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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사람들은 오러 연공법을 병사들에게 건네느니 차라리 지휘관을 그만두고 타국으로 도피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로우드가 그런 행동을 한 것 자체가 파격적인 행동이다.
그런 파격이 있었기에 로우드가 소수의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방식. 그것을 사용했기에 일구어낸 승리가 로우드의 승리. 그의 승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순백의 기사단의 전투방식은 뭔가? 그들은 파격도 새로움도 없었다. 전혀 신선함이 없었단 말이다. 그들이 한 전략 전술? 아니, 전략 전술이라 말 할 것도 없었다.
전진! 그 단 한마디! 그것이 순백의 기사단의 전투방식이다.
오직 한 끝 차. 정확히는 일대일 전투에서의 단 한끝차로 고급병종이라 불리는 기사들을 무력화 시켰다. 이 대륙에서 이루어지는 기사 대 기사라는 공식 그대로 행동을 함으로서 승리를 일구어낸 것이다.
그럼 순백의 기사단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물을 수가 있다. 로우드의 말 대로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 순백의 기사단의 전투방식은 뭔가 일반적이지 않고 이상하다. 정확히 한 끝차.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람의 전투력을 수치화 할 수 는 없지만, 우기고 또 우겨서 어떤 기사 하나가 100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하자. 그럼 그 기사는 다른 깨달음이나 계기가 있지 않는 한 100의 보통 100대의 전투력을 가진다. 1번의 전투를 하든 2번의 전투를 하든 피로나 부상만 없으면 그런 것이다.
헌데 순백의 기사단은 이게 아니다. 상대가 100의 전투력을 가졌으면 110정도의 전투력을 200의 전투력을 가졌으면 210의 전투력을 보였다. 실력이 들쑥 날쑥 하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사람이 어찌 전투력이 들쑥 날쑥 하는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수련을 하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 해서 이 전투방식이 이해가 안 된다 이걸세. 그들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니 우리의 패배 요인은 하나로 귀결됐어."
"무엇입니까?"
로우드의 눈이 번뜩인다.
패배의 이유를 알았다? 제대로 된 이유를 파악한다면 해결 방법도 생각날 것이다.
"기사들의 기사도. 기사들은 같은 기사의 경우 일대 일 전투를 지향하지. 그게 기사들의 자부심이니까."
"아아. 그렇지요."
오러 익스퍼트 적어도 오러 유저 상급 정도는 돼야 기사라 불릴 수 있다. 오러 익스퍼트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람이 되는 것.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일정부분 초월해야만 오러 익스퍼트가 될 수 있고 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게 기사들이다.
세상에 보면 수천 이상의 오러 익스퍼트가 있지만 그들 한명, 한명이 자신만의 깨달음을 통해서 한계를 초월한 초인들이다.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이들.
인간이란 누구나 자신이 얻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신이 얻은 그것이 깨달음을 통해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내는 것이라면 그 자부심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런 큰 자부심이 있기에 오러 익스퍼트인 기사들은 상대편 기사가 대결을 요청할 경우 자신의 자부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대결을 받아들인다.
"이대 일의 전투. 삼대 일의 전투. 그런 것은 기사도에 어긋나지. 국왕파의 기사들은 순백의 기사단의 검을 피하지 않았어. 일대 일의 전투를 고집했지. 그리고는... 한 끗 차로 패배했네."
아아. 어리석다. 아니 누가 기사들을 어리석다 욕할까. 로우드 자신만 하더라도 자신이 이룬 경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비록 다른 기사들에 비해 희미하다 할지라 하더라도 말이다.
기사들. 그들은 기사들이 되기 전 기사 종자의 시절 때부터 기사도에 대해 배우고 익혀가며 자랐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평생을 배워 온 기사도를 잊고 다수 대 일인의 전투를 한다? 그들은 절대 그러지 못한다.
귀족파는 아니 순백의 기사단은 이런 부분을 철저히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레인저 기사단이 과연 그럴까? 자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민으로서 기사가 되고 작위를 얻었다는 것에 그 누구보다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레인저 기사단이다. 자부심만큼은 보통의 기사단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결코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기사단들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실리를 추구한다는 것.
일대 일의 전투를 추구하는 기사도를 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기사도를 따르지는 않는다. 철저하게 동료를 보호하고 무슨 수를 쓰든 간에 처절하게 적을 죽여버리는 것이 레인저 기사단의 방식이다. 뼈아픈 승부보다 실리적인 승리를 추구 하는 것이 레인저 기사단인 것이다.
희망을 찾았다. 뭣 하나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이 순백의 기사단이지만 그들의 파해법만큼은 찾아낸 것이다.
"저의 레인저 기사단은 자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도는 없습니다. 저희는 기사이되 실리를 추구합니다."
"... 허면."
"파해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다른 기사들이라면 절대하지 못하겠지만 저희는 할 수 있지요."
"그게 뭔가?"
"속된 말로 다구리. 일대 다수의 전투를 할겁니다. 철저하게 말이지요. 저희 레인저 기사단을 철저하게 일대 일을 피할 겁니다. 한 끝 차? 개나주라고 하지요. 수십 대 일의 전투를 진행해버릴 겁니다."
"허... 기사들이 따르겠는가?"
"따를 것입니다! 저도 그리 할 것이니까요."
오러 마스터의 자부심? 개나주라지. 내 사람 하나라도 살릴 수 있다면 기사도따위 개나 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할 수 있지요."
파해법을 찾은 것 같음에도 무언가 불안하다. 자신의 이런 불안감은 언제나 들어맞지 않던가. 전쟁에 나서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더한 준비를 해야겠지요."
불안감 속에 회의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챕터 2. 준비의 시작.
피해를 줄여야 한다. 가능하다면 일인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 그렇기에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를 해야만 살 수 있는 것이다.
순백의 기사단에 대한 조사를 레나타에게 맡기긴 했지만 여전히 처음과 같이 지지부진하다. 정보 부분에서는 모헤로 공작이 말한 공략 이상의 것이 없을 것이라는 소리다. 그러니 정보 외적인 부분을 준비해야 했다.
로우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단 지금 있는 곳은 프레핸드의 작업실. 바로 드워프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다. 자신의 영지에 있는 드워프 중에 대표격이라 할만한 이는 프레핸드이기에 이리로 오는 것이다.
따아앙. 땅.
규칙적인 망치소리. 인간 대장장이와 다르게 드워프인 그는 저런 규칙적인 상태의 망치질을 몇 날 며칠이고 할 수 있다.
"프레핸드. 잘 되어갑니까?"
한참을 작업에 몰두하던 프레핸드가 망치를 놓아두고 로우드에게 다가온다.
"알잖나? 항상 양산형 제품만 양산하고 있지!!"
드워프답지 않게 비꼬는 프레핸드.
"하핫.. 죄송합니다."
어색함과 미안함. 로우드로서는 프레핸드에게 이런 감정밖에 가질 수 밖에 없다. 처음 그를 데려오고 얼마가지 않아 약속했었다. 여유가 생기면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그가 자신의 영지에 온지가 몇 년인가? 비록 수백년을 사는 드워프라 할지라도 작품활동에 관련해서 몇 년이라는 기간은 짧지는 않은 시간이다.
군주의 시간 196편 - 준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