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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야. 그것들도 처음엔 인간의 힘에서 나온게 맞거든. 아아, 이게 좀 복잡한데. 너희 왕국 자체가 오크들의 준동을 막으면서 성립된 것이 아닌가. 그때에 지금의 순백의 기사단을 만든 카오딘 공작가의 시조인 카오딘 이라는 녀석이 생각해 낸 힘이거든. 악마의 힘에서 힌트를 얻어 응용한 거지. 마법도 아니야. 그냥 말 그대로 악마라는 힘의 응용이니까 가능한 일이야. 그래서 지금의 마법 수준을 벗어난 일을 해낼 수 있는 거지. 그렇다고 악마를 소환했다고 하기엔 또 애매한 상황이지. 차라리 악마를 소환했다면 신이 나서서 끝났겠지!"
"하... 아슬아슬하게 신의 힘이 개입하지 못하게끔 균형을 맞췄다 이거군요?"
"그래 그거지! 실제로 순백의 기사단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힘이 약한 인간이 오크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사용했으니까. 방법은 잔인해도 사용하는 사용자의 정신만큼은 고고했지. 하지만 그들이 힘을 얻는 방법 자체가 잔인 하지 않았나. 그래서 지금의 세습귀족이 된 이들의 시조. 그들은 왕과 함께 다시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겠노라 했지. 오크들을 막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은 인간을 희생했으나 오크들을 물리쳤으니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그렇지만... 사람 욕심이란 게 어쩔 수 없었다 뭐 이건가요?"
"맞아. 실제로 다른 세습 귀족들은 죄다 없애버렸는데 카오딘가 그 쪽만 남겨 놓은 거지. 다른 이들은 역사서 자체에서 지워버렸는데 말이지. 나도 인간출신이기에 그들의 욕심이란 것은 이해하기도 해. 그런 강대한 힘이라니. 가지고 싶었겠지. 언제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사용하려 한 거야."
"하. 그렇겠지요. 저라도 그런 힘이 있다면... 혹시나 후에 있을 자손이 위험할 때를 대비해서 보관해 두겠습니다."
"솔직하구나. 어쨌든 그들의 기원은 그래. 자아, 여기까지 들었으면 눈치를 챘겠지? 여기서 저들을 죽이려면 방법은 하나야."
"카오딘 공작을 죽여야 한다- 이겁니까?"
"반은 빙고! 그치만 반은 틀렸어! 자, 여기서부터 내가 설명을 해주지. 나는 다른 신들과 다르게 직설적으로 가르쳐준다 이거지! 돈 값을 한다 이거야!"
크큭. 돈값이라. 이 고르렘 신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고르렘 교의 신전을 더 세워드리도록 하지요. 하지만 제 영지만큼은 싸게 해주셔야 합니다?"
"흐흐흐흣. 너 재미있는 녀석이라니까. 자아, 방법을 설명해주겠어. 그러니 이 방법데로 하면 잘 해 낼 수 있을 거야! 자 그게 무엇이냐면 말이지..."
고르렘 신의 설명이 짙어져 간다. 신이 아니라 마치 악마가 달콤한 속삭임을 말하듯이 자세하게 그러면서도 내용은 교활하디 교활한 방법을 설명한다. 정말 악마아냐?
그런데 그 방법이 자신의 방식에 맞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알려주다니. 카오딘 공작과 그 밑에 있는 귀족파의 성격까지 고려해서 작전을 알려준다.
역시 인간 이상인 신이란 존재이기에 가능한 일인가? 어찌됐든 좋다.
한참을 설명하던 고르렘 신이 어때? 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최곱니다!"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하는 로우드.
"때때로 신탁을 계속받고 싶을 정도군요! 크큭."
"얼마든. 나야 돈만 맞는다면야. 금력으로 세상에 힘을 발휘한다는 건 때로는 쉬울때도 있지. 가난한 자에게는 한없이 좋지 못한 방식이지만 말이지. 자. 이제 가야할 시간이란다."
벌써인가. 꽤나 유용했다. 한 없이 암울했던 앞으로에 대한 확실한 작전을 얻었으니까.
거기다 몸의 중간에서 자리 잡은 신의 힘을 보라. 신이 한번쯤은 목숨을 살려준다 했으니 정말 살려줄 거다. 이래저래 얻은 것이 많다.
"그럼 언제가 다시 신탁을 받을 때까지 안녕히."
"금빛이 너를 가호하길 기원하지. 인간 세계의 안녕을 만들려므나. 인간의 군주가 된 아이여."
인간의 군주라? 로드라는 칭호를 말함인가.
내가 정말 인간의 군주가 된 것일까? 고작해야 몇 개의 성을 가진 영주일 뿐. 나라 하나도 차지 하지 못한 이가 나인데?
"국토의 크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거란다. 나중에 네가 몇몇 깨달음을 얻는다면 알게되겠지. 그럼 이만 가려므나."
금색의 빛이 자신에게로 다가온다. 고르렘 신과 나. 이 둘만의 세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일 것이다.
"금빛으로 안녕히.."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로우드!"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렐리안이 힘차게 뛰어온다. 그리고 안기는 그녀.
"괜찮은 거야?"
괜찮지. 그럼 신이 해코지라도 했겠나. 귀엽다니까?
"아아. 돌아왔어.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지."
"으음? 뭔가 달라진 거 같은데."
달라졌지. 세계의 일면을 보고 깨닫고 신의 힘을 받았는데. 이래도 달라지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순백의 기사단을 막을 당시 얻은 새로운 깨달음.
그리고 이번에 얻은 신의 힘에 대한 응용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나의 것으로 확실하게 녹여버리면 나는 어디까지 강해질 것인가?
'아쉽군...'
시간이 더 있다면 이 깨달음을 확실하게 내 것으로 하고 카오딘 공작을 상대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고르렘 신이 말한 방법을 시행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이렐리안. 미안하지만 바로 출발을 해야겠어. 단 두 번이면 돼."
"두번?"
"응. 단 두 번으로 끝을 내보자고. 자아, 이제 가볼까나?"
"후훗. 원래의 여유로운 로우드로 돌아 온 느낌이야. 그래 가보아야겠지."
둘만의 시간에서 벗어나 제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오는 고르렘교의 신관. 신탁을 주관했던 그 신관이다.
"제대로 영접하셨군요. 신의 힘이 돌고 계신다라. 나름의 균형을 추구하시는 고르렘 신께서 무엇을 주신 건지는 비밀이겠지요. 허나 이제는 금빛의 일원이 된 영주시여. 잘 다녀오시길. 저희는 이 곳에서 신전을 만들고 있겠사옵니다."
하. 고르렘신. 생김세와는 달리 행동 하나는 빠르구나? 벌써 자신의 신관들에게 이곳에 신전을 세우라 말한건가.
'뭐 좋아.'
효율성을 강조하는 고르렘 신이 내 영지에 신관을 세우라 했다는 것은 내가 전쟁에 이길 확률이 높다 생각하는 걸꺼다. 전쟁에서 패배하면 가장 먼저 폐허가 될 곳이 이곳 리세트 영지이니까 말이다.
"가자고."
"응!"
이렐리안의 손을 맞잡은 로우드가 자신의 성에서 멀어져 간다. 휴식. 그것은 단 두 번의 전투 후에 얻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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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습니까."
오길 기다렸던 건가. 하긴 다리운은 언제나 나를 위해 충실한 존재지. 어떻게 나란 존재를 이렇게 따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
어쨌든 좋다. 고르렘 신에게 들은 바가 있으니 일단은 따르는 게 맞겠지?
내가 왔으니 왕도에서 적이 오길 기다리는 것은 여기까지다.
"다리운."
"예!"
"지금까지 잘 지켜줘서 고마웠네."
"하핫. 고마우실 게 뭐있겠습니까? 적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것을요. 로드가 신탁을 받으러 가신 당시 단 한번도 쳐들어 오지 않았습니다. 적들은 대체 뭘하려 저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흐음.. 그에 대해서 고르렘 신께 들은 게 있지. 신의 말대로 전하자면 일종의 딜레이 타임이라 하더군? 전에 순백의 기사단 100을 만들고서 잠시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이거지."
"디, 딜레이 타임이요? 거참... 마법에나 쓰이는 그런 용어군요."
마법에서나 쓰이는 용어라? 하긴 마법사들은 케스팅 타임이라는 말을 쓰고는 하지.
군주의 시간 219편 - 전력의 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