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화
5권
그나마 냉철하고 쓸 만하다고 생각하던 신계의 정문담당 상급천사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 조금씩 다가오는 모습에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주변에서 수군거리며 다가오는 여신들도 점점 늘어난다.
날개를 보이지는 않지만 풍기는 신력과 터무니없이 귀엽고 아름다운 외모에 매혹 당했는지 모두 얼굴이 빨갛고 흥분상태다.
자신의 신력은 25억의 주신을 초과하여 있고 마력역시 20억이다.
11써클에 들어 힘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지금 45억의 힘이기에 거의 중급 주신이다.
그 중급주신이 가지는 외모의 매력과 신력이 풍기는 아우라를 간과한 실수다.
‘이러다 어디로 납치될지 모르겠군. 정말 위험한 눈들이야. 가끔 이것들이 빛의 여신들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지금도 눈빛이 무섭게 반짝이는 여신들이 많이 보인다.
그것도 점점 늘어나서 수십 명이 넘으려 하고 있다.
화르르륵-!
자신의 13쌍의 빛의 날개가 찬란하게 펼쳐진다.
상급천사의 눈이 커졌다.
이 신력은 치안 경계대상 1호의 신력의 파동이다.
그것도 처음 느낄 때보다 배 이상 강력해진 파동이다.
도대체 이 주신은 어떻게 이렇게 신력의 증가가 빠른지 모르겠다.
더구나 갑자기 이런 외모 변화는 반칙이다.
“차원의 주신이며 전쟁의 신이 용병지원의 복귀를 알린다. 주신전에 통보하도록 해라! 이 모습은 진체(眞體)이니 내 증명에 재등록하라.”
“옛-! 즉각 통보하겠습니다.”
너무나 귀엽고 아름다운 신족의 아이가 상급천사에게 위엄 있게 명령한다.
그리고 주신의 증거인 13쌍의 빛의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주신전으로 향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여신들이었다.
“설마 차원의 주신? 분명히 인간이었는데?”
“완전한 신족이잖아?”
“게다가 저 귀여운 외모는 또 뭐야?”
“진체였지? 분명히 변신은 아니고?”
여신들이 우르르 정문의 관리소에 몰려들고 인증기의 확인을 요구했다.
결국 상급천사가 황급히 신족 인증기를 확인하고 말했다.
“분명히 신력파형이 일치하고 진체(眞體)가 맞습니다.”
“말도 안 돼-! 투신이 저렇게 귀여우면 범죄라고-!”
그녀들의 뇌리에 있는 것은 투기에 휩싸여 대신족과 처절한 전투 끝에 승리한 거칠고 야만적인 투사의 모습이다.
더구나 여성전용지역은 완전히 무시하고 항의하는 모두를 거꾸로 매단 무뢰한이었다.
여신부에서 단체로 겁박하니 ‘주신살의 창’을 머리 옆에 박아버리고 ‘귀찮게 하면 죽인다.’라고 협박하던 전쟁의 신이다.
주신과 신계에 등록하자마자 결투를 벌인 것은 이미 모르는 신이 없다.
대신족과의 전투이후 태초의 투신들조차 상대가 아님을 자인한 강대한 주신이 지금 완벽한 신족아이의 모습으로 복귀했다.
그것도 총괄 45억이라는 중급 주신의 신력을 가지고 말이다.
“하아! 이건 이것대로 골치로군.”
자신의 개인신전으로 날아가는 길에 분명히 여주신들이 자신에 대한 봉쇄령을 걸었을 텐데도 따라오는 여신들이 장난이 아니다.
13쌍의 날개가 주신임을 증명하는데도 잠시 멈칫거리다가 황급히 따라오고 있다.
“잠깐 어디의 주신이신지?
말 좀 잠시 나누면 안 될까요?”
“잠시만요!”
“차원의 주신님이세요? 그럴 리가 없지요?”
적어도 9쌍의 날개이상을 가진 최상급의 여신들이다.
자신의 신력파장을 알고 있을 텐데도 천연덕스럽게 따라붙는다.
신속하게 날아, 따돌리고 자신의 개인신전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속도를 내어 정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신의 뒤에서 자신을 찾으며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깔끔하게 무시다.
지금 저런 여신들 상대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외모가 변했다고 태도가 바뀌는 것도 어느 정도이지 말이다.’
용병신 지원기간 봉인했던 신전의 문을 열고 혹시라도 귀찮음을 피해서 문을 다시 재봉인했다.
거대한 아다만티움의 주신전을 거닐자 쏟아지는 정기에 신력이 보충되고 강화되는 느낌이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지금의 이 신체는 완전하게 신위를 얻은 신족의 몸이다.
단련되지 않는 인간의 몸은 거의 발현되지 않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마력의 회복이 느리지만 그만큼 신력과 정기의 흡수가 크다.
그리고 몸이 흡수하는 정기의 쾌감이 장난 아닐 정도로 크다.
여주신들이 왜 이 주신전에 들어오면 정기의 유입을 막지 않으면 흥분상태가 되는지 알 정도다.
“그래서 다들 곤란해 했군. 나도 방심하면 힘들겠어.”
하지만 그래봤자 고통과 쾌감은 육체의 감각에 불과하고 나는 근원학파의 흑마도사로서 감각제어에 달통한 상태다.
‘필요하면 팔다리를 희생해서 육체마법을 써야하고 고통에 멈칫거리는 순간 죽기에 기본 소양이지.’
신경을 제어하여 쾌감을 억제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가볍게 중추신경의 흥분감각을 가라앉히고 알현실의 의자의 중앙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꺼내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찬란한 보석과 아다만티움의 황좌에 앉아, 13쌍의 타오른 황금빛의 날개를 빛내는 그 모습은 과거의 흑마도사로서 신력의 힘만을 빌려 전투하던 모습과는 다르다.
흑금발이 거의 황금빛으로 아롱지며 빛나고 자신이 봐도 너무나 귀여운 아이의 얼굴이 비현실감을 일으킬 정도다.
그리고 아담한 키에 가느다란 팔다리가 중성적인 매력조차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지극히 귀엽고 매혹적인 신족아이다.
“쯧-! 아무리 신족의 외모가 신력에 비례한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는군.”
자신의 상태는 갓 태어난 신족의 아이 상태다.
그동안 흑마도사의 강대한 마력에 억눌린 신족의 부분이 처음 전면에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가장 순수하고 맑은 신력이 육체에 발현되어 이런 미소년의 외모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전투를 거듭하면 투신에 어울리는 모습을 가지게 된다.
아니면 생명을 탄생시킨다면 거기에 어울리는 따스한 신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갓 태어난 지금은 누구라도 감탄할 만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신족 소년의 모습이다.
“에라, 모르겠다. 더구나 신력과 신족의 육체를 강화하려면 이 상태를 유지해야해.”
창조신이 넘겨준 신족의 신력의 강화방법은 간단했다.
세부적인 것은 많지만 결국 이 정도다.
“신력이란 신도가 바친 ‘긍정’의 정신에너지가 모두가 아니다. 진정한 신력은 신 자신의 ‘긍정’적인 생각의 강함과 정신의 단련, 신체의 강화에서 나온다. 거기에 따라 신 자체가 강해지고 주위의 모든 것이 그에게 힘을 준다. 그것이 진정한 본신 신력이며 그 외는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고 온 세상을 ‘긍정’으로 이끌라. 물론 신체와 정신의 강화는 필수다. 시행방안은 첫째 항상 신력을 최대한 전개하고 유지하면서 급속도의 소모와 회복을 병행하여 신체의 내구도와 크기를 확대시킨다. 둘째 자신으로 인하여 세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게 이끌라. 쯧-! 정말 참 쉽다. 누가 몰라서 못하나?”
마력은 대수림의 마탑에서 마기를 중심으로 끌어 모으면 되는데 이건 자신의 신력을 최대한 발산하여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라는 정반대의 소리다.
그럼으로써 세계에 기여할수록 더한 신력을 얻게 된다는 지극히 바른 말이다.
지극히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안정적인 지름길이기는 하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살 수 있는 신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 현실과 타협하기 나름이다.
자신을 갈고닦는 것보다 주변의 것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니 말이다.
본신신력의 증가의 어려움에 나조차 처음에는 신도를 늘릴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 창조신의 책의 말에 저절로 혀가 차지는 것이다.
역시 왕도는 기본에 있는 것이다.
“창조신정도의 존재라면 여주신들의 ‘헌신 서약’같은 비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지극히 높은 경지는 기초로 돌아오는군.”
내심 ‘헌신서약’과 같은 비법을 원한 자신이 부끄럽다.
거짓정보나 내용은 아니다.
히죽거리던 창조신조차 분명히 광명정대한 신력으로 가득 차있었다.
거기에는 어떤 속임수도 없이 차근차근 쌓아올린 빛의 신력이었다.
저 사기꾼 주신과는 차원이 다른 ‘긍정’의 신력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휘몰아쳤다.
“어쩔 수 없이 죽인 수보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린다. 살린 생명의 수가 많을수록 신력은 증가한다. 자신의 존재자체가 '긍정'일수록 신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것이 빛의 창조신의 진정한 본신 신력이군. 나 역시 명심해야겠지.”
그렇다고 나와 맞먹겠다고 덤비는 저 건방진 중간계의 절대자를 용납하지는 않는다.
죽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법은 얼마든지 알고 있다.
더구나 마신성의 재탕은 사양이다.
지금은 저것들이 신계의 제어를 피해 머리를 써서 ‘선’으로 유지하지만 급박할 때 한순간 ‘악’으로 바뀌는 것들이다.
영향력과 피해가 커지기 전에 정리한다.
‘창조주의 보석’을 꺼내어 거기에 담긴 마신성의 10써클급의 절대자들을 꺼내었다.
털썩-!
파팟-!
보석에서 튕겨 나온 여성 절대자들의 모습이 순간 흐려졌다.
그리고 나의 전면을 뒤덮고 공격을 가한다.
튀어나온 102명 전부가 자신이 가능한 최대한의 공격을 보석에서 나오자마자 퍼붓는 것이다.
지극히 효율적이고 빠르다.
‘10써클의 나라면 10명 이상은 이기기 힘들 정도다.’
정말 마신성의 마계화에서 살아남은 자들답다.
결정도 빠르고 행동도 신속하다.
그들의 결정은 소유주인 나만 죽으면 자유라는 것이다.
확실히 그렇기도 하다.
‘정지.’
파둑-! 둑-!
공간이 어긋나고 공기가 멈추는 소리가 알현실을 울린다.
나의 생각과 동시에 그녀들의 모든 공격과 신형이 공중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이미 생각하기 전에 공격이 멈추고 있었다.
창조주가 말 한대로 확실한 제어다.
그녀들의 몸에 걸린 신력과 마력을 확인했는데 겹겹이 제어가 걸려있다.
‘당연히 완전한 의식제어는 아니지만 의지에 따른 절대 동작제어와 강제 절대충성인식이군. 더구나 내가 죽으면 같이 소멸하는 강제 동조소멸까지? 지독하기도 하셔라. 하긴 이들이 중간계에서 분탕 친 것이 마신족과 패한 주 이유이기도 하니 이 정도는 약과이려나? 무엇보다 독한 것들이니 말이야. 후훗-!’
자신을 지금이라도 갈기갈기 찢을 듯 쳐다보는 시선에는 증오와 살기만 넘친다.
마신족 휘하의 행성에서 중간계의 절대자의 위치는 강한 노예 그 이상이 아니다.
중간계에서 온갖 사치와 권력을 누리다가 마신족에 의해 노예로 떨어졌다.
그 후 어떤 취급을 받아왔는지 허름한 복장과 장비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넝마에서 보면 알 수 있다.
자신들이 한 짓도 모르고 중간계를 버린 신들을 원망하다 다른 행성계의 주신이 절대자로서도 아니고 소유물로 넘겨받았으니 그 감정은 짐작을 할만하다.
일부 인원은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지 냄새까지 나고 있다.
참으로 불쌍하게 전락한 모습이다.
“이…… 읍-!”
‘조용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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