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어라.'
쉬이익.
자신의 검에 한명의 인간 병사가 목숨을 달리한다.
'젠장할.'
오크들 사이의 유일한 인간 자신. 그리고 인간을 베어버리는 자신. 마치 인간을 배신한 인간 같지 않은가?
적을 베면서도 기분이 씁쓸하다.
"크아악."
"사, 살려줘. 괴물들!"
"하, 하이오크다."
여전히 조용한 순백의 기사단과 달리 귀족파의 병사들은 오크들의 투기에 질려 두려움을 표한다. 그들이 후퇴하지 못하는 것은 뒤를 돌아봤을 때 기다리는 순백의 기사단의 검이 무서워서 이리라.
"쿠에엑!"
휘둘러지는 하이오크의 글레이브!
핏빛같이 붉은 투기는 그의 투쟁의식을 표현하는 것이리라.
"아아악."
또 하나의 인간 병사가 몸을 누인다.
단 한 번의 도끼질. 한 번의 도끼질에 하나의 병사가 목숨을 잃는다.
단순 계산으로도 단 네 번. 한 마리의 하이오크 당 네 번의 도끼질을 하면 8천의 인간 병사들은 전멸. 전쟁이 시작 된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하이오크의 배 이상의 숫자를 자랑하던 인간 병사들은 초원에 몸을 뉘였다.
'의미 없는 죽음이다.'
차라리 순백의 기사단과 오크들만 겨루었다면 이런 덧없는 죽음은 없었을 것을..
귀족파는 조금이나마 오크들의 힘을 빼보려 인간 병사들을 동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오크들. 아니 하이오크들은 지금도 쌩쌩하다. 아니 오히려 강해졌다. 새로운 방식. 적의 피를 봄으로서 활력을 얻은 것이리라. 이제는 사기적인 존재라 봐도 좋을 오크들이니까.
"쿠어어!"
"마지막이다. 가자!"
이제 남은 것은 몇 되지 않은 인간 병사들과 순백의 기사단.
그들과의 격돌이 머지 않았다.
"크아아악."
마지막 남은 병사의 죽음.
그것이 서로의 부딪침을 알리는 신호였다.
"크아압!"
로우드는 가장 먼저 나서 오러가 실린 검을 순백의 기사단 선두에 내리 꽂았다.
차아앙. 창. 순식간의 부딪침!
파아앙. 그리고 이어지는 폭음!
"허..."
모헤로 공작에게 들었을 때, 설마설마 했다. 자신이 사용한 오러. 그것은 오러마스터의 온전한 오러다. 그런데 순백의 기사단은 자신의 오러를 막아냈다. 아니 저걸 막아냈다 해야 할까?
찌그러진 갑옷. 보통 갑옷이 찌그러지면 그 안의 인간도 죽음을 맞이 하지 않나?
그런데 저 순백의 기사는 찌르거진 갑옷과 안에 있을 찌그러진 몸을 가진채 몸을 움직인다.
'저걸 무어라 해야할까..'
이미 인간이라 하기엔 그 기괴함이 심상치 않은 존재들.
"허허."
절로 나오는 헛웃음.
하지만 계속해서 휘둘러야 하리라. 저들을 죽이기 위해선!
로우드의 오러가 실린 검이 다시 한번 찌그러진 순백의 기사단을 향해 휘둘러진다.
퍼어엉.
펑.
"파이어 볼!"
퍼버벙.
메모라이즈 된 마법이 다시한번 그의 몸을 꿰뚫고.
"크이이이익!"
인간 같지 않은 비명을 지르며 순백의 기사가 몸을 누인다. 아니 전투불능으로 변화한다. 그의 몸은 땅에 쓰러진 채로도 여전히 버둥대며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게 시작이었다.
"쿠에에엑!"
하이 오크 전부가 오크들과 부딪친다.
"크이익!"
더 이상 숨길게 없다 생각해서인가? 순백의 기사단이 오크들과 같이 괴성을 내며 맞서온다. 그에 맞춰 다시 부딪치는 로우드.
"허?"
이거 원. 이것들 오크 아닌가? 오크의 특성을 그대로 닮아있다.
분명 로우드의 손에 하나의 순백의 기사단이 전투 불능이 됐다. 팔다리는 움직이나 몸이 찌그러져 있어 전투력이 0에 수렴하는 것이다. 헌데 그 전투불능이 된 순백의 기사가 움직임을 멈추자마자 주변에 있는 순백의 기사단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라졌다.
자신과 상대하고 있는 하이오크의 정확히 한 수 위로 싸움을 진행하던 순백의 기사단원들이 한 수 이상으로 실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로우드가 오러 연공법을 주기 이전 오크들이 동족의 죽음을 보고 강해지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아니 더 괴이하다 해야할까?
한수 위의 싸움을 진행하는 것 자체도 신기한 전투방식인데 거기다 동료가 죽으면 죽음을 통해 강해지다니!
그렇다면 이들은 동료의 수가 적어질수록 소수 정예화 됨과 동시에 자신이 상대하는 이들보다 조금더 강하다는 것 아닌가.
'허어..'
저들의 수는 400. 아니 자신의 손에 당한 이까지 399.
마지막 1인의 순백의 기사단이 남았을 때 그 강함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키이이익!"
고민을 하고 있는 로우드에게 짓쳐오는 순백의 기사단원 하나.
타아앙.
탕.
수없이 많은 검이 오고간다.
'분명 아직까진 나보단 약하다.'
동료의 힘을 빼앗아 온다 하더라도 오러 마스터인 자신에게 까진 아직 실력이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순백의 기사단원 들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살아남은 것들이 점차 강해지면?
"하아아앗!"
공포다. 지금 이 때라도 저들의 수를 하나라도 줄여야 했다.
"윈드업. 헤이스트. 스트렝스!"
보조 마법으로 자신의 전력을 더욱 상승 시킨다.
"익스텐션(Extension)! 인첸티드 웨폰(Enchanted Weapon)! 섀도우 몬스터(Shadow Monster)!"
시간을 더욱 늘리고. 그만의 전투 방식을 살린다.
퍼석.
'퍼석?'
소환되자 마자 순백의 기사의 일검에 사라지는 섀도우 몬스터.
오크로드에게도 시간을 끌던 섀도우가 이렇게 쉽게 죽다니?
의아함이 느껴지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전투중이기에 재차 검을 휘두른다.
카아아앙.
강해진 힘으로 저들을 찍어 내리 누른다.
"키에에엑."
다시 죽는 하나. 또 강해지는 여럿. 그들은 과연 어떤 존재란 말인가?
상식을 벗어난 미친 듯한 전투는 어느새 중반으로 흐르고 있었다.
"크에에엑!"
"힘을 부어라!"
오크주술사 쓰랄의 울부짖음이 전장에 울려 퍼진다.
수 시간이 지속된 전투.
남은 오크들의 수는 이제 절반. 순백의 기사단의 수는 100명.
400이던 숫자는 전보다 4분의 1로 줄어들었음에도 전체적 전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순백의 기사단원들이다. 수가 줄어도 아군의 죽음에서 힘을 흡수하기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지치지도 않고!
"쿠어어어!"
오크들의 힘의 원천! 존재 자체가 힘이 되는 존재!
오크로드의 거대한 글레이브가 시뻘건 투기에 둘러 쌓인 채 기사단원의 머리를 반으로 산산조각 낸다.
"키이이익!"
마지막 외마디 비명. 전쟁의 치열함!
남은 순백의 기사단 50명. 그들은 점차 강해지고 쉬지 않았다.
오크들도 오크로드가 있기에 동료의 죽음을 통해 강해지고 있다지만, 이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오크들도 사기적인 존재지만 이들도 사기적인 존재인 것이다.
"하아. 하아.."
오러 마스터인 로우드조차도 지칠만큼 격렬한 전투! 그럼에도 순백의 기사단은 쉬지 않고 오크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마치 처음 전쟁을 시작하는 것처럼.
두려움도 없고, 고통도 느끼지 못한 채 로우드측을 향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를 뿐이다.
남은 하이 오크들의 수 500. 순백의 기사단 9명.
단 9명. 눈에 보일만한 한줌에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욱 빨라지고 강해지고, 동시에 미친듯한 광기를 보였다.
뭐냐. 너희들은. 대체 뭐냔 말이다.
어째서 이런 강함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갑옷이 찌그러짐에도 어찌 움직이는 것인가. 너희 그 자체가 인간이긴 한 것인가!
형상만 인간이라 하여 인간인 것인가? 알 수 없는 물음.
로우드 조차도 전쟁의 광기에 취해 있기에 그러리라.
"너희는 뭐냔 말이다!"
군주의 시간 203편 -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