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화
4권
전언을 하던 주신까지 사라지고 나서야 신계 주신이 숨을 몰아쉬며 투덜대기 시작한다.
‘역시 연기였다. 저 너구리 주신은 창조신까지 속여먹나 보다. ‘
마신도 눈초리가 심상치 않은 것이 아까 전언 온 주신을 요절을 낼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지식의 신의 한숨이 섞인 전언이 들려온다.
‘우리 창조신님은 다 좋은데 이런 의례를 무척 좋아하신다네. 지금 주신님처럼 안하면 찍힌다네. 방금 전언 온 주신도 전언을 받을시 무릎을 꿇지 않았다고 10만년 째 심부름중인데 언제 풀려날지 몰라. 정말 불쌍한 분이고 자기를 대신할 주신을 끌어드리기 위해서 시비를 거는 거야. 절대 걸려들면 안 되네.’
‘10만년 동안 신계 주신이 전언 심부름을 한다 말입니까?
겨우 예의 하나 때문에?’
‘앞에서만 잘하면 아무 말도 안하시니 제발 싫더라도 하게. 지금 주신님도 옛날에 1번 창조신님의 회의실에서 기침을 했다가 최악의 최전선으로 보내신 적도 있어. 오죽하면 지금 주신님이 저러겠나?’
한숨만 몰아쉬며 신세 한탄을 하는 신계 주신이 이제 불쌍해 보인다.
시간과 공간이 고정된 영향 탓인지 대신족도 조용하고 별에 고정된 대신족의 주신도 움직이기는 하는데 '경계'까지는 사정거리 밖이다.
‘지금은 긴장보다 창조신의 난입에 뒷골이 마구 쑤시는 것 같다.’
어찌된 세상이 위로 올라가면 편해질 줄 알았더니 갈수록 요지경 속이다.
능력이라면 지금 주신도 넘치는데 눈치만 보는 한물간 중년의 아저씨 꼴이다.
‘역시 대충 벌어서 혼자 사는 것이 만수무강에 좋겠어.’
주신이 되어 별을 받게 되면 바로 저 창조신의 직속이 된다.
그리고 내 관할에서 주신이 나올 때까지 저 허례허식의 창조신을 모셔야 한다.
1번이라도 실수하면 10만년 이상 심부름만 해야 한다.
‘역시 내가 별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
남 밑에 있다 정말 한순간에 훅 가는 수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풀린다. 준비해.”
마신도 지식의 신의 전언을 들었는지 화가 풀린 모양이다.
하긴 주신체면에 잔심부름하는 것 이상의 치욕도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나은 복수다.
신계 주신도 겨우 긴장에서 풀렸는지 다시 투기를 일으키고 있다.
제약이 풀리자 대신족의 수많은 최상급 신이 이동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경계에 오면 일일이 잡아야 하니 저것들부터 정리다.
“먼저 제가 갑니다. ‘클레쉬 플래닛(Clash Planet) 맥시멈’-!”
별을 불러 타격하는 9서클의 마법의 연속발현이다.
지금 내가 가능한 수량은 총 80개다.
“대신족의 주신이여. 어디 막아봐라.”
우주공간에 80개의 행성이 그 모습을 드러낸 동시에 최대의 가속으로 전진기지 행성으로 향한다.
꽈우우웅-!
대신족의 주신의 입에서 빛의 파동이 터지며 행성들을 파괴하려하지만 정면의 행성들은 모두 치운 상태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노리는 것은 네가 아닌 네 부하 떨거지다.’
정면의 궤도를 모두 피한 상태에서 전진기지의 행성을 모든 면에 행성들을 박아 넣었다.
꽈득-! 꽈득-! 꽈득-!
섬뜩한 굉음과 폭발음이 들리는 것 같은 광경에 몸이 절로 떨려온다.
80개의 별 전부가 거의 같은 크기인 전진기지 행성에 틀어박히는 것은 시행한 내가 보아도 장관이다.
단숨에 상급이하의 대신족이 전멸했다.
어차피 주신을 상대할 수 없는 떨거지들이니 전황에는 상관없다.
무엇보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클레쉬 플래닛(Clash Planet) 쉐이크!”
9개의 마력의 원이 빛나고 정신없이 각 행성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별에 박혀 폭발직전인 별들이 원을 그리며 행성의 표피를 마구 유린하며 깎아 들어간다.
그러자 대신족의 신력이 담신 수많은 비명이 온 우주를 채워간다.
‘키에에엑-! 키엑!’
“카아아악!”
별들이 마찰하며 나는 막대한 열량을 이용하여 최상급 신급의 대신족도 남김없이 갈아버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생긴 아다만티움도 착실하게 챙기고 말이다.
별이 태양처럼 마찰열로 타오르고 표면을 계속 깎자 대신족들이 주신을 제외하고 모두 소멸했다.
“신멸의 권능은 흑마도사인 내게는 안 통한다. 내게는 최상급 신조차 분쇄하는 별의 충돌과 태양의 신력까지 있다. 결국 너희들은 내 밥이란 소리다.”
크우우웅-! 우웅-!
1번에 모든 일족을 잃은 대신족의 주신의 굉음이 우주공간을 채운다.
별의 대공동에서 달보다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지름 4,000km가 넘는 거체가 행성에서 꾸물거리며 기어 나오는 모습은 정말 기분이 나쁘다.
마치 기생충이 숙주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긴 별의 기생충이 맞긴 하다. 나중에는 더욱 좋게 하지만 당장 별을 빼앗기는 신족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지.’
우리와는 다른 사상을 가진 양립할 수 없는 적이다.
“크와아아아앙-!”
동족을 어이없이 잃은 비통한 울음 같기도 하고 도발하는 포효 같기도 하다.
뭐 일단 귀찮은 것들은 다 없앴으니 다음은 주신과 마신의 차례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다 놀라는 표정이다.
“이게 9서클? 차원의 주신의 권능이라고?”
“전장을 완전 깔끔하게 바꾸는 마법이군.
편하게 되었어.”
최고위 대신족의 행성이 표면부터 갈아버렸으니 살아남는 것은 거의 주신급의 강자다.
처음에 별이 부딪치며 나는 굉음에 놀랐다면 지금은 감탄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솟아나오는 몇 명에게 다중 연속마법을 발현할 준비를 한다.
10개의 원이 아우성치고 반투명한 11개째인 비명을 지르듯 떨려온다,
그리고 주신살의 창을 마력이 허용하는 한 무수히 만들기 전에 차원의 권능으로 끌어들여 영창을 한다.
“나는 세상에 단 하나인 특별한 존재이다.”
위대한 10서클의 마법이 주신살의 창에 대신족을 봉인하거나 소멸시키는 기능을 더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아직 남았다.’
어차피 저 대신족의 주신은 별에서 안 나오는 이상 사정거리의 밖이라 꼼짝도 못한다.
내가 검사가 아닌 마도사인 것이 정말 이럴 때는 감사 할 따름이다.
주신과 마신도 이제는 완전히 여유를 찾았다.
조금씩 몸을 다시 풀면서 검과 장비를 점검한다.
가끔 날아오는 파편들은 주신의 권능영역인 1,000km 안에 들어오는 순간 분쇄되고 있다.
“허어-! 대신족의 최상위 부족이 이리 쉽게 정리되다니?”
“일반적인 신족과 마신족의 상대로 특화된 문제로군. 특이한 권능이나 물리력에 취약해. 대신족도 지금 난리겠어.”
이제 느긋하게 대화중이다.
아까 보이던 급박한 감은 완전히 사라지고 은은한 투기만 보이고 있다.
대신족용으로 강화시킨 신살의 창이 수없이 공간이동을 하여 전진기지 행성에 강타한다.
10개의 원이 거대한 마력을 토하며 끝없이 행성의 대지에 생명활동이 있는 모든 곳에 창을 박아 넣었다.
‘크아아아악-!’
행성의 표면이 불타오르며 대신족 최상급 신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그들의 ‘신멸’이 통하지 않고 원거리 타격 전문인 나에게 돌진만 하는 짐승과 같은 대신족은 사냥감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지금 주신과 마신처럼 접근을 막아주는 아군이 있다는 전제지만 말이다.
‘정말 이것들은 언제 상대해도 너무 손쉽다.’
전진기지 행성에 박힌 1,000개의 대신살의 창에 결계의 마력을 집어넣는다.
“대신살(代神殺)의 결계-!”
파지지직-!
대신족의 주신의 신멸에 간섭하여 그의 신격하락의 권능을 낮춘다.
주신과 마신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0. 5단계 하락한 신격이 다시 돌아와 최상위 주신으로 복귀한 것이다.
신계 주신이 장난스럽게 휘파람을 불며 감탄한다.
“휘이-! 이거 주신성(主神星) 2개와 영구동맹이 아깝지 않은데.”
“정말이군. 대신족과의 전쟁이 이리도 편해질 줄이야.”
“이번 전쟁이 끝나면 자네 정말 유명인 되겠어. 대신족과의 전쟁터에서 자네만 찾을 테니 말이야.”
“가장 유명한 주신이 되겠군. 놀라운 권능이고 전과다.”
소멸을 걱정하던 그들이 다음을 이야기한다.
전장의 동료의 신뢰만큼 전사로서의 찬사는 없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다음을 준비한다.
대신족의 주신이 미쳐서 행성을 파괴하며 날뛰기 전에 저 행성에 고정시켜야 한다.
“어택 오브 기간테스 클렌-!”
토착신으로서 주신과 싸워 패배하여 마계의 연옥에 봉인된 거인신들을 소환한다.
작게는 1km에서 5km의 거인신들의 모습 수백 개가 경계에 나타났다.
그들은 별의 생명력이 창조한 방어기제 그 자체다.
남김없이 경계에 인증시켜 대지의 정기를 집중시킨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계약에 의거 당신께 합당한 상대이기에 청하옵니다. 상대는 대신족의 주신-! 오소서-! 오랜 거인족의 주신들이시여! 더 어드밴트 오브 기간테스 로드스(the advent of Gigantes lords)! "
대지의 정기를 기반삼아 비록 패배했으나 별 위라면 누구보다 강대한 그들을 소환한다.
신장 10km에 이르는 거대한 거신족의 주신들 10명이 대지 위에 섰다.
전신을 금속갑옷으로 완전히 무장한 남녀 혼합의 거체가 산맥처럼 일어선다.
비록 사령의 소환으로 신격이 1단계 격이 낮아졌어도 그들은 여전히 주신이었다.
주신성에서 발생하여 주신들과 소유권을 놓고 싸운 최고위의 거신족의 주신들이다.
그들도 신살을 가진 강자이기에 대신족의 상대로 주신의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거신족의 주신들의 의사가 계약자인 나에게 전해온다.
‘신계의 주신이 아닌 것은 아쉽지만 대신족의 주신이라면 별의 원수이기에 살려두지 않겠노라.’
‘대신족의 최고위 주신급이면 현재의 우리들은 별 타격을 줄 수 없다. 다른 생각이 있는가?’
그들의 의사를 들으며 나의 의사를 전하려는데 돌발사태가 벌어졌다.
‘으득-! 이 사기만 치는 주신 놈-! 결국 만났구나―! 죽어라-!’
꽈릉-! 꽝!
거신족의 여주신이 세계수와 같은 다리를 들어 그대로 주신을 발로 밟아간다.
“히이익-!”
주신의 얼굴이 얼마나 급한지 하얗게 변해 벼룩처럼 뛰어다니고 그것을 따라 다니며 죽어라 공격하는 거신족의 여주신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주신의 별의 거신족의 수장이었다.
여기 신계의 주신을 상대한다니 카르마가 극악인데도 계약해 주었다.
‘그런데 사기꾼이라니 저 주신이 거신족에게도 사기를 쳐서 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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