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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다문 입사이로 허무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허허.."
당연한 일을 헤집고 들어오는 것. 조금이나마 있는 틈을 찌르고 들어가 뒤통수를 노리는 것. 이런 방식은 로우드 자신이 자신의 적에게 장기처럼 활용했던 전략이다. 그런데 그런 전략을 자신이 대비도 하지 못하고 당하다니.
"제대로 당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당장에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자신의 감이 말해주는 데로라면 전쟁 준비는 지금 이 속도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적은 자신의 본진이 아닌 확장된 영지를 노림으로서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영지에 여유 전력이 있는가?
'없다.'
레인저 기사단의 기사들은 자신의 후임들과 함께 손을 맞추기 위해 피땀어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병사들도 마찬가지. 새로 지급받은 무구들을 손에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법병력? 이쪽도 드워프들이 만들어 준 마법진들을 활성화 시키느라 앓는 소리들을 하고 있다. 영지의 마법사들을 왕궁의 마법사들 보다 많이 보유한 자신의 영지이지만 그만큼 일도 많다. 연구면 연구. 활성화면 활성화까지. 영지에 관련해서 그들이 해야할 일은 정말 끝도 없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그나마 누가 있을 지를 계속 생각 해 본다.
'젠장 할...'
누가 있는가. 이 영지에서 강한 전력을 가진 이가. 주요 인물들도 각자가 자신의 일을 맡아 애쓰고 있는데 어찌해야하는가.
스승인 첼로스에서 호위대의 이렐리안까지 군사 관련 주요인물 전부 전무.
군사 훈련이라고는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우른은 영지의 전쟁 물자를 준비하기 위해서 상행.
스피든도 불가. 레나타는 블라디 후작령에서 정보를 모은다고 이미 나가 있다.
"아아."
하나가 있다.
자신의 여인들과 다시는 위험한 일을 하지 않겠다 약속한 이.
5서클 마스터이면서 동시에 오러마스터를 이룩한 마검사.
'바로 나.'
영지의 전반적인 조율을 하고 있는 자신이 영지에 남은 유일한 여유 전력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지."
그 마지막 남은 전력을 요청하려면 자신이 직접 가야한다. 다른 이들의 말은 듣지 않을 이들이니까. 자신에게 복속된 존재이면서도 아닌 존재들.
오크로드에게 충성을 받치고 있는 오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가봐야 겠군.'
자신이 일선에서 전쟁을 이끄는 것은 귀족파를 향한 진격뿐이라 생각했었다. 헌데, 역시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조율 좀 하나 싶은데 이렇게 또 쳐들어 온다니.
"정말 평생이 바쁜 나라니까.. 크큭"
푸념을 하면서도 재빨리 짐을 싸는 로우드. 말은 그리하면서도 얼굴 표정만을 풀어져 있다.
그도 이 성안에서 조율만 하는 것이 피로했던 것이다.
역시나 자신은 이렇게 직접 나서야만 하는 행동파다. 전쟁터에 나서면서도 왠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다녀오면...'
세렌부터 시작해서 이렐리안까지 자신을 구박할 것이다. 왜 또 위험한 곳을 혼자갔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밖에 없는 것을.
"간다."
순식간에 채비를 한 그가 자신의 성 리세트에서 멀어져 간다.
*****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북으로 또 북으로 향했다.
자신의 목적지는 블라디 후작령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오크로드가 있는 곳. 지금은 오크로드의 성이라 불리는 그곳.
많은 영지민들이 오크들을 무서워 피해버린, 지금은 오크들만 존재하는 성에 자신이 가야한다.
'시원하군.'
성이 넘어갈까 하는 불안함 속에서도,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너무도 좋다. 그 옛날 아무도 없는 용병 시절의 그 느낌을 느끼고 있달까?
홀로 있는 고독은 싫지만 홀로 있을 때 있는 여유는 좋다.
'이대로 몇 시간..'
몇 시간만 더 달리면 성에 도착하리라.
출발하기 전 급히 서신을 적어 명령은 내려놓았다. 성이 몇 개가 뺐기든 피해를 최소로 하면서 후퇴를 하라고 말이다. 어차피 폐허가 되더라도 모든 경제 활동은 리세트 영지를 중심으로 퍼져있으니 그리 하라 명령한 것이다.
그리고 그깟 성들과 재산들보다야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다.
계속 해서 달리다 보니 드디어 목적지로 생각되는 곳이 보인다.
'허 참.'
달리는 속도는 줄이지 않고 있지만 단련된 안력이 있는지라,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면서도 주변의 풍경이 하나 하나 들어 온다.
여길 뭐라 표현해야 할까? 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뭔가 새로운 곳이 됐다. 이 세상에서 이런 성은 여기밖에 없다고 해야할 정도랄까?
자신들만의 신, 오크의신 크룩투를 모시고 그의 화신인 오크로드가 기거하는 오크로드의 성.
그곳은 인간의 성을 바탕으로 한, 오크들만의 성이 자리해 있었다. 석조공예 기술은 없더라도 목조 공예는 가능한 오크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된 온갖 목각 조각상들을 성에 배치하고 깃발로 만들고 그 사이 사이에는 하이 오크로 보이는 오크들이 있다. 느껴지는 기세가 보통의 오크 이상 인 것을 보면 확실히 하이 오크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하이 오크들마저도 뭐라 해야할까?
'생각 이상으로 많다.'
분명 자신이 기억하기로 전쟁 이후에 남은 하이 오크의 수는 천이 안됐다. 잘해야 700이 조금 넘었었다. 그런데 지금 자세히 보지 않아도 성 위에 있는 하이 오크들의 수만 500은 넘어 보인다.
지금 지나쳐 가는 것이 성의 내성이 아닌 외성인 것과 이제 막 성의 한 축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하이 오크들의 수가 이제는 천을 확실히 넘겼다는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가?
자신의 상상이상으로 오크들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허허. 참."
헛웃음이 나온다. 어떻게 오크들이 이렇게 빨리 경지를 상승했는지는 대충 감이 온다.
뻔하다. 자신이 준 오러 연공법을 바탕으로 뭔가 성과를 낸 걸 것이다. 그렇기에 하이오크들의 수가 저리도 많은 것이고.
"일단은 좋기야 하지만..."
당장에 오크로드에게 병력을 요청해야하는 자신으로서는 여유 병력이 없는 자신의 지원군이 될 오크들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빨리 강해지는 하이 오크들을 보면 등골이 서늘하다. 자신이 오러 연공법을 줌으로서 오크들을 괴물들로 만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휴."
지금 당장에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미래를 걱정해서 무엇하랴.
서늘한 마음 한켠을 뒤로하고 목에 오러를 불어넣는다.
"오크 로드여!"
단순한 부름. 하지만 오러가 실렸기에 인간의 성대가 낼 수 없는 한계 이상의 쩌렁 쩌렁한 울음. 야성적인 보통의 오크 이상으로 감각이 발달한 오크로드는 자신의 부름을 듣고 부름의 주인이 누군지를 금방 깨달을 것이다.
역시. 자신의 눈앞에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내성에서부터 울음이 들려온다.
"쿠어어어어!"
무슨 뜻일까? 외성에 위치한 하이 오크들에게 가만있으라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부름에 답하는 것일까. 뜻이 무엇이든 오크로드가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오크로드에게서 인간같은 예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과 한 약속.
패배를 통해서 자신에게 복속된 오크로드가 오크들의 피를 요구하는 자신의 지원 요청을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혹시나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오크로드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여유 병력이 없던 자신의 영지에 재침공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영지는 아마 귀족파와 오크들 사이에 끼어 그대로 초토화 될런지도 모른다.
"크큭."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자신이 생각한 억측이면서도 내심 마음을 조리며 자신의 다리에 재차 힘을 불어 넣는다.
군주의 시간 200편 - 침공해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