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214화 (2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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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색의 띠를 두른 사제복이 그가 사제임을 말해준다.

"금빛이 언제나 그대와 함께 하기를..."

고르렘교 신관 특유의 인사다. 돈은 신성력. 신성력은 곧 돈이라는 특이한 공식을 가지고 있는 종교이기에 그들의 인사마저도 이런 표현을 가지고 있는 거다. 세상 속에 녹아들어있다는 그들다움이다.

"그대가 가장 밝은 금빛이 되기를.. 반갑습니다."

로우드는 그들만의 인사에 그들만의 답을 해주었다. 로우드가 자신들의 말을 알아들었음에 기뻐서 일까? 하긴 그들에 대한 세간의 평은 좋은 편이 아닌지라 로우드의 이런 인사가 꽤나 반갑게 느껴질 거다.

"오오. 저희의 인사를 아시다니. 아주 반갑습니다."

시작의 분위기는 좋다. 이제 슬슬 본론으로 가야겠지? 고르렘교의 신관들은 시간을 곧 돈으로 생각하는 효율성을 추구하니 괜찮을 거다.

"자아,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 고르렘교의 사제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를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핫. 저희 교에 대해서 잘 아시는 것 같아 말하기가 편하군요.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신탁. 신이 불가사의한 꿈이나 신빙 등을 통해서 그 의지를 인간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말 그대로 신이 자신의 의지와 뜻을 전달하는 것.

"신탁이라..."

자기 자신에 대한 신탁일까? 자신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제와서 신탁이 내려오는 것은 갑작스럽다. 아무리 인간과 신의 시간 개념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로우드 자신에 관한 신탁이 아니라면 뭘까?

"저희의 예법에 대해서도 아시고 계시니, 신에 관해서도 알고 계시겠지요?"

"그렇지요."

"꽤나 특이하신 분이지요. 이 세계의 분이 아니니까요."

굉장히 특이한 신. 원래 이 세계의 신이 아닌 신. 사이비 등등. 여러 가지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고르렘교의 고르렘 신이기에 알고 있다.

"그 분이 로우드님을 찾으십니다."

신이 나를 찾는다.

"저를 찾는다라? 이유가 뭡니까?"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저희에게 세상의 많은 비밀을 알려주시는 고르렘신이라 하시더라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하.."

이러면 궁금증만 키우는 것이지 않은가.

"다만, 힌트를 준다하셨습니다. 이러면 로우드님은 꼭 저희의 신탁을 받으실 거라 하시더군요."

"꼭 받는다라. 그대들의 신탁이 돈이 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신탁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겠지요."

돈 그 자체에 관한 깨달음을 통해서 신이 된 고르렘 신. 그러다보니 신으로서 영향력을 끼치려면 금력이라는 개념이 필요로 해진다. 돈이든 현물이든 뭐든 말이다.

"하핫. 금력. 그것 하나만으로 신의 반열에 오르신 게 저희의 고르렘 신이시지요. 그러니 신탁으로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돈이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힘드신 게 또 사실 아니겠습니까?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고르렘 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 자신에 대한 비밀과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알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오라. 라고 말입니다."

신치고는 힌트도 꽤나 직설적이다. 다른 신들처럼 은유를 하고 꼬아서 인간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저 자신과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한 문제라. 그리고 이를 받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거군요. 돈이라.. 돈.."

안 그래도 돈이 메말라가고 있는 자신이다. 전쟁이라는 것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 그 자체가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롭게 또 돈이 필요하다라?

"상인이시니 잘 아시겠지요. 평시라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신탁을 받을 정도의 돈은 없습니다.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지요."

"허허... 하지만 신의 신탁을 무시, 아니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협박? 아니 고르렘 교의 신관들은 협박은 잘하지 않으니 협상을 하자는 건가.

"모든 부분에 관한 정보를 신탁 그 자체로만 받을 수 있습니까?"

"음...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흐음.. 고민이군요."

신의 신탁. 아무리 이 세계 출신의 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신은 신이다. 보통의 인간이 가지지 못하는 정보 정도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에 대한 본질을 꿰뚫고 있을 것이다.

'정보란 것 자체가 있으면 있을수록 좋으니...'

신탁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놈의 돈이 문제.

"일단은 준비를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돈이라.. 그 부분에 관한 부분은 저도 마음대로 할 수 가 없습니다."

"상인으로 유명하신 우른께서 로우드님의 재정을 담당하고 계시다는 것이 사실이군요."

"하핫. 거기까지 소문이 난건가요. 어쨌든 알겠습니다. 준비를 하도록 하지요. 그러니, 그때가서 뵙도록 하지요."

로우드가 거절을 하지 않아서일까? 하긴 때로는 사이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고르렘 교이니 보통의 귀족들은 고르렘교의 신탁일 경우 거절하는 때도 있었으리라.

로우드가 거절을 하지 않아서라는 부분에 만족을 해서 인지,

"금빛이 언제나 함께하시기를..."

"이번만은 꼭 금빛이 왔으면 좋겠군요."

신탁을 받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니까 말이지요. 로우드와 고르렘 교 신관의 만남은 그렇게 짧게 끝이 났다.

하지만 로우드로서는 이 만남이 모든 일의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말이다.

고르렘 신의 신탁이라. 보통 치료를 받는데도 골드단위로 돈을 받는데, 신탁은 얼마나 돈을 받을 것인가.

'젠장.'

안 할 수도 없고, 문제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전쟁이다. 전쟁.'

전쟁이란 것은 돈을 잡아 먹는 괴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을 가져다 준다. 이렇게 되면 왕성을 차지하고 적을 기다리려던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한다.

'자국민인 왕국민들을 뜯어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세습 귀족으로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세습귀족들은 조금 털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신탁을 받기위해서라도 전투의 속도를 빠르게 해야 했다.

"어디로 가볼까?"

순백의 기사단이 아니고서야 가디언 포를 가진 자신의 부대를 막을 만한 이들은 없다. 한마디로 귀족파의 연합군이 아니고서야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거다.

선택권은 이제 자신에게 있다.

'회의해 볼까?'

선택권이라니. 오랜만에 기분 좋은 회의다.

* * * * * * * * * *

"자아, 이거 작전을 변경해야겠습니다."

로우드는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기분 좋은 한마디로 시작했다. 작전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

진지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면 모를까. 로우드의 말에서 묻어나는 기분에 유쾌함이 있었기에 다들 별다른 걱정이 없이 회의의 시작을 받아들였다.

"신관이 와서 입니까?"

고르렘교의 신관이 왔음을 알고 있는, 부관 다리운이기에 당연한 질문이다.

"맞아. 고르렘교가 사이비라 불리고 여기에 있는 사람들 조차도 그렇게 믿는 이들이 있지만 난 그리 생각하지 않아. 신은 신이니까. 신이 아니라면 어떻게 신관들이 신성력을 발휘하게끔 만들 수 있겠어? 뭐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토론자리가 아니니 넘어가지. 나머지 부분은 전쟁이 끝나고 여유가 있을 때 하도록 하고. 요점을 말하도록 하지."

로우드는 지금 자신과 회의를 하고 있는 이들 중에 고르렘 교 그 자체에 관해서 믿지 않거나 혹은 사이비라 말 할 수 있는 이가 있을 수 있어 이야기를 길게 했다. 고르렘 신 그자체에 대한 논란이야 다음으로 미뤄두고 어쨌든 로우드 자신은 고르렘 신에 관해서 믿지는 않더라도 그가 신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을 하니 신탁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하려고 밑바탕을 깐 거다.

군주의 시간 209편 - 사이비? 고르렘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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