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5화
4권
창조신의 자격을 운 좋게 얻었다.
그런데 주신의 인계도 불가능하고 이제 대신족에게 자신의 신계마저 내 줄 상황이다.
아무리 너구리같은 성향이라도 미쳐 날뛸 상황이다.
우리가 없는 혼자만의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면 벌써 대신족의 주신과 공멸했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비극은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기심일지라도 나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 당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 고객 분들은 저를 찾습니다. 주신급이 아닌 주신으로서 정식으로 의뢰를 받겠습니다. 자아-! 의뢰내용과 합당한 대가를 말하십시오. 누구보다 위대한 주신이시여.”
너무나 태평하고 자신감 있는 말에 분위기가 변한다.
주신의 눈이 정상을 되찾는다.
여기 자신과 동격인 마신이 동맹을 맺고 같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권능으로 주신이 되어 힘의 바닥을 모를 신도 있다.
이정도 전력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는 마신왕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주신은 나에게 줄 것이 없다.
“지금 차원의 주신에게 당장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창조신이 되어도 형평을 고려해서 ‘주신성(主神星)’은 하나 밖에 못준다. 정말 미안하다. 의뢰를 받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겠다. 너에게는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담담하게 말하는 주신의 말은 참담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솔직한 대답인 것 같다.
영겁의 세월동안 주신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주신은 정말 드물다.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의 것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너무나 자유로운 신계와 자신의 가족들뿐이다.
다른 주신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는데 매진을 하는데 말이다.
“창조신이 되시면 ‘주신성(主神星)’을 하나 받지요. 그리고 지금 선금으로 여러 가지 받겠습니다.”
나의 대답에 주신과 마신의 표정이 변한다.
자신들도 소멸을 각오한 전투에 너무 당연하게 참전을 하려는 것이다.
그것도 무기한 어음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대가를 받고서 말이다.
“여기 태양계의 주신성외의 모든 8개 행성의 권리를 신계와 주신의 이름으로 영구위임 해주십시오. 그 이후 추가되는 행성도 같이 입니다.”
“겨우?”
“생명력이 있는 별이나 달이 없으면 대신족에게나 쓸모가 있지 우리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다. 차라리 내가 주신에게 별을 빌려주겠다.”
“‘주신성(主神星)’은 일반 ‘신성(神星)’의 1만 배의 가치입니다. 아무리 영원히 군림하는 마신이라 할지라도 무리입니다.”
그 말에 마신도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마신왕으로 추앙받던 자신이 변방의 별에 인증전으로 파견을 와서 붙들린 것도 이 주신성 때문이다.
창조신이 직접 만들어낸 별의 가치는 자연적인 별과는 비교할 수 없다.
마계 단독으로 독자전인 마기보급체계를 만들 정도의 행성인 것이다.
자신 휘하의 마황들이 다른 허접한 주신을 타파하고 얻은 일반 ‘신성(神星)’ 몇 개로는 가치를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그랑조아가 최고위 최상급신으로 복귀할 경우 다음 주신의 후계자로 정식 임명을 해주시고 주신계에 인증하시면 됩니다.”
주신과 마신이 이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마지막은 내가 원하는 것이니 차원의 주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군.”
“왜 불공정한 거래를 자청하는가? 차라리 지금 신계에 모인 신력과 정기의 반을 원하라. 그대가 신계를 만들 때 최상급의 신계를 이루게 해줄 것이다.”
“이 조건으로 저 대신족의 주신과의 전투의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누구보다도 위대한 주신이시여.”
주신이 자기에게 너무나 유리한 카르마의 계약서를 보고 이를 악문다.
어떤 함정도 불리한 조건도 없다.
이제까지 자신이 주도했던 계약 중에서 최상급의 이익을 보장한다.
이 불리한 전투에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원하던 신계의 후계자를 내가 만들어 줄 것이다.
여주신들과 그랑조아와 인연으로 얽힌 내가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이다.
자신은 그저 사인과 인증만 하면 된다.
그런데 왜 저렇게 망설이는지 모르겠다.
결국 거기다 몇 마디를 추가로 적는다.
“창조신이 되면 바로 ‘주신성(主神星)’을 2개를 주고 지금부터 그대와 상호방위조약을 맺지. 내가 존재하는 한 나는 그대의 우군이다.”
“너 정말 미쳤냐? 창조신이 될 주신이 일반주신과 동격의 영구 상호방위계약을 한다고?”
“그대의 호의에 답하는 내가 지금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다. 받아들이겠는가?”
주신의 얼굴은 이미 왕의 얼굴이다.
단 하나의 계략도 없고 오직 자신의 양심이 이끄는 데로 행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힘과 어떤 고난도 극복할 의지가 넘친다.
과연 이러하니 태초의 신들이 맹종한다.
내가 마법만을 원하는 마도사가 아니라면 충성을 맹세할 정도의 매력이 넘친다.
“무한한 영광입니다. 차원의 주신인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는 누구보다도 위대한 주신의 제의에 만족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인 처음부터 이익인 계약이다.
홀로 살아가는 나는 집단인 그들과 계약할 때 항상 불공정을 감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적은 대가를 최대한 이익이 되게 보완해 사용했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 스스로 만족할 따름이다.
물론 불공정 계약이 끝나면 다시는 돌아보지도 않고 어떤 부탁이 들어와도 재계약은 없다.
불공정한 계약을 맺기 원하는 주신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카르마의 계약서가 빛을 발하고 사라지고 나서야 엄청난 실수를 했다고 당황하는 주신의 얼굴이 즐겁다.
그 모습을 보며 마신이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이 정겹다.
그리고 신멸의 기운을 태양계 전체에 뿌리며 포효하는 대신족의 주신의 얼굴도 이제 푸짐한 사냥감으로 보인다.
수많은 최상급의 대신족들이 경계를 향해 돌진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신과 마신의 표정이 굳어진다.
자신들의 상대는 안 되나 너무 많은 수인 것이다
이런 불리한 전장에 서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의 마력과 신력을 전면 개방한다,
10개의 원이 방열하듯 빛나고 반투명한 11번째의 원이 압도하듯 퍼져나간다.
13쌍의 태양빛으로 빛나는 날개가 번개를 일으키며 방전하며 경계와 대신족의 전진기지 행성을 비추기 시작한다.
‘일단 쓸어버리고 시작한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주신과 마신, 대신족 주신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시간과 공간이 멈추고 음성이 울린다.
“창조신님의 의사를 전한다.”
너무나 장엄한 신언이 나의 심령과 신력에 파고든다.
이건 또 무슨 돌발사태 인가?
다급하게 주신을 쳐다보자 정말 당황하는 눈치다.
‘대신족에게 별이 파괴가 되어도 주신계가 담당하지 창조신이 직접 의사를 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무슨 일이냐?’
그런데 갑자기 주신의 표정이 싹 변한다.
평상시의 능글맞은 웃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아까 잠깐 보여주었던 왕의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지극히 경건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서 말한다.
“창조신님의 가장 빛나는 검이 되겠나이다. 이 몸이 소멸할지라도 신족의 영광을 위하여 가장 먼저 나가 싸워 당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이 저의 유일한 소망이옵니다. 가장 충실한 신하가 창조신님을 뵈옵니다.”
마신의 입이 쫙 벌어졌다.
나도 기가 막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신계의 지식의 신을 쳐다보니 이미 모두 머리를 깊숙이 숙이고 엎드려 있다.
그리고 황급히 나에게 전언을 보내온다.
‘차원의 주신! 빨리 예를 취하게-! 사정은 나중에 설명을 할 테니까 빨리-!’
지극히 급한 어조에 나도 황급히 주신과 같이 예를 취한다.
그리고 창조신의 말은 들리지 않고 아까의 전언을 전한 주신의 말만 들려온다.
“아직 예를 갖추지 않은 자가 있다.”
전언을 하러온 주신의 시선의 끝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마신의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 외친다.
“나 말이냐? 마신왕님 외에는 누구에게도 고개조차 숙일 생각이 없다.
마음에 안 들면 직접 와서 굴복시켜라-!”
마신이 화를 내며 검을 뽑아든다.
“역시 무례한 마신족 같으니라고-!”
상대편 주신도 13쌍의 날개를 뽑아들고 임전태세를 하지만 상당히 격이 떨어진다.
장담컨대 마신에게 1분 안에 죽는다.
“그만하지. 창조신께서 기다리신다. 네가 뒷감당을 다 할 생각인가?”
경건하게 무릎과 고개를 숙인 주신에게서 신력이 끓듯이 오른다.
결국 전언을 전하는 주신도 불쾌한 듯 인상을 구기지만 황급히 전언을 연결한다.
신계까지 이르는 광대한 영역에 창조신의 신언이 울린다.
“신계에서 가장 빛나는 검이여. 이번에 창조신의 자격을 얻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노라.”
‘신계에서 가장 빛나는 검? 누가?’
멍하니 주신을 바라보니 정말 한 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는 검신 그 자체다.
“또한 10명 이상의 주신이 필요한 최고위의 대신족의 주신에게 겨우 주신 2명과 마신 하나로 도전하는 용기역시 치하하노라.
그대의 도전으로 나의 신계의 이름은 그에게 전해지고 치하와 포상을 받았노라. 비록 실패해서 소멸할지라도 그대의 이름은 영원히 신계에 남으리니 마음껏 싸워 우주의 지배를 왜 신족이 하는지 보여주어라.”
“오직 신계의 영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칠 뿐 이옵니다.”
정말 사기꾼 주신이 맞는지 이제 헷갈린다.
어떻게 저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전언을 전하는 주신도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진 것이 굉장히 못 마땅한 것을 보는 것 같다.
“그대가 보여주는 신계에 대한 충성은 항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니 마음껏 싸워 이기라.”
“승리의 영광을 오직 창조신님에게-!”
“언제나와 같이 그대의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겠노라.”
공간을 가득채운 신력이 사라지고 전언의 주신이 뭔가를 말하려다 혀를 차고 돌아간다.
갑작스런 창조신의 난입에 투지가 확 꺾이고 주신의 돌변에 어이가 없다.
“헥-! 헥-! 죽겠네. 그리고 저 놈은 자기 신계는 어쩌고 아직도 저러고 있나? 정말 무서워서 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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