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97화 (19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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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출생도, 무엇을 통해 훈련을 했는지도, 어느 나라 출신인지도 말이다. 뭐 하나 알려진게 없는 이상한 그들.

'산넘어 산이군.'

오크의 준동을 물리치자마자 괴이한 기사단이 왕을 죽였다. 로우드는 왕정파는 아니라할지라도 귀족파보다는 왕과 친했던 인물. 왕정파를 정리한 귀족파가 다음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눈에 가시같은 나에게 쳐들어오겠지.'

눈에 가시가 아니라 할지라도 쳐들어 올 것이다. 자신이 크게 키워버린 리세트 영지는 달콤한 과일과 같은 영지다. 여러 사업덕에 풍부한 돈이 돌고 있다. 돈이 모이다보니 사람이 모였고, 발전을 이루어낸 로우드의 영지. 리세트의 영지는 욕심 많은 귀족파로서 당연히 군침을 삼킬만한 곳이다.

"일단은 쉬시도록 하시지요. 왕정파의 일원으로 귀족파에 대항은 하지 못하더라도... 어차피 그들은 저에게 올 것입니다."

"그러한가..."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인 모헤로 공작과 로우드. 첫 번째에 만남에 비하면 너무도 수척해보이는 모헤로 공작이다.

'나에게 빚을 준 그.'

모헤로 공작. 그리고 모헤로 공작이 나에게 준 빚이 아니라 할지라도 귀족파와의 일전은 정해진 수순이다. 로우드 자신이 가만있어도 귀족파는 자신에게로 쳐들어 올 것이다.

"후. 산넘어 산이군."

도무지가 조용할 날이 없다. 조금 여유롭다 싶으면 또 일이라니..

'내 인생 한번 정말 거창하군.'

로우드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찌하랴. 새로운 적, 아니 잠시 물러났던 적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사람들을 모두 불러모아."

"응."

상황을 파악한 이렐리안이 급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하고, 로우드의 준비가 시작되었다.

챕터 1. 출정 준비.

세렌의 요청으로 이제는 많이 넓어진 로우드의 침실. 그 곳에는 열락의 시간을 보내는 둘 밖에 없었다.

"하으응. 로우드."

한창을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던 둘. 이렐리안과 로우드.

세상사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도,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무시한 채 오직 이렐리안에게만 집중하고 있던 로우드는 이렐리안의 짧은 부름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이름 단 한마디지만 어조만큼은 단호했기 때문이다.

"응?"

"안 가면... 안되는거야?"

아아. 그래. 그녀는 지금 순수하게 로우만을 걱정하고 있다.

로우드가 모헤로 공작에게 빚을 진 것도, 한 사람의 귀족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이렐리안의 출신이 어디인가? 적국인 제국출신이다. 적국의 기사이자 한 요새의 사령관 이었던 그녀. 로우드에게 패배 해 포로가 되었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녀는 자신의 조국인 제국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가족은 죽은 지 오래. 그녀에게 남은 것은 조국도 가족도 그리고 동료마저도 없다. 모두에게 버림을 받았으니까.

오직 로우드, 로우드만이 그녀에게는 이 세상의 전부이자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렇기에 영지 안에서의 평화에 안주하지 않고 이 상황을 끝내기 위해 다시 전쟁으로 나서려는 로우드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로우드를 모시는 한 사람의 기사로서 그리고 사랑을 하는 한 여인으로서 그를 막고 싶은 것이다.

사심, 질투, 이득에 대한 추구. 그 무엇도 그녀의 눈빛에 담기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 깃든 것은 오직 자신의 사랑 로우드에 대한 걱정 뿐.

기사로서 전투에 나서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혹시나 그가 다칠까,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너무도 순수한 마음..'

그렇기에 로우드로서도 그녀의 말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아무런 수식어가 없다하더라도 그녀의 마음이 너무도 진실 됐기에, 자신의 고집만 부릴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고집은 계속 부리겠지. 그렇지만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수 없다.

자신의 지금 상태, 그리고 마음, 느낌 그 모두를 설명하고 이렐리안 그녀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여인에 대해 해줄 수 있는 남자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이자 배려다.

가지 않을 순 없다.

이 평화에 안주해서 있어보았자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임시처방밖에 되지 않으니까.

자신을 증오하고 미워하고 시기했던 귀족파의 모든 인원들은 이제 자신에게 검을 들이 댈 것이다.

로우드의 최종 보루와 같았던 이. 자신의 권위를 위해 왕으로서 행동하기 위해 귀족의 권위를 낮추고 또 낮추려던 국왕 은 죽었다.

'안타까운 일이지..'

쉽게 죽어버린 그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을 위해 귀족들과 열심히 투쟁했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았다. 그가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 욕을 보일 일은 아니다.

'그래 고민은 여기까지. 결정이 되었으니 밀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길어진다는 것을 이해하는 건지 이렐리안도 가만히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는 것이겠지.

그녀가 지금 이 순간 가장 원하는 말은 단 한마디.

"가지 않을게."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없다.

"이렐리안."

"응?"

애처로운 눈빛. 약해진다. 그래도 말해야겠지?

"가야지. 알잖아?"

"...."

"사랑해. 세상 유일하다 말은 하지 못해. 다른 여인들도 있으니까. 지금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을 세렌도 레나타도 모두 나의 여인들이지. 크큭. 알잖아? 내가 욕심이 많다는 것을."

"..."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다.

"그렇지만... 말이야. 나는 널 영원히 사랑한다 말 할 수 있어. 아니, 적어도 이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널 사랑할거야."

"바보."

진심이 전해져서 일까? 그녀의 표정이 조금은 풀린다.

하지만 이내 셀쭉해져 버리는 표정.

이해한다. 한명의 여인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 말하는 이 상황이 좋은 여인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크큭.. 바보라. 바보 맞아. 그 바보가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왔어. 이렐리안 너는 믿지 못하겠지만.. 나는 남이 겪어보지 그 무언가를 겪었지."

그래. 죽었다 살아났다. 믿지 못 하겠지? 그러기에 말하지 못한다.

다시 살아난 이유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짐작도 하지 못하지. 악마의 장난인지 아니면 신의 시험인지도. 그 어느 것 하나도 짐작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 나는 다시 주어진 삶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도 통용되는 것.

"그 무언가가 뭔지는 말할 수 없어. 비밀이어서가 아냐. 믿지 못할 테니까 그러는 것이지."

"나는 네가 무엇을 말하든지 믿어."

"아아. 그 문제는 넘어가도록 하지. 어쨌든 난 그 무언가를 겪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어. 부모님을 모시고, 베일리프가 되어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자 참외도 심어보고. 시달리는 것이 싫어 귀족작위를 받았다가 전쟁도 지휘했지. 거기서 얻은 것이 너. 그래, 그때 당시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벅찼어. 왜 나에게 이런 일만 일어날까. 왜 나는 잠시도 쉬지 못할까 생각하던 때도 있어."

".... 힘내."

"크큭. 그래 힘내서 살고 있어. 네가 있고 세렌이 있고 스승님도 있고 나를 따르는 다리운도 있고, 진정한 친구인 우른도 있지.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나의 곁에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고.. 또 힘을 내고 있어."

군주의 시간 194편 - 출정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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