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7화
5권
뚝-!
“헉-! 신력제어의 구속구가?”
“창조신급의 공간제어?”
“단순한 주신이 아니야?”
나의 차원의 신언에 따라 수인들의 모습과 날라 오던 모든 제어구가 동작을 멈춘다.
역시 이 정도의 경지의 상대는 전투를 할 수도 없다.
조금 흥이 나려하다가 팍 식었다.
이런 단순한 공간제어도 깨지 못한다면 인원이 얼마가 되었던 의미가 없다.
죄수들의 얼굴도 형편없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날개의 신력을 동원해 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치려 했지만 차원의 중급주신이 된 지금 나의 통제력은 주신이 아니면 풀 수 없다.
동급이하는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빛의 최고위인 태양보다 상위인 신력인 차원의 권능의 권위이다.
이것을 얻으려고 사서 한 고생을 생각하면 이가 갈릴 지경이다.
그러니 그들이 무슨 짓을 해도 결코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절대자들의 안색이 재미있다.
단순한 11써클의 주신인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10써클 시절에도 단독으로 11써클의 강자를 타파한 칭호를 가진 절대자다.
‘신력과 마력을 동시에 다루는 마도신이기 하지.’
내게 날라 오던 신력 제어의 쇠사슬 구속구를 살펴보았다.
단순한 신족의 생산품이 아닌지 11써클 마도사의 눈으로도 파악이 잘 안 된다.
‘역시 그렇군. 창조신의 권능의 일부인가? 다른 종류의 기운을 자유자재로 변화하고 활용하고 있다. 구속된 자의 신력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여 정기로 바꾸는 구조로군. 신력의 내외부의 자극을 모두 정기로 바꾸어 자신의 구조를 강화한다. 구속자가 아무리 신력을 올려도 모두 정기로 변화되어 그 구조를 강화한다. 덤으로 그 자극을 견디게 일부의 정기로 구속자의 신체도 강화한다. 과연 이러니 완전한 제어를 자신하셨군.’
의외의 성과이다.
창조신의 권능인 여러 종류의 기운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신기다.
‘정기를 통한 자체강화 구조와 육체강화의 권능이 담긴 제어구라니?’
알고 주셨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정말 꼭 인사드리러 가야될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기를 통한 신체강화가 절실한 나다.
그 효능이 대부분 구조강화와 신체구속에 있지만 이것을 신체강화로 돌리는 것은 나에게는 일도 아니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
극히 일부지만 창조신의 권능이다.
10써클로는 어림도 없으므로 11써클을 총동원한다.
나의 머리의 11개의 마력의 원이 찬란하게 빛나며 구속구를 복사하며 강화해간다.
구속구의 무식한 쇠사슬이 점점 얇아지며 실처럼 변하고 그것이 상하로 엮어지며 천으로 변한다.
엘프들의 미스릴의 실로 만든 갑옷의 적용이다.
그 천에 그동안 정기를 발산하는 아다만티움과 마력을 발산하는 데몬 아다만티움까지 부어넣었다.
신력과 마력이 반발하려 했지만 창조신의 구속구가 그것을 모두 흡수하여 정기로 바꾼다.
그 바뀐 정기는 다시 마력과 신력으로 돌아가고 신체강화의 권능을 발휘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구조를 강화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겨우 주신급의 방호력 이지만 계속 입으면서 강화해간다면 창조신 급의 공격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찬란하게 반짝이는 은빛의 천위에 칠흑의 암흑의 문양으로 번쩍이는 천 갑옷이 완성되었다.
완전한 정기와 마력, 신력의 순환구조다.
남아도는 정기는 모두 자신의 구조와 착용자의 강화를 돕는다.
마력과 신력을 같이 다루고 신체의 단련이 절실한 지금의 자신에게 둘도 없는 보물이다.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벗고 당장 그것으로 갈아입었다.
나의 근원의 일월에서 발생한 정기와 신력이 이 천 갑옷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정기가 발산되며 나의 신의 육체를 강화시키는 것이 느껴진다.
놀라운 효과와 강화속도다.
이것이라면 성체가 되는데 많은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그래봤자 신족의 시간관념이지만 말이다.
이 천 갑옷의 유일한 문제가 일정이하의 정기를 가진 자라면 강화가 아니라 정기를 갑옷에 빨려 완전 구속이 되는 제한이 있지만 전체구속이 아닌 일부만 착용하면 될 일이다.
문제의 해결도 간단하다.
나의 신력에 완전히 제압된 죄수 여신과 여마신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얼마나 갇혀있었는지 정신체이면서도 때와 먼지에 엉망인 모습에 냄새가 날 것 같다.
저기 공격자세로 멈추어 있는 마신성의 여절대자들에 비해 뒤지지 않을 몰골이다.
“더러우니 일단 철저히 씻기고 다시 데려오도록 하라. 이야기는 그 다음이다.”
“뭐-! 이 새끼가 무슨 짓을 하려고-!”
“감히-! 읍-!”
“웁-!”
그녀들의 눈과 입에 은빛의 구속구가 생겨나며 말과 시야를 막는다.
아무래도 입이 너무 더러우므로 아까 풀어주었던 내가 다시 손봐서 만든 입의 구속구와 눈가리개까지 다시 시켰다.
육체의 제어구는 풀렸지만 나의 차원의 신력이 손가락 하나도 못 움직이게 고정시킨 상태다.
외부의 힘으로는 움직이지만 자력으로는 결코 움직일 수 없다.
나의 명령에 여신들이 여신죄인을 허공에 띄우고 절을 하고 나간다.
여마신들도 여마신 죄인들을 들고 고개를 숙이고 퇴장한다.
이 신전의 구조야 나와 심령으로 직결되어 있으니 다 알아서 잘할 것이다.
알현실에 남은 것은 나와 여절대자들뿐이다.
그녀들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자신들과 급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이제야 안 것이다.
최상급신과 마신을 찍어내듯 만들고 동작을 하나까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주신의 영역이 아닌 창조신이다.
아까 나에게 공격을 퍼부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이들의 소유주는 나다.
마신성의 형성에 혁혁한 공을 세운 중간계의 절대자들이기에 주신인 내가 어떻게 처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 역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나를 무작정 공격한 것이 너희들이던가? 카르마가 ‘극선’인 빛의 주신을 공격하는 것이 카르마의 ‘부정’임을 알고는 있겠지?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르게 해도 나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다. 그러나 나는 관대한 신이로다. 완전 종속조건은 방금 신과 마신과 같다. 자아? 어떻게 하겠느냐?”
“…….”
여절대자들의 안색이 완전히 하얗게 변한다.
신과 마신과 달리 중간계의 절대자들은 자유의지를 중시한다.
더구나 그녀들은 마신성으로 변하기전에 중간계에서 신의 지위까지 누렸다.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며 중간계에 강림하면 1할의 힘밖에 쓸 수 없는 신과 마신의 상대로 승리하기도 했다.
물론 완전한 마신성으로 변하자 마신들에게 그 제약이 사라지고 완전히 패했지만 말이다.
‘큰일 났다! 이 주신은 정말 완전종속을 원하고 있어. 잘못하면 영원히 종속된다.’
여절대자들이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지만 대책이 없다.
신력은 낮지만 권능은 창조신급인 이 주신은 완전종속을 원하고 있다.
이제보니 중간계 출신으로 유일하게 주신까지 도달한 절대자의 소문의 주인공이다.
대신족의 주신과 단독으로 싸워 승리한 강자이며 중간계의 힘의 제한도 없다.
지금 이곳을 벗어나 중간계로 숨어들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금 계약하면 정말 영원히 종속될 지도 모른다.
나오는 의견마다 절망적인 의견이다.
더구나 말 그대로 카르마가 ‘극선’인 주신을 아무 이유 없이 공격하여 ‘카르마’조차 약자에 대한 어떤 지원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자신들은 자신들의 행성의 마계화에 일조하여 중립에서 부정으로 치우치려는 아슬아슬한 상태다.
필사적으로 중간계의 생명을 마족의 무식한 관리로부터 지키지 않았다면 당장 ‘극악’판정을 받았을 정도다.
그렇게 발버둥 치다 결국 마신왕이 용병계약의 대가로 이 주신의 소유물로 넘긴 것이 자신들의 운명이다.
가혹한 완전 종속의 선택을 강요하는 주신의 더없이 아름답고 귀여운 신족의 아이의 얼굴에 두근거리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
알현실에서 나온 여신과 여마신들은 죄인들을 모두 들고서 차원의 주신이 기억 속에 입력한 대목욕탕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까는 경황중이라 몰랐지만 지금 보니 여기 주신전은 생전 처음 보는 규모와 호화스러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빛나는 모습에 신족이나 마신족이나 모두 경탄만 할 뿐이다.
“전부가 다 신력을 증가시키는 아다만티움인가?”
“도대체 이런 주신전이 존재하다니?”
끝도없는 긴 복도와 높은 천장을 가진 이 초거대 주신전이 1조각이면 대신전을 세울 수 있는 신계에서도 가장 귀한 물질인 아다만티움이라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수없이 박힌 신력증강보석의 수는 셀 수도 없다.
“가만히 있어도 신력이 조금씩 증가되고 있어.”
마신성에 있던 최고위 주신의 주신전도 여기와 비교할 가치가 없다.
최상급 신이 되면서 감각이 늘었는데 이 신전의 신력이 물밀 듯이 채워온다.
조금만 방심하면 정신을 잃고 혼자서 추태를 보일 정도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옮기고 있는 죄인들도 그 정기와 신력에 직통으로 당하고 있는지 가늘게 몸을 떨고 신음을 흘리고 있다.
거의 주신급의 강자들이었기에 더욱 민감한 모양이다.
그런데 기본 속옷만 입은 채 눈과 입을 금속 구속구에 제어당하고 몸조차 차원의 주신의 신력에 통제되어 꼼짝도 못하고 자신들이 이끄는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 그들의 팔과 다리를 잡거나 공중에 띄운 채 옮기고 있는 자신들이다.
“신격은 상급이지만 원래는 거의 다 주신급이지? 이 분들?”
“대부분 최전선에 내몰려 싸우다 포위되어 아깝게 소멸되신 분들이지. 그런데 이번에 정말 잘 못 걸리신 것 같아.”
“그러게 말이야. 주신께서는 이분들이 욕 하신 것을 그냥은 안 넘어가실 것 같은데? 아까 감정이 크게 변하셨지?”
“무척 심했지. 아까도 손을 보시려다 이분들이 공간제어를 깨지 못하니 허탈해하면서 풀어주시는데 아직 마음이 안 풀렸어.”
“여기는 외부와는 연락이 안 되어 잘 모르지만 대신족의 주신들과 1대 1로 싸워 이긴 주신이 저 분 맞지?”
“맞아! 대신족과 마지막 인증전 때 신들이 알려주었지. 거의 혼자 세운 전공이라 하던데?”
“정말 무모하고 강하네. 적어도 동급 10명 이상이 이길 수 있다는 대신족에게 혼자 도전하다니?”
“우리들은 꿈도 못 꿀 일이지. 적어도 직계들이나 가능할까?”
“불가능하지. 이번 인증전 때 거의 다음 마신이 확실한 직계 2분이 덤볐다가 대신족의 신멸포에 소멸될 뻔하고 전 마계와 신계가 총동원되었으니 말이야.”
“원래 저 분 소문이 마계에서도 소문난 색신인데 어떻게 되려나?”
자신들의 말에 죄인이 된 이분들이 경직하는 것이 느껴진다.
감옥에 갇혀 있다가 아무 말도 못 듣고 넘겨진 것이 확실하다.
자신들은 그래도 정령계 대기실에 도착하는 죽은 신들로부터 소문이라도 들어서 천만다행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상대의 성향을 확인하고 복종할 각오는 했다.
물론 그 외모에 넘어간 것도 있지만 말이다.
더 없이 중요한 종속계약조차 이것저것 따지지 못하고 홀딱 넘어가 무슨 매혹의 권능인가 의심도 잠시 했지만 그런 권능은 없었다.
있는 것은 자신들의 감히 측정하지 못할 끝없는 마력과 신력뿐이다.
더구나 최상위 신력인 태양과 그 보다 더 상위라는 차원의 주신이다.
지금 완전 종속되어 종속신이 된 자신들의 사고는 상급신이 원하면 전부를 알 수 있고 자신들도 상위신의 감정과 사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아까 이 분들이 욕할 때 웃고는 있었지만 분명히 감정이 크게 출렁였다.
무엇보다 상급신이지만 최고위 마신성에 수도 없는 하위신에 불과하여 수많은 상급신들을 모셔본 자신들은 알 수 있다.
이 주신은 결코 자신을 위협하거나 손해를 준 존재를 용납할 만큼 무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더 없이 귀엽고 아름다운 미소년의 외모를 가졌지만 그 속에 든 것은 광폭한 전사였다.
지금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몽롱해질 정도의 외모이지만 완전상급신과 연결된 심상은 철저히 단련된 투사의 강함이었다.
외모는 미소년이고 마음은 전사인 그 부조화가 묘하게 더 매력적이라며 얼굴을 붉히는 그들이다.
어차피 한명에게 완전 종속된 지금은 종족의 구분도 무의미하다.
모든 사고는 완전 상위신에게 개방되고 필요시 모두가 공유한다.
한마디로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개방한 상태이기에 거리낌이 없다.
“원래 모습이 저러지 않다고 했는데? 본래 상처투성이의 마른 근육질의 전사라고? 굉장히 무서운 주신이라고 하던데?”
“지금 모습이 신의 진체(眞體)는 맞아. 아마 부상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아. 이분들 정말 꼼짝도 못하네.”
“창조신 급의 현실제어인 것 같아. 주신이 아니면 방어가 불가능해.”
비록 자신들이 발현하지는 못하지만 많이 듣고 보아왔다.
아니, 언제인가는 저런 권능을 다루는 주신이 꿈꾸어 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분들은 죄인이 되어 상급신이 되었지만 권능은 주신급 그대로다.
신력이 부족해 발동은 못하지만 신체의 제어는 어디가지 않는다.
그런 과거 주신급의 강자들 수백 명이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제압되어 자신들에게 이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하는 길은 무척 길었지만 서로 이야기하며 오니 어느새 도착했다.
“크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고 있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높이 솟은 보석으로 장신된 문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저것의 가치가 얼마인지 이제는 상상이 안 간다.
아마 과거 자신들이 수억 년을 일해야 꿈꿀 가치일 것이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대욕탕의 모습에 입이 벌어졌다.
거대한 세계수의 가지가 하늘에서 뻗어 와서 빛이 일렁이는 액체를 폭포처럼 떨어뜨리고 있고 그 밑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가 그 빛나는 액체로 번쩍인다.
“우주수의 생명의 수액의 호수? 설마 넥타르?”
“하아. 이제 놀랄 기력도 없다.”
우주수의 잎은 나무의 의지가 허락하면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린다.
그리도 그 수액은 말 그대로 생명이다.
중간계의 생물에게 젊음을 유지시켜준다.
신조차 그 수액을 장복하면 긴 세월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생긴 불균형을 해소하고 부상을 입은 신체를 회복한다.
그것이 신들의 음료인 ‘넥타르’이며 최상급 신조차 가끔 주신이 개최하는 연회에나 맛볼 정도로 귀한 귀물이 여기에는 호수의 목욕물로 채워져 있다.
그것도 최상급 신인 자신들도 어렴풋이 경계의 벽을 확인할 정도의 크기의 대호수다.
그 호수바닥에 박힌 거대하고 평평한 보석들이 그 빛을 더하고 입구부터 호수까지 역시 대리석이나 돌이 아닌 온기를 발하는 이름 모를 매끄러운 보석으로 뒤덮여 있다.
그 바닥에 올라서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정기가 온 신체를 감싸며 행복감을 준다.
최상급신에게 이 정도 좋은 영향을 줄 정도면 이것의 가치는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호수 주변에 무수히 있는 열기와 향기가 올라오는 큰 온천 같은 곳을 조심스럽게 확인한다.
역시 이것도 넥타르이고 무엇인가 첨가되었는지 각자 다른 향기가 올라와 이 거대한 대욕탕인지 대호수인지 구분하지 못할 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보석바닥 아래에 비치는 우주수의 뿌리들을 보니 완전히 자체 정화하는 장소 같다.
신족과 마신족의 체액과 신체는 종류는 달라도 압축된 정기 자체다.
목욕하는 와중에 떨어지는 모든 부산물을 다시 비료로 흡수하는 구조라서 오염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온천 주변에 분수처럼 치솟는 따스한 우주수의 체액과 처음 맡는 향기에 긴장이 완전히 풀려간다.
여기저기서 잠시 소란이 일더니 황급히 이번에 지급받은 갑옷과 옷을 벗어 아공간에 넣고
몸을 담갔다.
분수에 몸을 맡긴 채 정령계에 유폐되기 직전의 장기간 대기로 피폐해진 몸과 정신을 풀어간다.
모두 신계도 없는 용병 주신의 소유물로 넘겨져 절망에 빠졌던 심정을 잊은 행복한 표정이다.
지금은 본래 신계나 마계에 있을 때에는 상상도 못할 화려함과 편안함에 모두 넋이 나갈 정도로 좋아하고 감동하고 있다.
이런 사치를 누리는 것은 주신도 못할 정도다.
모두 함께 알몸이 되어 마음껏 우주수의 수액을 전신으로 마시며 흡수하고 울듯이 기뻐하고 있다.
우주수의 수액이 주는 온전한 생명의 축복과 자신들의 극적인 처지의 반전에 감격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긴장이 풀린 여신과 마신들은 분수 속에서 장난치고 있는 모습도 간간히 보인다.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긴 머리카락을 풀어 투명한 수액에 풀어 그 모습을 바라본다.
빛나는 물속으로 자신들의 긴 금발과 흑발이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우주수의 수액의 효과로 신체가 다시 보완되며 빛나기 시작하는 서로의 몸을 쳐다보며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몸의 모든 상처와 불균형이 일시에 사라지고 잡티하나 없이 빛나고 몸에 향기조차 돌 정도다.
머리카락도 주신급의 여신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빛을 더하며 일렁이고 있다.
여마신도 검은 진주처럼 머리카락조차 빛나고 있다.
직접 보고 있는 여신이나 여마신조차 당황할 정도의 놀라운 미용과 개선효과다.
그리고 생명의 축복으로 정기가 늘어 신력과 마력의 그릇이 확대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것이 단 1번의 보상이라도 과거 상급신인 자신들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데 이런 것을 목욕이라고 가볍게 부여한다.
신계가 없는 용병주신이라고 하지만 가진 부와 권능, 부하에 대한 배려가 자신들이 아는 어느 주신보다 낫다.
더구나 이정도로 정기가 자연 발산되는 주신전이면 관리를 많이 해야 되는 중간계와 신계는 없어도 될 정도다.
이 정기라면 어느 정도의 수련을 하면 신력을 급속도로 올려줄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차원의 주신이라 마도사출신이라 그런지 상당히 합리적인 성향이다.
또한 받은 만큼 돌려준다가 기본 심상이지만 대체적으로 상당히 부드럽고 온화하다.
그런 따스한 성격이 마신족에게는 안 맞겠지만 전쟁터에서는 누구보다 용맹하다니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보는 사람에게 한없는 호감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답고 귀여운 신의 외모는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어디를 보아도 주신으로서 이상적인 존재다.
끝없이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에 생각이 정리되자 답은 저절로 나왔다.
"정말 충성을 하는 것이 낫겠지? "
“아아. 그래야 하겠어.”
“이제 완전 종속계약을 해지하자고 하실까봐 겁나는 걸. 마음에 안 드시면 아마 당장 쫓아내겠지?”
”윽-! 그렇기도 하네. 잘해보자고.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그런데. 저분들을 어쩌지?”
곤란한 표정으로 모두 땅에 내려놓은 죄수들을 쳐다본다.
차원의 주신님께 완전히 제압되어 여전히 손가락하나 까닥하나 못하고 신음조차 못 낸다.
신격은 하락되어 상급이나 과거 주신급의 강자들의 아름다운 몸이다.
더구나 끝없는 신체의 단련으로 약동하는 적당한 근육과 부드러운 여성미가 조화하는 것이 지금 자신들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육체다.
비록 더러워졌지만 자신들은 근접하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강대한 몸인 것이다.
바라보고 있는 같은 여성들인 자신들이 저절로 매혹되어 침을 삼킬 정도다.
“철저히 씻기라고 하셨지?”
“그래 분명히 철저하게.”
“그럼 명령에 따르자고.”
“철저하게 모두 씻겨드리자고.”
저절로 몸이 긴장되면서도 제압되어 꼼짝도 못하는 그녀들에게 접근하는 눈이 조금씩 열기가 피어오른다.
생명수의 생명의 축복과 이 아다만티움의 주신전의 과다한 정기가 더욱 흥분을 부채질 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들의 아름다운 나체를 향해가는 손이 조금씩 떨리는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신급 여신과 여마신들의 아름다움에 유혹되고 정기에 점점 취해서 멈추지 않고 가까이 가고 있다.
차원의 주신에게 완전 제압 순간부터 죄인들은 지금 너무나 당황하고 힘겨워 하고 있었다.
‘신력 구속구가 성질이 변했다. 신력이 변한 정기가 입의 구속구를 통해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어. 입안이 온통 정기로 가득차서 우읍-!’
가려진 눈도 보이지 않고 말도 되지 않는다.
완전히 외부와 격리된 채 목소리만 들린다.
그의 권능에 의해 완전 제압된 신체는 눈조차 깜박일 수 없다.
창조신의 구속구에 제어되던 과거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노력한 끝에 최소한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을 구속구 너머로 흐릿하게나마 볼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었다.
창조신의 신력 구속구에 묶여 풀려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분석해온 자신들은 알 수 있다.
그가 손본 이 무구가 1단계 진화했음을 말이다.
주신급이었던 자신들을 이렇게 하고 창조신의 무구를 손보는 것은 절대 주신이 아니다.
신력이 30억 정도의 중급주신이라 자신들이라면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들이 어리석었다.
더구나 풀려나기 위해 아무리 신력을 올려도 과거에는 약간의 충격을 받던 무구들이 신력을 감지하자마자 흡수하여 입과 입으로 정기와 신력을 보급하듯 입과 눈으로 주입하며 아찔한 쾌락을 제공한다.
더구나 이 주변에서 엄청난 정기가 몸 안으로 흡수되고 있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죄인이 되어 상급신으로 격하된 신력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쾌감에 흐려져 가는 이성을 겨우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신력보급을 위한 성역인가? 왜 죄인이며 반항하는 우리에게?”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완전히 제압된 상태에서 격렬한 정기의 유입에 몸부림치고 저항하는 와중에 차원의 주신에게 완전 종속된 여신과 여마신들의 대화가 들린다.
“여기는 외부와는 연락이 안 되어 잘 모르지만 대신족의 주신들과 일대 일로 싸워 이긴 주신이 저 분 맞지?”
그 강대한 대신족의 최고위 주신에게 홀로 도전해 살아남았다고 그것이 가능한가?
동급의 신과 마신족은 결코 대신족을 이길 수 없다.
이번에도 마신왕에 가장 근접한 대마신과 최고위 주신이 싸우다 소멸할 뻔 하고 신계와 마계의 총 전력과 용병까지 덤벼야 겨우 격퇴가 가능했던 상대다.
자신들도 전에 벌어진 수 없는 전투 끝에 소멸되고 말았다.
“원래 저 분 소문이 마계에서도 소문난 색신인데 어떻게 되려나?”
색신이란 소리에 몸이 자신도 모르게 흠칫 굳는다.
긴 신생 중에 이정도 미칠 것 같은 감각은 처음이다.
이것만으로도 이성을 잃을 지경인데 자신들을 소유물로 넘겨받은 창조신급의 권능을 가진 용병주신이 색신이란다.
하긴 대신족과 소멸을 각오한 전투의 대가로 신족과 마신족의 여성들을 소유물로 받아오는 것부터 이상했다.
영겁의 세월을 노력하여 최고위 신과 마신에 근접하였는데 단 1번의 패배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실수로 말이다.
자신들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하고 있었다.
허나 주신의 신력과 정기를 얻을 수 있는 정의 교환이면 자신들이 거부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열렬히 원하는 바이다.
마신족조차 저만한 주신의 정기를 얻는다면 마력을 급속도로 회복이 가능하다.
더구나 그는 11써클의 주신을 초월한 마도신이다.
창조신급의 권능을 가진 그의 마력이면 다시 자신들을 영광된 위치로 돌려줄 것이다.
자신들은 이미 그의 그의 아름답고 귀여운 외모와 끝없는 권능, 이 무한한 정기에 취해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것을 말이다.
아마 지금 안기라고 말하면 자신들이 먼저 달려들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코로 익숙한 향기가 밀려온다.
몸을 불태울 것처럼 뜨겁던 욕망이 상쾌하게 가라앉는다.
전쟁이 승리로 끝날 때마다 주신급 이상에게만 포상으로 1병씩 주어지던 귀물의 기억이 밀려왔다.
‘우주수의 수액인 넥타르? 어느 정도의 양이기에 이정도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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