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212화 (21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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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지식이 짧음을 부끄러워 하는 부관 다리운. 하기야 보통 평민들이 언제 신에 대해서 공부하겠는가. 고작해야 자신의 부모가 모시는 신을 따라 자신도 신을 모실 뿐이다. 아니면 그조차도 없거나.

로우드 자신도 혹시나 신관들이 자신을 적대시 할까 두려워 신관들 그 자체에 대해서 공부를 해서 알고 있는 것이다. 공부를 하기 이전에는 다리운과 같이 종교 그 자체에 대해서 무지했다.

"아아. 괜찮네."

로우드는 일단 부끄러워하는 다리운에게 괜찮다 말했다. 표식을 알아보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사이비가 아님을 밝히기 위해 성스러운 빛을 사용했을 것 같은데 무슨 색이었지?"

"그 황금색이었습니다! 금화같은 황금색이었지요. 사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불경해 보일지 모르나 신성함이 느껴지는 황금색이라기 보다는 세상의 탐욕스러움을 보이는 황금색 같았습니다."

탐욕스러움을 보이는 황금색이라.

"아아. 알았네. 가보지."

신관이면서 그런 성스러운 빛을 표식으로 삼는 종교는 단 하나밖에 없다. 돈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현물로서 자신의 종교적 신앙심을 증명하는 종교. 고르렘교다.

로우드의 발걸음이 밖을 향했다.

챕터 7. 사이비? 순백의 기사단.

"금빛이 그대와 함께 하기를..."

고르렘교만이 가진 인사. 금빛은 자신들의 신이 힘을 주는 금을 뜻한다. 돈, 말 그대로 골드(gold)말이다. 그렇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돈과 신에게 받치는 금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확인하고 신성력을 늘리는 특이한 종교다.

돈이 곧 신성력이고 신성력이 곧 돈이랄까? 그런 이유로 고르렘교의 사제들 중에서는 상인들이 많다. 아니 거의 상인이 아니면 고소득을 올리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투잡이랄까?

자신들의 신앙심을 표현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기에 신관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사제가 사회에 너무 많이 녹아들었다는 것, 아니 보통 사람 이상으로 물질적인 돈에 대해서 집착한다는 부분 때문에 고르렘교는 다른 많은 신의 사도 혹은 사제들로부터 괄시를 당한다. 누구보다도 깨끗해야 할 신관이 세상의 때를 너무 많이 탄다고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지. 대놓고 하는 거나, 뒤로 성금이랍시고 받아들이는 거나..'

신관들이 자신의 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신들 그리고 그들을 모시는 신관들에 대해서 많이 공부했던 로우드. 그가 생각하기에는 보통의 신관들보다는 차라리 고르렘교의 신관들이 낫다.

비록 그들이 돈을 벌기위해 별의 별 특이한 짓들을 한다 하더라도 보통의 신들 밑에 있는 신관들이 알게 모르게 뒷돈으로 돈을 챙기는 것보다는 낫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관들이 모시는 신과 신을 모시는 신관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아니 이해관계라 해야할까?

사실 신관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꽤나 높다. 자신들의 신앙심을 신성력으로 치환시키고 그렇게 얻은 신성력을 발휘함으로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계의 신이라는 존재들도 그 존재 자체가 완벽한 최상위의 신은 아니기에 자신의 종이나 다름없는 신관들이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길 원한다. 영향력이 증가할수록 신으로서 자신의 힘이 상승하고 신격이 올라갈 수 있으니까. 이 세계에서는, 인간보다 완벽하다는 신들조차도 아직은 상위로 가야할 길이 있는 것이다. 신이면서도 급이라는 것이 나뉜달까?

신격을 올리고 싶은 신. 그리고 신을 믿음으로서 세상에서 보람을 얻어 생활하는 사제들. 그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신관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높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그리고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돈이 꽤나 필요하다.

어디에 돈이 필요하냐고? 신의 영향력을 높이려면 신에 관련한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관도 있어야하며, 신관이 머무를 신전도 있어야 하고 보통의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한 성서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신전 건립에서부터 시작해서 성서 제작 그리고 사제들을 키워내기 위한 교육비도 모두 돈이 들어간다.

신을 믿음으로서 일반인들은 사용하지 못하는 신성력을 획득한 신관이지만 신성력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돈을 필요로 하고 사용한다.

로우드의 말대로 보통의 신관들은 신앙심을 표현한다는 의미로 성금을 받는다. '성금'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신성력으로 세상에 영향력을 만들고 그 영향력을 통해 성금을 받음으로서 교세를 확장한다.

고르렘교는 그런데 이 부분이 좀 다르다. 어떻게 다르냐고? 그들은 신성력을 이상하게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사용하지 않는다기보다는 못 한달까? 보통 일반인들이 신성력에게서 필요로 하는 부분은 치유에 관한 부분이다. 자신들이 어쩌지 못하는 질병의 치료, 수명의 확장 등을 원하는 것이다. 무병장수과 같은 기본적이 부분 말이다.

헌데 고르렘교는 좀 어중간하다. 일단 사제들은 기본적으로 신을 믿으니까 사제가 아니겠는가? 그래 여기까지는 일반 종교와 같다. 헌데, 성서적인 부분이나 신성력의 특성 부분이 신관들을 거리(?)아니 돈을 버는 사횡에 내몰았다!

고르렘교의 성서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일을 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라고. 이 부분에 관한 해석이 여러 말이 많긴 하지만 일단 보통의 고르렘교 신관들은 일을 해야만 신앙심을 유지할 수 있다 생각한다. 이 외에도 많은 교리적인 부분이 있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교리적인 부분 다음으로는 어정쩡한 신성력의 부분에 있다 하지 않았는가? 뭐가 어정쩡하냐고? 치료효과나 무병장수효과? 강하다. 매우 강하다!

헌데, 문제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신성력을 갖추는데도 돈이 필요하고 사용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뭐든지 돈! 돈! 돈! 하는 교리와 신성력을 가진 종교가 고르렘교인 것이다. 노골적이면서도 또 세속적인 특이한 종교.

고르렘 신 자체가 돈에 관한 미친 듯한 집착과 돈에 의한 깨달음에서 자라났다는 신이기에 이런 특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 까지가 로우드가 아는 고르렘교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이다. 때로는 신성력만 없었으면 신도 아닌 돈에 타락한 '사이비'라 불리는 고르렘교의 신관. 그들이 왜 나를 찾아왔을까?

돈 냄새를 맡고? 전쟁에서 고르렘교의 신관을 좋아하는 자들은 별로 없다. 신성력에 의한 치료도 치료 전문의 신관들을 초빙하는 것이 낫다.

뭐 전쟁이 전쟁전문 상인에게는 곧 돈이 도는 것이긴 하는지라 전쟁 상인이라는 신분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고르렘교의 신관들이 있다는 말이 들리긴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인이라는 신분이지, 신관이라는 신분으로 자신을 찾아올 이유는 없다.

'도대체 뭘까?'

시기에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신관의 방문이다.

*****

늙은 사제. 구도하는 삐쩍 마른 몸이 아닌, 상인다운 두툼한 몸을 가진 이.

하지만 금색의 띠를 두른 사제복이 그가 사제임을 말해준다.

"금빛이 언제나 그대와 함께 하기를..."

고르렘교 신관 특유의 인사다. 돈은 신성력. 신성력은 곧 돈이라는 특이한 공식을 가지고 있는 종교이기에 그들의 인사마저도 이런 표현을 가지고 있는 거다. 세상 속에 녹아들어있다는 그들다움이다.

"그대가 가장 밝은 금빛이 되기를.. 반갑습니다."

군주의 시간 209편 - 사이비? 고르렘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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