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218화 (218/228)

(1)

"알겠습니다."

얼마 후. 로우드의 부름을 받은 영지의 주요 인물들이 모였다.

"여기 있습니다."

제일 먼저 답하는 다리운. 로우드의 생각대로라면 힘을 좀 써야 할거다.

"무슨 일이야?"

우른은 품평을 해야 할거고.

"호오? 저거 금고 손잡이 아닙니까? 용케도 찾으셨군요."

스피든은 시키기도 전에 자신이 할 일을 알아봤다. 초상화 뒤에 손잡이. 보통 이런 경우에 마법적인 함정이나 설치가 되어있는 것은 당연한다. 왜?

보물이 들어 있을 테니까. 그 부분을 보자마자 깨달은 스피든이 손잡이 가까이로 몸을 움직인다.

스피든. 그가 손잡이에 대고 가만 눈을 감더니 로우드에게 기분 좋은 말을 건넨다.

"쉽군요? 남작가의 것이라 볼 정도로 말이지요."

"호오? 그 정도로 쉬운가?"

역시 마법하나 만큼은 천재라 봐도 볼만한 자. 하긴 그러니 이 젊은 나이에 6서클이 됐겠지.

"옛날의 방식 그대로입니다. 세습귀족이 되고 누가 여기를 털까 생각한 면도 있었겠지요. 거기다 이거 5서클 이하면 풀지도 못했을 테니... 방비를 또 철저히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군요."

"방심했다 이거군? 누가 감히 내 성을 털까하고 말이야."

"그거지요."

"좋아. 그럼 바로 열어주게."

신이 난 로우드.

"잠시 시간을 주시길. 길어야 5분이면 됩니다."

손잡이에 손을 짚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는 스피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때로는 고개를 젖기도 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표정만은 밝았기에 로우드는 희망어린 미소를 가지고 스피든이 하는 바를 지켜보고 있었다.

"해제!"

짧은 외침.

딸칵.

그리고 자연스럽게 열리는 손잡이!

"오오오."

오늘따라 많이 감탄하는 로우드다. 로우드를 선두로 모두가 안에 들어섰다.

"히야."

들어선 그 곳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초상화 뒤편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다니!

그리고 그 안에 쌓여있는 금은보화들은 또 뭔가?

지금까지 가져 온 장식들이나 보석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많은 양과 높은 질의 보석들이 쌓여 있었다.

"오옷. 이 금화는 300년 전의 양식?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인데 여기엔 아주 쌓여있군! 전쟁이라 귀중품 거래 관련이 전보다 활성화가 덜 됐다 해도 이거면 꽤나 값 나가겠는데? 그냥 녹여도 많을 정도니 말 다한거지. 옷? 이건 또!"

흥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우른. 로우드마저도 우른이 이렇게 빠른 것은 처음 봤을 정도다.

'어쩌면 검사에 재능이 있을지도.'

수련도 없는데 저런 속도로 움직일 정도면, 우른의 돈에 대한 집착이 검술로 갔으면 오러 마스터가 됐을지도 모를 정도다. 그만큼 우른의 움직임은 뭔가 대단했다!

"로우드! 신탁에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했지."

"15만 골드던가. 리세트 영지 옛날을 생각하면 한 성이 몇 십년 이상 돈을 모아야만 모을까 말까할 돈이지. 그것도 한 푼도 안 쓰고 말이야."

"15만이라. 대단한 돈이지. 그런데 고르렘 신은 현물도 받는다 하지 않았나? 비록 가격은 잘 쳐주지 않지만 말이야."

"흐음... 이 보물 창고 얼마나 나올 것 같아? 현물이면 돈도 안 될 텐데 말이야."

그렇다. 고르렘 교의 고르렘 신은 현물도 받는다!

현물 지상주의! 세속적인 신! 이라 할 만하지 않나? 꽤나 웃기는 신이다.

그가 이번 신탁에 부른 골드는 무려 15만. 전에 마법서를 살 때의 가격이 10만도 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신탁 한번 치고는 꽤나 높은 값이다. 신전을 유치하는 것도 아니고 신관이 파견되는 것도 아닌데 단 한 번의 신탁으로 15만을 사용하는 거니까.

"흐흣. 놀라지 말라고. 뭐 자세한 것들은 잘 살펴봐야 알겠지만! 얼핏 봐도 신탁 10번은 받을만한 돈이겠어! 이거, 이거 우리가 휠튼 남작의 전재산이 담겨있는 비밀 창고를 턴 것 같단 말이지."

대충봐도 150만 골드는 한다는 소리다. 역시 휠튼 남작의 탐욕은 대단하다. 아니 휠튼 남작 혼자 쌓아놓은 재산은 아닐테니 그 조상들도 대단하다 해야 하는 건가?

"후아. 어마 어마 하구만. 역시 몇 백년간 왕국에서 권력을 휘두르면 이 정도는 쌓인다 이건가?"

"에이. 이것 말고도 더 있을걸. 누가 뭐래도 세습귀족은 이왕국에서 대단한 존재들이었으니 말이지."

"크큭. 나머지야 시간이 없으니 못 찾겠지만 서도. 일단은 목표달성이군. 좋아. 당장에 옮기도록 하자고!"

"그래! 그동안 휠튼 남작에게 쌓인 게 조금은 풀리는 구만?"

"아직! 부족하지! 기다려 보라고. 내가 축포를 보여줄테니 말이야."

"축포?"

궁금함을 표하는 우른.

"크큭. 기다려 봐! 아주 성대한 축포를 보여줄테니 말이야. 일단은 옮기도록 하자고. 다리운! 병사들을 좀 더 데려오도록 해."

"알겠습니다!"

로우드와 우른의 신남이 전염됐는가? 다리운도 기분 좋게 병사들을 이끌러 달려간다.

***********

로우드가 가져 온 가디언 포 10기가 내성을 바라본다. 순식간에 가열되는 포신. 그리고 내려지는 명령!

"발사!"

예열 된 가디언 포의 포신이 불을 뿜어낸다. 아니 이 경우에는 불이 아니라 마법이겠지.

퍼어어엉.

펑. 순식간에 생겨나는 폭발음.

"흐흣. 흐흐흐흣."

로우드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짙고 음흉하고 음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로, 로드?"

로우드의 이런 모습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기에 다리운이 당황하며 로우드를 부른다. 안 그래도 충직한 인물이 다리운이다.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당황스러우리라. 그리고 충직한 다리운은 그 충격이 더 할테고!

"다리운."

"예?"

"아주 좋지 않나? 이 망할 놈의 성이 망가지는 게 말야!"

지난 스트레스를 모두 풀 듯이 신나하는 로우드.

자신을 억압하고 괴롭히고 또 괴롭히던 그 장소가 망가진다 생각하니 영주라는 자신의 위치도 잊고 기쁨에 젖어 있었다.

"군주님의 고향이 아니십니까?"

보통 이런 경우에는 슬퍼하거나 씁쓸해 하는 로우드가 아닌가. 왕성을 점령할때도 씁쓸해 하던 로우드가 신나하는 모습이 다소 생소한 다리운이다.

"고향? 맞지. 고향은 고향이지만 더 이상 남은 게 없는 고향이야."

마을 사람들? 베일리프가 되고 고생함으로서 정에 관한 모든 것을 갚았다.

휠튼 남작? 볼 것도 없다. 지금 당장에 눈 앞에 있다면 검으로 한참을 괴롭혀 주리라.

그 외? 전생에는 구걸을 했고, 지금에 와선 시달리지 않았나. 부모님도 없는 이곳은 이제는 좋지 못한 장소일 뿐이지 추억의 장소는 아니다.

한 마디로 이 곳에는 정이고 뭐고 남지 않았다. 오직 악의만 남았을 뿐이다.

"무너진다!"

병사의 외침. 그의 말대로 내성은 외곽에서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다져지듯 무너지고 있었다.

그의 성에 있던 금은보화? 돈이 될만한 것들? 이미 로우드가 한쪽에 치워놓은 지 오래다. 해묵은 감정을 풀면서도 챙길 것은 제대로 챙긴 거다.

"오오오! 오오! 우른 좋지 않아? 이게 바로 축포라고! 축포!"

"물론! 우리가 그때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크윽."

로우드의 감정이 크게 고조된다. 덩달아 기뻐하는 우른이다.

하긴 그도 로우드와 같이 특산물 사업을 하며 이래저래 많이 뜯기고 시달렸다. 그래서 로우드가 귀족이 되자마자 로우드를 찾아 그 먼 리세트 성으로 오지 않았나.

"좋았어!"

이거 성이 무너지는 모습이 이렇게 통쾌할 줄이야? 전쟁의 시작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랬다면 자신은 전쟁광이 좋았을 지도 모른다. 너무도 통쾌하니까!

"흐헤헷."

순식간에 끝이 난 내성 파괴!

군주의 시간 213편 - 휠튼 남작을 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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