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짓말은 인간들이나 하는 것이다."
"허어..."
엘프나 드워프들 같은 이종족들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지만, 오크들은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첼로스다. 종족적 편견이랄까.
"믿으세요. 스승님. 저 오크로드는 보통의 인간보다도 올곧은 존재입니다."
짧은 말이나 힘이 실려 있는 로우드의 목소리다. 지금 당장으로선 첼로스가 보기에도 문제가 없다. 로우드가 죽지 않는 한, 그리고 그의 후손이 계속 이어지는 한 오크들은 로우드 쪽에 쳐들어 오지도 않는 다는 것 아닌가. 발전해 나가는 속도가 너무도 빠르기에 경각심이 드는 것도 있지만 그에 맞춰 인간들도 발전하고 있다.
'정체되어 있던 세상의 변화인가...'
새로운 마법병기 가디언 포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러 연공법이 로우드에 의해 널리 퍼져나가는 것들도 다 발전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제자도..'
신의 화신이라는 오크로드처럼,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가져 온 로우드도 보통의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는 첼로스다. 하기야 자신의 제자는 보통의 사람이라기에는 많은 것을 겪고 또 이뤄 나갔다.
'인정해야 할지도.'
첼로스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나는 설득을 당해버렸어.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사실상 첼로스는 로우드를 제외하고는 이곳에서 가장 높은 이라고 볼 수 있다. 첼로스가 말은 이렇게 했으나, 그가 설득되면 남들도 반박을 하기 힘들다.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인가."
"불안해."
우른에서부터 시작을 해서 이렐리안까지 설득이 조금씩 이어졌으나, 이미 대세는 기울어 버렸다. 영주제도와 같은 방식으로 오크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크들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로우드에게는 오크들의 문제를 일단락 시켰다하더라도, 남은 일이 있었다.
* * * * * * * * * * * * *
"언제까지 그렇게 위험한 일만 할 꺼야!"
"우리는 걱정도 하지 않는 거에요?"
"내가 매의 눈 애들을 풀어서 널 찾느라 얼마나 고생하지 알아? 응? 미친거야? 미친거냐고? 신참 용병들처럼 목숨을 내놓은 것이냐고. 그러다 개죽음 당하면 누가 알아줄건데!"
이렐리안의 눈은 울 것처럼 붉어져있고, 세렌은 이미 울고 있었다. 레나타는 다른 여인들처럼 울고는 있지 않으나 얼굴은 붉어진 것이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들을 두고도, 홀로 오크로드와 싸우겠다가 가출(?)을 해버린 로우드다. 여인들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은 생각지도 않고 자기 마음데로 행동한 것이 아닌가. 영지에 쳐들어오는 것을 막느라 애쓰는 것은 이해하지만, 로우드가 제 발로 위험한 험지에 찾아 들어간 것은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는 그녀들이었다.
"미안해."
로우드로서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오크로드를 찾아간 일은 사람들을 이끄는 군주로서도, 앞에 있는 여인들의 남자로서도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은 생각지도 않고 순전히 자기만의 욕심때물에 벌인 일이다. 어린 아이들이나 할 짓을 자신이 해버린 것이다.
"정말 미안해."
계속해서 미안하다 이야기하지만, 아무리 로우드를 사랑하는 여인들이라 할지라도 도저히 용서를 할 수 없었다.
"로우드 내가 널 얼마나 걱정한지 아는 거야? 내가 너의 호위무사가 맞냐고! 호위를 두고 어딜 가버리는 거야. 그리도 위험한 데를! 네가 잘못되면.. 나는... 나는.. 아무도 없단말야. 흐윽."
"우리들이 얼마나 하루, 하루를 속 썩이며 보냈는지 알아요? 우리들은 생각도 안해 주시는 거냐구요. 흑."
"망할 자식!"
각자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섭섭함을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는 울고, 의존하고, 욕을 한다. 표현을 달라도 모두가 한뜻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잘 왔잖아? 응? 미안해."
"그러다 잘못되기라도 했으면요!"
"우리는 어찌하라고!"
"흥이야."
평상시는 앙숙같이 지내는 서로이면서도 이럴 때는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 그녀들이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응?"
세렌이 그제서야 로우드의 말에 반응한다.
"약속인거에요?"
"응? 응."
"정말요?"
"응."
"휴우... 몰라요 그래도."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로우드의 말에 반쯤은 속을 푼 것 같으나 아직 섭섭함이 남은 것인지 말투에 서운함이 계속 묻어난다.
"호위무사라고 말만 하고... 또 나를 떼어놓고 갈거야?"
손사래까지 치며 로우드는 이렐리안의 말에 반응했다.
"아냐. 아냐. 정말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
"돈 줘."
"응?"
"매의 눈 강화하게. 너 어딜가도 바로 따라잡을 수 있게 만들어버리겠어."
이상한데서 열의를 불태우기 시작하는 레나타다. 세상어디라도 로우드가 사라지면 찾을 생각인 듯 하다. 그때부터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로으드다.
이쯤 되면 빼도 박도 못 하게 되지 않겠는가.
"으음.."
"말로만 하는 거야? 말로만 약속 하는거냐고?"
지은 죄가 있기에 로우드로서는 안 된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우른에게 이야기해서 매의 눈 예산을 더 보낼게."
"각오해. 매의 눈이 얼마나 추적을 잘하게 되는지 기다려 보. 라. 고."
조용하게 곱씹으며 말을 이어가는 레나타다. 로우드로서는 뭔가 일이 잘못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녀들은 이미 경쟁이 붙어 버렸다.
"호위 무사도 두고 보라고! 한명이라도 무조건 로우드 곁에 붙어있을거야!"
"성 증축이고 뭐고 필요 없어요! 로우드 님께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만들어 드리겠어요. 이렐리안! 나와 힘을 합쳐요!"
"그래!"
'하아.'
속으로 한숨을 쉬는 로우드나 밖으로는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이 저지른 죄가 있기에 크게 눈을 뜨고도 자신을 죄어가는 여인들의 손길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로우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을 끝으로 여인들은 화를 풀었다. 그리고 그 날.
로우드는 자신만의 자유를 잃어버렸다.
여인들에 둘러싸여 좋은 것인지 아니면, 감시의 손길이 목을 죄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그다. 빈란드 왕국이 내전으로 불타오르고 있을 때, 로우드는 감시의 눈길에 속이 타고 있었다.
그렇게 오크로드를 받아들이는 일은 로우드에 대한 감시 강화를 끝으로 일단락 되었다.
챕터 13. 오크. 그리고 나설 때.
오크로드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진통을 겪었던 로우드. 그는 다른 사람들 몰래 조심스레 일을 냈다. 영주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일을 끝낸 오크로드는 본디 로우드에게서 인정받은 자신만의 영지로 돌아가기로 되어있었다.
돌아가는 것 가지는 로우드도 막지 않아다. 허나, 힌트를 줘버렸다.
"전에 강해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 정확히는 강해지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던가?"
"그렇다."
"우리 인간들이 정답인지는 나도 몰라. 오크들을 이겨내긴 했지만 전부를 이겨낸 것은 아니잖아? 단지 이번 대의 오크로드를 이겼을 뿐이지."
"하고싶은 말이 뭔가."
"어차피 우리가 아둥 바둥 해봤자 최강의 생물이라 하는 드래곤에 비해서는 약하지 않나? 너와 내가 힘을 합쳐도 드래곤 한 마리조차 해결하지 못하겠지."
"인정하긴 싫지만 그렇다."
"그래도 말이지, 나는 언젠가 인간이 드래곤들조차도 지배할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미친소리."
인간이 드래곤을 이긴다는 말은 차마 인정하지 못하는지 로우드에게 패배를 인정한 오크로드 조차도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군주의 시간 191편 - 오크. 그리고 나설 때.