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8화
4권
대신족과 싸워 죽음과 소멸을 반복하는 주신과 마신을 보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창조신이었고 그 모습을 보며 기막혀 하는 마신왕과 대신족의 창조신이었다.
아까부터 보았는데 어디에도 전쟁터의 긴장은 없고 마치 경기장에 소풍을 나온 아이처럼 해맑다.
정말 이 하급 창조신은 괴이하다.
‘네가 제일 이상한 것은 알고는 있냐? 창조신이 왜 마신왕인 내 승급을 걱정해? 그리고 나는 마신왕이지 창조신이 아니란 말이다! 내가 왜 이 우주지역 전체를 관리하고 운영을 해야 해?’
‘저 창조신 놈은 정말 미친 것 같아. 정말 만만치만 않으면 끝장을 내겠는데 정말 돌겠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여기서 놀고 있는 거야.’
마신왕과 대신족의 창조신의 뇌리에 창조신 인증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창조신이 마신왕의 마기를 웃으며 튕겨내었다.
대신족의 창조신의 태양계 정도는 가뿐하게 날리는 신멸포 속을 미친 듯이 웃으면서 그대로 맞고 들어와 행성 생체갑옷을 맨손으로 부수던 존재였다.
‘그 다음부터 종족구분 없이 친구를 대하듯 웃으며 친근한 척하는데 정말 돌아버리겠다.’
덤으로 이 지역우주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마신왕에게 떠넘겨 버리고 놀러 다니고 있다.
‘제대로 일해! 이 자식아! 넌 창조신이지 한량이 아니란 말이야! 다른 창조신은 승급을 위해 주신성을 열심히 만든단 말이야! 최고위 주신성까지 만드는 것이 가능한 놈이 왜 일을 안 해.’
‘넌 최고위 창조신으로 올라가란 말이야. 너 때문에 나도 저평가란 말이다.’
그래도 자신들보다 강자라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자신들의 마음속의 분노를 싹 무시하고 즐거운 웃음으로 관전만 하는 창조신이다.
옆의 둘에게 약자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우주의 일상이다.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는 자에게는 전쟁이 끝없이 벌어지고 인증되면 번영과 안정이 주어진다.
우주의 발전과 진화를 시키면 상관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정한 우주의 냉혹한 법칙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우주는 너무나 활기차고 강하며 아름답다.
이 지독한 경쟁과 전투에 지쳐 다른 우주로 갔던 창조신과 마신왕들이 용병을 감수하면서 다시 돌아올 정도로 말이다.
탁-! 탁-! 타악!
눈앞의 책과 서류뭉치들에게 인상이 저절로 써진다.
책은 금빛이 찬란한 마도서 들이고 다른 서류뭉치는 중간계에서 올라온 요청서이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은 그가 준 11써클 마도서 전집의 일부이다.
무슨 재질인지는 전혀 모르겠고 금색으로 잘 치장된 것을 보니 환장하겠다.
물론 나도 마도사니 11써클의 마도서에 미친 듯이 기뻐해야 하지만 그 위에 적힌 문자가 문제였다.
“축하한다. ‘근원’이여. 너의 태양은 약간 손보았으니 이제 너를 태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11서클의 마도서는 새로운 성과에 대한 보상이다. 중간계의 절대자이며 주신으로서 활약을 계속 기대하고 있겠다. ‘진리’의 절대자.”
“무섭다.”
결국 눈에 띄고 주목받고 말았다.
기쁘기도 하지만 맹렬하게 불안감이 밀려온다.
이 우주에서 이렇게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한 몸에 받는 존재가 없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대’란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받아야 한단다.
그것이 모든 생명의 감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같이 받아야 완전한 지배를 할 수 있으며 한쪽만 받는다면 그것은 반쪽이하이니 항상 염두에 두라고 가르쳤었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에게 상을 주면 반드시 죄도 같이 처벌한다.
누구에게나 상과 징벌을 집행하기에 그는 ‘진리’이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고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격자기에 큰 문제는 없다.
그가 말하는 우주의 발전과 진화만 시키면 아무 상관도 하지 않고 누구든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문제는 본인이 인격자고 나발이고 내가 아주 조금 마음에 든다는 말 한마디면 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들 존재는 이 우주에 널렸다는 것이다.
그를 싫어하는 자는 철저히 증오하고 추종하는 자는 맹목적으로 맹종한다.
그가 누군가를 아끼면 증오하는 자들은 복수하려 죽이려 하고 싫어하면 맹종하는 자들에게 처단되어 죽는다.
둘도 아니면 그에게 총애를 받는다는 질투로 죽이려고 한다.
물론 그는 복수를 하거나 충성, 질투를 하여 죽이는 것은 아무 상관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죽은 약한 본인 탓이니 말이다.
그래서 다시 눈에 안 뜨려고 그가 가장 활동이 많은 마계는 얼씬도 안했는데 설마 주신의 인증전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다.
“아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평생의 은인이니 잘 모셔야 하는데 무서워서 정말 가까이 가기 싫단 말이야.”
눈앞에 11서클의 마도서가 황금빛으로 번쩍인다.
‘도대체 그의 마도는 어느 정도의 경지일까?’
차마 열어보지를 못하고 신전에서 몸을 회복하며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몇 가지 골치 아픈 일이 중간계에서 생겼는데도 이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는 순간 너무나 높은 수준에 절망하여 다시는 그에게 도전이나 도달을 위해 노력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확실하게 심령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아까부터 미친 듯이 용병신 요청도 오고 있다.
‘전 우주에서 벌어지는 대신족과의 인증전이 거의 패색이 짙어 비상이군.’
승리에 대한 축하는 순간이고 창조신장의 특명으로 모두 신계에서 대기상태다.
그리고 모두 다른 신계로 여유 신력을 보내고 있으나 우리 신계만 특별히 공을 인정하여 휴가상태다.
그런데 갑자기 용병요청이 주신과 나에게 폭주하여 살짝 그 곳을 보니 저 꼴이다.
“정말 끔찍한 상황이네.”
슬쩍 차원을 통해 쳐다본 다른 행성의 인증전은 대신족의 창조신들이 총출동하고 창조신들과 마신왕도 모두 지원을 나온 상태다.
거기다 그 비싼 용병신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거의 총력전 수준이다.
물론 아직 발전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은 우주이기에 종족결정전은 아직 멀었다.
다만 강제로 끌려나와 전쟁에 투입되는 마신성의 절대자들을 보니 정말 혀가 차진다.
“쯧-! 쯧-! 그러게 좀 작작 죽이지 그랬냐? 카르마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죽이고 욕망대로 즐기더니 꼴좋구나. 나보고 나약한 신계에게 병신 짓한다고 비웃더니 결국 행성을 마계로 말아먹었어. 가만, 이거 남의 일이 아닌데?”
방금 최고위 마신성의 대신족과 인증전을 보며 하는 소리다.
우리 주신성의 10배 규모의 초일류의 주신성이다.
규모만큼 무수한 생명과 종족이 있었고 주신역시 최고위 주신으로서 강대했다.
물론 마계도 강했지만 워낙 정기가 넘치는 별이라 신도의 수가 압도적이라 마계와 인증전을 이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저 중간계 출신의 절대자들이 문제였다.
꼴에 10써클급의 강자라고 신계의 명에 불복하고 스스로 중간계의 신이 되어 중간계의 패권을 두고 싸워 초토화 시켰다.
하나 둘이 아닌 수백 명이 그 짓을 하니 결국 신계의 신력과 정기가 고갈되어 마계의 순간적인 결사적인 공격을 받고 마계의 승리가 되었다.
신계는 깔끔하게 이 별이 마계로 어울린다고 인정하고 손을 떼고 물러났다.
그 다음에 중간계의 1할의 힘의 제약이 풀린 마신들이 강림하여 모두 마계의 강자의 원칙에 의해 노예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중간계의 약자에게는 지옥이 펼쳐졌다.
10써클이지만 결국 이곳의 마왕급이다.
최고위 마신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절대자들도 설마 신계가 완전히 손을 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신의 자비를 절규했지만 이미 끝난 상황이다.
신족은 마족의 생명번식의 의뢰를 정기를 받고 일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신도로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외면했다.
신의 가호를 잃은 그들은 모두 마신족의 소유물이 되었다.
진실로 잔인한 세상인 것이다.
“저렇게 중간계의 절대자들이 타락하니 신족과 마신족의 인증전이 생기지. 멍청한 것들-! 이제 어쩔 것이냐? 누가 너희와 너희들의 별의 생명을 가축에서 구원하겠는가?”
누구에게나 강해질 기회를 주고 키워주는 존경하는 군림하는 마신의 마계와는 다르다.
인간을 정기를 공급하는 가축취급을 하는 일반적인 마계다.
약한 마족조차 그런 취급을 하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정말 죽는 것이 낫다.
더구나 마신왕이 독한 마음을 먹었는지 후계자인 대마신까지 투입하여 용병투입까지 하고 전격전과 총력전을 벌인 전쟁이었다.
거기에 신계의 용병으로 잠깐 참전하여 한몫은 챙겼지만 마계로 변한 그 뒤는 정말 보기 끔찍했다.
소모된 정기를 보충하기 위해 정말 잔인하게 정기를 뽑아낸 것이다.
그 많던 행성 인구의 9할이 소멸되고 정기로 바뀌었다.
그 참상에 절로 고개가 저어졌지만 이것이 이 우주의 법칙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이상을 위해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욕망을 따라 결국 마계를 불러온 것이다.
‘신계를 망하게 한 마계의 1등 공신 놈들이 바로 저 이상만을 부르짖으며 서로 싸운 초월자들이다.’
거기다 신의 이름을 부르면 다른 신을 믿는 자들을 공격한 광신자들도 만만치 않다.
들어나지 않아서 그렇지 만인의 지탄을 받는 흑마법사들보다 더 더러운 것들이다.
권력이 없는 자들의 재산을 탐내 선량한 인간을 마족의 하수인으로 몰아 화형에 처하는 것은 약과다.
국가단위로 연맹을 맺어 타 신을 믿는 자들을 몰살하고 종족 말살을 하는 것들도 넘쳐 났다.
그런데 중간계에서 올라온 요청서 서류뭉치들을 보니 정말 가관이다.
주신이 이제 내가 중간계를 관리하는 주신이라고 슬쩍 떠넘겨왔다.
대부분 교국의 교황들과 절대자라 불리는 10써클 급의 절대자들의 요청서다.
‘고대의 신과 악신을 모시는 자들을 토벌해야 하니 제가 신도들을 이끌고 나서겠습니다. 중간계의 일부를 저에게 위임해주시면 대신 잘 관리를 하겠습니다. 저희 종족은 저를 신으로 모시고 신력을 잘 생산하니 자치권을 주십시오. 후훗-! 이것들이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냐?’
다시 잘 보니 이것들도 이제 마계의 위협이 없다고 배가 불렀는지 슬슬 징조가 보였다.
내가 관리를 떠맡은 중간계도 저런 골치 아픈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번영과 발전은 타락과 나태도 같이 불러오기 때문이다.
갑자기 없던 종교재판도 생겨나고 신력도 없는 놈이 고위신관노릇도 한다.
그리고 종교를 믿는 자가 권력에 붙어 신을 대신해 세상의 옮고 그름을 재단한다.
차라리 순수한 권력자면 상관없는데 신의 이름을 들먹이며 신의 대행자 노릇을 하려 한다.
그야말로 배교자보다 더한 신에 대한 모독 행위다.
그러나 신들은 그래도 자신들의 신의 세력이 늘어나자 보고만 있다.
‘내버려두면 종교전쟁이 일어날 판이네.’
그럼 신도가 급감해 저 마계로 변한 마신성 꼴이 날수도 있다.
그건 절대 사양이다.
그나마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신계의 주신인데 잃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기분이 나쁜 것은 중간계의 절대자들인 반신들이 건방지게 나에게 자신들의 정당한 처우 어쩌고 하면서 야금야금 요구를 해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계의 관리자인 나를 얕보고 얼마 안 있어 절대자들이 7서클이하의 초월자들을 뭉쳐서 개판치기 직전의 상황이다.
“중간계에 있는 광신자도 몽땅 정리해야겠다. 흑마법사들만 일부 정리한 것으로는 마음이 안 놓여. 덤으로 절대자 놈들도 모두 죽여 놓아야겠다.”
우리별에도 절대자가 많이 있느냐고?
당연히 많다.
각 종족에서 대부분 반신이나 최초의 교황으로서 생물의 한계를 초월해 신이 된 자들이다.
그러나 반신들이라 신계에는 못 들고 신계의 경계에 있거나 자신의 종족의 수호신의 자리를 꿰찬 것들이다.
여기 사기꾼 주신이 괴물이라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있던 놈들이 중간계를 관리하는 주신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슬슬 기어 나와 세력을 늘리고 있다.
과거와 나와 같을 정도는 아니지만 중간계라면 최상급 신들도 토벌이 곤란할 정도의 강자들이다.
또 이것들은 차원의 권능을 가진 나와는 다르다.
나는 차원의 권능으로 많은 세상을 보고 경험하여 그의 카르마가 얼마나 무섭고 이 우주가 발달과 진화에 도움이 안 되는 자에게 잔인한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이 별 밖에 몰라 자신들이 최고인줄 안다.
말로 해서 들을 것들도 아니니 깔끔하게 죽인다.
계속 죽여서 7서클이하로 떨어지면 미친 짓을 하지 않겠지.
아니 주신살의 창에 영구봉인을 해버려야겠다.
‘그런데 난 마신이 아닌 주신이잖아? 이런, 이걸 어쩐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나의 신도이며 배교자도 아닌데 마음대로 대량으로 처분했다가는 단숨에 ‘극악’이 될 것이다.
그것을 믿고 말도 안 되는 중간계의 권리를 주장하며 기어오르는 것 같은데 역시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겠다.
결국 11서클의 마도서 전집을 펼쳐 모든 마도를 흡수한다.
마신왕에게 임시로 받아 안착시킨 마기가 11개의 원을 형성한다.
우리의 전쟁이 끝난 뒤 결사적으로 안정화시킨 마력의 원이다.
대마신이 된 영원히 군림하는 마신의 마기와 정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내가 약하다.
그래서 일부를 받은 것으로 11개째의 마력의 원을 만들며 몸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지금은 마력과 신력이 완전히 회복되었고 더 이상 쉴 때가 아니다.
나의 전투예지가 다시 발동되고 있다.
지금 움직이라고 말이다.
아님 상당히 골치 아플 것이라고 말이다.
“그랑조아의 주신복귀도 겸해서 정리한다. 자고로 집안부터 정리하고 일을 시작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대신족과 인증전이 벌어지는 전장으로 차원의 문을 연다.
용병요청에 응하고 11서클의 마도의 시험과 참전 대가를 얻어 와야겠다.
물론 감히 내게 중간계에서 자신들도 신으로서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공동으로 요구한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썩을 것들이 과거 같은 중간계의 10서클이라고 다 같은 줄 아는가? 누구를 감히 얕보고 중간계에서 사적인 신계를 만들겠다고? 신계에 와서 일은 안하고 신의 권리만 누리겠다 이거지? 아예 처참하게 밞아주도록 하지.’
소멸조차 각오하고 싸워 얻은 것을 저급한 것들이 뭉쳐서 공갈과 협박으로 빼앗으려 한다.
그것이 통할 정도로 그의 우주가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아니 내가 얼마나 독하게 살아남았는지 보여주겠다.
‘독사의 진정한 천적은 더 독한 독사다. 아예 뿌리를 뽑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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