이다.
그랑조아도 처음에는 여신부의 총수장의 위치로 저기 있었다.
그러나 원탁의 최고위신이 되기 위해 야수의 신과 싸울 때 남신들의 저력을 알게 되었다.
주신급의 권능이 없고 신력이 부족해도 그들은 역경과 전투에서 강하다. 야수의 신이 모욕을 받고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태초의 투신들이 왜 살아남았는지 모든 신 앞에 증명했다.
진정한 투신에게 어떤 상처도 부상도 신력을 높이는 신선한 자극에 지나지 않는다.
‘무한복원’의 최상위 주신급 권능을 가지고도 야수신과 그야말로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만약 야수의 신에게 주신급 권능이 있거나 신력이 비등했다면 그랑조아는 원탁의 신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차원'이라는 최상위 주신급 권능을 가진 남신의 등장을 그렇게 싫어했다.
더구나 과거 금방 최상급 신이 되었던 차원의 주신을 주신급인 자신이 끝장을 내지 못하자 그 다음부터 신경질적으로 변할 정도다.
남신들의 격렬한 투쟁의식이 전투에서 여신을 뛰어 넘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그리고 전신과 투신 중에서도 격렬한 전투를 반복하느라 경험한 수많은 죽음과 소멸이 아니었다면 벌써 주신급이 나타났을 것이다.
이미 권능을 얻기 위한 전투경험은 차고 넘치나 기약이 없는 장기간의 휴식과 명상을 통해 자아확정을 하지 못하고 막대한 신력도 부여받지 못한 최상급 남신들이다.
만약 충분한 시간과 신력이 주어진다면 수많은 투신과 전신들에게 빛의 신의 ‘권능’이 부여될 것이고 그럼 결코 여신이 주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 남신에 대한 견제가 더욱 심해졌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권위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마신족이나 신족이나 같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최고위 신의 자리를 만들어 준 신계 전체를 위협하는 것은 결코 원탁의 신으로서도 개인적인 의사로도 용납할 수 없다.
비록 소중한 주신급이라 할지라도 이미 한도가 넘었다.
주신급의 징계로 창조신의 감사를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
대신족의 인증전이 마무리된 이상 더 이상 급격히 소모되는 거대한 정기나 신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안고 가던 썩은 부위를 잘라 내고 신계를 다시 정상화할 때다.
지식의 신의 눈이 무감정하게 투명하게 변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견이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닌지 모든 사고를 감정을 제한하고 검토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권능인 ‘자아고찰(自我考察)’이다.
한순간의 감정을 못 이겨 잘못된 선택을 했었다.
다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히 감정을 제한하고 유추되는 미래와 이해관계를 철저히 분석한다.
그 선택은 지극히 차갑고 냉정하나 저 상태에서 내린 결정에 단 1번의 오차도 없었다.
모든 것은 신계와 자신을 위해 최선의 결과와 이해를 도출한다.
그리고 결정이 내려졌다.
최악의 경우 주신급 3명과 300명의 최상급 여신들이 신계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그들이 투쟁이 일상화된 그의 우주에서 최상급 전신과 투신 50명에 비교할 수 없다.
여신들은 정령 대기소에서 구하면 되지만 진정 신계에 충성스런 전사들은 구할 수 없다.
더구나 신력과 장기간의 수련시간만 준다면 주신급이 될 정도의 전신들은 말이다.
우우웅-!
원탁의 찬성의 불이 하나 들어왔다.
그것을 바라보는 최상급 여신부의 여신들의 표정이 넋이 나갈 지경이다.
발의한 자는 전쟁의 신이기에 투표권이 없다.
그럼 다른 원탁의 신 9명의 투표권을 가지고 5명이 찬성한다면 자신들은 신계의 신으로서 모든 권리를 잃고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 5개의 찬성 중 1개가 들어온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모든 신력을 빼앗기고 정령계로 보내질 수 있다.
그랑조아가 카르마의 계약을 조작하다 심판을 받고 하위 신으로 격하되었다.
저 전쟁의 신이 신계를 멸망시키겠다고 인질로 요구하자 지식의 신의 제안으로 원탁의 선택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주신급의 여신이 너무나 허무하게 적에게 인질로 넘겨지던 순간이 머릿속을 온통 채웠다.
“나 지식의 주신은 찬성한다. 자신의 주장만을 하는 여신은 채울 수 있으나 신계를 위해 희생하는 전신과 투신은 다시 구할 수 없다. 나의 신위와 권능을 걸고 이 선택이 오로지 신계를 위함임을 천명한다.”
찬성을 하는 자는 자신의 주장과 이름을 그 결정에 걸어야 한다. 신계의 역사에 영원히 남아, 신권을 유린한 일로 비판받고 평가받으며 상황이 바뀌어 결과가 나빠진다면 자리까지 위험하다.
마신과의 연합을 찬성한 먼 과거의 일이 지금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근거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기에 찬성은 너무나 신중하다.
카르마의 계약을 왜곡하여 신계의 위기를 초래한 그랑조아가 인질로 넘겨지는 순간에도 겨우 과반수가 넘었다.
여주신들의 표정이 한없이 굳어간다.
자신들의 영겁의 세월동안 주신과 남신과 투쟁하며 얻은 정기와 신력으로 기른 신세대 여신들이다.
비록 그들의 극단적인 망언에 분노했지만 이대로 정리하면 자신들의 대부분의 노력이 부정된다.
저들에게 회수한 신력으로 다시 최상급 여신을 만들어도 문제는 커진다.
인증전을 끝나고 공을 세운 남신들이 넘쳐난다.
적어도 신력의 절반은 그들에게 분배해야 한다.
최상급신이 3할이 남신이 되면 주신과 태초의 투신들에게 완전히 밀리게 된다.
더구나 차원의 중급주신이 주신과 남신에 가세하면 완전히 제압될 수 도 있다.
결국 자신들의 선택은 저 여신들에게 갈 수 밖에 없다.
가급적 자체 징계로 뿌리째 개조해야 한다.
그러나 최상급 전신과 남신의 전력이 모두 사라지면 정말 마계의 침입을 막을 수 없다.
자신들은 이 신계 안에서만 주신의 신력을 발휘할 수 있고 외부의 침입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
‘경계’나 ‘중간계’에서는 최고위 여신에 불과하다.
그 힘으로는 결코 저 마계의 전력을 못 막는다.
중급 주신인 차원의 주신이 전쟁의 신으로 있으니 큰 문제는 없지만 그는 언제인가는 다른 별의 주신으로 떠날 존재다.
신계 자체의 전력이 필요하다.
지식의 신 말대로 신계를 위해 희생하는 전신과 투신은 정령대기소에는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여신이 더 우월한 탄생과 운영에 관련된 남신뿐이다.
용병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완전종속을 시키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
투신과 전신이 몇 명이면 모르지만 지금처럼 절반이상이 사라진다면 신계 존폐의 위기다.
자신들을 쳐다보는 투신과 전신들의 표정에서 투기가 넘친다.
이미 말이나 협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신계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끝장이다.
어떻게든 전투의 여신과 여투신들을 길러두어야 했다.
발전을 위한 지나친 전문화가 결국 목을 조여든 셈이다.
여주신들이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고 선택한다.
이미 이 상황에서 정식 안건이 올라온 순간 이미 결정이 된 것이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주신급인 저 여신들이 자신들의 직계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랑라하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머금고 그랑조아를 인질로 넘기는 것을 찬성했다.
진작 패서라도 그랑조아처럼 최소한 투신과 전신들에게는 경거망동을 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신계의 주신을 목적으로 한다면 당연히 남신도 수용해야 한다. ‘
남신이 여신보다 대부분 투신과 전신으로 더 뛰어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계에 공헌하는 정도로 판단해야지 남신이라 무조건 배척한다면 그 신계는 멸망이다.
더구나 대신족의 인증전은 차원의 주신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진행 중일 것이다.
막대한 정기가 아무런 재생산도 못하고 소모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증전이 끝난 지금 신력과 정기의 여유가 있다.
최상급 여신 300명의 부재를 충분히 감수할 만큼이다.
전쟁이 끝나 필요가 없어진 것은 저들이 말하는 전신과 투신만이 아니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하던 통제가 되지 않던 일부의 여신들도 해당된다.
‘차라리 이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
주신급은 혹독하게 교육하여 정신개조를 하고 나중에 다시 신력만 부여하면 된다.
어차피 신력만 회수하지 신의 그릇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어쩔 수 없다. ‘
모든 신세대 최상급 남신들이 격분한 이 상황만 아니라면 이러지 않아도 된다.
정말 모두 떠나버릴 분위기다.
신세대 여신만으로는 결코 신계의 미래는 없다.
더 강한 직계를 만들 수가 없어 다른 신계에 비해 약해지다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
주신급 여신 3명을 잠시라도 잃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랑조아의 ‘무한복원’이 없어져 우세가 조금의 우세로 바뀌고 이렇게 밀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성질 급한 전신계열의 여주신들은 이미 선택을 시작하고 있다.
우우웅-! 우웅-!
“신계의 분열을 부른 여신들과 신계를 위해 희생해 온 남신들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찬성한다.”
“전신과 투신은 함부로 모독하지 마라. 그들은 너희들이 평생을 다해 겪을 고통을 전쟁터에서 한 순간에 겪는다. 전쟁터에 서서 죽음과 소멸을 겪어보지 못한 자들의 의미 없는 모욕은 용서하지 않는다. 찬성을 확정한다.”
“전쟁과 투쟁을 경험하지 못한 존재가 전신과 투신을 평가하다니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신력의 회수와 그들에게 해결을 맡김을 찬성한다.”
여신부의 여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5개의 찬성표 중 4개가 올라왔다.
단 하나의 찬성표가 남은 상황이다.
그리고 선택권이 남은 원탁의 최고위신은 5명이다.
저들 중 단 한명이라도 찬성한다면 여신부의 모든 여신은 이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신력을 박탈당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신계의 적으로 전쟁의 신에게 반역으로 심판받는다.
저 잔혹한 전쟁의 신이 자신을 모욕한 신력을 잃은 여신들에게 어찌 나올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다가올 끔찍한 운명에 여신부의 여신들 중 정신을 잃는 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선택이 남은 5명의 여주신들의 다급한 말이 원탁회의장을 울린다.
“잠시 정회를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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