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2화
5권
여주신들의 써늘한 호통에 감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중간계에 걸린 1할의 힘의 제한 때문에 10써클에 도달한 반신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하면 정말 죽일 것 같은 것이다.
마신족과 싸우다 죽어서 신격이 하락되었다가 반신까지 동원하는 노력 끝에 다시 최상급 상급으로 돌아왔다.
그 기쁨을 만끽하고 상으로 반신에게 영생을 주었다.
그런데 어느새 반신들이 자신들의 턱밑까지 신력을 쌓아, 의지에 관여할 수 없고 생각도 알 수 없다.
그러다 이제는 통제를 하지 못하고 신력증가를 제안 받아, 부탁을 들어주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다 점점 부탁이 커지더니 이번에 이런 초대형 사고를 치고만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표정을 보더니 여주신들의 눈빛에서 이제 살기가 빛났다.
그리고 마지막 통보 같은 싸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최후의 수단으로 반신들을 완전 종속신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이미 너희들의 영역을 벗어났느냐?”
힘겹게 무서워하면서도 대답을 안 할 수 없다.
정말 여주신들의 분위기가 과거 신계의 주신이자 전쟁을 벌이던 그때로 돌아갔다.
솔직하게 대답안하면 죽는다.
“예. 중간계라면 저희들의 힘을 넘어섰습니다. 그전에 통제를 하려고 했는데 바쳐지는 신력이 증가되어서 잠시 처리를 미루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솔직한 대답과 사죄에 여주신들의 기세가 잠시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이가 없어 허탈해 하는 것이었다.
폭풍처럼 광폭한 신력과 신언이 자신들을 난타하는 것이다.
“하위신도 관리 못하는 너희들이 최상급 신이라고? 이 여신들의 수치들아-!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반신들에게 중간계의 신도를 모두 넘길 작정이냐? 신계를 멸망을 시킬 생각이냐고-!”
“꺄아아아악-! 잘못 했습니다.”
“부디 용서를-! 아악!”
쫘아아악-! 쫘악-!
거꾸로 매달린 채 신력의 채찍으로 맞고 있지만 전혀 반항을 할 수 없다.
어떤 권능도 주신의 최상위 권능에게 소용이 없고 신력의 질과 양도 따를 수 없다.
신계의 주인이자 가장 큰 전력인 주신의 권능을 다시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자신들의 바들바들 떠는 몸를 향해 천공의 벼락이 굉음을 내며 울리기 시작한다.
태양의 신력에 비해서도 권능이 위라는 ‘천공의 벼락’이 자신들을 직격하려는 것이다.
단 한번만 맞으면 최상급 상급신인 자신들이라도 소멸이다.
면사를 쓴 호리호리한 그랑라하의 눈에서 벼락보다 더한 투기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랑라하님-! 제발 살려주세요-!”
“죽이지는 않으마. 주신과 태초의 신들과 거의 대등한 지금 전력이 부족하게 되면 곤란하다. 단지 무능에 대한 자체 징계일 뿐이다. 이걸 공론화하면 이런 망신도 없기에 정식으로 징계를 못해 이 정도니 감사하게 여기도록 해라.”
꽈르르르릉-!
최대로 약화된 천공의 벼락이 최상급 여신의 신령과 신체를 손상시키지 않은 한도 내에서 감전시켜 나간다.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치솟고 몸에 번개가 튀며 모든 고통을 일깨웠다.
처절한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추한 비명을 닥쳐라-! 아예 소멸시켜 신력과 정기를 모두 회수하기 전에! 어디까지 추한 꼴을 보일 생각이냐? 너희들이 우리 직속의 최상급 신이 아니었으면 벌써 죽였다. 이 일이 원탁회의에서 공론화되면 너희들은 끝장이다징계로 하급신으로 신격을 하락될 수도 있다.”
그랑라하의 진심서린 경고에 벼락에 직격당하면서 자신들의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았다.
이 일을 차원의 주신이 정식으로 문제를 삼으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연히 상위신인 자신들은 징계를 먹고 잘못하면 하급신이 될 수 있다.
징계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직속 상급자인 원탁의 여주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서도 모두 달려온 것이다.
‘지금 고통이 문제가 아니다.
다시 신격이 하락되는 것만 피할 수 있다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
벼락의 굉음과 비명을 참는 신음성이 한참을 울린 이후에야 고요를 찾았다.
원탁의 최고위 신의 10자리 중 8자리가 여주신들로 채워진다.
그 앞에 벼락의 고통에 실신직전인 몸을 겨우 가누고 있는 최상급 여신들이 엎드린다.
여주신들의 관대한 처분만 바라고 있다.
이미 징계는 끝났고 대책을 논의할 때다.
“죽이자니 주신과 태초의 투신을 견제할 전력이 부족해지고 그냥 두자니 정말 창피해서 못 살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래 것들이 사고를 치니.”
“중간계의 반신을 통제 못하다 신도를 모두 잃고 별을 말아먹은 신계를 듣고 비웃었는데 설마 우리가 그 직전이었다니.”
“일단 차원의 주신이 원탁회의의 정식의제로 삼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누가 하지?”
“정식의제가 되면 주신과 태초의 신들이 벌떼처럼 달려들겠지.”
“주도권이 넘어갈 확률이 크다.”
“진작 반신들을 쓸어버릴 것을!”
“10써클의 반신 101명이다. 중간계가 전장이라면 최상급 신 1,000명이상이 투입되어야해. 그리고 이겨도 피해도 크다.”
“남신들을 마신족과 국지전을 벌이는 '경계'에서 뺄 수 없고 당연히 태초의 투신도 불가능하니 골치로군. 신계 주신이 가면 마신도 오니 절대로 안되지.”
“여신들은 전투경험이 거의 없으니 말이야.”
“여신들을 신력생산으로만 특화시킨 문제다.
그러나 효율을 위해 남신과 여신의 전문화를 포기할 수는 없지.”
“흐음. 결국 답은 차원의 주신인가?”
“중간계의 관리자이며 힘의 제한이 없는 그라면 반신들은 아무런 문제가 안 돼.
‘극선’인 빛의 주신에게 도전한 것으로 하여 카르마의 제한을 풀고 쓸어버릴 것이다.”
“그의 성향 상 전쟁을 반드시 하려고 할 것이고 반신들이 죽으면 상위신들도 신격이 내려가는 것이 문제야.
아마 최소 1단계는 내려가 전원 상급신이 될 거야.
그럼 여신의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긴다.”
“으득-! 정말 꼬일 대로 꼬였다.”
“사전에 교섭을 해야 하는데 차원의 주신의 개인신전의 출입구가 완전봉인이 되었다고?
아예 연락조차 안 되고?”
여주신들의 눈이 모두 그랑라하에게 향하자 그녀의 망사 속의 눈이 스산하게 빛난다.
벼락까지 은은히 번쩍이는 것이 기분이 나쁜 것 같지만 곧 냉정한 대답이 들려왔다.
“난 몰라. 개인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것이 통합의견이잖아? 회복 후 대화한 적도 없어. 이런 일방적으로 아쉬운 문제를 가지고 가기 싫어.”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야.”
여주신들의 뇌리에 난감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나마 차원의 주신과 친분이 있는 그랑라하가 저렇게 나오면 곤란하다.
그러나 내숭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회복할 때 같이 있던 흑발의 여주신이 자신만 강제로 끌려 나가는 것 같은 상황이 억울하다며 말한 일이 기억나서다.
지금도 흑발의 여주신은 그때에 완전히 만족해서 싱글벙글거리며 있었다.
자세하게 듣지 못했지만 상당히 뜨거웠던 것 같던데 말이다.
지하의 대광장이 뿌리째 흔들리며 굉음과 진동을 울린다.
11써클이 아니면 파괴가 불가능하기에 미처 흡수하지 못한 힘의 잔향을 내부로 흘리고 있는 것이다.
무한의 복원이 걸린 공간에서 부상이 완전 회복되므로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어느새 신족과 마신족, 중간계의 절대자들간의 3파의 결전이 되었다.
신족의 병렬 신력연결에 의해 회복과 강화가 된 신체가 마신족의 공격을 버티고 반격을 건다.
그 반격을 더한 마력 공격으로 부수고 다시 공격해 간다.
그것을 신족이 다시 막고 결정적인 반격을 노린다.
중간계의 절대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힘으로 혼란을 일으키며 그 전투를 조절한다.
‘전투력은 역시 마신족이 약간 뛰어나고 절대자, 신족 순이다.
그러나 총전력은 신족이 압도적이군.
신족이 역시 우위다.
그런데 마신족의 직렬 마력연결이 많이 개선되었군.
나름대로 보완 중인가?’
신족이 이 우주의 지배세력이 된 이유는 오직 하나다.
‘병렬 신력연결’이라 불리는 기본 권능이다.
그 권능은 범위 안에 모든 자들의 신력을 연결하여 공유하고 방어력을 증가시켜 나간다.
물론 각자가 버틸 수 있을 정도이지만 부담이 놀랍게 적고 개개인이 한계까지 강화된다.
그리고 행하는 주체는 통합된 신력을 가진다.
병렬 신력연결을 주체가 강할수록 그 권능에 포함되는 신은 늘어나고 단독으로는 상대가 불가능한 상대도 회복과 강화된 방어로 차륜전을 펼쳐 제압한다.
신의 수가 늘어날수록 권능은 끝없이 강화된다.
전 우주의 수많은 신들이 창조신을 주체로 창조주에게 권능을 강화하면 우주단위의 창조와 멸망이 가능하다.
이 우주의 모든 신과 창조신의 신력을 통합하여 회복, 강화하는 창조주 앞에 적은 없다.
결코 계측할 수 있는 신력이 아니다.
그것이 안 통한 것은 그가 최초다.
“약자(弱子)의 재주다.”
단 한마디로 일갈하고 ‘파멸유혼검(破滅有魂劍)’이라는 목검을 휘둘러 싸웠다.
전 우주단위로 형성된 ‘병렬 신력연결’을 유지한 상태인 창조주 휘하 전 신과 마신을 누구도 죽이지 않고 제압하여 그의 휘하의 우주로 두었다.
단 혼자서 하루 만에 이 우주 모두를 굴복시켜 종속시킨 것이다.
그 당시 참전한 주신의 수는 1억이 넘고 창조신역시 1만이 넘는다.
초월자들도 무수히 참전한 전 우주를 운명을 건 결전이었다.
그 당시 신족에게 토벌 대상이던 마신족까지 참전한 주우주단위의 총력전이었다.
창조주(創造主)는 그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중간계의 절대자 출신인 그에게 종속을 하느니 말소를 원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터무니없이 광오했고 대창조주와 신과 마신, 참전했던 모든 초월자들을 절망시켰다.
“나는 진심으로 영원히 종속하기를 원한다. 단 한 번의 패배로 굴복했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말이 우주에 새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우주의 지배계급이라면 말소조차 두려워하지 않은 의지는 당연한 일이다. 고작 한 번의 패배에 의기소침도 실망도 하지 말라. 다시 도전해 이기면 된다. 그러하니 지금 내게 복종하지도 충성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납득이 가는 순간까지 원하는 만큼 반항하고 질릴 만큼 도전하도록 하라. 그러나 지금 너희들은 아무리 해도 가망이 없으니 좀 더 강해지게 권능과 환경을 부여해준다. 신족에게는 대신족(代神族)을 마신족 대신 대적자로 준다. 신족에 비해 약한 마신족에게는 직렬 마력연결을 기본 권능으로 부여한다. 자격 있는 강한 자만이 위로 올라갈 수 있게 주신이상의 강자들은 인증전을 치루라. 죽거나 소멸한 신은 그 신격을 격하시켜 다시 기회를 부여하겠다. 마지막으로 발전과 진화에만 집중하게 카르마의 법과 계약을 이 세계에 부여한다.
이것을 거부하는 자는 내가 직접 심판하리라. 그리고 너희들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내게 다시 도전하라. 그 결과로서 다시 나의 종속을 결정하라. 긍지 있는 창조주와 신과 마신, 초월자들이여 진심으로 그대들의 도전을 축복한다.”
투명한 양피지가 나타나고 거기에 모든 창조주와 신과 마신, 초월자의 이름이 새겨졌다.
처음의 카르마의 계약이 창조주와 모든 신, 초월자들이 그와 맺은 순간이다.
창조주의 우주에 새로운 카르마의 규칙이 새겨지고 그 규칙은 모든 것 위에 있었다.
진화와 발전만을 보는 카르마의 계약을 거부하거나 해를 끼치면 어떤 존재든 그의 심판을 받아, 정말 벌레가 되었다.
또 마신족은 그에게 직렬 마력연결을 기본권능으로 받아, 주도적인 세력으로 돌아왔다.
그 권능은 신족과 같다.
영역 안에 모든 마신족이 마력을 공유하고 개인과 주체를 강화한다.
다만 그것이 방어나 회복이 아닌 공격력 강화다.
신족의 강화된 방어를 깨부술 공격의 권능을 그가 너무나 간단하게 부여한 것이다.
그 후 마신족은 세력을 대등하게 확보하고 신족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의 치하에 가장 큰 수혜자지만 그들은 그를 너무나 두려워한다.
역설적으로 그의 힘을 얻어 보니 무서움을 잘 안 것이다.
또 신족에게 복수심으로 날뛰어 행성을 부수고 그에게 심판받은 자들이 거의 마신족이기 때문이다.
그 심판받은 자들의 처참한 운명 앞에 마신족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별의 파괴를 통한 정기흡수를 그만두었다.
오직 인증전을 통해 신족을 능가하고 지배종족이 되어 정기를 흡수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신족에 대한 적대 본능 따위는 그가 주는 심판의 두려움 앞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가 내린 가장 낮은 처벌이 종족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족을 극도로 증오하던 최고위 마신왕이 이유 없이 주신을 죽인 사건이 있었다.
그는 당장 마신왕을 하급신으로 바꾸고 주신이 되면 다시 되돌려준다고 처벌하였다.
가장 증오하던 신족이 되어도 그에 의해 미치지도 죽지도 못한다.
자신이 거의 파괴하고 주신을 죽인 행성의 신계로 떨어져 주신이 되려고 고생을 하는 것은 정말 눈뜨고 못 봐줄 정도의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다.
오죽하면 새로운 그 행성의 주신이 ‘극선’이 되면 과거와는 상관없이 받아주겠다고 했을까?
그래도 뛰어난 능력이라 어마어마한 위업을 쌓아, ‘극선’이 되어 신계로 겨우 받아들여졌는데 마신왕 출신이 신계에 오른 감격으로 울었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 후 어느 용병주신과 종속계약을 맺고 어느 신계의 최고위신이 되었다는데 과연 대단한 능력자인가 보다. 마신왕 출신이 완전히 다른 신족의 최고위신이 되니 말이야. 하긴 나도 흑마도사 출신이기는 하군. ‘
눈앞에서 마신족의 직렬 마력연결이 신족의 방어막을 파괴해간다.
그런데 절대자들이 재빨리 신족의 방어에 동참한다.
신족이 무너지면 바로 자신들 차례라는 것을 알고 순간 동조한 것이다.
그러니 승부가 안 난다.
더구나 신족의 수가 가장 많다 보니 회복력이 빠르고 방어가 강해 마신족의 치명타가 안 먹히고 있다.
그렇다고 신족이나 절대자들이 마신족에게 치명타를 줄 정도의 공격력도 없다.
이것이 현재 이 우주가 균형을 이루는 원인이다.
거기에 대신족이 모두의 위협이 되니 서로 견제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협조한다.
“역시 종족별로는 승부가 안 나는군. 그만하라.”
쿠쿵-!
마력과 신력, 권능이 일순 얽히다가 떨어져간다.
극도로 힘을 발휘한 여파로 서로 숨을 몰아쉬며 주신전의 정기를 넘치도록 흡수하며 회복해간다.
지친 신들의 신체가 순식간에 회복되며 신력과 마력이 증가한다.
신들과 마신의 단련은 초반에는 이렇게 간단하다.
자신의 힘을 한계까지 소모하며 비우고 확장시키며 그릇인 신체를 강화해간다.
그렇지만 최상급 신 이후에는 정말 더디다.
정신체인 신들의 신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괜히 신족이 최고위급을 별개로 치는 것이 아니다.
여신과 여마신들의 땀으로 완전히 젖고 찢긴 옷들이 수복되고 갑옷도 완전히 회복되어갔다.
어디에도 방금 한계 전까지 싸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기가 보급되는 한 거의 불사불멸인 신족과 마신족인 것이다.
중간계의 여절대자들도 신체를 각자의 권능과 힘으로 회복시키고 숨을 몰아쉬고 있다.
거의 하루에 가까운 격전 끝에 오랜 봉인과 피폐에 무뎌진 전투감각과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우주수의 수액인 ‘트루 넥타르’를 물처럼 마시고 한계까지 흡수하였고 나의 주신전의 무한한 정기를 바탕으로 오히려 모두 1단계는 강화된 듯하다.
물론 과거 주신급인 수인들은 지금은 최상급 신에서 멈추었다.
그렇게 자연적으로 쉽게 신력이 채워질 정도의 신들과 마신이 아니다.
이제 흐릿하게 난 11쌍의 날개의 색깔을 보니 이곳이라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보고 모두 완전 종속신으로 날개를 접고 무릎을 꿇어 예를 표한다.
그 상태 속에서 옷이 모두 땀으로 푹 젖은 것을 보니 어지간히 힘을 소모한 모양이다.
“임시로 각 종족별로 최강자 1명씩을 임명한다. 나서라.”
신족과 마신족, 절대자들에서 1명씩 망설임 없이 나선다.
그리고 누구도 불만을 표하는 자들은 없다.
완전복원을 전제로 하는 치열한 집단 투쟁을 하루 치루면 개인의 우열을 가리기 충분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머리카락색이 보통 신족이나 마신족, 인간족과 다르다.
마족의 검은 머리카락이 아닌 진한 포도주처럼 검붉은 마신족이 고개를 숙인다.
“아나크렌온입니다. ‘아나’라고 불러주십시오. 주신님의 가장 날카로운 검이 되어 적을 멸하겠습니다.”
금발이 아닌 부드러운 황토색의 머리카락과 눈빛을 가진 신족의 여성이 나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다.
신족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넘친다.
그런데 죄인이라니 기이할 정도다.
“아르토스라 하옵니다. 저도 ‘아르’라고 부르시면 되옵니다. 주신님께 종속신족을 대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중간계의 여절대자도 우유처럼 흰 부드러운 백발의 머리카락을 숙이고 말한다.
“갈란투스예요. ‘갈라’라고 부르시면 좋아요. 최선이 아닌 결과로서 저희들의 가치를 증명하겠어요.”
다행히 어느 정도 각자의 서열도 정해진 모양이다.
이 정도면 중간계의 투입이 가능하겠다.
수도 10배로 적당하고 능력도 회복이 어느 정도 된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 나의 의지를 느꼈는지 3명이 이동구성으로 말한다.
특히 마신성의 중간계의 절대자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중간계의 절대자들은 저희들로도 충분해요. 같은 절대자들과 싸운 경험도 비교할 수 없지요.”
상급 주신성의 100배 규모의 최고위 주신성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전과를 기대해도 좋으리라.
“비록 신족과 마신족이 중간계에서 힘은 1할이나 상대는 신과 전투경험이 없는 애송이 10써클들입니다. 이 전력이면 가볍게 이깁니다.”
최고위 마신성에서 최고위의 마신다운 패기가 흘러넘친다.
“아무 피해도 없이 제압할 작전준비도 끝났사옵니다. 더구나 신족과 마족, 같은 수의 중간계의 절대자까지 참여한 중간계 절대자 토벌전입니다. 아무 걱정을 하실 필요 없사옵니다. 경애하는 주신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압도적인 승리로 그들의 무례를 허무한 죽음으로 갚아주겠나이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말이다.
심상을 공유하니 정말 편하다.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낯 뜨거운 상상만 참아주면 말이다.
그 정도야 이정도로 편하고 유능한 부하를 두는 대가면 정말 싼 것이다.
신력만을 다루는 신족들이야 하위신들과 심상을 공유하면 영향이 크다지만 나야 10써클 마법 16개를 중복영창이 동시 가능한 11써클 마도신이다.
완전 종속된 10서클의 하위신들의 이 정도 심상처리야 일도 아니다.
더구나 카르마가 ‘극악’일 때 단련된 정신력이라면 이들의 고민이나 심상이야 가소롭다.
그러니 완전종속의 서로의 심상처리 부담가중이라는 단점은 없고 신력과 정보의 공유라는 장점만 남은 셈이다.
“좋아. 모두 일단 휴식하고 준비를 더 보강하도록-!
그리고 3명은 약속대로 힘을 더 주겠다.”
나의 의사가 전해지자 모두 아쉬운 한숨을 쉬며 대목욕탕으로 이동하고 나 역시 전용욕탕으로 이동한다.
모두 땀과 피로 더러워져 있고 정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앞의 3명이 얼굴이 빨개진 채 기대에 찬 눈빛을 번쩍이며 나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좀 위험하게 흥분을 하는데 상관은 없으려나? 위험해. 위험해. 자칫하면 나조차 자아도취가 걸릴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잘 풀렸어. 완전 종속신도 기대보다 수준이 높고 이 주신의 육체도 신계에서는 아주 좋아.’
정신체들에게 무한한 호감과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중급 소년주신의 외무의 유용성은 그녀들과 계약을 통해 잘 알았다.
신계에서라면 무척 편리할 것이다.
더구나 이 주신의 육체는 과거 극한까지 단련된 인간육체에 비해 계발 여지가 엄청나다.
이것을 과거에 여린 미소년의 외모만 보고 약해보인다고 포기한 내가 한심할 지경이다.
지금 소실된 육체정보를 과거의 기억을 기반으로 다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주신의 육체도 같이 강화해가면 과거보다 더 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어디를 봐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목욕이 끝나면 바로 권능부여를 할 수 있다.
그럼 중간계의 정리준비는 완료다.
대신족과 용병전투에서 소멸할 위기도 있었지만 정말 유능한 종속신들을 얻어 만족스럽다.
권능을 부여하기 전에 이 감각을 조금 더 누리고 싶다는 생각에 물에 몸을 가볍게 ‘트루 넥타르’ 속으로 띄운다.
정기와 생명력이 몸을 채워오고 눈을 완전히 감고서 태아가 어머니 배속에서 있는 것 같은 안락한 느낌을 만끽해 간디.
그녀들의 목욕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이렇게 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무엇인가 결심한 것 같은 심상이 그녀들에게 전해져 온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주신이시여. “
목욕 중에 성의식(性儀式)으로 10써클의 권능을 중복 부여해서 완전 종속신의 강화를 일단 마무리를 지었다.
나의 신의 정이 남김없이 그녀들과 나의 몸 안에 흡수되어 자신들만의 신력으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중급주신인 나의 차원의 신력이 그녀들의 신력에 자리를 잡아, 권능의 상승을 돕고 성의식을 시행한 관계라는 것을 알린다.
성의식의 효과와 부여된 정기에 의해 각자의 날개가 펴지고 신력과 권능이 가파르고 강하게 올라간다.
물론 나와 당사자밖에 모르지만 이제 그녀들을 정상적으로 반려로 받을 남신이나 마신은 없다.
혼합된 정기로 인한 권능은 흔적이 남고 인간으로 치면 이혼녀정도로 대우받는다.
영원히 사는 그녀들이 감수한 일에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영원히 책임지면 되는 일이다.
나는 진정한 주신이 되기로 신계의 최상급신이 되는 날에 대수림에서 맹세했다.
그런데 수많은 신계를 만들고 번성시켜야할 내가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다니 웃기는 일이다.
지금은 단지 완전종속신이 강해지고 나에게 헌신적인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에 기뻐할 뿐이다.
성의식이 끝나고 그녀들에게 자신들의 정기와 의식이 모두 돌아온다.
눈빛에서 다시 정기가 넘치고 신력과 마력, 정기들이 안정을 찾았다.
펼쳐진 빛과 암흑의 날개들이 끝없이 빛나고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녀들의 몸이 신력이 늘어난 만큼 각자의 종족에 맞게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검붉은 머리카락의 여마신의 머리카락이 이제 흑진주의 빛과 칠흑과 타오르는 불길과 같은 붉은 색이 뒤섞여 검은 불길이 되어 일렁인다.
여신의 부드러운 갈색의 머리카락도 노을처럼 물들며 황금빛이 일렁이는 맥주와 같은 색으로 변했다.
여절대자역시 하얀 머리카락에 은빛이 일렁이며 새벽의 첫눈처럼 윤기가 빛을 발한다.
탄력과 강함이 넘쳐 온몸의 근육이 율동하며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었다.
아담한 몸에서 키가 거의 2미터에 도달하게 커진 것이다.
결코 우락부락하지 않으며 섬세한 근육이 부드러운 피부아래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신급의 여절대자답게 극도로 아름답고 강대한 근육이 날씬한 육체에 풍만함을 더한 모습이다.
개미처럼 가는 허리에 복근이 나오고 젖가슴과 엉덩이의 반원형으로 크게 부푼 것이다.
팔과 다른 근육역시 부풀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날씬한 상태에서 그 탄력과 강도만 더해간단.
힘과 속도를 양립하기 위해 근육의 부피를 줄이고 한없이 압축되었다.
신력이 높아질수록 몸에서 드러난 모든 근육과 팔과 다리가 마치 금강석처럼 단단함과 윤기를 더해간다.
피부역시 오라로 덮여가며 끝없이 강화되고 있으며 오라의 방어막까지 한없이 겹쳐간다.
아마 동급 미만의 신기나 권능으로는 상처조차 줄 수 없고 품어지는 오라에 접근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아마 하이엘프 퀸들이 저 경지에 도달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거기에 은발에 가까운 빛을 내는 백발이 휘날리니 거신족의 여주신이 크기만 줄어든 것 같다.
여절대자가 보이는 본래의 모습과 힘을 기반으로 보일 수 있는 위력을 예측한 나는 감탄성을 발했다.
주신급에 도달한 정기를 기반으로 오라를 동원해서 뿜어내는 타격은 말 그대로 작은 행성을 파괴할 정도다.
더구나 주신급의 오라로 강화한 몸과 오라의 방어는 10써클 정도의 원거리 타격은 완전 무시한다.
신력이나 마력, 공간이동조차 오라의 방어막이 방어한다.
그녀를 이기려 한려면 10서클 이상의 공격을 직접 몸에 타격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아다만티움보다 더한 강도를 보이는 커다란 육체를 보니 육탄전의 승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과거의 주신급인 나라도 승산이 절반정도다.
나라도 잡히면 죽는다고 전투예지가 경고하니 말이다.
“주신급의 권사 오라능력자는 이정도인가?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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