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205화 (20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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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4. 막으러

오크 주술사의 수는 정확히 200. 오러 익스퍼트 급 하이 오크 약 1900마리.

이들의 전력이 최소가 오러 익스퍼트 하급에 위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 어마한 전력이다.

보통 인간의 기사단이 마나 유저급도 섞어 넣어 구성하는 것을 생각하면 기사단의 수로만 쳐도 다섯 개는 넘는 전력이기 때문이다. 로우드는 어떻게 보면 자신의 영지 인원들보다도 강력한 오크들을 동원해서 순백의 기사단을 막으러 가게됐다.

'여기서 얼마나 살아 올 것인가..'

장난식으로 오러 연공법을 넘겼으나, 로우드의 진의는 서로를 죽임으로서 힘을 얻는 오크들이 불쌍해 오러 연공법을 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오러 연공법을 연구함으로서 힘을 얻은 오크들에게 또 다른 죽음을 선물해줄 상황이다.

순백의 기사단. 그들은 어디서 솟았는지 아니면 뚝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들. 그런 존재들을 오크들을 이끌고 상대하려는 자신. 과연 오크들이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아..."

절로 나오는 한숨. 그런 로우드를 오크로드가 바라본다.

"왜 한숨인 것인가?"

자신의 오크들이 사지로 걸어감에도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크로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 아닌가? 나는 너희들과 함께 피를 보러 가는 거야. 그것도 적의 피보다는 오크들의 피가 훨씬 많을 거라고. 오크의 로드인 너는 괜찮은 것인가?"

"투쟁 아닌가? 우리는 투쟁을 함으로서 강해진다. 그리고 우리의 강함을 증명하지."

무심한 말투. 강함. 그 강함을 얻고 이런 식으로 증명하는게 맞는 방식일까?

"강해진다라.. 그게 진정한 강함일까?"

"우리 오크식으로는 그렇다. 나는 오히려 우리 하이오크들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마음에 든다. 비록 주술사 쓰랄은 내키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말이지."

"크큭."

쓰랄. 인간보다도 더욱 인간같은 오크 주술사.

"그래. 쓰랄 정도나 되야 나를 이해하겠지."

"인간 로드는 언제봐도 싱겁다. 어서 갈길이나 가자고. 서쪽으로 삼일 거리면 된다 하지 않았나?"

오크로드의 말대로 적과 마주하기까지 남은 기간은 3일.

현장에서 뛰고 있는 레나타가 직접 넘겨준 정보이니 정확할 것이다.

'그래. 그 3일.'

삼일의 시간 뒤. 오크와 순백의 기사단은 서로에 대한 탐색도 없이 전력으로 맞 부딪칠거다.

그게 순백의 기사단과 오크의 방식이니까.

한 번의 격돌. 과연 그 한 번의 격돌에서 몇 명의 오크가 살아남을까?

그리고 몇의 순백의 기사단이 사라질까?

승자는? 나는 그곳에서 오크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까?

"하핫."

인간으로서 오크들의 죽음을 걱정하는게 비정상일까? 모르겠다.

이들을 그저 이용만하기에는... 전에 없던 전우애가 자꾸 생겨난다. 아직 전투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너무도 감상적으로 변해버린 자신. 그리고 다가오는 전투.

*****

파이언 초원.

로우드가 순백의 기사단을 막기 위해 미리 준비한 전장이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이 기사단을 이곳으로 오도록 유인했을 뿐이다.

수비전인데도 왜 성을 버리고 초원으로 나섰냐고? 오크들 때문이다.

오크는 인간과 달리 수비 전을 할 줄 모른다. 능력의 유무 이전에 수비전이란 것 자체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언제나 약탈을 위해서 공격을 했을 뿐이다. 수비라고는 고작해야 인간의 토벌대를 막은 경험이 전부랄까?

여기 있는 하이 오크들은 그마저도 없다. 최소가 족장급인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서로가 투쟁을 해 힘을 길렀을 뿐이지 보통의 오크들처럼 토벌을 경험해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한 전장이 파이언 초원이다. 오크들의 전투 방식에 맞추면 이런 전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성의 이점? 방어의 이점? 혹은 지리상의 이점? 이딴 거 오크들에겐 없다.

오크가 하이 오크가 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전략 전술이랄 것도 없이 그저 전진만이 있다는 거다.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훨씬 지능이 뛰어난 오크 주술사라 하더라도 이 부분은 발전이 되어 있지 않다.

오크 주술사들의 주술마저도 적을 약화하거나 저주를 걸고 혹은 아군을 강화하는데 쏠려 있다.

세월이 지나 오크들이 그들만의 문화를 쌓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 보아서는 오직 전진만을 외치는 것은 일종의 종족적 특성이리라.

처어어억.

척.

로우드 측의 반대편으로 적이 자리 잡는다. 순백의 기사단. 그리고 귀족파의 점령군 8천여명.

순백의 기사단이 그들의 중심전력이기에 일반 병사의 수가 적은 것이다. 로우드가 기사들을 아끼기보다는 100% 활용하듯이 귀족파도 기사단을 쓰는데에 전처럼 주저함이 없다.

역시 적들인 귀족파도 바보는 아니다. 고급전력을 아끼기보다는 100%활용하는 것. 로우드만의 방식을 적이 배워낸 거다.

하기야 바보였다면 왕국이 지속되는 수백년이라는 기간동안 도태되지 않고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 키워내지 못했으리라.

적의 중심인 순백의 기사단의 수는 약 400. 점령군의 수는 8천이라 해도 무시해도 될만한 숫자다. 2100이 다 되는 숫자인 하이오크 군대는 최소가 오러 익스퍼트급이기 때문이다.

승패의 결정은 병사 8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이오크와 기사단의 싸움으로 결정된다. 그래도 8천이라는 숫자가 적은 숫자는 아니기에 숫자에서 나오는 압박감이 전혀 없지는 않다.

지금 있는 전장은 로우드가 오크들에게 맞춘 것이기에 익숙한 전장이 아니어서 더 그러리라. 그는 자신의 고급 전력을 활용해서 게릴라전을 벌이는 히트엔 런의 방식을 사용했지 이렇게 힘대 힘으로 대결을 하는 초원에서의 전투는 별로 진행하지 않았다.

몸 안에서부터 불어 나오는 긴장.

전쟁이 곧 시작됨을 느낀 로우드는 오크 로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준비됐나?"

이미 여러번 전투를 경험한 로우드도 긴장이 되는데 오크로드는 괜찮은 걸까?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평상시와 같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오크는 언제나 준비가 됐다."

그런가.

"크큭. 그럼 전진해야겠지?"

자신의 요청에 따라 지원을 온 오크. 이 전장의 지휘관은 자신이 아니다.

오크들에게는 오크로드라는 지휘관이 있을 뿐이다.

"알았다. 쿠어어어어어! 전! 진! 하! 라!"

짧은 외침. 그 여파는 결코 짧지 않았다.

"우어어어어!"

"쿠어어어!"

"wntlkjqlk elkqjewrkljqt"

하이 오크들의 외침과 주술사들의 주문이 뒤를 잇는다.

"크르륵."

붉어지는 오크들의 두 눈. 주술사들의 주술이 하이 오크들에게 제대로 먹혔음이라.

그들은 더욱 빨라지고, 힘이 강해지며 동시에 불굴의 용기를 가진다. 그것이 오크주술사들의 주술!

"가자."

그들도 오크들의 기세를 읽었음인가?

처억. 처어억. 척!

주술과 울부짖음으로 화려한 연출을 하는 오크 군과 달리 적군인 귀족 파는 조용한 전진을 시작한다. 화려함을 좋아하는 귀족 파들답지 않은 전진. 귀족 파의 귀족들 만큼이나 화려함을 좋아하는 게 그들 밑에 기사들이라.

그런 점에서 보면 순백의 기사단이 귀족파 그들의 일반적인 기사들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쿠어어어어!"

차아아앙. 창.

투기가 실린 하이 오크의 글레이브가 적의 8천 병사들과 부딪침을 시작한다.

'간다.'

자신의 영지를 위해 달려 온 오크들. 은혜고 베품이다.

그 오크들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으려면 한명의 적이라도 자신이 직접 베어야 하리라.

'죽어라.'

쉬이익.

군주의 시간 202편 - 막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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