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3화
4권
피해는 꾸준히 주는데 너무 더디다.
한나절을 박아야지 끝장이 날 것 같다.
‘시간이 얼마 없다. 길어야 5분-! 이런 젠장.’
저 구경을 온 3명의 촌극덕분에 5분이 헛되이 날아갔다.
빛의 칼날이 이제 나의 머리위에서 빛난다.
‘저 마신왕은 나중에 정말 가만 안 놔둔다. 구경 왔으면 구경이나 하다 갈 것이지 남을 이런 시궁창에 쳐 박다니! 이게 무슨 민폐냐? ‘
뻑-!
“아욱-!”
뒤통수에 또 그 익숙한 타격이 왔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타격이 다르다.
신성이 뿌리 채 흔들리며 뒷머리를 부여잡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신왕의 살기 띤 음성이 귀를 울린다.
“누가 민폐냐? 벌레보다 못한 주제에 누구를 가만 안둔다고? 생명체라 죽일 것을 귀여워서 살려두었다니 감히 기어오르다니!”
“그만두지 못해-! 아무리 너의 역할이 분탕질이지만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발악하는데 불쌍하지 않나?”
“웃기네. 그럼 싸움을 시작 하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저거 아직 여유가 남았어. 장난 그만하고 빨리 보여라. 아님 그대로 소멸하던가?”
이제 생각도 못하게 한다.
‘그리고 제가 불쌍하면 이것 좀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해 주시면 안 됩니까? 그나마 짧은 시간을 그렇게 없애시는 것은 너무 하시지 않습니까? 그래도 제가 창조신 계열의 차원의 주신이 아닙니까?’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창조신의 음성이 들린다.
“그것이 그의 권능이 일부라도 섞이면 우리도 관여를 못해. 소멸하면 나중에 예산을 반영해서 부활시켜주지. 하급주신이니 겨우 1만년 정도만 기다리면 여유 예산이 나올 거야.”
“…….”
겨우 1만년이란다.
영원히 사는 신들의 시간관념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정말 어디 가서 잔뜩 마시고 취하고 싶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다.
마신왕이 친 뒤통수의 충격에 주신살의 연속 발사가 멈추었다.
그 틈에 대신족 주신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아아아아웅-!”
‘대신족의 주신의 신멸포!’
그 능력은 해당 신력의 2배 피해를 준다.
지금 신력이라면 20억이다.
그럼 주신살의 창이 모두 박살난다.
꽈드드득-!
대신족의 주신의 입에서 시작된 신력포가 자신의 몸을 감싸더니 박아 넣은 주신살의 창을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그대로 신력포가 나를 향해 쏘아진다.
‘스치기라도 하면 죽는다.’
지금 나의 신력은 10억이다.
20억의 피해를 받으면 단숨에 죽는다.
흑마도사의 능력이 10억 미만인 지금은 1격에 소멸이다.
공간이동도 저 대신족의 주신의 영향으로 극히 불안정하다.
폭 2km의 대형 신력포를 일순 벗어날 수 없다.
“으득-!”
이를 악물고 영창을 시작한다.
이미 곱게 끝나기는 글렀다.
아니 만신창이보다 더한 꼴이다.
“육체 마법-! 왼손 희생. 9서클 ‘클레쉬 플래닛(Clash Planet)’!”
마법을 실행하기 위한 마력을 얻기 위해 나의 왼손이 터져나간다.
나의 눈앞에서 팔의 피와 뼈가 산산이 흩어진다.
그리고 마력의 원 9개가 찬란한 빛을 발하며 마력을 나의 몸에 부여했다.
몸속에 박아 넣은 별이 본래의 거대한 모습을 찾아 앞을 가로 막는다.
뻐어어억-!
갑자기 크기가 폭증한 별에 나의 몸이 강타당해 대지에 충돌하고 뒤로 산산이 날려졌다.
몸을 피할 여유도 공간이동도 불안정해 피할 수 없다.
온몸에 대지에 강타당한 충격과 신력포의 파동이 나를 덮친다.
“크어억!”
추한 비명이 나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꽈르르르릉-!
다행히 신멸포가 별에 막혔다.
그 대가로 별의 5분의 1이 굉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우주공간을 가린다.
아무리 대신족의 주신이지만 겨우 10억의 신력으로 행성을 1번에 부술 수 없다.
당연히 연발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총 신력의 십억의 상태에서 10억의 신력의 연발은 불가능하다.
행성이 버티어주는 틈에 다시 주신살의 창들로 견제를 해야 한다.
그런 나의 예상을 깡그리 부정하고 다시 신력포가 준비된다.
“아우우우우웅-!”
‘빌어먹을! 현재 여기 대신족들이 대규모로 모인 것을 깜박했다. 이건 사기다.’
주변의 최고위 주신급인 대신족들이 빛난다.
그들의 빛과 연동되어 최상급의 대신족의 주신도 빛나며 급속도로 신력이 회복하고 있다.
그들의 신력은 별의 생명력이기에 모일수록 서로의 신력이 강해지고 회복이 빠르다.
최고위급의 대신족 주신이 수천 개가 모이니 10억 정도는 순식간에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파우우우웅! 꽈릉-!
연발된 신력포에 또 별의 5분의 1이 날라 갔다.
‘저들만 안 왔으면 이렇게 되지 않는다.’
대신족의 주신들이 이렇게 구경만 안 왔어도 이렇게 밀리지 않는다.
아까 입힌 부상도 남김없이 회복 되고 오히려 신력이 증가하고 있다.
이건 정말 사기다.
저 대신족의 창조신까지 신력회복에 가담하고 있다.
“창조신 급의 대신족의 광역 신력 병렬연결-! 창조신이시여! 이건 너무 불공평합니다.”
“대신족의 고유권능이니 어쩔 수 없다. 대신 부활예산은 조금 더 빨리 모아주마.”
혹시나 하고 올린 불만도 단숨에 무시당한다.
하긴 여기서 창조신이 내게 가담하면 그 순간 대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저 대신족의 창조신이 아예 작정을 하고 온 모양이니 말이다.
그러니 신족의 고유권능도 아닌 신족의 추가 권능을 발현하면 분명 꼬투리 잡힌다.
그나마 부활예산을 조금 더 빨리 모아 주시겠단다.
‘1만년에서 조금이면 한 1천년인가? 그 정도면 인간은 20세대가 지난 후다. ‘
그때의 내 모성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계처럼 신계가 아예 없거나 최악의 경우 대신족에 의해 소멸할 수도 있다.
아직 난 인간으로서 태어난 곳의 삶을 누리고 싶단 말이다.
절규가 마음속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게 빨리 보이라니까. 아끼면 소멸한다. 생명체면 다시 부활해도 꽤 타격이 클 텐데 말이야.”
“아웅-!”
저 마신왕이 아까부터 염장을 지른다.
저 주신족의 창조신의 산맥과 같은 입이 호선을 그리는 것이 보인다.
저거 분명 웃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를 보며 비웃는 것이 맞다.
“으드득-!”
이빨이 부러질 듯 악물려지며 잘려나간 왼팔에서 통증이 올라온다.
신경을 차단해도 속에서 솟구치는 울분이 육체의 통제를 뒤흔들다.
‘언제부터 내가 빛의 주신으로 살아서 이런 꼴을 당한단 말인가?’
주신급의 흑마도사의 용병신시절에도 감히 나를 비웃는 자는 없었다.
그 힘이 강하든 약하든 최전선에 앞장 선 나를 보고 오직 경외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내가 행성 뒤에 숨어 적의 공격에 공포에 떨었던가?’
잠시 주신의 따뜻한 생활에 젖었더니 이런 꼴을 당했다.
그렇게 경멸하던 주신의 도련님들과 잘나게 태어난 자들보다 못한 꼴이다.
눈앞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미래는 고사하고 생존도 없다.
나중의 고려는 있는 자들의 것이다.
지금 혼자이며 약한 나에게는 사치일 뿐이다.
오직 눈앞의 상대를 찢어죽이고 살아남을 것만을 고려할 뿐이다.
근원학파의 최종마도의 영창을 나지막하게 한다.
“나는 근원학파의 흑마도사이며 종주다. 전장에서 무적이며 공포로 군림할지어다.”
결국 믿을 것은 자신이 쌓아온 힘이며 이기고자 하는 투지, 적을 죽이고자 하는 살의뿐이다.
나머지는 생존의 투쟁에서 불순물에 불과한 것이다.
기묘한 권능이나 허황된 신력은 결국 수치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그래 원래 나는 이런 존재였다. 근원학파 흑마도사로서 사상 최초로 10서클을 초월한 자란 말이다. ‘
비록 약할지라도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을 개척한 ‘절대자’의 일인이란 말이다.
누가 나를 비웃는단 말인가?
차라리 싸우다 소멸하는 것이 낫다.
“오직 싸워 이겨 나의 존재를 여기 증명할지니 패한 자는 모두 죽어 사라져라.”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이 마도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만인가?
다시는 사용하고 싶지 않은 근원학파의 최고이지 최흉의 마도이다.
흑마법의 극치이자 최악의 마법인 것이다.
“승리가 아니면 죽음이 너무나 당연한 생존의 투쟁을 찬양할지어다. 나의 육체를 제물로 승리만을 원하노라-!”
마력이 완전 방전된 ‘근원의 길잡이’가 나의 머리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거기서 검은 마기가 뭉클 솟아 올라왔다.
“아아아아웅-!”
대신족의 주신이 신력포가 별을 거의 부셔간다.
‘곧 처참하게 죽여주마.’
나의 11개의 마력의 원이 처절하게 빛난다.
영창의 마무리가 가까워진다.
꽈르르릉-!
신멸포에 방패로 삼은 별이 완전히 부서진 것을 보고 창조신이 혀를 차며 말한다.
“쯧-! 그래도 기대는 약간 했는데 말이야.”
대신족의 주신은 기본적으로 10명이상의 동급 주신과 마신이 필요하다.
그것도 ‘신멸’에 소멸의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신력은 같아도 기본 능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신력포의 난사와 공간이동 방해, 신족 특화 생체갑옷까지 가진 대신족의 주신을 단신으로 타파하려면 최소 1단계 이상의 주신이 필요하다.
아무리 공격을 시도해도 별과 같은 크기의 생체갑옷 때문에 통하지 않으니 그것도 거의 아슬아슬하다.
최고위인 대신족의 주신상대로 겨우 2명의 동급 주신과 마신, 거의 최하급의 주신 1명이 도전했다기에 기대를 했다.
하지만 선전은 했지만 결국 이기지 못했다.
“그래도 잘 싸웠다. 신계에서 가장 빛나는 검이여.”
주신으로서 이정도 전공은 유례가 없다.
대신족의 최상급 부족을 몰살하고 주신과의 1대 1을 벌려 저 정도로 버티다니 말이다.
‘무능한 자들의 단두대’를 발동하고 하급신으로 신력이 격하된 주신과 마신이 보인다.
‘이렇게 소멸시키기는 아깝다.’
최상급의 주신이라 부활시키는데 200만년 이상의 예비 예산이 든다.
결국 부활은 절대 무리다.
그 정도면 상급의 주신을 최상급으로 상승시키는 것이 10배이상 효율적이다.
결코 자신의 감정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나중에 창조주(創造主)님의 감사를 받으면 정말 골치 아프다.
“그래도 네가 직접 만든 직계인데 구하는 것이 어때?”
넌지시 마신왕에게 운을 띄워본다.
대신족의 창조신이 있는 이상 혼자 움직일 수 없다.
저 것들은 기분 나쁘면 마신왕과 대신족의 창조신 주제에 둘이 같이 덤비고도 남을 망할 것 들이다.
‘카르마의 절대적인 규율이 지배하는 아름다운 이 우주의 불순물들 같으니라고!’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둘 중 하나와 1대 1로 싸우면 밀린다.
물론 최고위 주신들과 합세한 종족의 운명을 건 전쟁이면 집단전이 우세한 신족의 특성상 이긴다.
다만 담당구역이 절반이상 파괴될 것이고 그 전쟁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입증 못하면 벌레가 되거나 복구 때까지 강제노동행이지.’
마신족을 타파하는 자신의 본능을 못 참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신족을 데리고 전쟁을 벌인 창조신 하나는 그 우주의 발전 능력을 인정받아 벌레신세는 면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모든 사고를 제압당하고 ‘주신성(主神星)’을 뽑아내는 기계가 되었다.
1억년정도 지나서 겨우 그 우주의 피해가 복구되고 창조신계로 복귀했는데 완전히 창조신 몰골이 아니었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자랑스러운 빛의 날개는 지나친 신력소모에 완전 털 빠진 닭날개가 되었고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골골 거리고 있다.
창조신들이 그 꼴을 보고 얼마나 소름끼쳐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대전쟁은 꿈도 못 꾸고 국지전만 허락되고 있다.
대전쟁의 빌미를 자신이 주어서 그 꼴을 당할 수 없어 하는 이야기인데 역시 대답이 지랄 맞다.
“불가-! 내 직계지만 주신에게 패했고 대신족의 주신에게 소멸된 것은 쓸모가 없다. 이번에 살아남으면 다시 계승권을 줄 수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직접 자신을 복제한 직계이지 않는가?”
“어쩔 수 없어.
여기서 살려주면 다른 대마신들도 대신족과의 패배에서 살려주어야 한다.
마신왕인 나보고 그런 미친 짓을 하라는 거냐?
진정한 강자를 선별해야하는 규율에 위배된다.”
“이럴 때만 마신왕이고 규율이냐? 쯧!”
마신왕이 규율까지 들먹이는 것을 보니 글렀다.
아까운 최상급 주신이 하나 소멸하게 생겼다.
마신들 상대로 저렇게 용감하고 열성적인 기특한 주신도 드물어 ‘주신성(主神星)’까지 주고 잠시 쉬라고 했는데 이렇게 되었다.
주신을 만들어 창조신의 자격을 얻은 것을 보고 그래도 기뻐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마신왕이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아직 진 것은 아니다.”
“응? 신력은 완전히 저하되고 마력도 거의 없는데?”
저 하급 주신이 마도사 출신으로 주신의 신력을 얻은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마신왕이 정말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이제 거의 완전히 파괴되어 잔해만이 남은 곳을 보고 있다.
그 시선에 어린 것은 숨길 수 없는 탐욕이었다.
“최상급 마신중 하나가 관리하는 별에 인간 출신의 초월자가 출현했다. 놈은 카르마의 제약을 피해 다른 종족을 장기간 인간에게 강제 혼혈하는 방법으로 인간만의 세상을 꿈꾸었지. 사정이 무엇인지는 관심도 없다만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은 발전에 가장 기본이라 마신족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중간계에 강림하여 10분의 1로 힘이 깎이면 최상급 마신도 어쩌지 못할 정도의 11써클의 강자라 주신급의 용병들을 불렀다. 그의 힘을 뺄 용도로 유랑중인 주신급인 10써클의 흑마도사 하나를 계약해서 투입했는데 악전고투 끝에 11써클인 그를 소멸시켰다.”
“그게 가능한가? 1써클의 차이를 혼자서 감당한다고?”
말 그대로 신이 주신을 이긴 꼴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최소한 4명이상의 최고로 숙련된 강자가 필요하다.
“그 멍청한 마신 놈이 관리 소홀 책임을 피해보겠다고 그 싸움에 대한 별의 기억과 자료를 모두 파기했다. 그깟 별과 많은 종족의 생존보다 1단계 위의 존재를 이긴 권능의 확인이 몇 억 배 더 중요하단 말이다. 당연히 박살을 내고 추적했지만 확인 불가였다. 불공정 계약을 해서 ‘카르마의 계약’이 그의 위치와 정보의 공개를 거부했다. 강자의 우선권은 카르마도 인정하나 피해를 본 약자에게도 혜택을 준다. 놈은 계약 상대자와의 거래보다 어떻게든 카르마의 부정을 해소하기 위해 불공정한 것을 알면서도 계약한 것이다. 그러나 설마 11서클이 나올지는 몰랐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마신족은 잔뜩 경계해서 힘을 숨기고 주신들과 안전하면서 불공정한 계약만 반복하더군. 그러다 결국 카르마의 부정을 해소하고 ‘극선’까지 올라 주신이 되어 포기 상태였는데 설마 이렇게 무모한 싸움을 자초할 줄이야. 틈만을 기다리다 겨우 여기까지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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