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6화

5권

아무런 대가도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남신들의 권리를 요청하는 안건은 줄을 잇고 올라오고 그때마다 희극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난 못보고 못 들었다. 아무것도-!’

눈을 뜬 채로 자고 싶을 지경이다.

회의가 종반에 들어가자 지식의 신과 여주신들이 이제 체면을 잊고 서로 소리치고 있다.

이 빌어먹을 신계원탁회의는 모두 입으로 하는 모양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 눈치를 보면서 지식의 신이 신랄하게 과거의 예를 들며 맹공을 퍼부으면 여주신들은 그것을 원칙과 효율성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대부분 수가 적은 지식의 신과 남신들이 밀린다.

‘아무리 잘나도 입 1개로는 8개의 입을 당하기는 힘들지.’

여기저기서 여신의 환성과 남신의 야유소리가 울리고 시장판이 되간다.

여기가 신계원탁회의장인지 경매장인지 모를 지경이다.

‘젠장-! 차라리 마계처럼 싸워 이긴 자가 마음대로 해라. 진 자는 소멸하고 말이야. 승자도 진행하다 실패하면 마신이 직접 소멸시키니 의사결정이 얼마나 편해.’

마신 앞에 모두 엎드려 비위를 맞추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싸우던 마신족 모습이 생각나 헛웃음이 나왔다.

지시에 수행이 시원찮거나 말 1번이라도 잘못하면 그대로 죽어 마력을 회수 당한다.

덕분에 다들 필사적으로 수행하는데 여기는 다른 종류의 활기가 넘치니 웃길 나름이다.

그래도 여기가 마계보다는 발전이 빠르다.

마신 1명의 욕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계보다 이 웃기는 신계가 낫다는 별 이상한 생각까지 드는 한가한 상황이다.

전쟁의 신이 나설 사항인 신계의 전쟁과 국가 간의 전투도 없다.

지금 신계에 전쟁의 신이 나설 일은 중간계의 반신들의 반란과 신국들의 이단토벌요청 건이다.

더구나 모두 나를 얕보고 올린 건수들이다.

반신들 주제에 주신에게 요구를 하고 전쟁의 신국도 아니면서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려 하고 다른 신의 신도를 학살하는 것을 허락해달라니 말이다.

주신급 이후로 이정도로 우습게 보인 것은 처음이다.

‘중간계 관리와 전쟁의 신의 업무에 방해되는 것들은 모두 죽인다. 그리고 흑마도사답게 뼈골까지 활용해주마.’

이미 결정된 사항을 다시 음미하며 천천히 웃어간다.

‘극선’인 주신에게 도전한 ‘중립’인 중간계의 절대자들과 타락한 신국의 사제들을 죽여 회수할 신력과 정기, 카르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니 더욱 흐뭇해지고 있다.

나는 원탁의 최고위신의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카르마를 더욱 ‘극선’으로 쌓아가고 신력을 올린다.

그 외에 남신의 권익쟁취나 여신의 권익사수는 나와는 관계없다.

가급적이면 해달라고 하는 대로 해줄 테니 난 건들리지 말라고 되 뇌이면서 말이다.

‘…….’

그렇게 생각했다.

이 웃기는 신계의 괴상함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저 여신부의 수장이-!’

전력신력개방상태가 다시 나도 모르게 흔들린다.

상급신 이하의 안건들이 개판으로 끝나고 이제 최상급 신이상의 안건들이 올라온다.

다들 고위신이기에 자기 앞가림들은 다하기에 대부분 ‘이상 없음’이다.

그런데 최상위 여신들도 보아하니 파가 나누어져 있다.

여주신들의 직속여신들이 4할이고 신세대 여신들이 6할이다.

신력은 대부분 태초의 여신들이 상급으로 압도적으로 높고 신세대 여신들은 중급이하다.

문제는 저 여신부의 수장이라는 주신급의 여신의 발언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대신족과 인증전이 끝난 지금 더 이상의 백해무익한 전쟁은 없이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

‘내가 백해무익한 전쟁을 했다고? 내 별도 아닌 신계를 위해서 마신왕의 수작으로 최종마도까지 썼는데? 덤으로 양팔까지 날리고 회복하느라 그 고생을 했는데 말이다.’

“야만적인 투쟁의 시대에 안녕을 고하며 지금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야만? 투쟁의 시대에 안녕을 고해? 그의 우주에서 누구 마음대로? 안 싸우고 살 수 있었으면 내가 그 고생을 했겠냐? 이 웃기는 신계 밖에 나가봐라. 아차하면 죽는 세상이다. 획기적인 대안? 누군 몰라서 못하는 줄 알아? 안되니까 포기지.’

갈수록 가관이다.

지식의 신은 이제 포기한 표정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여주신들은 나의 눈치를 보다가 저 주신급 여신을 보며 이를 갈고 있다.

보아하니 이들도 통제가 불가능한 모양이다.

주신급은 신계에서도 특별취급이며 귀중하다.

카르마가 관계되지 않는 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주신의 가능성이 높기에 소멸 처벌을 하려면 창조신의 승인이 필요할 정도다.

그런 여주신이 하는 소리는 듣기에는 무척 달콤한 소리이기에 신세대 여신들이 응원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래 어디 한번 들어는 보자.’

“첫째는 여신들에게 금지였던 전신과 투신으로서의 참가입니다.”

‘응? 무슨 일인가?

여신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험한 전쟁터에 나서겠다는 소리인가?

마신족과 대신족의 전투에 죽음과 소멸이 난무해서 결사 반대였지 않는가?

‘정말 철들었나? 대신족의 침입은 없지만 마신족의 싸움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데? ‘

지식의 신과 여주신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고 있다.

자신들도 지금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남신들도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는 것이 이 사태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음 들려오는 소리에 머리가 띵해졌다.

“물론 전투능력이 약하기에 후방 지휘부의 고위 신으로만 참전입니다. 여신들의 신력지원이 직접적으로 바로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을 보았을 때 관철되어야 합니다. 여신평등을 위해 남신들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버리고 과감히 개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 그렇지. 어휴-! 결국 여기 지휘부 전신과 투신들의 자리가 탐나니 내놓으라는 뜻이군. 덤으로 최전선은 싫으니 여기서 정치나 하겠다는 심보로군. 최고위 신들이 모두 여기 있으면 마왕들은 누가 상대할 건데? 상대도 안 되는 상급신이 몸으로 때우라는 것인가? 현장에 안가보고 무슨 지휘를 해? 여기가 무슨 수십만의 신이 싸우는 창조신의 전장인줄 알아?’

여기저기서 남신들의 한숨소리가 울린다.

그나마 1할 수준인 최상급 남신들의 전투 지휘관 자리도 마저 달라는 주장이다.

태초의 투신들의 표정은 이제 해탈할 지경이다.

싸움도 모르는 여신이 지휘권을 달라는 소리에 이제 화낼 기력도 잃은 모양이다.

정말 귀한 주신급의 여신이 아니면 정말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넘실거린다.

그런데 그 허탈한 반응에 기고만장하여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두 번째로 대신족의 위협도 사라진 이상 전신과 투신의 대폭 감축도 필요합니다. 더 이상 막대한 정기를 무분별한 소모에 쓰지 말고 불우하고 약한 여신들을 위해 증가해서 배정해야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여신들이 삶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짝짝짝-!

박수소리가 신계원탁회의에 울린다.

‘이것들은 지금 바깥 상황을 알기는 하나? 다른 신계와 마계가 강화된 대신족과 싸우느라 대량의 정기를 소모하여 모두 눈을 부라리며 지배행성을 늘려가고 있는 것을 말이다. 지금 소유권이 없는 행성에서는 신계들의 소유권을 위한 국지전까지 이루어지고 있단 말이다. 막말로 신계간의 전면 전쟁은 안 나겠지만 마계가 연합해서 쳐들어오면 누가 막을 건데? 무상으로 지원된 정기의 지원을 받은 불우하고 약한 여신들이? 여신전용의 신계에서 삶에 힘들어하는데 마신들과 어떻게 싸우려고? 직접 전투력이 약하니 후방에서 지휘만 하겠다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주장도 어느 정도만 하라고 소리치고 싶을 지경이지만 꾹꾹 눌러갔다.

지금 말려들면 정말 골치 아프다.

난 그냥 여주신들과 계약완료를 하여 본신신력을 받고 전쟁의 신의 자리만 이상 없이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다음 들려오는 소리에 이성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셋째로 평화가 도래한 지금 전신과 투신같이 정기를 소모만 하고 생산이 없는 특수한 직종은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군사력과 치안력의 구분 없이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투신과 전신이 필요가 없다고? 그런 나는 뭐하려 여기 앉아있나?’

신기도 제대로 못 쓰는 여성치안에 간단한 마법도 피하지 못하는 것들과 정예 투신들을 섞겠다는 뜻이다.

아주 말아먹을 생각인 모양이다.

최상급 신에 여신들의 자리를 늘리려고 물불 안 가리고 있다.

‘혹시 저 신기도 없이 방패만 들고 다니는 치안남신들을 믿음직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방패밖에 없어 방어만 할 수 있는 저것들은 내가 나서면 10분도 안 걸리고 모두 소멸이다.’

“넷째로 과거 남성위주의 악습의 잔재인 ‘전신’과 ‘투신’의 명칭을 개명하여 ‘경호신’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합니다. 더 이상 남성위주의 일방적인 호칭의 사용은 사라져야 합니다. 이것은 여신부 회원인 최상급 여신 600명의 통합된 의사입니다. 이것을 원탁의 최고위 신인 전쟁의 신께서는 개념변경을 승인해 주십시오.”

“…….”

죽음과 같은 침묵이 신계원탁회의장을 감싼다.

태초의 투신들과 남신들이 전신인 자신들조차 질식할 것 같은 쏟아지는 투기와 살기에 괴로워한다.

여신들조차 거기까지 이야기가 나올지 몰랐는지 경악한 표정이다.

완전히 전쟁의 신의 존재를 모독하는 행위다.

여신부가 전쟁의 신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화가 나서 준비한 모양인데 주신에게 주신급이 할 수 있는 허용범위가 한참 넘었다.

아무리 이 신계가 의사소통이 자유스러워도 신력의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다.

특히 방금 중간계의 절대자들 관리소홀로 자체징계를 당한 최상급여신들은 공포를 느낄 정도다.

저기 있는 것이 대부분 자신들의 딸들이기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것들이 휴가라고 작당해서 몰려서 놀러 다니더니 이런 짓을 할 줄 몰랐다.

설마 차원의 주신의 신력의 강함을 몰라서 저러는 것은 아니겠지? ‘

이러한 불길한 생각이 스친다.

다른 신의 신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개념을 변화시키려는 짓은 다른 신계에서 존재를 건 결투신청이다.

그리고 지식의 신과 여주신은 지금이라도 폭발하려는 듯 폭증하는 차원의 주신의 신력에 얼어붙었다.

꽈아아아앙-!

결국 신계 전체가 울리는 굉음이 울린다.

다행인 것은 주신이 친히 ‘불멸’을 걸어 주신이상의 신력 외에는 파괴가 불가능한 원탁만 산산조각이 되고 먼지로 변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황당한 광경에 이 원탁의 특수성을 알고 있는 지식의 신과 태초의 신, 여주신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정말 본신신력의 출력만은 누구보다도 위대한 주신을 뛰어넘었다.’

그렇지 않다면 결코 부서지지 않을 원탁이다.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원탁의 중앙에 13쌍의 날개가 완전히 개방되어 불타오르고 11겹의 빛의 원이 이제는 형상을 가질 정도로 압축되어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

‘차원의 속성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하는 최상위 권능이기에 방어가 극히 어렵다.

저기에 닿으면 주신도 그대로 바로 썰려나갈 정도인 것이다. ‘

지금 남신과 여주신들의 개별 전력으로는 차원의 주신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전쟁의 신인 나를 ‘경호신’이라 칭했느냐?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 전쟁의 신인 나를 아예 무용지물로 만들려 하다니 나와의 계약을 또 왜곡할 생각이냐? 누구를 경호하라고? 신계도 아닌 같은 신인 너희들을 아무 대가도 없이 말이냐? 지금 나를 ‘집지키는 개’로 아느냐? 나를 모독하고 무사한 자들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겨우 주신급 주제에 전쟁의 신이며 차원의 중급 주신인 나를 모독하였으니 그 잘난 입으로 하찮은 목숨을 잘 유지해 보아라! 덤으로 아예 이 웃기는 신계도 송두리째 날려주마-!”

전쟁의 신이며 차원의 주신의 노성이 신계를 울렸다.

전력 신력개방상태의 증거인 빛의 원이 마력의 원과 겹쳐서 차원의 주신의 몸을 완전히 감싸고 초고속으로 돌기 시작한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잉-!

원탁회의실의 과거 원탁이 있던 장소를 걸어서 여주신들과 지식의 신을 지나간다.

여주신들도 차마 말리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경호나 하라는 것은 전쟁터에 나가 싸워 이겨 돌아온 전사들에게 할 소리가 결코 아니다.

자신들도 무수한 전쟁터를 경험한 전신들인 것이다.

이 신계의 전신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용맹하다.

그 수많은 불공정 속에서도 묵묵히 대신족과 마신족의 전쟁 속에서 죽음과 소멸을 각오하며 싸우고 사라졌다.

편하게 여신으로 바꾸면 될 텐데도 '경계'를 벗어나지 않고 번영하는 신계를 보람으로 삼고 싸워온 존재들이다.

자신의 강함만을 단련하며 주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신계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 존재들인 것이다.

모든 신계의 화려함과 편안함을 잠시간의 휴가를 축복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남신을 증오하던 아는 자신들조차 그들은 차마 모독하지 못했는데 이 신세대 여신들이 ‘경호신’으로 호칭을 바꾸라고까지 한 것이다.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오며 자신들이 나서서 요절을 내고 싶을 지경이다.

최상급 상급인 여신들은 이미 머리를 들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다.

과거 인증전의 전쟁에서 패해 신력을 빼앗기고 정령계에 위폐 되기 직전까지 몰렸던 자신들이기에 전신과 투신들의 중요성을 잘 안다.

스스로 전신과 투신이라 칭하는 그들의 자부심도 말이다.

전쟁에 패배해 신계를 못 지켜 살아갈 면목이 없다고 스스로 소멸한 남신들이 부지기수다.

오죽하면 정령계에 여신들만 넘치고 남신들은 대부분 정치 쪽밖에 없다.

무엇보다 여신부의 수장들과 차원의 주신과의 힘의 격차는 절망적이다.

주신급이 몇이 있어도 일반 주신도 아닌 중급주신은 결코 어쩌지를 못한다.

아무리 주신급의 여신들이 수백 명의 최상급 여신들을 병렬신력연결로 이끌어도 말이다.

우우우웅-! 우우웅-!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지식의 신이 이를 악물고 생각을 돌린다.

하지만 생각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반신들을 낚기 위해서 차원의 주신을 신력 20억을 가진 예비주신으로만 터무니없이 약하게 등록해놓은 것이 자신이다.

주신급의 여신들이 압도적인 신력을 지원받는다면 예비주신은 타파가능하다.

그들의 권능도 주신급의 최상위 권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써클 이상의 격차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신도도 없는 본신신력 50억의 차원의 주신이며 회복이 기이할 정도로 빠르다.

당연히 이길 수 없는데 자신이 기입한 잘못된 정보만 보고 저러고 있는 것이다.

남신에 대한 근거 없는 비하심도 당연히 바닥에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신세대 여신들 중 최강이었던 엘프의 신 그랑조아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주신급의 여신들 전부가 예비주신이라는 자료만 믿고 일제히 탄핵을 하려는 상황이다.

차원의 주신이 그랑조아의 최고위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여신부의 의사를 깡그리 무시한 불만으로 주신인 그에게 신위전을 걸지는 못하고 단체행동으로 맞선 셈이다.

문제는 차원의 주신은 단체행동과 같은 고차원적인 정치적 의사소통 따위는 무시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강요에 의해 굴욕적인 협상을 하느니 죽더라도 상대에게 달려들 전사였다.

저 여신부 때문에 수위권인 이 신계의 후계도 마다하고 업무만 하겠다고 여러 차례 자신에게 의사를 표현해왔다.

처음부터 그랑조아와 싸워 원수로 시작한 신계와 계약관계니 미련도 없다.

계약을 교묘하게 바꾸어 소멸시키려 하다가 신계가 멸망하려는 것을 주신님의 기지로 겨우 최고위 신으로 카르마 계약까지 써서 묶어 놓았다.

지위는 높은 최고위의 전쟁의 신이지만 별 혜택도 없고 의무만 잔뜩 있다.

너무나 광활한 중간계덕분에 거대한 전쟁이 없으니 정기나 신력도 극히 조금만 늘어난다.

다른 주신성의 신계의 상급신 정도의 대우다.

물론 최고위신 전부가 다들 그렇게 살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성격이 워낙 착실한 편이라 불공정한 계약이지만 참고 열심히 일해 대신족의 인증전까지 승리로 이끌었다.

거기에 생명력 있는 별은 몇 개 받았지만 엄청난 투자가 있어야만 겨우 신도가 생길 것이다.

거기다 과거 여신과 남신의 대립으로 신경을 쓰지 못해 엉망인 중간계를 억지로 넘겨받았고 큰 문제가 발생하려 하고 있다.

불만은 있지만 그래도 잘 처리를 하려고 용병으로 대가를 모으려는 것도 알고 있다.

참 신으로서는 귀감이지만 부글부글하며 끓기 직전이라는 것은 예상을 할만하다.

문제는 주신님의 그 입방정이 문제였다.

색신이라는 소문을 전 주신계에 뿌려 차원의 주신이 외부에서 듣고 폭발직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기름을 부었다.

전쟁의 신이기 전에 그는 전장의 용병신이기에 전사에 대한 모독은 참지 못한다.

더구나 전쟁을 경험하지도 못한 자들의 근거 없는 비난이라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은 없고 적은 모두 죽인다. 적의 편을 드는 자도 죽인다.’

과거의 그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황급히 양쪽의 전력을 비교한다.

이미 차원의 주신의 반응을 예상한 듯 여신부의 수장도 자신들을 따르는 신들과 연결되어 신력을 올리고 있다.

차원의 주신의 타오르는 태양의 신력과 여신들의 빛의 신력이 이미 백열하듯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주신급인 여신부의 수장인 진화의 여신이 총대를 메고 주신급인 나머지 평등의 여신과 분배의 여신이 보조인 상태다. 결국 주신급 여신 3명이 전원 가담했다. 더구나 신세대 여신들 중 과반수인 300명 정도가 적극 동조해 이미 병렬 신력연결 상태이다.

통합 추정신력이 300억 이상이라고? 언제 이 정도까지 의사를 통합했지? 그래, 휴가기간 동안은 여신들의 축제였지! 저것들이 쉬지 않고 그동안 엄청나게 준비했다. 이제 여주신들만 문제가 아니었어.’

영겁동안 처음인 장기간의 휴가기간의 방심이 뼈를 시리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노리고 있다.

정보의 조작이 가져다주는 극적인 효과에만 눈을 맞추고 부작용은 눈을 감은 대가이다.

신계의 거리에 신세대 여신들이 수백 명씩 몰려다닐 때부터 위험을 알아봤어야 했다.

즐기는 것이 아닌 심각한 표정에 눈치를 채야하는데 인증전의 승리에 젖어 방심하고 어설픈 계략을 짠 대가를 확실하게 치루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에 끼어들어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선다.

전신과 투신들인 남신들의 표정이 정말 심상치 않다.

태초의 투신을 예우해 투기와 신기를 결코 보이지 않던 나머지 50명의 신세대 최상위 상급 남신들이 이미 완전 전투태세다.

차원의 주신이 원탁을 두들겨 부수고 나서지 않았다면 저들이 먼저 달려들었을 것이다.

아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완전사라지고 저기 여신부에 자신들의 반려나 연인도 있는데 이미 눈이 뒤집히려하고 있다.

그 동안 쌓인 설움과 울화가 폭발한 모양이다.

‘경계’에서 영겁의 세월동안 싸우다가 대신족의 인증전이 끝나고 마계도 영원히 군림하는 마신이 대마신이 되어 축제분위기라 전쟁이 거의 중지되어 모처럼 신계로 복귀한 진정한 최상급 전신과 투신들이다.

휴가 기간 동안 무수하게 여신전용이나 부당대우에 당하면서도 자신에게 여러 차례 정중한 건의만 했던 진중한 자들이다.

원탁회의에서도 자신들은 전장의 신들이라며 신계의 조치에 따르겠다고 아무 말 없이 참석만 하며 많은 차별을 눈을 감고 참아왔다.

그러나 이번 여신부 수장의 말에 완전히 희망을 접은 모양이다.

영겁의 세월을 싸워 이긴 대가가 저들의 유일한 위안이던 신계를 위해 싸우는 영광스런 ‘전신’과 ‘투신’의 칭호조차 빼앗기는 것이라면 참을 이유가 없다는 듯 살기가 밀려오고 있다.

이미 여신들을 보는 시선은 가족이나 동료를 보는 눈이 아니다.

생사대적의 적을 보는 눈이다.

여신부의 황당한 소리에 단련되어온 태초의 투신들조차 넋이 나갈 폭탄발언인 것이다.

그래도 정신을 차린 태초의 투신들이 황급히 당장이라도 돌진하려는 신세대 전신과 투신들을 온 신력으로 억눌렀다.

지금 전투가 벌어지면 정말 되돌릴 수 없다.

더구나 그동안 참아, 왔던 젊은 투신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 결코 이성으로는 막을 수 없다.

저 여신들은 자신들과 이들의 아내이며 딸이며 가족이다.

주신급의 권능은 아직 없지만 이들이야말로 다음 신계의 주신급을 만들기 위해 만든 소중한 자신들의 직계들인 것이다.

여기서 같은 신계의 여주신들과 여신들을 상대하며 소모할 존재들이 아니다.

그런 개죽음과 비극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살기와 투기에 흥분상태로 전투태세로 들어간 그들을 신력으로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온몸으로 억눌러 갔다.

꼼짝도 못하게 된 신세대 투신과 전신들이 소리치기 시작한다.

“왜 막으십니까? 태초의 투신들이시여-! 신계를 지키는 전신의 명예로서 살고 투신의 용기로 죽으라고 가르치신 당신들이 아니십니까? 영겁의 싸움을 그 자부심으로 살아온 저희들이온데 그것이 송두리째 부정당했나이다. 이것이 그 영겁의 세월을 죽음과 소멸을 반복하며 지켜온 대가이옵니까? 당신들께서 약속한 미래가 이 것이옵니까?”

“아버지시여-! 차라리 타 신계로 가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주신님에게 과거 받으신 신력을 제가 같이 지불하면 되옵니다. 비록 상급신으로 떨어질지라도 저희들이라면 다시 최상급 신으로 다시 복귀가능하옵니다. 여기에 더 이상의 남신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남신이라면 당연히 전신과 투신이 최고라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신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한 전신이라고 하셔서 선택한 길이옵니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입니까? 이제 전쟁이 끝난 신계는 전신과 투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입니까? 저희들은 이제 아무가치가 없기에 정리를 하려하시는 것입니까? 그래서 신력을 회수하려고 이러시는 것입니까? 그럼 왜 다시 부활시키신 것입니까? 차라리 그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죽게 놔두시지 않고서 말입니다. 대답해 주십시오! 원탁의 최고위 여신들이시여-!”

뚝-! 뚝-!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절규가 모든 전신과 투신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너무나 원통하여 흘리는 눈물들이 신계원탁회의장의 바닥을 적신다.

수없는 죽음과 소멸을 겪은 전쟁과 투쟁 속에서도 흘리지 않던 남신들의 눈물에 여주신들과 여신들이 얼어붙어 간다.

언제나 묵묵하게 아무 말 없이 전투만을 행해온 저들에게 저 정도의 격렬한 감정과 한이 맺혀있는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저들은 자신들의 반려이며 아들이며 오빠이기도 했다.

‘쓸모가 없어졌다고 정리라니 가당치도 않다.’

그런데 이미 자신들을 쳐다보는 눈들이 가족을 보는 시선이 아닌 완전한 적의다.

심지어 직접적인 반려들을 직접 바라보는 시선에서 증오의 감정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신부의 수장들도 이 남신들의 격렬한 반응과 돌발적인 사태에 넋을 잃었다.

그리고 살기를 풍기며 여신들에게 걸어가던 차원의 주신이 걸음을 멈추었다.

“사냥을 끝낸 개들은 필요 없으니 정리할 생각이었던가? 신계자체의 구조조정 문제라면 전쟁의 신인 내가 나설 필요가 없군. 마음대로 해라. 나는 관여하지 않겠다. 필요도 없어지고 자부심도 긍지도 없는 전신과 투신에게 ‘경호신’의 칭호도 과하기는 하다.”

“무슨 소리를-! 우리는 그대의 여신에 대한 무례를 탄핵하기 위하여 헉-!”

여신부의 수장이 말을 하자마자 한꺼번에 모인 전신과 투신의 살기어린 시선에 몸이 얼어붙어 갔다.

일상적인 수련과 비무의 투기가 아니다.

진정 적을 죽여 없애겠다는 전장의 잔혹한 살기다.

더 충격적인 자신을 이를 부드득 갈며 노려보는 남신 중에 자신의 아버지와 반려가 될 예정이던 남신까지 있던 것이다.

항상 배려하고 무리하지 말라 격려하던 그들의 자애가 넘치던 모습은 없다.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완전히 잃은 느낌에 정신이 멍해간다.

그런 여신부의 수장의 모습에 차원의 조소어린 말이 뒤를 잇는다.

“여신부의 수장과 동조한 여신들이여 이 사태를 잘 정리하도록 하라. 만약 신계의 전력이 이 일로 조금이라도 감소한다면 모두 카르마의 재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 ‘중립’이 되면 ‘극선’인 내가 모두 직접 처리해 주리라. 전신과 투신의 부재로 인한 신계의 안전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차원의 중급주신인 나 혼자로도 충분하니 말이야.”

뚜벅-! 뚜벅-!

원탁의 자리에 다시 돌아온 전쟁의 신이 앉는다.

그리고 빛에 휩싸인 그의 모습에서 일부분의 빛이 흘러나와 과거 원탁주변의 공간을 둘러쌓았다.

후우우우웅-!

그리고 다시 생겨난 원탁을 둘러싼 지식의 신과 여주신들의 눈에서 한광이 흘러나온다.

여신부의 말 한마디로 정말 신계가 멸망할 뻔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대로 두면 전신과 투신들이 정말 주신에게 받은 모든 신력을 갚고서 다른 신계로 떠날 지경이다.

다른 신계의 중급 투신만 되어도 여기 신계보다 대우가 낫다.

그동안 말없이 버티어 준 것만 해도 고마울 지경이다.

그런데 거기다 ‘경비신’이라고 모욕을 준 것이다.

대상이 전쟁의 신이든 뭐든 할 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특히 지식의 신은 미칠 지경이다.

단순한 책략으로 행한 차원의 주신에 대한 신력의 정보조작이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것이다.

단지 중간계에서 반란을 획책하는 반신들을 끌어들여 차원의 주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덤으로 여신들의 세력을 줄일 생각이었는데 거기에 여신부까지 걸린 것이다.

더구나 최악의 사태로 젊은 신세대의 전신과 투신의 불만까지 드디어 폭발했다.

지금도 태초의 투신들의 다급하게 대책을 요구하는 의사전달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가고 있다.

도저히 자신으로는 대안이 없는 것이다.

‘무엇이 저 미친 폭언에 돌아선 전신과 투신의 마음을 돌릴 것인가?

그런 마음과는 상관없이 차원의 주신이 말을 잇는다. ‘

“언제나 남신들에게 요구와 희생을 요구해온 자들이여-! 그리고 그 부담과 피해를 남신에게 전가시켜온 여신부여-! 이번에야말로 너희들의 행한 모든 행사와 발언의 뒤처리를 직접 해보아라. 이번 사태를 신계의 위기상황으로 판단하여 ‘원탁의 선택’을 제안한다. 이것은 차원의 중급 주신이고 전쟁과 엘프의 신이며 원탁의 최고위신으로서 나의 제안이다. 다른 원탁의 최고위 신들의 의사가 다수결로 결정된다면 이것은 이 신계의 결정이 된다. 너희들의 운명은 너희들의 것이 아닌 신계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이 사태의 해결을 거부하거나 실패할 경우 신계에 대한 반역과 치명적 저해요인으로 판단하여 모두 처리될 것이다.

이것을 신계원탁회의의 정식안건으로 제출한다. 원탁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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