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거에 죽이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거다.'
"간다!"
쉬이익. 쉭.
계속 되는 검. 괴물을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검을 휘두른다.
뒤에서 이어지는 오러 화살의 지원사격.
하지만 괴물은 계속해서 재생할 뿐이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 때. 뒤에서 가디언 포의 마나가 느껴졌다.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가디언 포를 어서 날려!"
제발 내 말을 들으란 말이다.
"그어어어!"
괴물의 괴성. 그때다.
퍼어어엉. 펑!
느껴진다 뒤에서 오는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 들이!
저걸 버텨 낼 수 있을까? 아니 이걸 날린다 해서 저 괴물이 죽을 것인가!
"우아아아아아앗!"
몸 안에 있는 모든 힘을 끌어 올린다.
저것, 저것 하나만 죽이면 다른 것은 문제가 없을 터. 끝내야 한다. 저 미친 괴물을!
몸의 보호? 도망? 필요 없다.
같이 죽는 거다.
'그 뒤는?'
갑작스레 떠오르는 사람들.
우른. 첼로스. 이렐리안. 세렌. 레나타. 스피든.... 그 모든 인연.
주마등인가? 크큭.
나 하나 죽고 모두가 살면 괜찮은 걸 지도?
"으아아아아아!"
마지막 일검.
그 일검과 함께 가디언 포가 날린 구체가 순백의 괴물에 부딪친다.
-번쩍-
그 때. 로우드의 몸에서 환한 금빛, 세상의 탐욕과도 같은 금빛이 번쩍인다.
챕터 12. 마지막에 가까워지다.
"으으윽. 크큭."
살아난건가? 그 폭발 속에서도?
웃음이 나온다. 자신의 악운은 어디까지 인건가?
신이란 존재들은 나를 어디까지 고생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 고생에서 어디까지 나를 살려줄 건가. 마지막에 있던 황금 빛. 뻔하다.
고르렘 신이 건네줬던 힘이다.
'신이란...'
고르렘 신이란. 여기까지 봤던 거다. 내가 목숨을 도외시 할 것을 알았다.
그러니 이런 힘을 반 강제로 삥뜯는 것처럼 심어 줬겠지.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멍. 청. 이."
차갑다. 그리고... 눈물이 스며있다. 아아. 이렐리안 그녀인가?
"바보에요 정말."
이건 세렌? 어찌 여기까지 온거지.
"병신."
레나타. 그녀 답다.
마지막까지도 생각났던 나의 사랑하는 여인들인가.
"크큭."
그래도 내 옆을 지켜주다니 너무 착하잖아? 아니 내가 복받아 이러는 것인가.
"뭘 웃는 거야!"
"바보야!"
"하아아...."
큭. 각자 개성이 넘치는 구나. 이번에는 대체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하지?
응? 그녀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거라 말해야 하는 건가? 내가 아니면 안되서 어쩔 수 없다 말해야 하는 건가.
"미안..."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잖아?
"언제나 미안하다 하시는 군요..."
"이제는 지친다고.."
"휴.."
아아. 어째야 하지. 솔직히 말해줘야겠지?
"어쩔 수 없었다고. 크윽!"
세렌이 꼬집는다. 이런 낭군을 꼬집다니! 아무리 걱정했어도 그렇지 부상당한 몸을 꼬집으면 어떻게 하냔 말이다. 뼈속깊이 고통이 느껴진다.
"미안. 미안. 하지만 나의 이야기좀 들어줘."
"...."
모두 말이 없다. 그래도 해야겠지.
"이건 신과 함께 계획 된 거야. 이 방법이 아니면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했다고. 사실 고르렘 신이 아니면 여기가 본거지 인지도 모른 채 계속 다른 곳에서 전쟁을 진행했겠지.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게 함정이었다고..."
"무슨?"
"적을 죽이면 이 곳에서 순백의 기사단이 태어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이 왕국의 요충지를 거의 다 차지하게 되면... 여기서 순백의 기사단 천 정도가 태어나는 거지. 여기를 공격하려 이동하는 동안 적들이 막지 못한 것은 내가 이렇게 행동 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거기다가 순백의 기사단을 만들기 위한 조치를 전략적 요충지에 각각 설치해놨는데 움직이기도 힘든 거고. 고르렘 신 덕에 상황이 딱딱 맞아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작전이었던 거지."
"아아.."
"원래 있던 300의 기사단. 거기에 더해져 천의 기사단이 다시 태어나면 1300의 기사단이 태어나는 거지. 그건 가디언 포가 있다 하더라도 막지 못해. 여기서 이런 걸 준비하느라 저 귀족파도 가만있었던 거라고."
"...."
"이 정도면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아? 모두를 위해서 였다고. 아니 내가 사랑하는, 소중히 생각하는 그 모든 이들을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어."
"그래도. 흑.. 그건 너무 영주님만을 희생하는 방법이잖아요."
"........ 미안. 그래도 나는 책임지는 자잖아? 인간의 군주라 불리는 그런 존재니까. 하핫. 미안. 그래도 이 전쟁이 끝나면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은 기억하고 있다고."
조금은 누그러진 걸까? 그녀들이 아무런 말이 없다.
'사실 억지지...'
그녀도 사랑하기에 속 썩으면 서도 이곳에 있는 걸 거다. 그런데 그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매일을 위험한 곳에 가고, 매일을 일만하고 있는 나다. 이런 내가 어디가 좋다고 옆에 있어주는 걸까? 너무도 사랑스럽고 또 미안한 여인들.
"자아. 이제는 마지막을 향해 가자고. 카오딘 공작 그를 보아야 하지 않겠어?"
원흉을 처리해야 하니까 말이지.
"올 해. 올 해의 겨울이 오기전에 모든 것을 끝내도록 하자고."
"바보야 너는."
레나타인가? 이런. 그녀눈에도 눈물이 고여있다니. 너무 미안하잖아?
"미안..."
오늘도 미안함 속에 하루가 지나간다.
******
순백의 괴물을 헤치우고 전쟁이 진행된지가 벌써 두 달. 귀족파 영지의 곳곳은 로우드에 의해서 함락됐다. 그리고 그 속도는 오크로드가 얼마전에 합류함으로서 더욱 빨라졌다.
비록 쓰랄과 로드 단 둘만이 온거지만 그들이 가진 힘이 어마어마하기에 가능한 일인거다.
"전진, 전진하라!"
우렁찬 다리운의 목소리. 전쟁의 막바지가 보여서 인가? 그의 말투에 힘이 넘친다.
'생각해보면 그도 고생 많이 했지...'
작은 요새의 부관에서부터 시작을 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 얼마나 노력을 했겠는가? 검술만해도 어느덧 그도 오러 익스퍼트 상급에 가깝다. 로우드 보다야 나이가 많지만 아직 40대도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꽤나 빠른 축에 속한 거다.
"준비!"
가디언 포의 포신이 적의 성을 향한다. 그 때. 성 안에서 작은 깃발이 올라온다.
백기? 아니다. 항복의 백기는 아니다. 하지만, 의미는 비슷하다.
갈색이다. 회담을 하자는 뜻을 가진 갈색의 기!
"허.."
지금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참으로 뻔뻔한 귀족파구나. 하지만 일단은 들어줘 봐야겠지?
"협상단을 보내지 말고 전령 하나만 보내. 그들에게 이쪽으로 직접 오라 말해라."
"알겠습니다."
"가디언 포는 그대로 두도록 해. 여차하면 쏴버릴 테니까."
상황이 상황 아닌가? 사실 협상은 요식 행위일 뿐이다. 수틀리면 그대로 쏴버리는 거다.
지금까지 병사들의 희생이 가슴 아파 주저했다지만, 이제 곧 끝이 아닌가?
로우드 그도 인간이기에 이기적이지만 끝이 보이기에 어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다.
미리 준비를 해두엇던 건지 적의 성문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빠져 나왔다.
"호오."
카오딘 공작은 없었다. 하지만, 저 멀리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보인다.
'휠튼 남작.'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존재가 얼굴은 욹그락붉그락하지만 고개는 숙인채 오고 있는 거다. 마치 죄인처럼!
"좋군. 무슨 일인지 들어나 볼까? 여차하면 끝내고 말이지."
로우드 쪽으로 다가온 그들은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회담을 요청합니다."
회담? 회담일까 과연. 아니면 휠튼 남작을 괴롭히는 게 되는 걸까? 전쟁의 막바지에 벌어지는 작은 유희라고 생각하고 받아줘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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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시간 221편 - 마지막에 가까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